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하연상 * 年下年上








입학 후에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건물을 쏘다니기 시작한 놈이 있다더라. 스치기만 하면 다 말 놓고 있다더라. 낭랑 17세 고딩이 그런 소문 달고 다니기 쉽지 않을 텐데, 정우영은 그걸 해냈다. 최산은 제 친구에게 말을 전해 들었다. 4층을 쓸 1학년이 2층까지 알려질 정도면 어느 정도로 인싸여야 하는지. 산은 짐작도 안 했다. 그렇게까지 관심도 없었다. 신경 쓸 정신도 없었고.
入学后还不到一个月,就有一个家伙开始在建筑物里乱窜。只要擦肩而过,就会和所有人说话。17 岁的高中生带着这样的传闻到处走动并不容易,但郑友荣做到了。崔伞是从他的朋友那里听说的。一个用四楼的高一学生能在二楼都被知道,这得多么受欢迎啊。伞根本无法想象。他也没有那么关心,也没那个心思去在意。


산은 작년까지 뼈 빠지게 학생회에서 일했다. 그것도 학생회장으로.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자리에서 내려오긴 했지만 뼈 대신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 고3이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강가에 자식 내놓은 사람이 된 기분을 느꼈다. 공부 챙기고 원서 접수 챙기면 끝인데 마음이 마음 같지 않았다. 머리와 손은 빠르게 문제를 풀어 내리는데 어디가 자꾸 허했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산의 12년 가까이 된 학창 시절은.
伞去年还在学生会拼命工作。而且还是学生会长。虽然升上高三后卸任了,但头发却开始掉了。仅仅因为成为高三学生,就感觉像是把孩子放在了河边。明明只要顾好学习和申请大学就行了,但心情却不如意。头脑和手快速地解题,但总觉得哪里空荡荡的。伞近 12 年的学生时代一直是这样的。


그리고 그토록 일정하던 패턴을 부수고 찾아온 하나의 변수가 우영이었다. 그런 애가 자신을 보기 위해 2층까지 내려올 거라는 생각은 머리에 담아 본 적도 없었다. 당연하지. 산은 우영을 몰랐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말을 걸기 시작한 수상한 1학년이, 그 소문의 주인공이라는 걸 알아채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산의 인생에는 이런 애가 없었다. 최산의 변수 정우영.
그리고 그토록 일정하던 패턴을 부수고 찾아온 하나의 변수가 우영이었다. 그런 애가 자신을 보기 위해 2층까지 내려올 거라는 생각은 머리에 담아 본 적도 없었다. 당연하지. 산은 우영을 몰랐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말을 걸기 시작한 수상한 1학년이, 그 소문의 주인공이라는 걸 알아채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산의 인생에는 이런 애가 없었다. 최산의 변수 정우영. 而打破了那一成不变的模式,出现的一个变量就是友荣。伞从未想过那样的孩子会为了见自己而下到二楼。当然了,伞不认识友荣。从某一天开始突然搭话的那个可疑的一年级学生,就是传闻的主角,伞没花多少时间就察觉到了。伞的生活中从未有过这样的孩子。崔伞的变量郑友荣。



"혀엉." “哥。”



아니, 미지수인 것 같기도 하고.
不,不确定。



"왜 왔어?" “为什么来了?”

"형은 그러엏게 말해 줬는데도 또 물어본다?"
"哥已经那样告诉你了,你还要再问一次吗?"

"반말." "半语。"

"요?" “喂?”



1과학실이라 여기 있다 갈라고요. 고작 다음 수업이 2층에서 한다는 사소한 이유로. 1학년 3반 정우영은 주 2회 7분씩 3학년 2반 교실에 머물렀다. 이는 제 친구에게서 소문을 들은 지 6개월이 지난, 우영에게는 1학년 2학기, 산에게는 3학년 2학기가 되었던 무렵부터 시작된 반복적 루틴이었다.
因为下一节课在二楼上,所以我才在这里待着。仅仅是因为这个微不足道的原因。1 年级 3 班的郑友荣每周两次,每次 7 分钟,都会待在 3 年级 2 班的教室里。这是从他朋友那里听到传闻的 6 个月后开始的重复性习惯,对友荣来说是 1 年级的第二学期,对伞来说是 3 年级的第二学期。


어떤 경로로 자신을 알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물어도 봤는데 비밀이란다. 후배가 귀엽게 감사를 표한다거나, 귀엽게 질문을 한다든가, 그런 식의 짧은 토크는 많이 나눠 봤지만 정우영 같은 경우는 처음이었다. 죽치고 옆에 쪼그려 앉아 있기. 계획 세워 찾아오기. 그것도 다른 게 아닌, 오로지 최산만이 목적인 방문. 산은 입이 말라 갔다. 기가 빨리는 것도 같았다. 
通过什么途径知道自己的,他也不知道。问过了,但他说是秘密。后辈们可爱地表示感谢,或者可爱地提问,这种简短的对话倒是经常有,但像郑友荣这样的情况还是第一次。一直蹲在旁边不走。制定计划来找他。而且目的不是别的,只有崔伞。伞感到口干舌燥,仿佛精力都被吸走了。



"이런 질문 불편하면 미안한데, 너 남자 좋아해?"
“这种问题如果让你不舒服的话,对不起,你喜欢男生吗?”

"아뇨?" “不?”

"근데 왜 나한테 이래?" “可是你为什么对我这样?”

"좋아해야 말 걸 수 있어요?"
“必须喜欢才能搭话吗?”

