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지금 뭐 입고 있어."
“你现在穿什么。”
"교복." “校服。”
"난 뭐 입고 있어." “我穿什么。”
"간지 쩌는 수트." “帅气的西装。”
"뭘 좀 알겠어?" “你明白点什么了吗?”
"뒤지게 멋있는 조합이다?" “真是帅气的组合?”
"됐다." “好了。”
"뭐 왜요." “什么,为什么。”
오른손에는 펜을, 왼손에는 산의 손을 쥐고 있다. 한적하지도 소란스럽지도 않은 길가의 프랜차이즈 카페. 교복 넥타이 풀어 헤친 남학생과 정장 쫙 빼입은 남자가 손까지 잡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으니 꼴이 말이 아니다. 그나마 한쪽이 문제집 펼쳐 놓고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이상한 사이로 오해라도 받을 뻔했다. 결혼식 가기 전에 잠깐 본다는 게 이 사달을 일으켰다.
右手拿着笔,左手握着伞的手。既不安静也不喧闹的路边连锁咖啡店。一个解开校服领带的男学生和一个穿着西装的男人手牵着手互相对视,样子真是滑稽。幸好一方摊开了练习册,否则还真会被误会成奇怪的关系。说好在去婚礼前见一面,结果闹成了这样。
우영이 산 따라 대학 가서 씨씨 할 거라는 방대한 목표를 품은 지 어언 3개월. 그러나 의지를 심어 주는 동기도 산이고, 당장 게을러지는 이유도 산이다. 외롭지는 않지만 보고 싶어서. 더 이상 교내에 산을 찾아갈 곳이 없어서. 우영은 수업 중에 책 세워 놓고 몰래 폰을 들어 카톡을 마구 날렸다. 형은 대학교에서 강의 듣고 있을 텐데. 산이 알림을 무음으로 바꾼 걸 알고 있어서 걱정 없었다.
友荣跟着伞上大学,怀揣着成为校园情侣的宏大目标,已经三个月了。然而,给他动力的是伞,让他懒惰的也是伞。虽然不孤单,但因为想念而渴望见到他。因为校园里再也没有可以去找伞的地方了。友荣在上课时把书立起来,偷偷拿出手机疯狂地发着 KakaoTalk 消息。哥哥应该在大学里听讲座吧。因为知道伞把通知设成了静音,所以他并不担心。
고작 학년 하나 올라갔다고 머리가 더 커 버렸다. 시간 있으면 자기 공부 도와줄 수 있냐던 부탁이 수작이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정우영은 치밀하고 계획적이었다. 제 손을 감싼 우영의 손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것도 알고 있을 터다. 힘의 문제가 아니었다. 뿌리칠 마음이 안 드는 거다. 조금이라도 뒤로 빼내려 하면 도로 쫓아오는 손길이, 반짝이는 눈빛이. 도무지 벗어나길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형 오늘 잘생겨서 놓기 싫은데요.
고작 학년 하나 올라갔다고 머리가 더 커 버렸다. 시간 있으면 자기 공부 도와줄 수 있냐던 부탁이 수작이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정우영은 치밀하고 계획적이었다. 제 손을 감싼 우영의 손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것도 알고 있을 터다. 힘의 문제가 아니었다. 뿌리칠 마음이 안 드는 거다. 조금이라도 뒤로 빼내려 하면 도로 쫓아오는 손길이, 반짝이는 눈빛이. 도무지 벗어나길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형 오늘 잘생겨서 놓기 싫은데요.
不过是升了一个年级,头脑却变得更加聪明了。郑友荣那句“有时间能帮我学习吗”的请求,简直让人觉得是个计谋。他肯定知道,我无法轻易甩开他握住我的手。这不是力量的问题,而是我根本不想甩开。每当我稍微想抽回手,他那追逐而来的手,闪闪发光的眼神,都不允许我逃脱。哥,今天你太帅了,我不想放手。
"자꾸 기다리라고 해 놓고 이럴래?"
“老是让人等着,你就这样吗?”
"손에 뽀뽀도 했는데 무슨." "手上也亲了,算什么。"
"네가 갑자기 한 거잖아!" “你突然做的!”
"아, 좀 봐주면 안 돼요?"
“啊,不能通融一下吗?”
날이 갈수록 우영은 산의 약점을 속속들이 알아냈다. 최산은 부탁에 약했고, 앙탈에 약했으며, 연하에게 약해졌다. 좋아서 스스로 약해지는 게 아닌 그냥 강약 대결에서의 약. 강하고 멋진 어른 연상의 로망을 가진 산은 연하에게 유독 어른이 되고 싶었다. 평생 짊어졌던 책임감이다.
