"그래서 얼마라고요?"  "所以是多少钱?"

"천만엔."  "一千万日元。"


리쿠는 인적이 드문 골목 담 아래서 시온과 대치 중이다. 분명 아까 처음 만났지만, 이미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이다. 
陸正在人迹罕至的小巷墙边与诗音对峙。明明才初次见面,却像相识多年的旧友。

누군가 뒤통수를 쳐서 돌아보았다. 기분 나쁜 티를 낼 새도 없이 오랜만이라며 머리를 헝클이고 어깨동무를 해오는 시온에 되려 곤란해지는 건 리쿠쪽이었다. 정말 죄송한데, 누구시죠? 정중한 물음에 한껏 섭섭한 표정을 지은 시온이 입꼬리를 인위적으로 내렸다. 
有人突然拍了他的后脑勺。还没来得及摆出嫌恶的表情,诗音就熟稔地揉乱他的头发勾住肩膀,反倒让陸不知所措。"实在抱歉,请问您是?"面对这彬彬有礼的询问,诗音夸张地垮下嘴角,露出刻意为之的失落表情。

실망이다 리쿠. 나 기억 못 해?
真让人失望啊 陸。不记得我了?

한 주먹 안에 들어올 것 같은 작은 얼굴에 이목구비가 꽉 들어차 있다. 이 정도의 얼굴을 기억 못할 리가 없는데. 유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전부 뒤져도 이런 사람은 기억에 없다. 
那张小脸仿佛能整个儿攥在掌心,五官却生得极标致。这样的长相不可能忘记。可即便翻遍从童年到青春期的所有记忆,也找不出这号人物。


"나잖아. 시온이형."  "是我啊。Shion 哥。"


나잖아. 까지는 일본어였고 시온이형의 '형'은 아무래도 한국어인 듯했다. 내가 이런 한국인 형과 아는 사이였다고? 
前半句'是我啊'是日语,而'Shion 哥'的'哥'字明显带着韩语腔调。我什么时候认识过这样的韩国哥哥?


"아 맞다. 그치. 시온이형."  "啊对了。是吧。诗音哥。"

"응. 리쿠 어떻게 지냈어. 삼촌 집에서는 나왔어?"
"嗯。陸你最近怎么样。从叔叔家搬出来了吗?"


삼촌집에 얹혀살던 시절도 아는 남자에게 도무지 누군지 기억이 안 나요. 따위 반응을 내비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요즘 들어 오락가락 하던 정신머리도 한몫했다. 청소년 치매를 인터넷에 검색해볼 정도로 문득 모든 것이 낯설 때가 잦았다. 등교해서 마주한 반 친구들 전부를 기억하지 못했던 것은 놀랍지도 않다. 우리 담임 선생님이 이렇게 생겼던가. 의심을 가지던 어느 순간까지도. 새로 태어난 것처럼 적응하기 힘든 날들을 보낸 지 두 달이 훌쩍 지났다. 시온도 그런 균열 속 한 조각이라고 생각하고 넘기는 것이 편했다.
面对这个连寄居在叔叔家时期都认识的男人,我却怎么也想不起他是谁。连露出"这人是谁"的反应都需要鼓起勇气。近来反复无常的精神状态更是雪上加霜。严重到会上网搜索"青少年失忆症"的程度,时常觉得整个世界都陌生得可怕。所以即使上学后认不出全班同学,也没什么好惊讶的。"我们班主任原来长这样吗"——直到产生这种怀疑的瞬间都是如此。像新生儿般艰难适应生活的日子,转眼已过去两个多月。把诗音也当作记忆裂痕中的一片碎屑,就这么忽略过去反而更轻松。


"네. 삼촌 집에선 나왔어요. 요즘은 게키세마 멘션에서 지내요."
"嗯。从叔叔家搬出来了。现在住在激战湾公寓。"

"고생이네 리쿠."  "辛苦你了,陸。"


머리를 헝클이는 시온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치. 고생이지. 몸이 고생인 건 사실이었다. 그래도 마음은 편했다. 삼촌 집은 마에다 리쿠에게 얼마나 악몽이었던가. 기억까지 모조리 뽑힌 몸의 반응도 이해할 만큼 그곳은 지옥이었다. 
他对正在抓乱头发的 Shion 轻轻点头。是啊,确实辛苦。身体是真的很遭罪。但心情却意外平静。前田陸在叔叔家经历的简直就是噩梦。那个地方恐怖到连身体都产生了记忆被抽离的条件反射。


다시 천만엔으로 돌아가자면, 시온이 대뜸 제안한 황당하리만치 쉬운 알바의 보수는 무려 천만엔이었다. 이렇게 후진 골목에서 들은 천만엔의 가치는 모순적이게도 우스워진다. 차라리 백만엔이었더라면 잠시나마 이성을 잃고 달려들었을지도 모른다. 
说到那一千万日元,Shion 突然提出的荒唐兼职报酬竟然高达千万。在这种破旧巷子里听到的"千万"这个数字,讽刺地变得可笑起来。如果是一百万的话,说不定真会让人一时失去理智扑上去。

천만엔을 환산해보자. 166달 치 월세. 젤리 6만6천6백6십6개. 지금 손에 들린 담뱃갑 1만6천6백6십6개. 그만큼의 젤리를 다 먹고, 그만큼의 담배를 다 피는데 몇 년이 걸릴까. 그럼 다시 천만엔을 환산해보자. 천만엔으로 도쿄에서 구매할 수 있는 집. 0개. 참으로 철 없고 허황된 액수가 아닐 리 없다. 
换算一下这一千万日元:相当于 166 个月的房租,66666 个果冻,16666 包现在手里拿着的香烟。吃完这么多果冻、抽完这么多烟要多少年?再换算一次:一千万在东京能买到的房子数量——零。这数字确实幼稚又虚幻得可笑。


"이거 거의 거저 주는 거야. 그냥 꽁으로 천만엔을 얻는 거라고."
"这简直跟白送没两样。相当于平白无故就能拿到一千万日元。"

"안 해요."  "我不干。"

"왜? 너 돈 없잖아. 천만엔을 가질 수 있다면 뭐라도 하는 거 아니었어?"
"为什么?你不是缺钱吗?要是能拿到一千万日元,不是什么都愿意做吗?"

"세상에 공짜보다 비싼 거 없어요."
"世上没有比免费更昂贵的东西了。"

"응. 근데 이건 공짜 아니고 천만엔."
"嗯。不过这个不是免费的,要一千万日元。"

"맥락이 그렇다는 거죠. 천만엔이나 줄 땐,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죠. 왠지 께름칙해요."
"就是这个意思。给出一千万日元的时候,肯定有相应的理由。总觉得有点毛骨悚然。"


누군가에게 지는 빚의 무게를 안다면 거저라느니 꽁이라느니 하는 말들은 함부로 내뱉을 수 없다. 삼촌의 집에서 뛰쳐나오며 한 다짐이었다. 굶어 죽거나 나체로 길을 돌아다니는 일은 있어도, 다신 무엇도 빚지지 않을 것이라고. 
若知晓欠人债务的重量,就绝不会轻易说出"免费"或"白送"这种话。这是从前田陸从叔叔家跑出来时立下的誓言——宁可饿死或赤身裸体流落街头,也绝不再欠任何人任何东西。

같은고교 2학년 도련님을 위한 천만엔어치의 시중은 얼핏 듣기엔 거저 받는 것이 맞다. 하지만 자세히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 집은 알고 보니 대대로 내려져 오는 야쿠자의 집안이었고. 귀신 보는 특이한 도련님의 시중을 들던 불쌍한 나, 마에다 리쿠는 일련의 시건으로 인해 집안의 일급 기밀 사항을 듣게 되어 버린다. 결국 목과 몸이 두동강으로 분리되어 어디 강가에 내던져지는 그런 시나리오. 그래 그런 시나리오가 끼어들어도 우습지 않은 금액이다.
为同校高二少爷提供价值千万日元的侍奉,乍听之下确实像天上掉馅饼。但深究内情才发现,那家竟是世代相传的黑道家族。而可怜的我——前田陸,在伺候那位能见鬼的古怪少爷时,因一系列事件被迫知晓了家族最高机密。最终落得身首异处被抛尸河边的剧本。是啊,即便插入这种血腥剧本,这笔钱也依然诱人得可笑。


"애가 진짜 딱해서 그래. 잠을 못 잔대. 귀신한테 얼마나 시달리면 잠을 못 자냐."
"这孩子真的太可怜了。听说都睡不着觉。被鬼缠得有多惨才会睡不着啊。"

"그럼 시온이형이 하면 되겠네요."  "那让 Shion 哥来不就行了。"

"나는 그쪽으로 그게 없잖아. 기. 신기."
"我那边又没那种东西。奇...奇怪。"

"그럼 전 있어요?"  "那我先走了?"

"있다던데?"  "不是说有吗?"

"누가."  "谁啊。"

"누구겠어? 고용주지."  "还能是谁?雇主呗。"

"아. 그러니까 이게 아무나 구합니다. 하는 불특정 다수를 타깃으로 한 공고가 아니라 마에다 리쿠만을 원한다는 지정 공고다?"
"啊。所以这不是那种'诚聘不限'的公开招聘,而是专门指定要前田陸的定向招聘?"


시온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진짜 내가 하고 싶다. 천만엔 내가 받고 싶다고. 근데 너 아니면 안된다는 걸 어떡하냐. 천만엔을 받을 수 있는 자가 오직 본인 뿐이라는 유혹이 먹혀들어 갈 거라 예측했던 시온의 생각과는 달리 리쿠는 뒷걸음질만 치던 발걸음을 빠르게 뒤돌아 달려가는 꼴로 바꾸었다.
诗音点了点头。我也真的很想自己来。我想拿到那一千万日元。但除了你之外别无他法,这可怎么办。与诗音预测的“只有本人才能拿到一千万日元”的诱惑会奏效的想法不同,陸反而迅速转身,从一直后退的脚步变成了飞奔而去的模样。


"그럼 더 안 할래요. 소름 돋아."
"那就不继续了。好恶心。"


설득을 포기한 시온이 방향을 바꾸었다. 애걸. 리쿠의 옆에 붙어 어깨를 쓸어 내려 보기도 하고, 두 손을 모아 보기도 하며 만나만 보라는 둥. 얘기만 들어주라는 둥 어쩐지 직접 나서지 않는 고용주보다 더 간절한 태도를 보인다. 미심쩍은 리쿠가 눈을 가늘게 떴다. 
放弃说服的 Shion 改变了方向。他哀求着,时而贴近陸的肩膀轻抚,时而双手合十,只求见一面也好,只听他说一句也罢。不知为何,他表现得比不愿亲自出面的雇主更加恳切。心生疑虑的陸微微眯起了眼睛。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예요? 걔한테 뭐 받은 거 있어요?"
"你为什么要做到这种地步?从他那里得到什么了吗?"


아무런 답 없는 시온에 리쿠는 혼자서 결론을 내렸다. 무엇인지 몰라도 시온은 그에게 엄청난 댓가를 받아냈다고. 복잡해진 머리를 달래려 키워드만 늘어놓아 본다. 
面对始终沉默的 Shion,陸独自得出了结论。无论那是什么,Shion 一定从他身上索取了巨大的代价。为了安抚混乱的思绪,他只能机械地罗列关键词。

귀신 보는 애. 같이 살기. 천만엔. 마에다리쿠만 가능. 
能见鬼的孩子。共同生活。一千万円。只有前田陸可以。

기억 나지 않는 나의 절친 시온. 그가 받은 게 뭔진 몰라도 마에다 리쿠는 죄책감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성정이 그러했다. 제가 빚진 것도 아닌 것에 책임감을 느꼈다. 또 그를 기억해내지 못한 죄책감도 한몫했다. 지금은 오직 시온만 간직하고 있어도, 언젠간 제게도 존재하긴 했을 우정의 값인 셈 치고 그 애를 만나보는 것까진 허락하기로 했다.
我完全不记得的挚友 Shion。虽然不知道他究竟得到了什么,但前田陸始终无法摆脱负罪感。他的性格就是如此。会对并非自己欠下的事物产生责任感,再加上无法想起对方的愧疚。即便现在记忆里仅存 Shion 的身影,他也决定姑且当作曾经存在过的友谊代价,至少允许自己去见那个少年一面。


"제가 인생 충고 하나 할게요. 누구한테 빚지지 마요. 뭐 함부로 받지도 말고. 그거 다 갚아야 해요. 이렇게 저를 팔아 넘기는 것처럼" 
"给你个人生建议——别欠任何人。也不要随便接受什么。这些最后都是要还的。就像现在这样把我卖掉似的。"


리쿠의 충고에도 시온은 빙긋 웃을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面对陸的劝告,Shion 只是抿嘴笑了笑,什么话都没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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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진 다크써클. 음침함을 더해주는 부스스한 머리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게 엉킨 머리카락들. 살짝 내리 깐 시선으로 돋보이는 속눈썹. 양손으로 집어 든 음료 잔. 힐끔힐끔. 눈이 마주치고 나면 더 숙여지는 고개. 
浓重的黑眼圈。乱糟糟的头发更添阴郁感。不知从何时开始打结的发丝。微微低垂的视线下格外显眼的睫毛。双手捧着的饮料杯。时不时偷瞄。每当视线相遇就把头垂得更低。


"거북목 될 거 같은데?"  "这样会得乌龟颈的。"

"에?"  "诶?"