"아니, 그건 아닌데……." “不是,不是那样的……”



까무잡잡한 피부, 앞머리 부드럽게 휘어 뒤로 넘어간 짧지 않은 흑발, 눈 아래와 아랫입술에 진하게도 박힌 점. 어디서 보고 이렇게 찾아오는 건지도 비밀. 목적이 뭔지도 비밀. 속내 하나 모르게 생긴 어린애. 이상하도록 자신을 꿰뚫고 친선 도모를 핑계로 찾아오는 남자애. 여러모로 정우영은 제 취향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黝黑的皮肤,柔顺地向后梳的黑色短发,眼下和下唇上深深的痣。不知道他是从哪里看到我然后找到这里的,目的是什么也是个秘密。这个小孩看起来让人完全摸不透。这个男孩总是以增进友谊为借口来找我。总的来说,郑友荣不是我的菜。毕竟,



"그럼 내가 바이인가 보죠. 게이는 아니니까."
“那我可能是双性恋吧。毕竟我不是同性恋。”



최산은 연상 추구 게이였으니까. 崔伞是个喜欢年长者的同性恋。








흔해 빠진 로맨티스트 平凡的浪漫主义者

로썸 罗썸








"쟤 너 보려고 그렇게 난리였던 거냐?"
“他是为了见你才那么疯狂的吗?”

"몰라." "不知道。"

"뭘 몰라. 너 쟤랑 얘기 많이 했잖아."
“你不懂。你跟他聊了很多。”

"안 했어……. 쟤만 떠들다 갔지."
“没做……他只是吵了一会儿就走了。”



최산 앞자리에 앉아 있던 임현승이 고개만 휙 돌려 묻는다. 산은 손바닥에 제 얼굴을 묻고 손끝으로 이마를 꾹꾹 눌렀다. 가뜩이나 문제도 안 풀리는데 쟤도 안 풀려. 손가락 틈 사이로 영어 단어가 널렸다. 대놓고 고백한 것도 아니라 거절할 수도 없다. 사실 고백 받고 거절하라고 해도 못 한다. 좀 미안하잖아.
崔伞前排坐着的林贤胜猛地转过头问道。伞把脸埋在手掌里,用指尖用力按压着额头。本来题目就解不出来,他也解不开。手指缝隙间散落着英文单词。既然不是直接表白,也无法拒绝。其实即使被表白了,也无法拒绝,有点不好意思。


남고에서 눈맞고 게이 탄생하는 일은 일도 아니다. 없을 것 같나? 걔네가 우정인지 사랑인지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해라. 대한민국이라는 이유로 편견에 가려진 커플이 어디 한둘일까. 산은 그 커플이 자신이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어떤 조건[연상 추구] 때문에 고3 최산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고2 때 운명이 찾아와야 했었다. 적어도 상대와 동등한 위치에 놓였을 때 만나고 싶었으니 고3은 탈락이고, 고1은 좀 그랬다. 그러나 운명적 만남이고 나발이고 정신 차리고 보니 자기가 풀게 될 수특 표지 투표하고 있었다.
在男校里,眼神交汇而诞生的同性恋情并不稀奇。你觉得不可能吗?再好好想想他们之间的是友情还是爱情吧。在韩国,因为偏见而被掩盖的情侣又何止一对。伞希望自己能成为那对情侣中的一员。然而,由于某些条件[追求年长者],高三的崔伞连做梦都不敢想。命运本该在高二时降临。至少他希望在与对方处于平等地位时相遇,所以高三不行,高一也不太合适。然而,什么命运的相遇都见鬼去吧,回过神来,他发现自己正在为要解的特长题目封面投票。


왜 나한테는 운명의 상대가 안 나타나지?
为什么我的命中注定之人还不出现呢?



"나타나겠냐?" “会出现吗?”

"……나 방금 입으로 말했어?" “……我刚刚说出来了吗?”

"조용히 말한 걸 다행으로 여겨."
“庆幸你是悄悄说的。”



너 사랑에 미친 놈으로 소문난다. 방금까지 이마 누르던 손가락을 급히 아래로 내려 입을 틀어막았다. 이러다 어디 가서 커밍아웃도 실수로 흘릴 것 같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현승은 눈 크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산에게서 등을 돌렸다. 산도 고개를 숙여 영어 단어 속으로 다시 다이빙한다. 근데 하필 보이는 단어가 또.
你会被传成一个为爱疯狂的家伙。刚才按在额头上的手指急忙往下移,捂住了嘴巴。这样下去,感觉自己会不小心在某个地方出柜。得保持清醒。贤胜转过身,不再看着睁大眼睛盯着自己的伞。伞也低下头,重新投入到英语单词中。可偏偏看到的单词又是。


adore [ əˈdɔː(r) ]
崇拜 [ əˈdɔː(r) ]

(동) 아주 좋아하다; 흠모하다, 애모하다
(动) 非常喜欢;仰慕,爱慕


그래, 걔랑 나 사이가 1년 4개월이었으면 눈 딱 감고 만났을 수도 있다. 근데 2년이다. 2년 4개월. 아니, 혹시 모르지. 정말 딱 2년이 마지노선이었을 수도 있다. 우영도 7월생이었다면 어느 정도 생각해 봤을 거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정우영은 11월생이다. 그것도 11월 막바지에 태어났다. 한여름 직전에 태어난 최산과 한겨울 직전에 태어난 정우영? 보나 마나 상극이다.
对,和他之间如果是 1 年 4 个月的话,闭上眼睛也许还能在一起。但这是 2 年。2 年 4 个月。不,也许不知道。真的 2 年是极限。友荣如果是 7 月生的话,可能会考虑一下。但怎么办呢。郑友荣是 11 月生的。而且是 11 月底出生的。崔伞是初夏出生的,而郑友荣是初冬出生的?不用说,肯定不合。


아니, 뭘 따져? 아무튼 연하는 아웃이라고.
不,不用计较这些。总之,年下是不行的。

└ 한편 아웃된 정우영은 생각한다. 나 진짜 남자도 좋아하나?
一旁被淘汰的郑友荣在想,我真的喜欢男人吗?