随着时间的推移,友荣越来越了解伞的弱点。崔伞对请求无力,对撒娇无力,对年下无力。并不是因为喜欢而变得软弱,而是在强弱对决中的弱。拥有强大而帅气的成年年长者梦想的伞,特别想在年下面前成为大人。这是一生背负的责任感。
"왜 봐줘야 돼?" “为什么要看着我?”
"나 형한테 신경 쓰여야 되니까."
“我应该让哥哥担心。”
그래서 사랑을 이유로 앙탈 부리며 부탁하는 연하 정우영에게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所以对以爱为理由撒娇请求的年下郑友荣毫无办法地屈服了。
흔해 빠진 로맨티스트 平凡的浪漫主义者
로썸 罗썸
우영에게 보라색 장미를 받은 졸업식에서부터 약 두 달이 지났을 무렵인 3월 말. 오티에서 처음 술을 마셨던 산에게 또 한 번 술을 마실 자리가 생겼다. 엠티. 당연히 이 소식에 죽어 나가는 건 정우영이었다. 선배 그 엠티 가지 마요. 안 가면 안 돼요? 어쨌든 거기에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잖아요. 그 말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내 주량 다 들어서 이러나.
友荣送给伞紫玫瑰的毕业典礼已经过去大约两个月了,到了三月底。伞在迎新会上第一次喝酒,现在又有了一个喝酒的机会。这次是集体旅行。毫无疑问,听到这个消息最难受的是郑友荣。前辈,别去那个集体旅行吧。不去不行吗?反正那里有男生也有女生啊。听到这话,我的头有点晕。这是因为我喝了太多酒吗?
"필참이야. 가야 된대." “必参加。必须去。”
"그런 게 어디 있어. 수련회예요? 강제 참여를 시키게?"
“那种事哪里有。是修炼会吗?要强制参加吗?”
"비슷할걸?" “差不多吧?”
"술 마시잖아요." “喝酒吧。”
"많이 안 마셔." “别喝太多。”
"형 엠티 가면 나 울 거예요."
“哥,如果你去 MT,我会哭的。”
영아. 산은 가끔 우영의 끝 글자만 불렀다. 우영은 그걸 좋아했다. 내 이름 형이랑 똑같이 한 글자로 만들려고요? 하고. 가끔은 설렌다며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혼자 부끄러워했다. 물론 이번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설레게 영아, 하고 불러도 울겠다는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왜 우냐고. 형이 엠티를 가잖아요. 그러니까 그거랑 무슨 관련이. 형이 나 없는 데에서. 그만.
英啊。伞有时只叫友荣名字的最后一个字。友荣喜欢这样。你是想把我的名字也变成和哥哥一样的一个字吗?他说。有时他会因为心动而害羞地说不要这样叫我。当然,这次的情况不是这样。即使伞叫他心动的“英啊”,友荣也坚持要哭。为什么哭呢?因为哥哥要去 MT 了。那和这有什么关系呢?因为哥哥要在没有我的地方。够了。
"형은 이렇게 어린애를 울리고 싶어요?"
“哥你就这么想让小孩子哭吗?”
"뭐?" “什么?”
"울리고 싶어요?" “想让我哭吗?”
"무슨 말을 그렇게 해?" “怎么能这样说话?”
"울리고 싶냐고!" “你是想让我哭吗!”
"울지 말라고!" “不要哭!”
나까지 어린애 되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지니 주위 눈치가 보인다. 산이 짧게 한숨을 쉬자 우영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어차피 갈 거 아는데 말해 봤어요. 근데 왜 그래. 속상해. 반말. 요. 이러면서 손 꼭 붙잡고 있는 게 아이러니였다. 결국 산은 엠티 가서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술 마시지도 않고 무사히 자리를 빠져나와 우영과 전화했다. 통화 내내 우영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我也变得像个小孩子了。不知不觉中声音变大了,周围的人都在看。伞轻轻叹了口气,友荣撅起了嘴。反正知道你会去的,只是说说而已。可是为什么这样呢?好难过。说着说着,手却紧紧握在一起,真是讽刺。最终,伞在聚会上找了各种借口不喝酒,顺利地离开了,和友荣通了电话。通话中,友荣的声音里一直带着笑意。
기다릴 거라는 그 말이 무색하게 산은 벌써 여러 번 우영에게 흔들렸다. 정확히 말하면 정우영이 최산을 가만히 두질 않았다. 자기가 기다려 달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 건데 안 흔들리면 이상한 사람 만들었다. 내가 갈대 같은 게 아니라 쟤가 나를 꼬신 거라니까요. 억울하다 해도 들어줄 사람이 없다. 정신 꽉 붙잡아 최산. 너 성인이야. 우영이는 민증도 안 나온 고딩이고. 그래서 산 혼자 마음을 다독였다.