리쿠의 손이 슬쩍 유우시의 목을 가리킨다. 고개. 좀 들라고. 목 아프겠다. 기어들어 갈 거 같은 목소리로 네. 대답만 하곤 도통 고개를 드는 법이 없다. 
陸的手悄悄指向勇志的脖颈。"抬头。脖子不酸吗?"他用几乎要钻进地缝的声音应了声,却始终不肯抬起脸来。


"사람 불렀으면 말 해. 먹기만 하지 말고."
"叫了人就该说话。别光顾着吃。"


리쿠의 음료가 한 모금 줄어드는 동안 거의 모든 음료를 다 마신 유우시가 제 시선을 리쿠의 음료로 옮겼다. 
当陸的饮料只浅下去一口时,几乎喝光自己那份的勇志将视线移向了陸的杯子。


"리쿠도 좀 먹어요. 혹시 입에 안 맞으면 다른 걸로 시켜드릴 수도..."
"陸也吃点吧。要是不合口味的话...可以给你换别的..."

"나랑 계속 대화하고 싶으면 그 버릇 고쳐."
"想继续跟我说话的话,就改掉那个习惯。"

"에?"  "诶?"

"돈으로 해결하려는 거. 난 그런 거 딱 싫어."
"总想用钱解决问题。我最讨厌这样。"

"아... 네."  "啊...嗯。"


어쩐지 처음보다 좀 더 기죽은 유우시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종이 두 장을 꺼낸다. 종이에 11pt 크기로 프린트된 검은 글씨가 눈에 띈다. 얘기는 들으셔서 알겠지만... 별로 주의사항은 없고...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리쿠의 목소리가 가르고 들어간다. 
不知为何显得比初见时更畏缩的勇志从包里窸窸窣窣掏出两张纸。纸上 11 号字体打印的黑字格外醒目。"您应该听说了事情经过...其实没什么特别注意事项..."话还没说完,陸的声音就硬生生插了进来。


"들은 거 없는데?"  "我可什么都没听说?"

"다 알고 나오신 거 아니에요?"
"您不是都了解清楚才来的吗?"

"아무것도 몰라. 천만엔. 그것만 알아."
"我什么都不知道。一千万。只知道这个。"

"아..."  "啊..."


난감한 표정을 짓던 유우시가 종이를 쥐었다가 폈다, 허둥지둥 하더니 눈을 꾹 감았다. 혼자 무어라 중얼거려 보기도 한다. 대충 뉘앙스만 보아도 시온의 욕인 듯했다. 
勇志露出为难的表情,把纸张捏了又展,手忙脚乱间突然紧紧闭上眼睛。他独自嘟囔着什么,从语气推测八成是在骂 Shion。


"같이 살아주세요."  "请和我一起生活吧。"

"아. 맞다. 또 하나 아는 거 있어. 너 귀신 본다며."
"啊对了。还有件事我知道。听说你能看见鬼魂对吧。"


용기내 꺼낸 말에 돌아오는 건 주제를 벗어난 답이다. 유우시는 다시 한번 종이를 꾹 쥐었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천만엔만 생각하자 오로지 천만엔만. 그렇게 유우시가 자신을 달래는 사이, 마에다 리쿠는 적당한 예의와 거절을 다짐하고 나온 자리가 이리도 재밌을지 몰라 흥분한 상태였다. 어쩐지 재밌는 경험을 하게 된 것에 값을 치러야 할 사람은 본인이 아닐까 생각도 한다. 
鼓起勇气说出口的话却得到偏离主题的回应。勇志再次用力攥紧纸张。他努力不让自己动摇。只要想着那一千万就好,只要专注那一千万。就在勇志这样安抚自己的时候,前田陸却因这个既保持适当礼节又明确拒绝的场合意外地有趣而兴奋不已。他隐约觉得,要为这段奇妙体验付出代价的人恐怕会是自己。


"네... 그, 제가 귀신을 보는데요. 그래서 리쿠가 필요해요. 리쿠가 저와 같아 살아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是的...那个,我确实能看见鬼魂。所以需要陸。如果陸能和我一起生活的话...应该会很不错。"


마에다 리쿠에게 이제 중요한 건 천만엔이 아니게 되었다. 드디어 제 앞에 놓인 음료를 빨아 마신 리쿠가 묻는다. 
对前田陸而言,现在重要的已经不再是那一千万。终于吸了一口面前饮料的陸开口问道。


"퇴마가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같이 살아주기만 하면 되는 거야? 너가 귀신을 보는데 내가 왜 필요해?"
"不是需要驱魔 而是只要和你一起生活就可以吗?你能看见鬼 为什么还需要我?"


악의도 없고 시비조도 아니지만 묘하게 껄렁이는 목소리에 적응이 안된 유우시가 움츠러든다. 나와 만나기 전, 고교 3학년의 리쿠는 이런 모양새였구나. 어쩐지 조금....
那声音不带恶意也不像挑衅 却莫名带着几分轻佻 让不习惯的勇志缩了缩身子。原来高三时的陸 在遇见我之前是这样的啊。难怪总觉得有点...


"무서워요..."  "好可怕..."

"뭐?"  "什么?"

"조금만 더 친근하게 말해주세요. 무서워요..."
"请对我说话再温柔些...我害怕..."


허. 기가 찬 리쿠가 사근사근 말하려고 애쓴다. 귀신을 보는데. 리쿠가. 왜. 필요해요?^^ 억지로 눈웃음까지 끌어온 리쿠가 웃는 상의 얼굴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哈。气得发抖的陸居然在努力说好话。简直像见了鬼似的。陸居然。为什么。需要这样呢?^^他勉强挤出笑脸,努力维持着表面上的和善表情。


"그런 거까지 말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퇴마 같은 건 안 해주셔도 돼요. 그냥 같이 살아주세요."
"没必要说到这种程度吧...不用您驱魔也行。只要陪在我身边就好。"


별로 사근한쪽이 되지 못하는 건 피차 마찬가지면서 무섭다느니 친근하게 대해달라느니 하는 유우시에 또 다른 재미를 느낀다. 
明明自己也不擅长温柔待人,却还说什么害怕啊要亲切对待啊,勇志从这样的陸身上又找到了新的乐趣。

차라리 퇴마를 해달라 하면 유튜브를 스승 삼아 모방이라도 해볼 터였다. 굿이랍시고 허공을 향해 중얼중얼 거리는 시늉도 할 수 있었다. 허나, 귀신을 보니 같이 살아달라는 논리 안 맞는 부탁은 황당하다. 
要是让我驱魔的话,我甚至愿意以 YouTube 为师现学现卖。装模作样对着空气念念有词这种事我也能干。但看到鬼魂提出"请和我一起生活"这种不合逻辑的请求,实在荒唐。

리쿠가 아직 유우시의 손에 꽉 들린 종이를 뺏어 들었다. 주의 사항 없다더니 많은데? 줄줄 쓰인 글자를 읽으며 내려간다. 11시 취침 7시 기상 지킬 것. 같은 침대에서 잘 것. 식사는 하루 세 번. 무엇이든 무조건 같이 할 것. 스킨쉽 가능? 이건 무슨 뜻이야? 하루에 한 번 영화 시청... 우리 뭐 집 데이트해? 이거 드라마에서 보던 거랑 되~게 다르다. 드라마에서는 만지지도 말고 서로 없는 것처럼 살자 선 긋기 바쁘던데.
陸从勇志手中抢过那张被攥得皱巴巴的纸。说好的没有注意事项呢?他逐行阅读着密密麻麻的文字:晚上 11 点就寝早晨 7 点起床必须遵守。必须睡同一张床。一日三餐。任何事都要共同行动。"允许肢体接触?这什么意思?"...每天看一部电影...我们这是在搞居家约会吗?和电视剧里演的完全~不一样啊。电视剧里不都是忙着划清界限说什么"别碰我""当对方不存在"吗。

마지막에 달린 갑 토쿠노 유우시(인) 을 마에다 리쿠(인)을 째려본 리쿠가 말했다. 
最后登场的甲板成员得能勇志被前田陸狠狠瞪了一眼,陸开口说道。


"스킨쉽 가능과 같은 침대에서 잘 것. 이건 좀 변태 같지 않냐."
"允许肢体接触还要同床共枕,这未免有点变态吧。"

"리쿠도 넣고 싶은 거 넣어도 돼요. 하지만 제가 넣은 건 하나도 뺄 수 없어요."
"陸想加什么条件都可以加哦。不过我定的条款一条都不能删。"

"변태 같다는 거엔 해명 없는 거 보니까 너도 인정은 하는구나."
"你都不辩解自己很变态这件事,看来你自己也承认嘛。"

"도장 찍으면 끝이에요. 추가할 거 있으면 지금 말해줘요."
"盖章就完成了。有要补充的现在告诉我吧。"

"나 아직 같이 산다고 안 했는데?"
"我还没说过要同居吧?"


저를 어떻게 알아내서 대뜸 같이 살자는 요구를 하는 건지. 21세기에 가장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고 사람이란 사실을 정말 모르는 건지. 건장한 남성을 이유 없이 집안에 들이면서, 손엔 천만엔까지 쥐여주는 수지타산 맞지 않는 장사를 하는 게 꼭 멍청해서가 아닐 것 같았다. 마에다 리쿠는 여전히 이 계약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건 유우시가 아니라 본인이라는 의심을 접지 않았다. 
你怎么能就这样找到我,还突然提出要和我一起生活。难道你真的不知道 21 世纪最可怕的不是鬼,而是人吗?无缘无故把一个健壮的男人带进家里,手里还握着上千万日元,这种亏本生意怎么看都不像是单纯的愚蠢。前田陸依然怀疑,在这场契约中吃亏的不是勇志,而是他自己。

퇴마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속임수다. 야쿠자는 액체 괴물이 되어 언제든 다른 형태로 변할 수 있다. 가오를 지키기 위한 과시용 칼들이 벽면에 줄지어 걸려진 방에 근엄한 자세로 앉은 유우시의 아버지(직업: 야쿠자)가 꾸물꾸물 녹아내린다. 그러곤 귀신의 형태로 변해 리쿠를 덮친다. 그 옆의 유우시는 낄낄대고 있다. 
所谓"不需要驱魔"根本就是骗局。黑道分子化作液态怪物,随时能变幻形态。在挂满彰显威严的武士刀的房间里,正襟危坐的勇志父亲(职业:黑道)开始蠕动融化,最终化作厉鬼扑向陸。而身旁的勇志正发出咯咯的窃笑。


"혹시 평소에 양심이 있는 편이야? 불쌍한 동물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거나. 기부 동참을 유도하는 광고를 보고 쉽게 채널을 돌리지 못했다거나."
"你平时算是有良心的人吗?看到可怜的小动物会心疼,或者看到募捐广告就没办法立刻转台那种?"

"그런 게 중요해요?"  "这种事重要吗?"

"대답부터."  "先回答。"

"... 조금?"  "...一点点?"

"계약 조항에 추가 해줘. 천만엔 아니고 십만엔만 줄 것."
"把这条加到合同里。不是一千万日元,只给十万。"

"네? 안 돼요."  "啊?不行。"

"보수가 천만엔이라면 안 해."  "报酬要是一千万的话我就不干。"


완강한 리쿠의 태도에 미간을 찌푸린 유우시가 억지로 볼펜을 쥐어 든다. 보수가 천만엔이 아니라면 의미 없어지는 것은 토쿠노 유우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계약을 성사해 마에다 리쿠와 한 집에 같이 들어서는 것이 더 급했다. 
面对前田陸顽固的态度,得能勇志皱眉强握住圆珠笔。若非报酬高达千万日元便毫无意义——这点对得能勇志而言亦是如此。但眼下更重要的是促成合约,好与陆同住一个屋檐下。

리쿠는 다시 한번 음료를 빨아들였다. 양심 있는 편이라면 고작 십만엔만 주고 감히 액막이로 쓰거나 제물로 바치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양심 있다는 고백이 거짓이었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어쩐지 돈을 탐내다 좆됐다는 쪽보다 재미를 탐하다 그리 된 것이 조금 더 영예로우니 그걸로 됐다.
陸再次啜饮饮料。若对方尚有良心,断不敢用区区十万日元就敢拿他当辟邪物或祭品。不过若那份良心告白纯属谎言,那也无可奈何。说来为钱沦落总比为寻乐子栽跟头更不光彩,但既已至此也只好认了。



유우시의 집에 입성한 리쿠가 신발을 벗으며 생각했다. 내가 천만엔을 당장 받겠다고 우겼어도 줄 돈이 있었을까? 토쿠노 유우시와 ’천만엔을 쉽게 생각하는 이’의 삶은 거리감이 있어 보였다. 번호를 바꿨다며 새로 연락처를 알려준 시온이형에게 문자를 보내려 휴대폰을 꺼냈다. 번호를 바꾸지 않았더라도 어쩐지 마에다 리쿠의 휴대폰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踏入勇志家门的陸边脱鞋边想:就算我坚持要立刻拿到千万日元,他真拿得出来吗?得能勇志与"把千万日元当零花钱"的人之间,显然存在着生活鸿沟。他掏出手机想给声称换了号码的 Shion 哥发信息,即便号码未换,这位兄长在陸手机里也早就不复存在。



유우시 얘 뭐하는 애예요? 고등학생이 혼자 살고. 천만엔이 쉬울 거 같은 부잣집 도련님도 아니고. 
勇志这家伙到底是干什么的?高中生独居,却也不像把千万日元当小钱的富家少爷。

뭐가 궁금한 거야?  你想知道什么?