유치원생 때 한 명, 초등학생 때 한 명, 중학생 때 한 명. 17년 인생에서 교육 시설 바꿔치기할 때마다 한 번씩 여자 친구를 사귄 헤테로. 고등학교 올라가서도 그러겠거니. 어렴풋이 연애 계획 하나 세운 우영은 남녀공학을 지망했다. 근데 세우면 뭐 하나. 어차피 인생 계획은 마음대로 안 되는 법이다.
幼儿园时一个,小学生时一个,初中生时一个。17 年人生中,每次换教育机构时都会交一个女朋友的异性恋。上高中后也会这样吧。隐约制定了恋爱计划的郑友荣报考了男女同校。但计划有什么用呢,人生计划总是无法如愿。



"나 왜 남고야아악!" “我为什么要留在这里啊啊啊!”



지망 다 안 붙고 남고로 떨어진 게 첫 번째 뒤틀린 일이었다. 우영은 자신 빼고 남녀공학으로 향할 친구들을 시기의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래, 찐하게 의리 쌓다 가자. 이왕 남자애들이랑 살 거면 ─ 살지는 않지만 ─ 행복하게라도 살자고. 올라가서도 다 같이 공존하는 삶, 그런 거 살자고. 어차피 학교 밖에서도 여친은 사귈 수 있는 거니까. 여기까지가 중3 정우영의 다짐이다.
志愿都没被录取,最后落到了男高,这是第一件扭曲的事。友荣用嫉妒的眼神看着那些除了自己以外都要去男女混合学校的朋友们。好吧,就这样深厚的义气吧。既然要和男孩子们一起生活——虽然不是真的住在一起——那就至少要快乐地生活。上了高中后也要一起共存,过那样的生活。反正校外也可以交女朋友嘛。这就是初三郑友荣的决心。


그런 면에서 최산의 존재는 고1 정우영의 두 번째 뒤틀린 일이다.
在这方面,崔伞的存在是高一郑友荣的第二个扭曲事件。




알게 된 경로. 별것도 없는데 비밀이라고 해 봤다. 그래야 산이 자신을 궁금이라도 하지 않을까 싶었다. 원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밀당을 잘하는 게 이기는 거라고.
知道的途径。没什么特别的,但还是说成了秘密。这样伞才会对自己感到好奇吧。原本在人与人之间,善于欲擒故纵才是赢家。


우영은 특이한 습관이 있었다. 친하지 않은 상대와 친해지려면 무작정 다가가고, 친한 상대에게는 리드미컬한 밀당을 선보이는 것. 그러면서도 타인에게 미움을 받지 않도록, 놀리면서도 기분이 좋도록. 정우영은 그게 됐다. 소문 괜히 달고 다니는 게 아니다.
郑友荣有一个特别的习惯。要和不熟的人亲近,他会毫不犹豫地接近;而对亲近的人,他则会展示出有节奏的欲擒故纵。同时,他还能做到不让别人讨厌他,甚至在捉弄别人的时候也让人感觉愉快。郑友荣就是这样的人,这可不是空穴来风。


3월, 강당에서 진행한 짧은 학교 행사. 우영은 학생회장과 부회장이 무대 위에 나타나기 전까지 실컷 졸았다. 박수 소리에 반쯤 눈떠 비몽사몽 한 상태로 손뼉은 쳤다. 단정하게 교복을 차려입은 두 선배. 무대 조명이 어떻게 그렇게 센지 사람이 반짝반짝해 보일 지경이었다. 나중에 나 무대 설 때도 저러려나. 그새 댄스 동아리 영업까지 당한 우영은 제법 현실적인 걱정을 했다. 나중에 댄동 부장이었던 3학년 선배에게 물어보니 색 들어간 무대 조명은 또 느낌이 다르단다.
3 月,在礼堂进行的短暂学校活动。友荣在学生会长和副会长出现在舞台上之前一直在打瞌睡。听到掌声后,他半睁开眼睛,迷迷糊糊地拍了拍手。两位学长穿着整齐的校服。舞台灯光怎么那么强,人看起来都闪闪发光了。以后我上台的时候也会这样吗?友荣在被舞蹈社团招募后,开始有了相当现实的担忧。后来他问了舞蹈社团部长的三年级学长,学长说有颜色的舞台灯光感觉又不一样。



"누구는 눈부셔서 무대에서 눈 못 뜨면 어떡할지 물어보더니."
“有人问如果在舞台上因为太耀眼而睁不开眼怎么办。”

"누구요?" “谁啊?”

"학생회장 있잖아. 최산. 근데 왜?"
“学生会长你知道吗?崔伞。可是为什么?”

"걍 신기해서 물어봤어요. 이유 없이."
“就是觉得神奇所以问了。没有特别的原因。”



그때까지만 해도 이유 없을 줄 알았다. 평생 모르고 살 줄 알았다. 2학기가 되어 동아리 관련으로 그 형한테 질문하러 가지만 않았어도, 그 형 뒤에 산이 앉아 있지만 않았어도 둘은 평생 모르는 사이로 살았다. 그새 말 놓은 형 동생 사이가 된 현승은 우영에게 필요하지 않은 부분까지 꼼꼼히 알려 줬다. 뒤에 앉은 산은 팔 베고 엎드려 잠들어 있었다. 어깨를 덮은 가디건에 달린 명찰이 보였다. 최산. 퍼뜩 떠올랐다.
那时候我以为自己不会有任何理由。我以为自己会一辈子不知道。如果不是因为第二学期为了社团的事情去找那个哥哥问问题,如果不是那个哥哥后面坐着伞,他们两个人就会一辈子互不相识。已经和那个哥哥变得亲近的贤胜,细心地告诉了友荣一些不必要的部分。坐在后面的伞用手臂枕着头睡着了。肩膀上盖着的开衫上挂着名牌。崔伞。突然想起来了。



"이 형이 그 형이야? 조명 걱정한 형?"
“这哥是那个哥吗?担心灯光的哥?”

"어? 아, 어. 왜?" “啊?哦,怎么了?”