等待的那句话显得毫无意义,伞已经多次被友荣动摇了。准确地说,是郑友荣没有让崔伞安静下来。明明是他说要等他,现在却不动摇就成了奇怪的人。我不是像芦苇一样摇摆不定,是他在诱惑我啊。即使感到委屈,也没有人会听。崔伞,抓紧你的精神。你是成年人了。友荣还是个没有身份证的高中生。所以伞只能独自安抚自己的心情。
언제는 또 그랬다. 기말 과제 때문에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 있었던 6월. 겨우 하루 분량을 마치고 노트북 챙겨 집으로 가려던 길에 정우영이 눈앞에 나타났다.
有一次也是这样。因为期末作业,六月的时候在学校待到很晚。好不容易完成了一天的任务,正准备收拾笔记本回家时,郑友荣出现在我面前。
"짠." “喳。”
"너 어떻게 왔어?" “你怎么来了?”
"형 보고 싶어성." “哥,我想你了。”
얼마나 바깥에서 기다렸던 건지 도서관 건물 앞에서 쪼그려 앉아 있던 회색 후드티 입은 고딩. 겨울방학 본가에 내려가 있던 그때의 통화에서 들은 말투 그대로였다. 내 어디가 그렇게 좋다고 이러는 건지. 산은 기분이 좋으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잘난 데 많아 보이는 정우영이 어쩌다 최산에게 꽂혀서 이 시간까지 여기에서 자신을 기다린 건지. 질문을 꺼낸 건 순전 호기심 탓이었다.
外面等了多久呢?在图书馆建筑前蹲着的那个穿灰色连帽衫的高中生。就像冬假回老家时通话中听到的语气一样。他到底喜欢我哪里,才会这样呢?伞心情很好,但也不理解。看起来很优秀的郑友荣怎么会对崔伞着迷,甚至等到这个时间还在这里等自己。提出这个问题纯粹是出于好奇。
"학교에서 너한테 고백하는 애들 없어?"
“学校里没有人向你告白吗?”
"고백 많이 받게 생겼죠?" “看起来会收到很多告白吧?”
"……."
"표정 뭐야." “表情什么啊。”
괜히 물었나. 사실이기도 했고 자신감 넘치는 것도 좋긴 한데 본인 입에서 그런 말 튀어나오는 걸 듣자니 좀 묘해졌다. 반쯤은 장난이고 반쯤은 진심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우영의 눈썹이 찡긋하고 위로 솟았다 떨어진다.
是不是不该问呢。虽然那确实是事实,他的自信也很好,但从他嘴里说出来总觉得有点奇怪。半开玩笑半认真地皱起了眉头。友荣的眉毛一挑又落下。
"있냐고." “在吗。”
"없어요." “没有。”
"진짜?" “真的吗?”
"구라죠. 사실 있었어요." “是骗人的。其实是有的。”
눈도 깜짝 안 하고 장난으로 거짓말을 했다. 항상 속는 건 산의 몫이다. 허, 하고 기가 찬 소리를 내자 또 속았다며 좋아한다. 이 고딩을 어쩌면 좋지. 달리 어떻게 할 방법도 없다. 매번 속는 수밖에.
眼睛都不眨一下就开玩笑撒谎。总是上当的是伞。每次发出“哼”的无奈声音时,他又会因为成功骗到我而开心。真不知道该拿这个高中生怎么办。也没有其他办法,每次只能上当。
"근데 깠어요.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可是他说了。他说他有喜欢的人。”
"……."
"잘했죠." “做得好。”
칭찬이라도 해 달라는 듯 잘했죠, 하지만 표정이 그렇지가 않다. 뿌듯함이나 그런 게 있을 줄 알았다. 하다못해 사람 꼬시려는 그 미소라도 지을 줄 알았다. 우영은 지나치게 덤덤했다. 힐끗 산을 쳐다보는 시선 외에는 모든 게 변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라는 것처럼. 보통 어린애는 아니었다.