다요. 그냥 아는 건 전부.
全部。只要是关于你的事。



한참을 기다려 받은 문자는 아주 긴 줄글이었다. 리쿠는 천천히 정독했다. 
等待许久收到的短信是一大段长文。陸仔细地逐字阅读着。

귀신 보는 건 말했고. 너보다 한 살 어린 것도 알고. 사고무탁 혈혈단신이란 말 알아? 사방을 둘러봐도 의탁할 사람이 없고, 의지할 곳 없는 쓸쓸한. 걔가 그래. 그 흔한 친척도 없어. 그래도 의탁할 물체는 있어. 그 집은 걔 거야. 걔 어렸을 때 소원이 구박해줄 할머니라도 하늘에서 똑 떨어지는 거였어. 뭐 그것도 아주 어렸을 때 얘기니까. 지금은 혼자인 거 적응해서 잘 살아. 의지하던 절친한 친구 한명 있었는데 얼마 전에 죽었어. 그래서 지금은 다시 진짜로 사고무탁 혈혈단신. 늘어놓고 보면 평탄한 인생은 아닌데, 본인은 잘 몰라. 지가 안타까운 것도.
能看到鬼这件事已经说过了。也知道比你小一岁。知道什么叫"无亲无故孑然一身"吗?就是环顾四周无人可依,无处可去的孤独。他就是那样。连常见的亲戚都没有。不过倒是有可以依托的物件。那栋房子是他的。他小时候的愿望是哪怕从天而降个会虐待他的奶奶也好。当然这都是很小的时候的事了。现在他已经适应独居过得不错。曾经有个可以依靠的挚友不久前去世了。所以现在又变回真正的无亲无故孑然一身。细数起来算不上顺遂人生,他自己却不太明白。连自己都让人心疼。


사고무탁. 혈혈단신. 마에다 리쿠는 이 여덟글자 안에서 동질감을 느낀다. 고개를 들어 유우시를 쳐다봤다. 유우시는 페트병을 통째로 들고 벌컥벌컥 물을 마시다 곧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애가 조금 음침하고 다크써클도 짙긴 하지만, 우울한 느낌은 없다. 본인은 몰라. 지가 안타까운 것도. 그 말과 유우시의 말간 얼굴을 겹추었다. 웃음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无亲无故。孑然一身。前田陸在这八个字里感受到共鸣。他抬头看向勇志。勇志正抓着整瓶矿泉水咕咚咕咚地喝,随后重重放在桌上。这孩子虽然有点阴郁黑眼圈也重,倒没有忧郁的感觉。他自己却不太明白。连自己都让人心疼。这句话与勇志苍白的脸重叠在一起。陸忍不住笑出了声。


리쿠가 유우시의 집에 들어와 가장 처음 한 일은 영화 감상이었다. 리쿠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요. 라는 말과 함께 영화 한 편을 재생했다. <바람꽃> 이라는 처음 듣는 제목의 영화였다. 배우 또한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들보다는 신인에 가까웠다. 제작사와 보급사의 로고가 연달아서 나올 때쯤 유우시는 벌떡 일어나 후다닥 집의 모든 불을 끄곤 다시 앉았다.
陸来到勇志家做的第一件事是看电影。勇志说有部一定要给他看的片子,随即播放了一部名为《风之花》的电影。这标题陸是第一次听说。演员也都是些接近新人的面孔,并非家喻户晓的明星。当制作公司和发行商的 logo 接连出现时,勇志突然跳起来飞快关掉屋里所有灯又坐回原位。

리쿠는 예술에 조예가 깊지 않다. 다만 불까지 끄고 온 유우시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티브이 화면을 응시하고 있을 때, 바로 옆에 앉은 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만큼 뻔뻔스럽지 않았다. 결국 두 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자세도 바꾸지 않고 유우시만큼 집중한 상태로 영화를 봤다. 엔딩 크레딧이 등장하고 나서야 진 빠진 숨을 크게 쉴 수 있었다. 
陸对艺术并无深究。只是当勇志连灯都关掉、用灼热的目光紧盯着电视屏幕时,他实在没法厚着脸皮坐在旁边却把视线移开。结果在两个小时的放映时间里,他保持着和勇志同样专注的姿势看完了整部电影。直到片尾字幕出现,他才终于能深深呼出那口憋着的气。


"영화 어때요?"  "电影怎么样?"

"볼만 해. 잔잔하지만 한방이 있어."
"值得一看。平淡中藏着爆发力。"

"그럼 배우들 연기는 어때요?"  "那演员们的表演呢?"

"배우들? 신인인 거 같아서 큰 기대는 안 했는데, 거슬리지 않았어."
"演员们?看起来像是新人所以没抱太大期待,但意外地不让人出戏。"

"그럼 제 연기는요?"   "那我的演技呢?"

"네 연기? 네가 저기 나와?"
"你的演技?你出现在那里了?"


리쿠의 물음에 유우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리쿠는 한순간도 화면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중간중간 잠이 들뻔한 위기의 순간이 없었다곤 말 못하지만. 정말 잠이 든 건 아니고, 화면은 계속해서 응시하고 있었으니 유우시의 얼굴이 비쳤다면 놓쳤을 리 없었다. 언제 나왔냐는 물음에 유우시는 상황을 설명하기 보다, 다시 영화를 재생해 빨리 감기를 하였다. 자신이 나온 장면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 1시간 8분가량이 흐르자 재생을 멈춘 유우시가 카페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남자주인공의 뒤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面对陸的提问,勇志点了点头。陸的视线始终没有离开过屏幕。虽说中途确实有过几次差点睡着的危险时刻。但并不是真的睡着了,眼睛一直盯着画面,要是勇志的脸出现肯定不会错过。对于"什么时候出现的"这个问题,勇志没有直接解释,而是快进电影亲自指给陸看。播放到 1 小时 08 分左右时,勇志暂停画面,指向男主角在咖啡馆聊天时身后餐桌坐着的人影。


"여기. 여기에 있잖아요."  "在这里。就在这里啊。"


정말 유우시가 두 손 모아 열심히 음료를 마시고 있다. 유우시는 다시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도 3분은 더 족히 화면에 나왔다. 남자주인공의 모습이 더 가까이서 잡히는 구도로 전환될 땐, 유우시의 얼굴도 더 가까워졌다. 화면 속에서 제가 사라지고 나서야 티브이를 끈 유우시가 다시 묻는다. 
勇志正双手捧着饮料认真啜饮。他又按下了重播键。画面至少持续播放了三分钟以上。当镜头切换成男主角特写时,勇志的脸也不自觉凑得更近了。直到屏幕里的身影完全消失,他才关掉电视再次开口。


"어때요? 제 연기?"  "怎么样?我的演技?"

"귀여워. 음료를 귀엽게 마시는 손님 역할인 거지? 그런 거라면 완벽하게 소화했어."
"很可爱。是在演喝饮料很萌的客人角色吧?这种程度的话完全驾驭住了呢。"

"제 첫 스크린 배우 데뷔작이에요."
"这可是我银幕演员的出道作品。"

"보통 엑스트라로 나온 것도 데뷔작으로 보나?"
"临时演员出演的作品也能算出道作吗?"

"엑스트라도 배우니까요."  "临时演员也是演员啊。"

"그래. 나중에 네가 더 많이 나오는 영화를 찍게 되면 그때도 꼭 보여줘. 그땐 더 날카로운 평으로 네 연기를 분석해줄 테니까."
"好啊。等你以后拍更多戏份的电影时,一定要给我看。到时候我会用更犀利的点评来分析你的演技。"


그 말에 유우시는 리쿠를 빤히 쳐다 보았다. 나중에. 라는 말을 중얼거려 보기도 한다. 나중에... 나중에... 이런 약속을 기약해본 건 얼마 만인가. 같은 선 위에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자 말하는 리쿠의 귓불 위로 하마터면 손을 얹을 뻔했다. 
勇志闻言定定地注视着陸。他轻声重复着"以后"这个词。以后...以后...已经多久没和人许下这样的约定了。当陸说着"要站在同一条线上望向同一个地方"时,他差点就要将手搭上对方泛红的耳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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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만엔프로젝트>의 제안자는 유우시가 아니라 시온이었다. '천만엔'은 유우시의 아이디어가 맞았지만. 
《千万日元项目》的提案者不是勇志而是诗音。虽然"千万日元"确实是勇志的创意。

시온은 유우시가 최초로 목격한 저승의 것이었다. 귀신은 아니고. 저승차사. 유우시가 5살이 되던 해. 유우시가 부모님을 데려가는 시온을 보고 숨넘어가듯 경기하며 울 때, 눈물을 닦아주던 것에서 인연이 시작됐다. 시온을 봤기에 그 후로 다른 귀신들도 볼 수 있게 된 건지. 귀신을 볼 수 있는 이여서 시온을 볼 수 있었던 건지. 정확한 선후관계의 진실은 아무도 모르지만, 때로 무언가를 탓하고 싶을 때 유우시는 시온의 쪽으로 돌렸다. 그때 시온이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귀신을 보지 않았을 거라는 억지를 한껏 부리면 시온은 그 말이 다 맞다며 들어주었다. 그러고 나면 유우시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诗音是勇志第一个遇见的冥界存在。不是鬼魂,而是引路人。在勇志五岁那年,当他看到诗音带走父母时,哭得几乎背过气去。而诗音为他拭去眼泪的那一刻,便是缘分的开始。究竟是因为先看见诗音才获得看见其他鬼魂的能力,还是因为本就具备通灵体质才能看见诗音——这个因果关系的真相无人知晓。每当勇志想要责怪什么时,就会把矛头转向诗音。"如果当时诗音没有擦掉我的眼泪,就不会变成现在这样整天见鬼了",每当听到这种强词夺理,诗音都会全盘接受地说"你说得对"。而勇志的心情就会因此轻松许多。


시온은 불쑥 찾아올 때도 있었고, 오랜 시간 동안 얼굴을 비추지 않을 때도 있었다. 유우시의 앞에 나타나지 않는 순간에도 늘 지켜보고 있다는 걸 유우시는 몰랐지만. 
诗音有时会突然造访,有时又会长时间不见踪影。勇志并不知道,即使在他看不见的时刻,诗音也始终守护着他。

사람 하나 빠졌다고 집이 이렇게 텅 비게 느껴질 수 있을까. 고요한 집 안에 앉아 본 영화를 돌려보고, 또 돌려보고, 몇번이고 같은 영화를 돌려보던 순간에 시온은 불쑥 찾아왔다. 
仅仅少了一个人,房子竟能空荡到这种地步吗?当勇志坐在寂静的屋里,把看过的电影反复播放,不知第几次重看同一部影片时,诗音突然来访了。


"너랑 여기서 같이 살던 애. 마에다 리쿠."
"以前和你一起住在这里的那个家伙。前田陸。"

"응."  "嗯。"

"오늘 봤어. 옆 동네에서."  "今天看到他了。在隔壁街区。"


시온이 리쿠의 얘기를 꺼낸 건 단순히 원활한 대화를 위해 공통주제를 화두로 올린 것이 아니다. 무언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고하는 것이었다. 
诗音提起陸的事并非只是为了找共同话题让对话顺利进行。而是在暗示有什么事情正在往错误的方向发展。


"장례식이 정확히 언제였어?"  "葬礼具体是什么时候?"

"두 달 전."  "两个月前。"

"두 달. 그래도 그 정도 시간이면 수습 가능해."
"两个月。这么长时间应该足够善后了。"


애진작 죽은 리쿠를 저승차사인 시온이 봤다는 얘기에도 유우시는 눈에 띄게 놀라지 않았다. 리쿠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은 이후로는 모든 것이 작은 일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몸의 살점을 뜯어내고 나면, 싸이코패스가 되는 걸까. 논리 없는 고민을 한적도 적지 않다. 머릿속엔 정보들이 입력되기 바빴다. 리쿠의 영혼이 저승으로 가지 못해, 여즉 이승에서 떠돌고 있다. 두 달 째. 
即便听到引魂使者 Shion 目睹早已死去的陸游荡在人世的消息,勇志也没有表现出明显震惊。自从接到陸的死讯后,一切都显得微不足道。当血肉被这样一寸寸剥离时,人会不会变成精神病患?这种毫无逻辑的念头时常浮现。他大脑正忙于处理涌入的信息——陸的灵魂无法前往冥界,已在阳间徘徊了整整两个月。


"조금 지켜봤는데, 네 친구. 교복 입고 학교에 가더라. 자기가 죽었는지도 모르는 건 당연하고."
"我观察了一阵子,你那个朋友。还穿着校服去上学呢。连自己已经死了都不知道。"

"이상한 거야?"  "很奇怪吧?"