"걍." “就这样。”



찐한 의리 쌓는 게 3학년일 수도 있지. 현승이 형이랑도 이만큼 친해졌는데 이 형이랑도 친해질 수 있는 거지. 그냥 보자마자 느낌이 오는데 어떡해. 이 형은 강당 무대 그 조잡한 조명이 없는데도 빛나 보였다. 그래서였다.
真正建立深厚的友情可能是在三年级的时候。我和贤胜哥也变得这么亲近了,和这位哥也可以变得亲近。只是见到他的时候就有这种感觉,怎么办呢。这位哥即使没有礼堂舞台上那些粗糙的灯光也显得闪闪发光。就是这样。



"신기해서." “因为很神奇。”



이번엔 다 이유가 있었다. 这次一切都有原因。


우영은 자신을 바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면 형이 나한테 더 신경 써 줄까 하는 마음에 일단 뱉어 본 거다. 덕분에 산은 대단한 오해를 하기 시작했다. 벌써 우영에게 거절 멘트를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고 있다. 심란한 산의 마음도 모르고 ─ 알 수도 있지만 ─ 우영은 산을 지겹도록 찾아왔다. 고3의 마지막 학기를 함께할 문제집에는 3페이지쯤 넘길 때마다 우영이 고양이를 그려 놓았다. 잘 그리지도 못하는 게.
友荣不认为自己是双性恋。他只是随口说说,想着这样说的话,哥哥会不会更关心自己一点。结果伞开始产生了巨大的误会。他已经在担心该如何拒绝友荣了。友荣却毫不知情——也可能是知道的——依然频繁地找伞。高三最后一个学期要一起做的练习册,每翻过三页,友荣就会画上一只猫。画得还很糟糕。


진작 번호 따려고도 해 봤는데 고3이라고 폰 없앴단다. 뭐 이런 형이 있어. 안 답답한가? 근데 귀엽다. 모든 사고가 이딴 식이었다. 그럼 형 대학 붙고 폰 만들면 그때 번호 줘요. 너 그때까지 나 보러 올 거야? 뭔 소리야. 왜 당연한 소리를 해요? ……과학쌤 지나가셨다. 종 안 쳤으니까 괜찮아요. 곧이곧대로 말 안 하는 최산 버릇도 이제 꿰뚫었다.
진작 번호 따려고도 해 봤는데 고3이라고 폰 없앴단다. 뭐 이런 형이 있어. 안 답답한가? 근데 귀엽다. 모든 사고가 이딴 식이었다. 그럼 형 대학 붙고 폰 만들면 그때 번호 줘요. 너 그때까지 나 보러 올 거야? 뭔 소리야. 왜 당연한 소리를 해요? ……과학쌤 지나가셨다. 종 안 쳤으니까 괜찮아요. 곧이곧대로 말 안 하는 최산 버릇도 이제 꿰뚫었다. 早就想要电话号码了,但他说因为是高三所以没有手机。怎么会有这样的哥哥。不觉得郁闷吗?不过很可爱。所有的想法都是这样的。那哥哥考上大学后买了手机再给我号码吧。你到那时候还会来看我吗?什么话啊。为什么说得这么理所当然?……科学老师走过去了。没打铃所以没关系。我已经看穿了崔伞不直说的习惯。



"그래도요. 형. 형 공부하느라 바쁘니까 형이 오지 말라고 하면 안 올게요. 이건 진짜임. 약속."
" 그래도요. 兄。兄学习忙的话,如果你说不要来,我就不来了。这是真的。约定。"

"넌 무슨 그런 말을 10월 말에 해?"
“你怎么会在十月底说那种话?”

"형이 오지 말라고 안 했잖아요."
“哥没有说不让来啊。”

"그럼 수능 끝나고 와." “那就高考结束后再来。”

"넵." “是的。”



우리 사니 형 내 고양이 그리워서 어쩌냐. 그려 놓은 거 많으니까 그거 보면서 힘내용. 우영은 산의 손을 잡고 비비적거리다 손등에 쪽 하고 튀었다. 무슨 일 일어난 줄도 모르고 벙쪄 있다가 종소리에 정신이 깬다. 이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헤테로가 위험한 거다. 불도저 연하 헤테로? 진짜 취향 아니다. 산은 확신했다. 그래도 수능 다가오면서 좀 그리워지는 것 같긴 했다. 정우영 말고 고양이가.
우리 사니 형 내 고양이 그리워서 어쩌냐. 그려 놓은 거 많으니까 그거 보면서 힘내용. 友荣은 伞的手을 잡고 비비적거리다 손등에 쪽 하고 튀었다. 무슨 일 일어난 줄도 모르고 벙쪄 있다가 종소리에 정신이 깬다. 이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헤테로가 위험한 거다. 불도저 연하 헤테로? 진짜 취향 아니다. 伞은 확신했다. 그래도 수능 다가오면서 좀 그리워지는 것 같긴 했다. 정友荣 말고 고양이가.


빠르게 결론만 말하면 산은 수능 며칠 전 수시 합격 글자 보고 수험장에 들어갔다. 수능까지도 실수 몇 없이 안전빵으로 봤다. 정말, 진짜 끝이었다. 최종 발표만 나오길 기다리면 다 끝이다. 모든 게 끝난 수험장에서 한숨을 푸우욱 쉬니 어딘가 허탈해진다. 정말 다 끝났구나. 순식간에. 가방 메고 학교 밖으로 나간다. 입김이 짙어졌다. 후련한 감정이 하나도 없다.
快速总结一下,伞在高考前几天看到了提前录取的通知,然后走进了考场。高考也顺利地完成了,没有什么失误。真的,真的结束了。只要等最终结果出来就一切都结束了。在一切都结束的考场上,长长地叹了一口气,感到有些空虚。真的都结束了啊。瞬间的事情。背上书包走出学校。哈气变得浓重了。没有一丝轻松的感觉。



"혀엉!" “哥!”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하늘만 구경하며 걷던 산이 우뚝 멈추어 섰다. 여기서 들릴 목소리가 아니었다. 여기 있을 애가,
哪里传来一个熟悉的声音。只顾仰望天空走路的伞突然停下了脚步。这声音不应该在这里出现。这里不应该有人。



"산이 형!" “伞哥!”