칭찬이라도 해 달라는 듯 잘했죠, 하지만 표정이 그렇지가 않다. 뿌듯함이나 그런 게 있을 줄 알았다. 하다못해 사람 꼬시려는 그 미소라도 지을 줄 알았다. 友荣은 지나치게 덤덤했다. 힐끗 伞을 쳐다보는 시선 외에는 모든 게 변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라는 것처럼. 보통 어린애는 아니었다.
또 언제더라. 9월 대학 축제였을 거다.
又是什么时候来着。应该是九月的大学庆典。
"산아아." “伞啊啊。”
평소 끼고 살던 후드랑 아디다스 다 어디다 치웠는지 갑자기 티셔츠에 재킷 걸치고 나타나선 이름을 불렀다. 얘 왜 이래. 동기들 사이에서 눈만 끔벅이고 있었더니 산이 고등학교 친구라며 그새 동기들한테 인사하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平时总是穿着的连帽衫和阿迪达斯都不知道丢到哪里去了,突然穿着 T 恤和夹克出现,叫了我的名字。这个家伙怎么回事。在同学们中间只是眨了眨眼,伞说是他的高中朋友,已经在和同学们打招呼了。这到底是怎么回事。
"우리 얼굴 얼마 만에 보는 거야?"
“我们多久没见了?”
"어제 봤잖아……." “昨天不是看到了吗……”
"쉿." “嘘。”
"……기다려 봐. 잠깐만." "……等一下。稍等片刻。"
산은 우영의 손목을 잡고 급히 자리를 떴다. 다른 애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 나무 심어진 길 사이로 들어가 버렸다. 뭐가 좋다고 우영은 실실 웃었다.
伞抓住友荣的手腕,急忙离开了。他们走进了树木茂密的小路,其他人都看不见了。友荣不知道为什么笑得那么开心。
"콘셉트야?" “概念吗?”
"당연한 거 아니에요?" “当然不是吗?”
"스무 살인 척해서 술 마시게?"
“装作二十岁去喝酒?”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이왕 온 거 그래야겠다."
“本来没打算这么做,但既然来了,就这么办吧。”
"안 돼." “不行。”
"왜요." “为什么。”
"어디서 고딩이 술을 마셔." “哪里来的高中生在喝酒。”
"와, 형 방금 진짜 꼰 그거 같았음."
“哇,哥刚刚真的像个老古板。”
"꼰대 아니라, 하. 아무튼 안 돼. 너 오늘 반말은 되는데, 술은 안 된다. 알았어?"
“不是我老古板,哈。总之不行。你今天可以说半语,但不能喝酒。知道了吗?”
"그래, 산아." “对,伞啊。”
벌써 망한 기분이다. 已经感觉要完蛋了。
"산이? 아, 끝장났죠. 산이 우리 학교 저거도 했는데. 학생회장."
伞吗?啊,简直太厉害了。伞还当过我们学校的学生会长呢。
"와, 진짜요? 왜 말 안 했냐?"
“哇,真的吗?为什么不说?”
"우리 학년에서 최산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지, 산아."
我们年级里没有人不知道崔伞的,对吧,伞啊。
"야, 얘 말 듣지 마."
“呀,别听他的话。”
"우리 사니 오늘 왜 이렇게 까칠하지?"
“我们伞今天怎么这么暴躁?”
기분이 아니라 진짜 망했다. 고삐 풀린 것처럼 동창 코스프레 제대로 하더니 친구처럼 대하는 데에도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누가 보면 진짜 다른 대학 다니는 스무살 동갑이라도 되는 것처럼 굴었다. 새삼 대단하다 싶다가도, 이런 식으로 자신한테 구라친다고 생각하니 또 마음이 복잡했다. 왜 이렇게 거짓말을 잘해.
不是心情不好,是真的完蛋了。他像脱缰的野马一样,彻底扮演起了老同学的角色,对待自己就像对待朋友一样毫无顾忌。如果有人看到,还以为他真的是另一所大学的二十岁同龄人呢。虽然觉得他很厉害,但一想到他这样对自己撒谎,心里又变得复杂了起来。为什么他这么会撒谎。
잠깐 화장실 다녀오는 새에 우영이 소주를 들이마셔 버렸다. 그거 말린다고 잔 뺏어서 원샷했다. 나 술도 못 마시는데. 동기들은 여얼. 흑기사 뭐냐. 하면서 한참 산을 놀려댔다.
잠깐 화장실 다녀오는 새에 友荣이 소주를 들이마셔 버렸다. 그거 말린다고 잔 뺏어서 원샷했다. 나 술도 못 마시는데. 동기들은 여얼. 흑기사 뭐냐. 하면서 한참 伞을 놀려댔다.