"기억을 잃은 거 같아. 죽는 과정에서 큰 충격이 있었을 때 더러 이런 경우가 있어."
"应该是失忆了。临死前受到巨大冲击时,偶尔会出现这种情况。"

"후두부에 강한 손상을 입었다. 라고 들었어."
"听说后脑勺受到了严重损伤。"

"문제는 지금 네 친구가 악귀가 되었다는 거야. 이승에 떠도는 악귀는 절대적으로 한 유형 밖에 없어. 원한. 살아생전 간곡히 원했으나 풀지 못했던 거. 기억상실인데 원한을 어떻게 알아내서 풀어낼 것인가 하는 것도 걱정이고... 물론 난 원래대로 물리적인 힘을 써서 퇴치하면 그만이지만."
"问题在于你朋友现在变成了恶鬼。滞留人间的恶鬼绝对只有一种类型——执念。生前深切渴望却未能实现的愿望。但失忆状态下要怎么找出并化解这份执念也很让人担心...当然我本可以直接用物理手段驱除就完事了。"

"뭐?"  "什么?"

"악귀와 망자는 엄연히 달라. 악귀와 저승차사는 적이고, 망자와 저승차사는 친구지. 나와 네 친구가 적이 됐다는 뜻이야. 내가 네 친구를 해쳐야만 한다는 거지."
"恶鬼与亡魂截然不同。恶鬼和阴差是敌人,亡魂和阴差才是朋友。这意味着我和你朋友变成了敌对关系。我必须伤害你朋友才行。"

"싫어."  "不要。"

"그래서 여기 네 앞에 있잖아. 니 친구랑 싸우기 전에."
"所以我现在才会站在你面前啊。在你和你朋友打起来之前。"


유우시가 마른세수를 했다. 뇌가 모든 정보 값을 입력 받는 동안 심장은 견디지 못해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모든 혈액들이 심장에서 역류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해? 할 수 있는 건 다 할게. 리쿠를 해치지 말아줘. 한 자 한 자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勇志用冷水洗了把脸。当大脑接收所有信息时,心脏却因承受不住而产生排斥反应。仿佛全身血液都在从心脏倒流。我该怎么办?我会竭尽所能。求你别伤害陸。他艰难地一字一句挤出这些话。


"간단해. 걔 기억을 돌려. 원한이 뭔지 알아내. 그리고 그걸 풀어주면 끝."
"很简单。恢复他的记忆。找出怨恨的根源。然后化解它就行。"

 

고작 세 단계만으로도 이루어지는 마에다 리쿠 영혼을 무사히 보존해 저승 보내기 프로젝트는 간단한 것도 같았지만, 모든 과정이 억지스러웠다. 유우시는 리쿠의 영혼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은 어떤 모양의 어떤 형태로 슬픔을 보여야 할까. 어떤 사람은 살점이 뜯겨나가는 고통을 겪어내면, 너무 아픈 나머지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마에다는 이해해줄 수 있을까. 그러니까 슬픔이 극에 달하면 어찌할 바를 몰라 감정 상태가 고장 나버리도록 막돼먹게 태어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조금은 알아줄까. 
看似只需三个步骤就能完成的"前田陸灵魂安全送返冥界计划",表面简单却处处透着勉强。勇志不敢直面陸的灵魂。失去重要之物的人,究竟该以何种形态展现悲伤?如果有人正经历撕心裂肺的痛苦,是否会因为痛到极致而流不出一滴眼泪——前田能理解这种事吗?或者说,他能否稍微明白,这世上就是有人天生笨拙,悲伤到极点时反而会陷入情感系统当机的状态?

어쩐지 역시 토쿠노군은 뻣뻣해. 하며 실망할 것도 같았고, 정 없고 쌀쌀맞은 토쿠노군에겐 별 기대를 하지 않았어. 라고 말할 것도 같았다. 그럼 난 그런 마에다의 얼굴을 보고, 그런 게 아니라고. 네가 내게서 뜯겨 나가고 제정신이었던 날은 하루도 없었다고. 그런 속물적인 말을 번드레하게 할 수 있을까. 
总觉得得能君果然很僵硬呢。可能会这么失望地说着,对冷漠薄情的得能君本就没抱什么期待。似乎会这样评价吧。那么我望着那样的前田,能否堂而皇之地说出"不是这样的,自从你从我生命中被剥离的那天起,我就没清醒过"这种庸俗的告白呢?


"원한은 뭔지 알아내지 않아도 돼. 내가 알아."
"不用知道怨恨是什么。我会弄清楚的。"

"뭔데?"  "是什么?"

"천만엔 갖기. 그게 리쿠 꿈이었어."
"赚到一千万。那就是陸的梦想。"

"쉽네. 비록 비용은 안 쉽지만. 그럼 기억을 돌리기만 남은 건가?"
"简单啊。虽然代价可不简单。那现在就只剩下找回记忆了吧?"

"시온이 리쿠를 우리 집으로 데려와서 같이 살게 해줘."
"诗音把陸带到我们家来一起住吧。"

"내가 무슨 수로?"  "我能有什么办法?"

"그건 알아서 해야지. 우린 팀이잖아. 내가 원한을 알아내는 걸 했으니, 시온도 도움이 될만한 걸 해야지. 무임승차는 안돼."
"那你自己想办法。我们不是团队吗?我负责找出仇恨的源头,诗音也该做些力所能及的事。别想白嫖。"

"너도 억지인 거 알지?"  "你也知道这很勉强吧?"

"몰라."  "不知道。"


유우시는 리쿠를 위해 흔들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오로지 마에다 리쿠를 저승에 올려보낸다는 것에 마음을 매몰하면, 그래. 그래도 유우시가 나를 위해 그만큼 애써 줬어. 하고 토닥여주며 위로해줄 것도 같았다. 어쩌면 내 진짜 마음을 알아주는 건 한평생 마에다 리쿠뿐이었으니까. 
勇志决心不再为陸动摇。只要将全部心思都放在送前田陸上黄泉这件事上——是啊。即便如此,勇志也曾为我那般努力过。仿佛能听见他轻拍着我安慰说。或许这一生真正懂我心思的,唯有前田陸一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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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이게 된 첫 만남 따위가 이길 수 없는 최초의 순간은 유우시의 기억 속에 묵직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몇번이고 첫 만남을 다시 연기한다 해도 그날은 흉내조차 힘들것이 분명했다. 
被重新书写的第一场相遇,终究敌不过记忆里扎根的最初瞬间。即便重演千万次初遇,那天的光景依然连模仿都显得奢侈。


안녕. 그 흔한 인사에도 부정적인 생각을 담게 된 건 아무래도 특별한 이력 때문이다. 반 아이들은 각기 저마다의 수식을 달고 있다. 웃긴 애, 맨날 자는 애, 공부 잘하는 애, 시끄러운 애, 예쁜 애. 그중에서도 유우시는 귀신 보는. 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길게 늘어져 시야를 가린 답답하고 부스한 머리칼에 인상까지 더럽게 보이던 유우시의 주위에 다가오는 사람이라곤 한 유형뿐이었다. 귀신에 대해 조예가 깊은 오컬트 동아리 회원. 그마저도 일시적인 관심 뿐이었다. 질의응답 정도를 바라는. 
你好。连这句寻常问候都染上负面色彩,终究是因为那段特殊经历。班上同学各自贴着标签:搞笑咖、睡神、学霸、吵闹鬼、班花。而勇志的标签最醒目——见鬼者。那头垂到遮住视线、蓬乱邋遢的长发让他的表情更显阴郁,敢靠近他的只有一类人:对灵异深有研究的超自然社团成员。即便他们也不过是短暂好奇,只想做些问答调查罢了。

모쪼록. 다시 안녕. 으로 돌아가 보자면. 어느 날 다가온 ’인기 많고 잘생긴’이라는 수식이 붙을 것 같은 애의 안녕이 다르게 들리지 않았다. 특이 취향을 가진 오타쿠나 오컬트 동아리 회원의 인사쯤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무시했다. 그 살가웠던 용기의 안녕을.
话说回来。重新说回这句"你好"。某天那个贴着"人气王"和"帅哥"标签的男生打招呼时,语气并无不同。勇志只当又是宅男或灵研社成员的古怪癖好,便无视了那句带着体温的勇气问候。

 인사를 무시당하고도 잘생긴 애는 유우시의 옆을 떠나지 않았다. 무시당한 안녕에 대해서 분노하거나 제 용건을 위해 억지로 무언갈 캐묻지 않았다. 그저 한참 조용하게 옆에 앉아 입술을 달싹였다. 5분가량을 말없이 빤히 보기만 하다 내뱉은 말은 또 다시 ’안녕’이었다. 못 들었을까 봐 다시 말하는 건지 아까보다는 조금 더 큰 목소리였다. 꽤 섬세하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꼿꼿하게 앞을 쳐다 본 채로 받아쳤다.
即便问候被无视,那个长相俊秀的少年仍固执地守在勇志身旁。他没有对被忽视的问候动怒,也没有为了自己的目的强行追问什么。只是安静地坐在旁边,嘴唇微微翕动。整整五分钟的沉默凝视后,说出口的竟又是一句"你好"。或许是担心对方没听见,这次的声音比先前稍大了些。这份细腻让勇志有些意外。他依然挺直腰板目视前方,生硬地回了一句。

 

"응. 안녕."  "嗯。你好。"

"나 누군지 알아?"  "知道我是谁吗?"

"잘 몰라."  "不太清楚。"

"마에다 리쿠."  "前田陸。"

"응 마에다 리쿠."  "嗯 前田陸。"

"너보다 한학년 선배."  "比你高一年级的学长。"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존댓말 쓰라는 뜻인가. 유우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소개를 끝낸 둘 사이엔 다시 정적이 오갔다. 리쿠는 무언가 더 할 말이 있는 듯 보였지만 쉽게 내뱉지 않았다. 유우시는 이 불편한 정적과 기류는 싫지 않았다. 하지만 주위의 수군대는 친구들의 소리는 참기 힘들었다. 직접적으로 불편했던 것 보다는 리쿠에게 피해가 갈까 겁났다.
他用手指向上指了指。是要我用敬语的意思吗?勇志点了点头。自我介绍结束后,两人之间再度陷入沉默。陸看起来还有话要说,却迟迟没有开口。勇志并不讨厌这种微妙的静默氛围,但周围朋友们的窃窃私语实在令人难以忍受——与其说是自己感到不适,更担心会给陸带来困扰。

 

"귀신 보는 거 맞아요. 매번은 아니고 집중 할 때만? 전부는 아닌데 기준은 나도 잘 몰라요. 부탁이 있더라도 못 들어줘요. 궁금한 거 풀렸으면 이제 가셔도 돼요."
"确实能看见幽灵。不是每次都能看见,只有集中注意力的时候?也不是全部...具体标准我自己也不太清楚。就算您有请求我也无法帮忙。既然疑问已经解答,您现在可以离开了。"

"에. 너 귀신 봐?"  "喂,你见鬼了吗?"

"그거 때문에 인사한 거 아니에요?"
"你是因为那个才打招呼的吗?"

"아닌데. 저번에 너 뛰는 거 봤는데 잘 뛰길래. 앞머리 잘라보라고. 자르면 더 잘 뛸 거 같아서."
"才不是呢。上次看到你跑步的样子很厉害。所以建议你把刘海剪短。剪掉的话应该会跑得更快。"

 

연관 없는 얘길 나열하다간 말을 흐린다. 끝음들이 전부 공기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유우시는 고개를 돌려 리쿠를 쳐다보았다. 앞머리를 자르면 더 잘뛰게 될 거라는 말을 해주려고 인사한 마에다 리쿠. 
东拉西扯只会让话题偏离重点。在尾音完全消散于空气中之前,勇志转过头看向陸。前田陸是为了告诉他"剪短刘海会跑得更快"才来打招呼的。

이제 곧 가보겠단 인사와 함께 자리를 뜰 것 같았다. 귀신 보는 애라는 건 모르고 다가온 거니까. 알게 된 후엔 자연스레 자리를 뜰 게 뻔했다. 하지만 리쿠는 유우시의 예상과 다르게 곁을 떠나지 않았다.
本以为他说完"待会就走"之类的客套话就会离开。毕竟他不知道勇志能看见鬼魂的事。知道后肯定会自然地保持距离。但出乎勇志预料,陸并没有离开他身边。


"그, 오늘 부활동까지 다 끝나면 뭐해?"
"那、那个...今天社团活动结束后要做什么?"

"부활동 안 해요."  "不参加社团活动。"

"그렇구나. 그럼 학교 끝나고 뭐해?"
"这样啊。那放学后要干嘛?"