"……정우영?" “……郑友荣?”



아니었는데. 저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익숙한 머리통이, 자기 달리기 빠르다며 자랑했듯 속도 높여 다가오고 있었다. 가족끼리 부둥켜안은 무리 사이로 잘도 슉슉 지나온다. 손에는 꽃다발까지 들려 있었다.
不是这样的。远处跑来的那个熟悉的脑袋,正如他自夸自己跑得快一样,加快速度向这边跑来。他在拥抱在一起的家人群中灵巧地穿梭,手里还拿着一束花。



"너, 너 여기 왜 있어?"
“你,你为什么在这里?”

"수능 끝나고 오라매요." “高考结束后叫我来。”

"그게 오늘을 말한 건……." “那是说今天……”



미쳤나 봐. 수능 끝나고 오랬더니 진짜 수능 끝난 당일 찾아왔다. 부모님은 바쁘시니 도시락 말곤 기대도 안 했고, 누나는 못 온다고 미리 기프티콘 받았고. 그러니 12년의 노력을 끝마친 곳에서 처음 만난 게, 정우영이다. 아무도 반기지 않을 줄 알았던 곳에서 만난 우영은 손에 들린 작은 안개꽃 다발을 건넸다.
疯了吧。说好高考结束后再来,结果真的在高考结束当天来了。父母很忙,所以除了便当也没什么期待,姐姐提前说不能来,还给了我礼品卡。所以在结束了 12 年努力的地方,第一次见到的是郑友荣。在以为没人会欢迎我的地方,友荣递给我一小束满天星。



"시간 맞춘다고 예쁜 거 못 샀어요. 다른 거 다 팔려서. 존나 아쉽긴 한데."
“为了赶时间,没买到好看的。其他的都卖光了。真他妈遗憾。”

"욕하지 마." “不要骂人。”

"아, 매우 아쉽긴 한데. 암튼."
“啊,非常遗憾。不过。”



받아요. 아, 현승이 형한테 말하지 마요. 형 진짜 삐칠 듯.
收下吧。啊,不要告诉贤胜哥。哥真的会生气的。


임현승 이름 듣고 나니 어떻게 된 건지 알 것 같다. 시험장 어디인지도 임현승이 알려 줬을 거고, 수시 붙고 최저만 남은 것도, 어쩌면 집 가는 길까지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는 사실까지도 걔가 다 알려 줬을 거다. 당사자의 연락처도 없이 진행된 낭만적이고, 로맨틱하고, 감동적인 깜짝 이벤트. 최산이 좋아하는 그거.
听到任贤胜的名字后,我好像明白了怎么回事。考试地点也是任贤胜告诉他的,提前录取通过了只剩最低分数线的事,甚至可能连回家路上不会遇到任何人的事实,都是他告诉他的。没有当事人联系方式的浪漫、罗曼蒂克、感动的惊喜事件。崔伞喜欢的那种。


산은 여전히 우영을 만날 생각이 없다. 그래도.
伞仍然不打算见友荣。尽管如此。



"고마워, 우영아." “谢谢你,友荣。”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 최산은 처음으로 우영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정우영의 선망과 의리 끝에서는 다른 마음이 피었다. 형이 빛나 보이는 건 눈의 착각 같은 게 아니다.
你在这里真是太好了。崔伞第一次向友荣灿烂地笑了。郑友荣的仰慕和忠诚的尽头,萌生了另一种心情。哥哥看起来闪闪发光并不是眼睛的错觉。

어떡해. 怎么办。

나 바이야? 我是坏人吗?






정우영 郑友荣

< 형 뭐 좋아해요?? 哥,你喜欢什么?

어떤 거? 음식? > 什么?食物?

정우영 郑友荣

< 좋아하는 색? 喜欢的颜色?

< 계절?  季节?

< 꽃? 花?

< 장소?

음... 보라색이랑 > 嗯... 紫色和 >

가을이랑... 장미? > 秋天和... 玫瑰?

정우영 郑友荣

< 장소는 왜 대답 안 해 줌??
地点为什么不回答?

< 안 해 줘요?? < 不给我做吗??



말이 많아도 너무 많아. 话太多了,真是太多了。


호구 조사하듯 취향 하나하나 뜯기는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산은 텐션이 높아지면 끝도 없어지는데, 우영은 그냥 텐션이 매일같이 하늘 찍고 내려오질 않았다. 핸드폰 개통했다는 소식도 빠르게 갔는지 대뜸 찾아와서 번호 달라고 했다. 어질어질했다. 야경 예쁜 곳 좋아한다고 보내 놓고는 화면을 끄고 드러누웠다.
像是被调查一样,一个个揭开自己的喜好,感觉并不算太糟。再怎么说也是这样。伞一旦情绪高涨起来就没完没了,而友荣的情绪每天都像在天上飞一样,从不降下来。手机刚开通的消息传得很快,他立刻找上门来要号码,真是让人头晕。说喜欢夜景漂亮的地方,发完消息后就关掉屏幕躺下了。


산은 여전히 학교에 출석 중이었다. 등교 필수라고는 해도 안 나오는 애들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필수라고 하면 또 곧이곧대로 따라 나왔다. 그러라고 하니까. 큰 이유도 없었다. 집에서 이불 덮고 누워 있는 것도 최고의 행복이었지만 딱히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대학에 붙기 이전에도, 이후에도 같았다. 여전히 제 옆의 우영은 부지런하게 찾아왔다. 너는 공부 안 해? 뭘 해요? 됐다.
伞仍然在上学。虽然说是必须上学,但不来的孩子越来越多了,可是说必须上学,他就真的来了。因为让他这么做。也没有什么特别的理由。虽然在家里盖着被子躺着也是最大的幸福,但他也不特别想那样做。无论是考上大学之前,还是之后,都是一样的。友荣仍然勤快地来找他。你不学习吗?做什么呢?算了。



"그래도 좋잖아요."