"집에 가겠죠."  "应该会直接回家吧。"

"앞머리 자르러 안 가고?"
"不去剪刘海吗?"

 

동그랗게 눈을 뜬 리쿠가 손으로 가위 모양을 만들어 본인의 앞머리에 가져다 대곤 자르는 시늉을 했다. 유우시가 제 손으로 긴 앞머리를 툭툭 털어봤다. 
陸睁圆了眼睛,用手比出剪刀形状对着自己的刘海做了个修剪的动作。勇志则用指尖轻轻拨弄着自己过长的刘海。


"이거 자르라고요?"  "要剪这个吗?"

"응."  "嗯。"

"왜요?"  "为什么?"

"달릴 때 봤는데 네 눈이 너무 예뻐서. 학교 끝나고 같이 미용실에 가줄까?"
"刚才跑步时看到你的眼睛太漂亮了。放学后要不要一起去理发店?"

"혼자 갈 수 있는데."  "我自己去就行。"

"그래도 같이 가자."  "还是一起去吧。"

 

굳이. 같이. 유우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도 사귀어본 적 없지만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순간에 나와 마에다 리쿠는 친구가 된 것이라고. 굳이 같이 하지 않아도 되는 걸 앞으로도 계속. 굳이, 같이. 하게 될 사이가 되는 시발점이라고.
非要。一起。勇志点了点头。虽然从未交往过却能猜到。此刻的我和前田陸成为了朋友。今后也会持续这种本不必非要同行的关系。非要,一起。这就是成为那种关系的起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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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배우라고?”  “梦想是当演员吗?”

 

방 안에 누워 만화책을 보던 리쿠가 키득대며 유우시의 양 볼을 잡고 늘어뜨렸다. 아무런 표정 없이 제 볼이 리쿠의 손에 놀아나게 두던 유우시가 므해여. 하고 묻자 리쿠가 손을 놨다.
躺在房间里看漫画的陸突然咯咯笑着,抓住勇志的双颊往外拉。勇志面无表情地任由自己的脸颊被陸玩弄,只是“唔嗯?”地哼了一声,于是陸便松开了手。

 

“넌 배우 못해.”  “你学不会的。”

“왜요.”  "为什么啊。"

“이렇게 뻣뻣한데 어떻게 연기를 해? 방금도 봐. 내가 볼잡고 괴롭히는 데도 아무 표정도 없고. 네가 연기하는 거 상상만 해도 웃겨.”
"这么僵硬怎么演戏?刚才也看到了吧。就算我抓着你的脸欺负你,你也一点表情都没有。光是想象你演戏的样子就够好笑了。"

 

내가 표정도 없고 뻣뻣하다고? 기분 좋을 리 없는 지적에 반격하기 위해 유우시는 억지로 입을 활짝 벌려 웃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리쿠의 눈엔 많은 치아를 자랑하는 꼴로만 보이는 얼굴을 하고선 말한다. 표정 많은데요.
"说我面无表情又僵硬?"面对这种让人高兴不起来的指责,勇志勉强咧开嘴挤出一个笑容。在陸看来,那张脸上只有一排炫耀般的牙齿。他说道:"表情可丰富了。"


 리쿠가 본 유우시는 예쁘게 웃기도 하고, 가끔 슬픈 영화를 볼 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다. 도통 상념에 잠기는 법이 없었다. 
陸所看到的勇志,会露出美丽的笑容,偶尔看悲伤电影时也会流泪。但仅此而已。他从不陷入沉思。

리쿠가 아는 배우는 무엇이 됐던 절절해야 했다. 절절하게 웃고 절절하게 울고. 봄에 피는 꽃을 보곤 미친 듯이 행복해하다가 가을에 지는 낙엽을 보며 센치하게 슬퍼하는 게 배우의 모습 같았다. 봄이 오면 그냥 봄이 왔네. 가을이 오면 가을이구나. 하고 말 것 같은 뻣뻣하고 건조한 토쿠노 유우시가 배우가 되어 절절한 연기를 한다는 건 상상이 가지 않았다. 머릿속엔 연인이 죽어 오열하는 유우시가 재생된다. 억지로 슬픈 눈썹을 만든 유우시의 공허한 눈동자에서 뚝뚝 눈물이 떨어진다. 상상만 해도 우스꽝스러운 장면에 몰래 웃음을 참았다.
陸所知道的演员必须深情。要深情地笑,深情地哭。看到春天盛开的花朵就幸福得发狂,看到秋天飘落的落叶又感伤地悲伤,这才像演员的样子。像得能勇志那样的人,春天来了只会说"哦春天来了",秋天到了就干巴巴地说"是秋天啊",实在难以想象他能成为深情演戏的演员。脑海中浮现出恋人死去时痛哭流涕的勇志形象。强行挤出悲伤眉形的勇志,空洞的眼眸中啪嗒啪嗒掉着眼泪。光是想象这滑稽的场景就忍不住偷偷笑了。

리쿠는 제가 죽는 날에도 유우시가 절절하게 울음을 토해내지 않을 것 같다고 느낀다. 유우시가 자신을 덜 아껴서, 유우시가 감정을 모르는 싸이코패스라서 그런 생각을 도출해냈다기 보다는. 그냥 무언가에 매달리는 유우시가 상상이 가질 않았다. 잘 웃고 잘 울지만 어쩐지 그 웃음에도 울음에도 아쉬움이 포함되어있지 않은 것 같았다. 
陆觉得,即便是自己死去的那一天,勇志大概也不会痛哭流涕。这并非因为勇志不够珍惜他,或是勇志是个不懂感情的冷血精神病——只是他根本无法想象勇志会执着于什么。虽然勇志总是笑得开怀也哭得真切,可不知为何,那笑容与泪水中似乎从未包含过留恋。

 

리쿠가 생각하는 배우는 또 감정을 섬세하고 예민하게 다루어야 했다. 희로애락이 그 감정의 기본이었다. 유우시에게 가장 서툴고 없는 것은 그중 애였다. 사랑 애. 유우시는 아마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제가 유우시에게 난파를 던진 것이란걸 몰랐을 거다. 지금도 모르고 있고. 아마 평생 깨닫지 못할 것이다. 
陆所思考的演员还必须细腻而敏感地处理情感。喜怒哀乐是这些情感的基础。对勇志来说,其中最生疏、最缺乏的就是爱。爱的爱。勇志大概不知道我们初次见面时,是我向勇志投下了那枚情感炸弹。现在也不知道。或许一辈子都不会察觉。

평생…. 어쩐지 조금 억울해졌다. 바로 옆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의 사랑도 깨닫고 있지 못하는 주제에. 아무 사이 아닌 누군가와 가짜의 말로 사랑을 속삭이고, 키스하고, 껴안는 것을 흉내 내는 것이 꿈인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
一辈子…不知为何有点委屈。明明连就在身边最近的人的爱意都没能察觉。却梦想着与毫无关系的某人用虚假的话语诉说爱意、亲吻、拥抱。爱上这样的男人。

 

“배우는 키스신이야. 너 키스해 본적 없잖아.”
“这是拍吻戏。你明明没接过吻。”

“그때 가서 필요하면 하면 돼요.”  "到时候需要的话再做就行了。"

“경험해보지 못한 걸 어떻게 연기해? 너가 너무 못해서 감독이 아~ 유우시군은 안 되겠어. 키스를 하는 폼이 어색해.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걸까나? 이대로 가다간 우리 드라마가 망할지도 몰라. 주연 배우를 교체해야겠어. 이러면 어떡할 거야?”
"没经历过的事情要怎么演?你演得太差劲了导演会说'啊~勇志君果然不行啊。接吻的姿势太生硬了。该不会一次都没试过吧?这样下去我们的剧会完蛋的。得换主演了'。这样你要怎么办?"

 

리쿠는 열과 성을 다해 존재하지 않는 감독의 흉내를 해냈다. 잠시 고민하던 유우시가 금세 해답을 찾아 리쿠 앞에 내놓는다.
陸卖力地模仿着根本不存在的导演语气。犹豫片刻的勇志很快找到了解决方案,将其摊在陸面前。

 

“상대 배우와 미리 만나서 연습해보면 돼요.”
"可以和对手戏演员提前见面练习。"

 

그런 말을 내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한다는 거 자체가 배우 탈락이야. 지금 감정선이 섬세하지 못하잖아. 지금은 그럼 그때를 대비해 우리 같이 연습 해볼까요? 하는 타이밍이라고. 내 그윽한 눈빛과 은근한 만짐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미묘한 희롱은 도대체 어떻게 연기 해내겠다는 거야. 
在我面前若无其事地说这种话本身就是演员失格。现在的感情线不够细腻。现在不正是该说"那为了那一刻我们一起练习吧?"的时机吗?连我深邃的眼神和若有若无的触碰都没察觉到,还谈什么演绎微妙的调情啊。

한숨을 쉰 리쿠가 손을 들어 유우시의 민둥한 귓바퀴를 만졌다. 주렁주렁 무언가가 간절히 매달려있는 리쿠의 귀와는 대비되었다. 한참 유우시의 귓불을 엄지로 쓸어내리던 리쿠가 말한다.
陸轻叹一声,抬手抚上勇志光裸的耳廓。与他那挂满饰物、仿佛急切渴求着什么的耳朵形成鲜明对比。良久,当拇指缓缓抚过勇志的耳垂时,陸低声说道。

 

“그때까지 연습을 미룰 필요가 있어? 지금 해보면 되잖아.”
"有必要把练习拖到那时候吗?现在就可以试试看啊。"

“지금?”  "现在?"

 

귀가 간지러운지 어깨를 들썩이는 유우시에 이번엔 손을 목 근처에 가져다 댄다. 응 지금. 거슬리는 감각들에도 리쿠의 손길을 떨쳐내지 않았던 유우시가 생각한다. 굳이? 원래 굳이 같이를 해내던 사이였다곤 하지만. 굳이 키스 연습까지.
耳朵发痒的勇志耸了耸肩,这次将手搭在了他的脖子附近。嗯,现在。即使对那种不适的感觉,陆也没有甩开勇志的手。勇志心想:有必要吗?虽说他们本来就是会勉强配合彼此的关系。但连接吻练习也要勉强吗。

 

“굳이요?”  “非要这样吗?”

“역시 넌 가짜 배우야. 이렇게 훌륭한 연습의 기회가 있는데도 안 하잖아.”
“果然你是个假演员。有这么好的练习机会却不肯做。”

 

가짜소리에 발끈한 유우시가 선택한다. 해봐요. 키스. 키스하는 폼. 그깟 게 뭐 얼마나 어렵고 대단하길래 주연배우가 교체되는 악몽까지 생길까. 유우시가 먼저 리쿠의 얼굴 앞으로 성큼 다가갔다. 긴장하는 모양새는 없었다. 비록 연습에 그쳤으나 나름 진지하게 연기로 느끼고 있었다. 증명의 장면이 될 수도 있었다. 리쿠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어떤 장르도 자격이 있는 배우가 될 수 있다고.
被假消息激怒的勇志选择了行动。试试看吧。接吻。接吻的姿势。那种事能有多难多重要,以至于主演被替换的噩梦都会发生。勇志率先大步走到陸面前。看不出紧张的样子。虽然只是练习,但他认真地将其视为表演来感受。这或许会成为证明的场面。他想向陸展示。自己是有资格胜任任何类型作品的演员。

유우시는 자신 있게 리쿠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막상 입술을 부비려니 망설여졌다. 결국 먼저 입술을 갖다 붙인 건 리쿠였다. 입술끼리 맞대고만 있던 건 찰나였다. 리쿠의 입술이 먼저 움직여 유우시의 입술을 가르고 들어왔다. 유우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당당하게 리쿠를 눌러버리려고 했는데 어쩐지 리쿠에게 끌려가는 꼴이 됐다. 
勇志自信地走到陸面前,却在即将贴上嘴唇时犹豫了。最终先贴上来的反而是陸。双唇相触不过刹那,陸的唇便率先撬开勇志的唇缝探了进来。勇志什么都做不了——明明打算强势压倒陸的,不知怎地却反被对方牵着走。

유우시가 멍하니 있는 새 유우시의 윗입술을 몇번이나 쪽쪽 대며 빨아먹던 리쿠는 틈으로 제 혀까지 집어넣었다. 물컹한 무언가가 들어와 제 혀에 닿자마자 놀란 유우시가 리쿠를 밀어냈다. 반동으로 유우시의 몸도 밀려 나갔다. 
勇志愣神之际,陸已经反复吮吸着他的上唇,随后更是趁机将舌头探了进去。当某种湿滑的东西侵入并触碰到自己的舌头时,惊愕的勇志猛地推开了陸。反作用力让勇志的身体也向后踉跄退去。


“혀는 왜 넣어요.“  “为什么要伸舌头啊。”

“그게 키스니까.“  "这就是接吻啊。"

 

그러다 다급히 리쿠가 덧붙인다. 연기할 땐. 진짜 연기할 땐 혀 넣으면 안돼. 알지 유우시. 혹시나 하는 상황에 말을 덧붙인 리쿠에 제 소매로 입술을 쓱 닦은 유우시가 묻는다. 
前田陸突然急切地补充道。演戏的时候。真正演戏的时候不能伸舌头。你知道的吧勇志。像是预防万一似地说完这句话的陸,用袖口擦了擦嘴唇的勇志反问道。


"근데 리쿠는 왜 혀 넣었어요. 이거 연기인데."
"可是陸为什么要伸舌头呢。这只是在演戏啊。"

"원래 진짜 키스는 혀를 넣고 하는 거야. 진짜 키스를 안 해보고 어떻게 연기해?"
"真正的接吻本来就是要伸舌头的。连真正的吻都没接过,要怎么演?"

 

어쩐지 맞는 말도 같았다. 첫 키스의 느낌은 생경했다. 리쿠 말대로 연습을 안 해봤더라면 첫 연기 때 헤맬 뻔했다는 생각도 한다.
不知怎的,这话似乎也有道理。初吻的感觉很生涩。如果真像陸说的那样没练习过,第一次表演时差点就手足无措了。

 

“리쿠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有陸在真是太好了。”

“왜?“  "为什么?"

“키스를 연습해볼 수 있으니까요. 다른 사람이랑은 못할 거 같아요.“
"因为可以练习接吻啊。和别人肯定做不到这种事吧。"

“왜 리쿠는 되고 다른 사람은 안될까?”
"为什么陸就可以,别人就不行呢?"

“우린 친구니까요. 뭐든 굳이 같이 하는.”
"因为我们是朋友啊。做什么都可以一起的。"

“넌 역시 배우는 아니야.”
“你果然不是演员。”

 

방금은 아주 극적인 순간이었는데. 남자주인공이 키스를 통해 비로소 사랑을 깨닫고 제 눈앞의 남자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몰랐는데 나 당신을 좋아하는 거 같아. 아니 그동안 쭉 좋아해 왔어. 깨닫지 못했을 뿐이야. 사랑해. 라고 말하는 시청률 30% 돌파의 절정의 순간이었는데. 그걸 놓쳤잖아.
刚才可是非常戏剧性的时刻。男主角通过接吻终于意识到爱情,深情地望着眼前的男人说,原来我喜欢你。不,其实一直以来都喜欢着。只是没有意识到而已。我爱你。这可是收视率突破 30%的高潮瞬间。你却错过了。

리쿠는 다시 한번 유우시의 볼을 잡고 입술을 맞붙였다. 그 전에 경고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번엔 혀 들어가도 놀라서 빼지 마. 
陸再次抓住勇志的脸颊,吻上了他的唇。这次他没忘记提前警告:就算舌头伸进去也别吓得退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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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다군. 우린 이제 그만 만나는 게 좋겠어.
前田君。我们以后还是别再见面了。

유우시상 없이 제가 어떻게 살아요.
没有勇志的话,我要怎么活下去。

이제 이런 비밀스런 관계도 지긋지긋해. 날 놔줘.
现在这种隐秘的关系也让我受够了。放开我。


리쿠가 유우시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는다. 손등에 쪽 제 입술을 맞댄다.
陸小心翼翼地握住勇志的手,将嘴唇贴在他的手背上。


안질리게 잘할게. 더 재밌는 세컨드가 될게.
我会让你百看不厌的。我会成为更有趣的第二季。


리쿠가 다시 한번 유우시의 손등에 제 입술을 맞댄다. 눈을 치켜 뜬 리쿠가 유우시의 눈동자의 제 시선을 맞춘다. 무언가를 의식하고만 유우시가 세게 손을 뺐다.
陸再次将嘴唇贴在勇志的手背上。抬起眼睛的陸直视着勇志的瞳孔。意识到什么的勇志猛地抽回了手。


널 사랑해.  我爱你。


결국 유우시는 크게 NG를 외치고 만다.
最终勇志大声喊出了 NG。

 

"왜 갑자기 반말해요? 설정에 어긋나요."
"为什么突然说平语?不符合设定啊。"

"원래 고백은 박력 있게 해야 하는 거야. 시청자의 마음을 모르네. 설정에 얽매이면 좋은 연기가 안 나온다고."
"告白本来就应该有魄力才行。你根本不懂观众的心。被设定束缚的话可演不出好戏来。"

"몰라요. 이상해요. 앞으로 이런 설정은 안 할래요."
"不知道。好奇怪。以后不要再做这种设定了。"

"이런 설정이 뭔데?"  "这种设定是什么啊?"

"사랑하는 사이요."  "是相爱的关系。"

"그럼 어떤 설정을 해."  "那要做什么设定?"

"배우가 꿈인 소년 유우시가 친구 마에다 리쿠를 만나 성장하는 설정?"
"梦想成为演员的少年勇志与朋友前田陸相遇并成长的设定?"

"좋네. 작가를 해도 되겠어."
"不错。你可以当作家了。"


리쿠는 꿈이 뭐야? 액션 소리도 없이 촬영에 들어가 설정에 몰입한 유우시에 리쿠도 빠르게 맞받아친다. 너. 토쿠노 유우시 너가 꿈이야. 다시 로맨스로 변해버리고 마는 장르에 NG를 크게 외친 유우시가 감독이 되어 리쿠를 훈계한다. 설정 벗어나지 마세요. 낮게 읊조리는 진지한 경고에 웃음을 참은 리쿠가 시선을 돌려 피했다. 
陆的梦想是什么?在没有动作音效的情况下投入拍摄,沉浸在设定中的勇志也迅速回应。你。得能勇志你就是我的梦想。再次变回浪漫剧情的类型中大声喊出 NG 的勇志成为导演,训诫着陆。请不要脱离设定。面对低声严肃的警告,强忍笑意的陆移开视线躲开了。

다시 액션. 여전히 유우시의 대사는 '리쿠는 꿈이 뭐야?' 리쿠는 한참 고민했다. 꿈. 토쿠노 유우시 말고 내게 꿈이 있었던가.
再次开拍。勇志的台词依然是"陸,你的梦想是什么?"陸沉思良久。梦想。除了得能勇志之外,我还有什么梦想可言吗。


"내 꿈은 천만엔이야."  "我的梦想是一千万日元。"

"천만엔?"  "一千万?"

"응. 엄마가 죽고 열 살에 삼촌 집에 들어가게 됐는데, 삼촌이 젓가락으로 내 머리를 팍! 때리면서 한 말이 있어. 돈도 안 버는 새끼가 처먹기는 더럽게 많이 처먹네."
"嗯。妈妈去世后我十岁就住进了叔叔家,有次叔叔用筷子啪!地敲我脑袋说:'赚不到钱的废物倒是挺能吃啊'。"

"미친 새끼."  "疯子。"

"에? 유우시 설정 벗어났다."
"诶?勇志脱离人设了吧。"

"벗어나지 않았어요. 설정 속 유우시는 조금 거칠고, 친구 리쿠의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성격."
"没有脱离哦。设定中的勇志本来就有点粗野,只要是关于朋友陸的事就会不顾一切的性格。"

"완벽한 연기를 한 거구나. 아무튼 그때 난 깨달았지. 아! 돈 없는 삶은 서럽고 슬픈 거구나. 그런데다 남의 집에 얹혀살기까지 하는 삶은 지옥이구나. 그래서? 그때부터 마에다 리쿠의 꿈은 천만엔이었어."
"真是完美的演技啊。总之那时候我意识到了。啊!没钱的生活真是又凄凉又悲伤。更何况还要寄人篱下,简直是地狱。所以?从那时起,前田陸的梦想就是一千万日元。"


열살의 리쿠는 몇번이고 생각했다. 천만엔을 벌어 삼촌 집을 당당하게 나와야지. 삼촌에게 그동안 빚진 값이라며 눈앞에서 지폐도 몇장 던지고. 아까우니까 너무 많이는 말고 조금만. 천만엔은 리쿠에게 막연하게 떠올릴 수 있던, 허무맹랑했던 액수였다. 
十岁的陆无数次这样想着。要赚到一千万日元,然后堂堂正正地离开叔叔家。还要当着叔叔的面扔下几张钞票,就当是还清这些年欠他的——不过因为心疼钱,不能扔太多,只扔一点点就好。一千万对陆来说,是个能模糊想象却又荒诞不经的数字。

유우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쿠의 꿈은 천만엔이구나. 유우시는 리쿠가 제게 했던 것처럼 손을 뻗어 리쿠의 귓바퀴를 엄지로 어루만졌다. 피식 웃음을 흘린 리쿠가 고개를 기울여 유우시의 손에 제 귀를 부볐다. 그동안의 연기 연습이 영 쓸모없는 건 아니네. 가끔 이렇게 무드를 탈 줄 아는 남자가 됐으니까. 장르는 다시 로맨스가 되어버렸고,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한참 먼 것도 같지만...
勇志点了点头。陸的梦想是一千万日元啊。勇志像陸对自己做过的那样伸出手,用拇指轻抚陸的耳廓。陸嗤笑着歪过头,将耳朵贴上勇志的手掌。看来之前的演技练习也不是完全没用嘛。偶尔也能成为懂得营造氛围的男人了。虽然题材又变回了恋爱剧,但从他们毫无察觉的样子来看,似乎还有很长的路要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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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상실 악귀 리쿠의 기억은 도통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유우시는 여전히 리쿠가 죽기 전의 일상을 그대로 복기하려 애썼다. 그럼에도 한계가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강한 자극 없이 리쿠의 기억을 돌아오게 하는 건 무리에 가까웠다. 
失忆的恶鬼陸的记忆丝毫没有恢复的迹象。勇志依然努力试图重现陸死前的日常生活。但即便如此,存在极限也是无可奈何的事。没有强烈刺激就想让陸恢复记忆,几乎是不可能的。


"진행이 더디다? 이런 식이면 나도 마에다를 악귀 대하듯 대할 수 밖에 없어."
"进展太慢了?再这样下去我也只能像对待恶鬼一样对待前田了。"

"조금만 더 기다려줘. 천만엔을 곧 진짜로 준비할 수 있어."
"再等我一下。很快就能真的准备好一千万日元了。"

"필요 없다는 애한테 종잇조각 들이밀어서 어떡하게?"
"把钞票硬塞给说不需要的人算什么啊?"

"리쿠는 천만엔이 필요 없지 않아."
"陸明明需要那一千万円。"

 

그 돈을 보고 나면 성불할 수 있을 거야. 바람인지, 믿음인지 구분할 수 없는 문장에 시온은 예감했다. 리쿠는 천만엔을 보고도 여전히 악귀인 채로 이승에 있을 것이고, 그 돈은 종잇조각에 지나지 않은 채 덩그러니 남겨져 있을 거라고. 
看到那笔钱就能成佛了吧。不知是妄想还是信念,这句难以分辨的话语让诗音预感到了。陆即使看到一千万日元,也依然会作为恶鬼留在现世,而那笔钱只会像废纸一样被孤零零地遗弃在那里。

그러니까 리쿠 건드리지 마. 너라도 용서 안 해. 유우시는 시온을 상대로 어설픈 협박까지 해 보인다. 수준 맞지 않는 상대의 경고에도 시온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인데 내가 어떻게 안 들어줘.
所以别碰陸。就算是你我也不会原谅。勇志甚至对诗织做出了拙劣的威胁。面对实力悬殊的对手警告,诗织只是轻轻点了点头。是啊,你说得对,我怎么可能不听呢。


유우시는 리쿠의 앞에 진짜 천만엔을 들이밀었다. 고작 하나 남겨져 제 편이 되어줬던 전 재산인 유산. 지금 디디고 서 있는 이 집이 마련해준 돈이었다.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천만엔은 리쿠가 성불하고 나면 다시 갚을 요량이었다. 무식하게 가방에 욱여넣은 종이 뭉치를 낑낑대며 테이블 위로 올렸다. 천만엔을 보고 우두커니 앉은 유우시가 생각한다. 이 돈을 보고 나면 마에다 리쿠는 한을 풀고, 더러운 기억과 육신들이 득실대는 이승으로부터 해방이다. 성불 되어 어딘가로 떠날 것이다. 그 어딘가의 실체는 정확히 몰라도 필시 좋은 곳일 거라 굳게 믿고 싶었다. 이젠 흐릿하게밖에 떠오르지 않는 제 엄마, 아빠가 천국에 있길 바라는 마음보다 더 간절하게 좋은 곳으로 간다고 세뇌했다.
勇志在陸面前推出一千万日元。这是仅剩的、曾站在自己这边的全部遗产。现在脚下站着的这栋房子筹来的钱。以房子为抵押贷款的一千万日元,本打算等陸成佛后再偿还。他把胡乱塞进包里的纸捆吭哧吭哧地搬到桌上。看着一千万日元呆呆坐着的勇志想道:看到这笔钱,前田陸就能化解怨恨,从充满肮脏记忆与肉体的此世获得解脱了吧。会成佛去往某处吧。虽然不清楚那某处的实体究竟是什么,但他想坚信那必定是个好地方。比起模糊记忆中希望父母所在的天堂,他更迫切地自我催眠着——陸一定会去往美好的地方。


리쿠 앞에 천만엔을 내밀고 났을 때. 리쿠의 반응은 유우시가 생각한 것의 완전한 반대였다. 첫 대사는 ’너 나 거지 취급해?’ 였고 두 번째 대사는 ‘이딴 거로 나랑 뭘 하고 싶은지 모르지만, 너랑은 그게 뭐든 안 해.’ 였다. 
当陸面前摆出一千万日元时,他的反应与勇志预想的完全相反。第一句话是"你把我当乞丐吗?",第二句话则是"不知道你拿这种东西想和我做什么,但不管是什么我都不会和你做。"

리쿠는 나와 굳이 같이 모든 걸 해주는 사람이었는데. 과거의 리쿠만을 생각하며 짠 시나리오는 완벽하게 어긋났다. 설상가상으로 화난 리쿠는 씩씩대며 집까지 나가려 했다. 유우시는 처음으로 보인 리쿠의 화난 모습 보다는 리쿠의 원한이 천만엔이 아니라는 것이 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리쿠의 원한이 천만엔이 아니면 대체 뭘까. 영원히 풀 수 없는 문제 속에 빙글 빨려들어 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陆是那种会陪我一起做任何事的人。只想着过去的陆而写出的剧本,如今完全偏离了轨道。更糟的是,生气的陆气呼呼地想要离开家。对勇志来说,比起第一次见到陆生气的样子,更难接受的是陆的怨恨竟然不是那一千万日元。如果陆的怨恨不是一千万日元,那到底是什么?他感觉自己正被卷入一个永远无法解开的谜题之中。


"혹시 뭔가 탁. 풀리는 기분은 안 들어요? 몸이 흐릿해진다거나."
"有没有感觉什么东西啪地一下松开了?身体变得轻飘飘的。"

"정신 나간 건 아니지?"
"你没疯吧?"