"뭐가?"

"우용이 리미티드 에디션 그림 가지는 사람 형 말고 없는데."



누가 남의 문제집에 고양이만 한바닥을 그리겠냐. 기말고사마저 끝난 뒤 우영은 아예 자기 반에도 쌤이 영화 켜 놓고 안 들어온다고 하며 산의 옆자리를 채웠다. 어차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신경 쓰는 건 최산뿐이었다.
谁会在别人的练习册上画满一整页的猫呢。期末考试结束后,友荣干脆说自己班上老师放了电影也不进来,就坐在了伞的旁边。反正没有人会在意。唯一在意的只有崔伞。


핸드폰 톡톡 건드리던 산은 우영의 그림을 물끄러미 보다가 고양이 하나를 가리켰다. 얘 너 닮았다. 주섬주섬 필통에서 펜을 하나 꺼내 들더니 눈 아래쪽에 점 하나를 콕 찍는다. 나 고양이 닮았어요? 맹맹하게 생긴 고양이 닮았어. 무슨 맹맹하게 생겼어요 내가. 너 쫌 맹맹하게 생겼긴 해. 형이 더 고양이 닮았는데. 그래 놓고는 얼굴 빤히 관찰하며 다시 펜을 들었다.
手机上轻轻敲打的伞,默默地看着友荣的画,指着一只猫。这个像你。他从笔袋里拿出一支笔,在眼睛下面点了一个点。我像猫吗?像一只呆呆的猫。我哪里呆呆的了。你确实有点呆呆的。哥更像猫。说完又仔细观察他的脸,再次拿起了笔。


눈꼬리 올라간 고양이 얼굴에 점을 하나둘 늘린다. 콕콕 찍는 동안 우영의 시선은 산의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눈빛이 집요하다. 산은 우영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어디 한곳에 눈을 둘 수 없어 눈썹에 갔다가, 코 끝에 갔다가, 입술의 점으로, 눈 밑의 점으로, 그리고 눈으로. 우영은 눈을 휘고 입꼬리를 올렸다. 숨을 흡 들이키게 만든다. 한시도 방심할 수 없게 한다. 이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헤테로가 위험한……
眼角上扬的猫脸上多了几个点。在点点的过程中,友荣的视线从未离开伞的脸。眼神执着。伞无法直视友荣。眼睛不知道该放在哪里,一会儿看眉毛,一会儿看鼻尖,再到嘴唇上的点,眼下的点,最后是眼睛。友荣眯起眼睛,嘴角上扬。让人不由得吸了一口气。让人一刻也不能放松警惕。这就是为什么什么都不知道的异性恋很危险……



"형 오늘 되게 예쁘게 생겼어요."
“哥,今天看起来真漂亮。”



나 거짓말 안 해요. 형도 알잖아.
我不撒谎。哥也知道的。

……아무것도, 모르나? ……什么都不知道吗?










수능 이전까지 빠른 줄만 알았던 시간은 정말 모든 게 끝났다는 걸 알리듯 느리고 느리게 흘렀다. 방학까지도 한참이었고, 학교에서 하는 것도 없이 보낸 산의 일상을 우영이 일부 채웠다. 우영에게는 시간이 빨랐다. 산이 졸업하기까지는 고작 서너 달 남짓. 형이 좋긴 한데 형을 사랑하는 게 맞겠지? 좋은 게 좋은 거지. 얼렁뚱땅 마음 다잡기 끝낸 우영은 어떻게든 산에게 제 심정을 건네야 했다. 졸업하기 전에.



사니 형 伞尼哥

< 나 방학 동안 본가 내려가려고...
我打算放假期间回老家...



졸업하기 전에. 근데 산이 본가에 내려갔다.
在毕业之前。但是伞回老家了。

가족끼리 보낼 것 같다며 연락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 진짜였다. 실제로 이전보다 몇 배, 아니 몇십 배는 답장 오는 속도가 느렸다. 우영은 외롭지는 않았지만 산이 보고 싶었다. 정말이었다. 손가락으로 롤 하다가 팀이랑 싸움 붙어서 키보드 무진장 치고 있었지만 그거랑 별개의 이야기다. 아니, 근데 남 탓 미쳤나? 내가 못한 게 아니고 니가 못한 거라고 미친 새끼야. 근데 산이 형이 욕 쓰지 말랬는데. 아, 정글 차이라고!
家族聚会可能会让联系变得困难,这话是真的。实际上,回复消息的速度比以前慢了好几倍,甚至几十倍。友荣虽然不觉得孤单,但他很想念伞。这是真的。他一边用手指玩着游戏,一边和队友吵架,疯狂地敲打键盘,但这是另一回事。不是吧,怎么能怪别人呢?不是我没做好,是你没做好,疯子。可是伞哥说过不要骂人。啊,真是个丛林战啊!



"이게 다 산이 형이 서울에 없어서 그래……."
“这都是因为伞哥不在首尔……”

"뭔 개소리냐 우영아." “什么狗屁话啊,友荣。”

"나 최산이 없어서 힘이 없다……."
“我没有崔伞就没有力量……”

"니 때문에 속 답답해져서 사이다 시킴."
“因为你让我心里憋屈,所以点了雪碧。”



최남원은 롤 화면 아래에다 박아 두고 주문창에서 사이다를 찾았다. 진짜 어디 돌아 있긴 한가 보다. 묘하게 힘이 빠져 있는 대답이 증거가 됐다. 내가 너 알고 이러는 거 처음 본다. 자고로 남원은 우영과 초등학생 시절부터 알던 사이였다. 유치원 선생님한테 받은 과자 그대로 여자 친구한테 주던 모습 빼고 정우영의 모든 연애 과정을 다 지켜봤다는 소리다. 그래봤자 둘이지만.
崔南元把游戏画面放在一边,在点单窗口找到了汽水。看来他真的有点心不在焉。那种无力的回答就是证据。我还是第一次看到你这样。说起来,南元和友荣从小学时期就认识了。除了把幼儿园老师给的零食直接送给女朋友的那一幕,崔南元见证了郑友荣所有的恋爱过程。虽然也就两次。



"근데 너 진짜 그 형 좋아함?"
“可是你真的喜欢那个哥哥吗?”