"그럴 리가 없는데... 내가 아는 리쿠는 천만엔이 꿈인 남자인데."
"怎么可能...我认识的前田陸可是梦想着一千万日元的男人啊。"

"정신 나간 거 맞네."
"果然是疯了。"


유우시의 실패 현장을 숨어 바라보고 있었던 시온은 쯧쯧 혀를 찼다. 마음만 같아선 바로 모습을 드러내곤 리쿠를 퇴마하고 싶었지만. 그건 유우시가 가장 원하지 않을 상황이니 만큼 마음을 억눌러 참아냈다. 애초에 떠도는 악귀를 바로 처리하지 않은 채 그냥 둔 이유엔 리쿠에게서 느껴지는 악의 기운이 적다는 것도 있었다. 당장은 더 두고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슬슬 시온도 조금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저 애가 품은 악 없는 원한이 뭐길래 천만엔에 행복하게 훨훨 날아가기는커녕 화를 내며 날뛰는 걸까. 
躲在暗处观察勇志失败现场的紫苑咂了咂舌。虽然恨不得立刻现身将陸驱魔,但想到这恰恰是勇志最不愿见到的局面,只好强压冲动按兵不动。当初放任这个游魂野鬼未加处置,部分原因也是感知到陸身上的邪气并不浓重。眼下看来再观察一阵也无妨。渐渐地紫苑也开始好奇——那孩子怀揣的究竟是怎样纯粹的怨恨?明明能揣着千万日元幸福远走高飞,却偏要怒气冲冲地大闹特闹。

저를 죽인 삼촌에게 복수하는 일? 그런 일이라면 악의 기운을 내뿜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가만 둔다면 리쿠의 원한 찾기에 몰두한 유우시는 언젠간 이런 결론을 도출해낼 것 같았다. 천만엔에서 삼촌쪽으로 경로를 튼 유우시가 야구방망이를 든 채, 재판을 치르고 있는 리쿠삼촌의 뒤통수를 세게 후리고야 마는. 그런 일이 기어코 벌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지금까지 시온이 봐온 유우시는 그랬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向杀害我的叔叔复仇?这种事不可能不散发出恶意。但如果放任不管,专注于为陸复仇的勇志迟早会得出这样的结论。从千万日元转向叔叔那边的勇志,手持棒球棍,狠狠击打正在受审的陸叔叔的后脑勺——这种事的发生只是时间问题。至今为止,诗音所看到的勇志就是如此。必须阻止这一切。





"유우시. 리쿠 기억을 빨리 되찾자."
"勇志。陸,快点找回记忆吧。"

"새삼스럽게 왜 그래?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었어."
"怎么突然这么问?我们不是一直在做吗。"

"평소 마에다랑 자주 하던 거 있어? 강렬한 거면 더 좋아. 반복해서 하면 기억이 돌아올지도 몰라."
"平时经常和前田做这种事吗?激烈点更好。多做几次说不定就能想起来。"


리쿠와 자주 하던 거. 연기 연습, 애니 보기, 영화 보기... 키스? 아무래도 가장 강렬한 쪽은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하고 싶지 않았다. 연기 연습. 이것 또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랬다간 제 과거 기억까지 생생하게 되살아날 게 뻔했다. 제정신으로 연기연습에 임할 자신이 없었다. 애니 보기나 영화 보기. 이건 지금도 충분히 하는 일이다. 
和陸经常做的事。演技练习、看动画、看电影...接吻?最强烈的恐怕是最后那个。但我不想做。演技练习。这个也不想做。那样的话肯定会让我过去的记忆鲜明地复活。我没法保持清醒去进行演技练习。看动画或看电影。这些事现在也经常做。


"내가 마에다를 패볼까"  "我要揍前田吗"

"시온이 나한테 먼저 맞을래?"
"시온要我先动手吗?"

"어차피 죽은 애잖아. 기억을 되돌리기 위해 물리적인 자극이 도움 될 때도 있다고. 내적이든 외적이든 아주 세고 강한 자극이면 도움이 돼."
"反正那孩子已经死了。有时候为了唤醒记忆,物理刺激也能起到作用。无论是内在还是外在,只要是非常强烈且有力的刺激,就会有所帮助。"

"그래도 리쿠를 때리는 건 안 돼. 그리고 꼭 때려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면 내가 할 거야"
"但你不能打陸。如果真到了非动手不可的时候...那也该由我来"

"내가 때리는 게 낫지. 넌 걔랑 특별한 관계잖아. 난 감정 안 싣고 세게 때릴 수 있는데."
"我动手更合适。你和那家伙关系特殊。我能不带感情地下重手。"

"그러니까 내가 한다고."  "所以我来做。"


어느새 논점이 누가 리쿠를 때릴 것인가로 옮겨졌다. 열을 올리며 옥신각신 싸우는 새 리쿠가 방에서 나왔다. 눈을 비비며 유우시에게 묻는다. 아까부터 허공에 대고 혼자 뭐해 유우시? 시온의 모습이 리쿠에게 보이지 않는 상태라는 것에 유우시는 안도했다.
不知不觉间争论焦点变成了谁该打陸一顿。正当众人吵得面红耳赤时,陸从房间里出来了。他揉着眼睛问勇志:"从刚才开始就对着空气自言自语什么呢?"幸好 Shion 的身影对陸来说是不可见的,这让勇志松了口气。

아무것도 아니에요. 리쿠를 안심시키던 유우시의 나른한 음성과는 반대로 기겁한 리쿠가 곧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하더니 놀라 뒷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덩달아 당황한 유우시도 뒤를 돌았다 얼굴을 얇은 검정 면사포로 가린 시온이 빙긋 웃으며 리쿠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没什么啦。"勇志慵懒的声线本想让陸安心,不料陸突然惊恐地后退,踉跄间被门槛绊倒。慌忙转身的勇志看见——用薄薄黑纱蒙着脸的 Shion 正对陸笑眯眯地挥手。


"네 뒤에 누구야 유우시?"  "你背后是谁啊勇志?"

"별거 아니에요. 그냥 저승차사."  "没什么。只是阴间使者。"


저승차사면 존나 별거잖아. 제발 유우시. 그렇게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투로 얘기하지 말라고. 기겁하고 만 리쿠가 조심스레 옆에 놓인 서랍을 잡고 일어섰다. 
阴间使者可不是闹着玩的。求你了勇志。别用那种真的什么都没发生的语气说话。被吓到的陸小心翼翼地抓住放在旁边的抽屉站了起来。


"유우시 너 이제 죽어?"  "勇志 你现在要死了吗?"

"안 죽어요."  "不会死的。"

"근데 왜 오셨대...?"  "但为什么说要来接我...?"


너 데리러^^ 친절하게 눈까지 접어가며 인사하는 저승차사의 정강이를 세게 찬 유우시가 리쿠에게 해명한다. 그냥 장난한 거예요. 좀 짓궂어요. 시온은 유우시의 뒤에서 걸어 나왔다. 장난 아닌데? 진짜 너 데리러 온 거야. 리쿠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이 정도 자극으로도 죽음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 건가. 시온은 테이블 위의 물건들을 스캔했다. 한 손에 쉽게 쥘 수 있고 무게가 조금 나가는 물건을 찾으려 했다. 유우시의 등 뒤쪽에 놓인 물컵을 한 손에 쥐고 두어번 던지는 시늉을 하며 리쿠의 머리에 초점을 두었다. 힘을 주어 내던지려는 순간 시온의 팔뚝을 세게 쥔 유우시가 소리쳤다.
勇志踹了那个鞠躬行礼到眼睛都眯起来的殷勤死神小腿一脚,对陸解释道:只是开个玩笑啦。有点恶趣味呢。诗音从勇志身后踱步而出。不是玩笑哦?真的是来接你的。陸的手正不住发抖。这种程度的刺激都无法唤起关于死亡的记忆吗。诗音扫视着桌上的物品,试图找出一件单手能握住又略有分量的东西。他单手抓起勇志身后的水杯,做了几个投掷假动作,将焦点锁定在陸的头部。就在他蓄力投掷的瞬间,勇志猛地攥住诗音的手臂喊出声来。


"나 리쿠 좋아해!!!!!"  "我 陸 喜欢!!!!!"


시온의 행위를 멈추는 것엔 성공한 유우시가 다시 한번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나 리쿠 사랑해. 나 리쿠 너 정말 사랑해. 고백보다는 공해에 가까웠던 소리가 집안 전체에 울려 퍼지고 나서야 시온은 손에 쥔 물컵을 다시 내려놓았다. 
成功阻止了诗音行为的勇志再次大声喊叫起来。我,陸,爱你。我,陸,真的爱你。比起告白更像是噪音的声音响彻整个房间后,诗音才放下了手中的水杯。


"리쿠. 아무런 충격도 없어요?"  "陸。你一点都不觉得震惊吗?"


유우시의 질문에 리쿠는 무감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나 곧 죽는다는데 너가 사랑한다는 거에 충격 받아야 하나? 
面对勇志的质问,陸只是麻木地点了点头。都要死了的人,难道还要为你说爱我的事感到震惊吗?


"우린 이런 고백에 충격 받아야 할 사이였는데"
"我们本该对这种告白感到震惊的"

"우리가 그런 사이였나?"  "我们曾是那种关系吗?"

"지금 말고 옛날엔요. 옛날엔 그런 사이였어요."
"不是现在...是以前。以前我们确实是那种关系。"

"옛날에 우리가 아는 사이였어?"  "我们以前认识吗?"

"어쩌면요. 떠오르는 건 없어요?"  "怎么会呢。什么都想不起来吗?"

"응. 그보다 난 네가 날 사랑한다고 생각했어. 쭉 날 그런 눈빛으로 봐오길래."
"嗯。比起那个...我还以为你爱着我呢。因为你一直用那种眼神看着我。"

"그런 적 없어요."  "从来没有过。"


시온은 다시 테이블 위를 스캔했다. 이번엔 양이 얼마 남지 않은 두루마리 휴지를 손에 쥐었다. 어떻게든 마에다 리쿠의 기억을 되돌려야 한다. 유우시가 야구방망이를 들고 리쿠의 삼촌을 찾아가기 전에. 죄책감에서 비롯된 책임감일지도 몰랐다. 유우시의 말대로 그때 눈물을 닦아주지 않았더라면, 유우시가 좀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었을까. 
诗音再次扫视桌面,这次抓起了所剩不多的卷筒纸巾。她必须想办法让前田陸恢复记忆——在勇志拿着棒球棍去找陸的叔叔之前。或许这份责任感源于愧疚。如果当时真如勇志所说,没有替他擦去眼泪的话,他是不是就能过上更好的人生呢。

유우시가 알아채지 못하는 새에 리쿠 쪽에 강속구로 두루마리 휴지를 내던진다. 쿠션감이 좋은 휴지로 선택한 건 유우시를 향한 일종의 배려. 휴지가 리쿠의 쪽으로 날아가며 서서히 펼쳐진다. 심 주변에 뭉쳐진 중앙은 계속해서 리쿠를 향해 날아가고. 리쿠는 저를 향해 날아오는 알 수 없는 하이얀 물체를 향해 공포심을 느낀다. 나는 이제 곧 저거에 맞아 죽는 걸까. 
勇志还没反应过来,一卷卫生纸就像快速球一样朝陸飞了过去。选择这种柔软质地的纸巾,也算是对勇志的一种体贴。纸巾一边飞向陸,一边缓缓展开。卷在中央的部分继续朝陸飞去。陸看着朝自己飞来的不明白色物体,心里涌起一阵恐惧。我该不会马上就要被这东西砸死了吧。

불현듯 어떤 기억들이 떠오르고 만다. 이어진 휴지 조각이 천장 아래로 넓게 펼쳐지고 그 위로 파노라마처럼 외삼촌의 야구방망이가 제 뒤통수로 날아오는 장면이 재생됐다.
突然间,某些记忆涌上心头。连成一线的卫生纸碎片在天花板下铺展开来,像全景画面般重现了舅舅的棒球棍朝我后脑勺飞来的场景。

돈 좀 벌었다고 감히 내 앞에서 유세를 부려?
赚了几个臭钱就敢在我面前摆谱?

이 싸가지 없는 새끼가.  这个没教养的狗崽子。

 

쿵. 그대로 휴지에 맞은 리쿠가 뒤로 쓰러졌다. 
咚。被纸团击中的陸向后倒去。





시온을 타박하는 유우시의 목소리와 함께 리쿠가 깼다. 리쿠가 두어번 눈을 끔뻑 댔을 때쯤 유우시가 리쿠를 일으켜 앉혔다. 
随着勇志责备诗织的声音,陸醒了过来。当陸眨了几下眼睛时,勇志扶着他坐了起来。


"리쿠. 나 누군지 알아보겠어요?"  "陸。你能认出我是谁吗?"

"지금 상황에 그런 게 중요해? 이미 죽은 애라고. 야. 너. 기억 돌아왔어?"
"现在这种情况还重要吗?那孩子已经死了。喂。你。想起来了吗?"


먼저 들린 음성은 유우시. 그다음 음성은 저승 차사. 그리고 그다음에 퍽. 하는 음성은 유우시가 저승차사를 패는 소리. 리쿠의 입에서 픽 바람 빠진 너털웃음이 나왔다. 리쿠가 유우시의 양 볼을 잡고 늘어뜨린다. 얼떨떨한 표정의 유우시가 고개를 돌려 저승차사를 돌아본다. 리크므즈여. 기윽 드르은그 므즈여. (리쿠 맞아요. 기억 돌아온 거 맞아요.)
最先传来的是勇志的声音。接着是阴差的声音。然后"砰"的一声——那是勇志揍阴差的动静。前田陸嘴里漏出"噗嗤"一声泄了气的干笑。他揪住勇志的双颊往下扯。一脸茫然的勇志转过头看向阴差。"里库姆兹哟。记忆都回来了哟。"(是陸啊。确实都想起来了啊。)

손을 뗀 리쿠가 유우시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나 죽은 거지. 그치 유우시. 유우시가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시온은 사라지고 거실엔 유우시와 리쿠 둘만 남겨졌다. 
陸松开手,轻轻抚摸着勇志的脸。“我死定了,对吧,勇志。”勇志微微点了点头。不知不觉间,Shion 已经消失,客厅里只剩下勇志和陸两个人。


"다행이다. 유우시가 귀신 보는 사람이라서. 이렇게 죽어도 만날 수 있네. "
"太好了。勇志是能看见鬼魂的人。这样就算死了也能见到你呢。"

"계속 이승에 남아있을 수 없어요. 언젠간 진짜 악귀가 될 거예요."
"我不能继续留在人间了。总有一天会变成真正的恶鬼。"

"그래도 유우시는 볼 수 있는 거야?"
"但至少还能见到勇志对吧?"

"그치만..."  "但是..."

"악귀여도 유우시는 볼 수 있는 거잖아. 그럼 난 상관 없는데."
“就算是恶鬼,勇志也能看见的吧。那我就不在乎了。”


점점 이승에 대한 기억을 잃을 거예요. 이건 기억 상실과는 달라요. 영혼에서 맑은 기운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악이 채우는 거라고요. 유우시는 희미하게 웃는 리쿠를 보며 그런 얘기를 할 수 없었다. 나중을 기약했던 마음과 모순적으로 미래를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리쿠가 어떤 모습, 어떤 형태가 되어도 제 곁에 있기만 한다면 상관 없을 거 같았다. 
渐渐会失去关于人世的记忆。这与失忆不同。灵魂中的清气会消散,取而代之的是恶。勇志看着微笑的陸,无法说出这样的话。虽然心里想着以后再说,却矛盾地不愿思考未来。无论陸变成什么模样、什么形态,只要他能留在我身边就好。


"유우시. 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하필 그날 죽느라."
"勇志。我有话一定要对你说,偏偏那天却要死了。"

"그게 뭐든 이제 그만 말해요"
“不管那是什么,现在都别说了”


유우시는 이제야 비로소 짐작했다. 리쿠의 원한이 무엇인지. 미련한 리쿠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勇志这才终于明白了。陸的怨恨究竟是什么。他真想堵住那个执迷不悟的陸的嘴。


"있잖아 유우시. 스크린 데뷔 축하해."
"我说勇志啊...恭喜你银幕出道。"


유우시 바보. 고작 내 꿈이 천만엔 따위일 리가 없잖아. 그때 분명 내 꿈은 너. 토쿠노 유우시라고 말했는데. 
勇志这个笨蛋。我的梦想怎么可能是区区一千万日元。那时候明明说过——我的梦想是你啊,得能勇志。

어느 순간 리쿠의 손끝이 흐려져 갔다. 살갗이 나누어지더니 점이 되어 신기루처럼 날아간다. 리쿠의 끝이 유우시의 얼굴에 닿으려고 애썼다. 제발 그만 말해요. 유우시는 그렇게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온 몸에 끈끈이가 붙어있는 것 같았다. 바닥에 맞댄 무릎에도. 입술에도. 손가락 사이에도. 끈끈이가 끈적하게 붙어 저를 움직이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 같았다. 
不知何时陸的指尖开始变得模糊。皮肤逐渐分离成细小的光点,如同海市蜃楼般飞散。陸的指尖徒劳地想要触碰勇志的脸庞。拜托别再说了——勇志想要这样呐喊。但嘴唇却像被黏住般无法张开。全身都附着着粘稠的阻滞感。抵着地板的膝盖也是。嘴唇也是。指缝间也是。那些粘稠的阻滞仿佛正死死禁锢着他,让他动弹不得。


"말하게 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유우시가 나오는 장면을 밤새 돌려봤어."
"你不知道我有多庆幸能说出来。我整晚都在回放勇志出现的场景。"


흐려지는 건 손에서 팔로 팔에서 어깨로. 점점 확장되어 갔다. 
从手到手臂,再从手臂到肩膀,逐渐蔓延开来。


"축하해. 배우 된 거."  "恭喜你。成为演员了。"


눈깜짝할 새 눈앞에서 리쿠가 사라졌다. 마지막 인사를 할 틈도 없었다. 어쩌면 나 리쿠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게 맞았다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도 일상을 그대로 살아낼 만큼 막돼먹은 애지만, 몸이 너무 완벽하게 숨 쉬는 방법을 익혀낸 탓에 쉴 수 있었던 것뿐이지. 사실은 모든 숨구멍을 비틀어 막은 채 숨 쉬지 않고 싶던 날들이 전부라고. 그렇게 말 하고 싶었는데. 그러면 리쿠는 다 안다고.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고. 다정하게 귓불을 쓸어 줄 것만 같았는데. 
眨眼间,陸就从眼前消失了。连最后道别的机会都没有。或许我确实真心爱过陸吧。虽然他是个即使血肉剥离也能若无其事继续日常的混蛋,但正因为身体完美掌握了呼吸方式才能活下去。其实那些日子,我恨不得扭曲所有气孔停止呼吸。好想这样告诉他的。那样的话,陸一定会明白的。就算不说也会明白的。他一定会温柔地抚摸我的耳垂吧。

절절하게 사랑한다 한마디도 못 하고 리쿠를 보내고 만 유우시가 허망한 눈동자로 허공을 응시했다. 눈을 한참 감았다 뜨면 리쿠의 잔상이 보일 것도 같았다. 유우시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하지만 쉬이 눈을 뜨지 못했다. 눈을 떠서 리쿠의 잔상조차도 없다면. 만약 아무것도 없다면......
连一句“我爱你”都没能说出口,就这样放走了陸的勇志,用空洞的眼神凝视着虚空。他闭上眼睛好一会儿,仿佛还能看见陸的残影。勇志紧紧闭上了眼。但他迟迟无法睁开。如果睁开眼睛连陸的残影都消失了的话。如果什么都没有的话……








신인상 수상자로 토쿠노 유우시의 이름이 호명 되자마자 멋쩍게 일어선 유우시가 단상으로 향했다. 짧은 길을 향하는 와중에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 소감을 준비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할 말이 없었다. 배우들 상 받으면 뜸 들이고 허둥대는 거 다 말짱 개뻥은 아니구나. 무대에서 객석을 바라본 유우시가 크게 숨을 고른다. 오는 길이 힘들었다기 보다, 오고 나서 되돌아보려니 한 템포 쉬어주어야만 할 것 같았다. 긴 뜸을 들인 끝에 미리 준비했던 소감에 없던 첫마디를 내뱉는다.
新人奖获奖者得能勇志的名字被念出的瞬间,勇志略显尴尬地起身走向领奖台。短短几步路间,他的脑海却像白纸般一片空白。明明准备了获奖感言,此刻却无话可说。演员们领奖时故作迟疑、手忙脚乱的样子,原来不全然是装模作样啊。站在台上望向观众席的勇志深深吸了口气。与其说是来时的路太艰难,不如说是走到这里回望时,需要给自己一个呼吸的间隙。在长久的停顿后,他终于说出了既准备过、又临时添加的开场白。

영원히 닿지 않을 곳을 보고 서서 연기하고 있습니다.
永远触碰不到的地方,站在那里假装着。

잠깐의 통역되는 순간 유우시는 객석을 바라보았다. 눈동자엔 초점이 없다. 일부러 두지 않고 넓은 객석을 전체적으로 담으려 노력했다. 그러면 그 곳엔 리쿠가 삐딱한 자세로 앉아있을 것만 같았다. 허공을 보는 건 객석에 앉아 저를 보며 박수를 치는 리쿠를 보는 셈이 되었다. 정적 속에서 유우시는 다시 한번 입을 뗐다.
短暂的翻译间隙,勇志望向观众席。他的瞳孔没有焦点,刻意不聚焦,而是努力将整个宽阔的观众席尽收眼底。仿佛这样就能看到陸歪着身子坐在那里的样子。凝视虚空,就等于看着坐在观众席上为他鼓掌的陸。在寂静中,勇志再次开口。

넌 뻣뻣해서 연기를 잘 못할거야. 너한텐 배우 느낌이 없어. 제가 들었던 말인데요,
你太僵硬了,演不好戏的。你身上没有演员的感觉。这是我听到的话,

한번의 통역을 거쳐내자 객석에선 하하하 아주 작은 웃음들이 터졌다. 웃긴 얘기였던가. 유우시는 웃음의 포인트를 잡지 못했다. 객석의 리쿠도 웃고 있다. 하하하. 웃는 이들 중엔 가장 큰 웃음이다. 제가 한 말이니만큼 더 웃겼을 것이 당연했다. 
经过一轮翻译后,观众席上爆发出"哈哈哈"的细小笑声。是很有趣的故事吗?勇志没能抓住笑点。观众席上的陸也在笑。哈哈哈。在所有笑声中他的笑声最为响亮。毕竟是我说的话,自然显得更好笑。

진짜 배우 같다. 그 한마디만 바라보고 달려왔던 것 같습니다. 영영 들을 수 없게 됐지만. 
简直像个专业演员。看起来就是为那句台词而奔赴至此。虽然永远都听不到了。

끝음이 떨렸다. 상을 쥐고 있는 손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덜덜댔다. 울음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눈을 꾹 감았다. 객석에선 휘파람 소리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고작 눈을 감고 숨을 천천히 쉬는 행위 따위가 눈물을 멈추는 데 도움이 됐을 리 없다. 아무것도 이을 수 없었던 유우시가 주저앉고 말았다. 기껏 차려입은 정장이 구겨지고 만다. 신인상을 타고 오열하는 배우에게는 더 큰 박수가 쏟아진다.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는 감각을 느낄 새도 없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겨우 몸을 일으키곤 마이크를 붙잡은 유우시가 감사합니다. 한 마디를 남기곤 급하게 무대를 벗어났다.
尾音颤抖着。握着奖杯的手不受控制地发抖。仿佛无法忍住泪水般紧紧闭上了眼。观众席爆发出口哨声与喝彩。仅仅是闭眼深呼吸这种举动怎么可能止住眼泪。什么都无法挽回的勇志终于跌坐在地。精心穿着的西装就这么皱成一团。对着因获奖而啜泣的新人演员,更热烈的掌声倾泻而下。他甚至来不及感受泪水夺眶而出的触感。嘴唇不住颤抖。勉强撑起身子的勇志抓住麦克风说了句"谢谢",便匆匆逃离舞台。

박수갈채가 터졌다.   掌声雷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