"자기야." “亲爱的。”

"오늘따라 드럽다, 자기야." “今天特别脏,亲爱的。”

"너한테 자기 소리 듣고 나니까 확실히 형한테 뭐가 있긴 하다. 그치."
“听到你叫我哥哥之后,确实觉得我身上有点什么,对吧。”

"그래. 걍 날 실험체로 써."

"나머나."

"왜."

"보고 싶으면 사랑이야?" “想念就是爱吗?”

"너 나한테 보고 싶다고 하잖아."
“你说你想我了。”

"엉." “嗯。”

"너 나 좋아하냐?" “你喜欢我吗?”

"웩." “呃。”

"알았다고." “知道了。”



사랑이 뭐더라. 사랑이 이렇게 어려웠던 적이 있었나.
爱是什么。爱曾经有这么难吗。


자신의 감정을 의심해 볼 터가 없던 우영에게 또 다른 뒤틀림이 일어난다. 남자에게 느낄 막중한 감정의 형태는 의리와 우정이 끝일 줄 알았는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의리도, 우정도 아니었다. 보고 싶다고 한다고 무작정 사랑도 아니란다. 그럼 뭐야? 나 진짜 바이야? 아니면 뭐야? 이 형한테 내가 뭘 느끼고 있는 거냐고! 우영이 머리 싸잡고 고뇌하는 동안 사이다 가져다준 알바생한테 남원이 정우영 지갑 열어 돈을 건넸다.
对自己的感情毫无疑问的友荣,突然又产生了另一种扭曲。他以为对男人的深厚感情只会止于义气和友情。但无论怎么想,这都不是义气,也不是友情。说想见面也不代表就是爱情。那么这是什么?我真的双性恋吗?还是怎么回事?我对这个哥哥到底有什么感觉啊!友荣抓着头苦恼的时候,拿着汽水过来的兼职生,南元打开郑友荣的钱包递了钱。



"나머나……." “나머나……”

"어." “哦。”

"돈 훔치지 마……. 죽여 버릴 거야."
"不要偷钱……我会杀了你。"

"마실래?" “要喝吗?”

"웅." “嗡。”



이러니까 머리나 뜯고 있지. 자기감정에만 지나치게 단순한 놈이니까. 남원은 사이다를 건네며 제 지갑에서 돈 빼내 그대로 우영 쪽에 두었다. 이런 애한테 무슨 돈을 뜯겠냐. 일말의 동정이었고, 일종의 의리였다.
这就是为什么你总是抓狂。因为你对自己的感情太过简单。南元递给他一瓶汽水,从自己的钱包里拿出钱,直接放在友荣那边。对这种人怎么能要钱呢?这是一点同情,也是一种义气。






정우영 郑友荣

< 형 < 兄

< 형 < 兄

< 전호ㅓ 가능??



느긋하게 고양이 쓰다듬던 산에게 텀 짧은 카톡 세 개가 바쁘게 날아온다. 무슨 급한 일 있나? 답장 없이 바로 전화를 걸었다. 잠깐의 연결음 이후, 우영이 길게도 산을 불렀다. 혀어어어엉.
悠闲地抚摸着猫的伞收到了三条短时间间隔的忙碌的短信。有什么急事吗?他没有回复,直接打了电话。短暂的连接音之后,友荣长长地叫了伞。伞啊啊啊啊。



"왜?" “为什么?”

[보고 싶어성.]

"……야, 난 급한 일인 줄 알고."
“……呀,我还以为是急事呢。”

[이거 존, 진짜 급한 일이거든요?]
[这个真的,真的很急的事情,知道吗?]



헛바람이 들었다. 얘한테서 무슨 말이 나오길 바라기라도 했던 건지. 꾸물꾸물 부비는 손 아래 움직임이 느리게 다가왔다. 매일같이 옆을 차지하던 목소리가 묘하게 깨지는 음질과 함께 들린다. 우영아. 산은 마른침을 삼켰다.
起了虚火。难道是期待从他那里听到什么话吗?在慢慢摩擦的手下,动作缓慢地传来。每天占据身旁的声音,带着奇怪的破音传来。友荣啊。伞咽了口唾沫。



"내가 왜 보고 싶어?" “我为什么想你?”



거짓말처럼, 뭐가 있기라도 했냐는 듯 찾아오는 침묵.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괜히 말했나. 이런 질문 좀 그런가. 사람 떠보는 것 같고.
像是谎言一样,沉默突然降临,仿佛什么都没有发生。我紧紧闭上了眼睛。是不是不该说这些话。这种问题有点奇怪,感觉像是在试探人。



[형.] [哥。]

"응." “嗯。”

[형은 누가 보고 싶으면 사랑이에요?]
[哥,想念某个人就是爱吗?]



아래에선 별이가 산을 올려다보고 울었다. 애우웅. 쓰다듬던 손 왜 갑자기 멈추냔 뜻이었다. 멀티태스킹도 못 하겠다. 산의 정신을 쏙 빼놓은 사람이 한 명 있어서.
在下面,별이仰望着伞哭了。애우웅。意思是为什么抚摸的手突然停了下来。连多任务处理都做不到。因为有一个人完全吸引了伞的注意力。



"사랑이지." “是爱啊。”



보고 싶다고 하는데 왜 사랑이 아니야. 손을 꼼지락거리며 별이와 눈을 마주했다. 빤히 보던 시선이 하나 사라진다. 별이는 몸을 일으켜 기지개까지 켜곤 유유히 다른 방으로 향했다.
说想见你,为什么这不是爱呢。搓着手指,与星化对视。盯着的视线消失了一个。星化起身伸了个懒腰,然后悠然地走向另一个房间。



[그러면.] [那么。]

"……."

[나 형 보고 싶은 것 같아요.]
[我好像想你了,哥。]



숨이 막힌다. 喘不过气。



"난 아직 모르겠어." “我还不知道。”

[대답 빨리 안 해도 되는데.]
[回答不用那么快。]

"……."

[모른다 말고 좋다, 싫다 둘 중에 하나로 깔끔하게 해요.] 
[别说不知道,干脆选喜欢还是讨厌中的一个吧。]



나중에. 지금 말고. 사실 자신이 내놓은 답도 깔끔하지 않았다는 건 잘 알고 있다. 보고 싶은 거면 보고 싶은 거지, 보고 싶은 것 같다는 말은 뭐람. 그러나 우영에게는 이게 최선이었다. 디나이얼 겪고 바이로 발현 중인 헤테로에겐 이것도 큰 결단 내린 문장이었다. 그래. 나도 남자 좋아하나 보지. 여자만 좋아하는 게 아니었던 거지.
以后吧。不是现在。其实他自己也很清楚,自己给出的答案并不干脆。如果想见就是想见,什么叫好像想见呢?然而对友荣来说,这已经是最好的了。对于一个正经历否认阶段并且刚刚表现出双性恋倾向的异性恋者来说,这已经是一个很大的决定了。对啊,我也喜欢男人吧。不只是喜欢女人而已。



[잘 지내면 다행이고. 나중에 봐요.]
[如果你过得好,那就太好了。以后见。]



그때까지도 산의 대답은 없었다. 황급히 전화를 끊은 우영은 숨을 몰아쉬었다. 와, 뒤질 뻔했네. 심장 부근에 손을 올렸더니 금방 뛴 것처럼 미치게 쿵쾅거리고 있었다. 괜찮은 척했다. 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那时伞还没有回答。匆忙挂断电话的友荣深吸了一口气。哇,差点吓死我了。他把手放在心口,感觉心脏像刚刚狂跳过一样疯狂地跳动着。他假装没事,不知道有没有成功。


서너 달 후 정우영은 최산의 졸업식을 향해 달렸다. 형이 나 게이, 아니, 바이로 만들었으면 책임져요. 나는 평생 내가 여자만 만날 줄 알았는데. 형 때문에 이게 뭐야. 형 때문에 다 망했어. 다 흔들어 놓고 혼자만 쏙 졸업하러 가고. 손에 들린 꽃다발이 흔들렸다. 우영은 꽃다발을 품에 가두었다. 내 최초의 남자가 되어 달라고. 마지막을 탐내지 않을 테니까, 처음이라도 채워 달라고. 뜀박질이 빨라도 힘들지 않다. 꽃이 흔들리지 않으니까. 내가 흔들리지 않으니까.
三四个月后,郑友荣奔向崔伞的毕业典礼。哥,如果你让我变成了同性恋,不,双性恋,你得负责。我一直以为我只会和女人交往。因为你,这算什么。因为你,一切都毁了。你把一切都搅乱了,却自己一个人去毕业。手中的花束在颤抖。友荣把花束紧紧抱在怀里。成为我的第一个男人吧。我不会贪图最后,只求你填补我的第一次。即使跑得再快也不觉得累。因为花没有在颤抖。因为我没有在颤抖。



"형!" “哥!”



수능 날, 산에게 달려갔던 그때처럼.
高考那天,像那时跑向伞一样。



"야, 너 뛰어왔어?" “哎,你跑过来的吗?”



산의 머리가 노란색이 된 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으나.
伞的头发变成黄色是意料之外的事。



"언제, 언제 끝나는지 몰라서." “什么时候,什么时候结束不知道。”

"방금 끝났어. 딱 맞춰서 왔네?"
"刚刚结束。你来得正好。"

"자. 형 거." “给你,哥的。”

"……뭐야? 나 또 받아도 돼?"
"……什么?我还能再拿一个吗?"

"이번엔 예쁜 거 샀어요." 这次买了漂亮的东西。



오로지 산을 위한 꽃을. 只为伞的花。



"형 장미 좋아한다고 했고." “哥,你说过你喜欢玫瑰。”

"……."

"보라색 좋아한다고 했고." “你说过你喜欢紫色。”



시드는 건 싫은데 조화는 주기 싫어서. 프리저브드. 몇 년은 안 변한대요.
枯萎的花我不喜欢,但也不想送人假花。永生花。听说几年都不会变。



"그거 변할 때까지만 나 기다려 줘요."
“等到它改变之前,请等我。”



나는 안 변하니까. 我不会改变的。

산은 확신하지 못했다. 불도저 연하, 취향이 아니라고 확답은 못 하겠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애가 뭔가를 알기 시작하면 그거만큼 무서운 게 없을 거라고. 단정하게 채워진 산의 교복 마이 단추가 품 안에 들어온 꽃다발에 파묻힌다. 한 팔로 가둔 보라색 장미 꽃다발, 다른 한 팔로 안은 정우영. 어깨에 걸친 턱. 우영은 눈을 깜빡깜빡, 상황 파악부터 하려고 해 본다. 사이에 꽃다발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심장 터지는 거 자랑할 뻔했다.
伞不确定。他不能肯定地说他不喜欢那种像推土机一样的年下男孩。当一个什么都不知道的孩子开始了解一些事情时,没有什么比这更可怕的了。伞整齐扣好的校服纽扣被怀里的花束掩盖住了。一只手抱着紫色玫瑰花束,另一只手抱着郑友荣。下巴搭在肩膀上。友荣眨了眨眼,试图先弄清楚情况。幸好中间有花束,否则他差点就要炫耀自己快要爆炸的心脏了。



"아직 널 좋아한다고는 못하겠어." “还不能说我喜欢你。”

"……."

"근데." “但是。”



기다릴게. 기다리면서 나중에 말해 볼게. 돌고 도는 클리셰가 통하는 이유가 있다.
我会等你的。我会在等待中告诉你。循环往复的陈词滥调是有原因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