"혀엉." “哥。”
"아까는 반말 시일컷 하더니." “刚才还用半语说话呢。”
"형이 하라고 했잖아요." “哥不是让你做的吗。”
"너 술 냄새 나." “你身上有酒味。”
"형도 나요." “哥也是我。”
"알아." “知道。”
"근데 왜 나한테만 뭐라고 해."
“可是为什么只对我说。”
"마시지 말라고 했잖아아." “我不是告诉过你不要喝的吗?”
"어우, 어떡해? 벌써 마셔 버렸는데."
“哦,怎么办?已经喝完了。”
얄미워 죽겠다. 술은 산보다 우영이 더 마셨는데 제정신 아닌 쪽은 자기인 것 같아서 더 짜증 났다. 얘는 무슨 술을 이렇게 잘 마셔서. 주량 한 병도 못 채우는 최산은 괜히 정우영을 원망했다. 집에 바래다준다며 산에게 어깨를 내어 준 우영만 멀쩡해 보였다. 정작 산은 초점 하나 맞추기 어려웠는데.
真是气死我了。明明喝酒比伞多的是友荣,但看起来不清醒的却是自己,这让他更加烦躁。这个家伙怎么这么能喝酒。酒量连一瓶都撑不下来的崔伞无端地埋怨起了郑友荣。说要送他回家,还把肩膀借给伞靠的友荣看起来却很清醒。反倒是伞连对焦都很困难。
"형." “哥。”
"왜." “为什么。”
"혀엉." “哥。”
"왜에에." “为什么啊。”
"왜 귀엽게 말해요?" “为什么要说得这么可爱?”
"내가 언제에." “我什么时候。”
자꾸 말끝이 늘어졌다. 아, 나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훅 끼치는 열기가 바람을 맞아도 가시지를 않았다. 겨우 계단을 올라 빌라 옥탑방 앞에 놓인 평상에 털썩 앉았다. 고개를 드니 하늘이 보인다. 맑은 가을 밤하늘에 별이 피었다. 산은 별의 개수를 셀 수 없었다. 눈을 힘차게 감았다 떠도 보고 있는 게 사방으로 늘어나서였다.
자꾸 말끝이 늘어졌다. 아, 나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훅 끼치는 열기가 바람을 맞아도 가시지를 않았다. 겨우 계단을 올라 빌라 옥탑방 앞에 놓인 평상에 털썩 앉았다. 고개를 드니 하늘이 보인다. 맑은 가을 밤하늘에 별이 피었다. 伞은 별의 개수를 셀 수 없었다. 눈을 힘차게 감았다 떠도 보고 있는 게 사방으로 늘어나서였다.
"형 여기 있을 거예요?" “哥,你会在这里吗?”
"응." “嗯。”
"나 가요?" “我走吗?”
"아니." “不。”
"뭐 어떡하라는 거야." “那我该怎么办。”
"옆에 있어." “在我身边。”
산이 형은 취하면 귀여워진다. 목을 한껏 뒤로 꺾더니 하늘만 보며 대답하는 게 그렇게 귀여워 보일 일인가. 우영은 산의 옆에 앉아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얼굴이고 손이고 다 빨갛게 달아서는. 평소에 볼 수 없는 모습을 눈에 다 담아 두고 싶었다. 그러다 하늘에 별은 많은지, 이곳에서 보이는 풍경이 어떤지 주위를 둘러본다. 빛이 났다.
伞哥喝醉了就变得很可爱。他把脖子尽量往后仰,只看着天空回答问题,怎么能这么可爱呢。友荣坐在伞的旁边,目光一刻也不离开他。脸和手都红彤彤的。平时看不到的样子,他想把这一切都记在心里。然后他环顾四周,看看天上有多少星星,从这里能看到什么样的风景。光芒四射。
"나는, 영아. 연하를. 안 만날라구 했거든?"
“我是说,友荣。我本来不打算和年下的人交往的。”
"그럴 것 같더라." “那样好像也行。”
"근데에. 너 왜 나 자꾸 꼬셔?"
“可是,你为什么总是勾引我?”
"좋긴 해요?" “你喜欢吗?”
"웅." “嗡。”
"연하를 왜 안 만나려고 했는데요?"
“为什么不想和年下的人交往呢?”
입이 멋대로 움직인다. 입을 다물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근데 말하고 싶어. 나 너무 답답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제 취향을, 자신을 좋아하는 우영에게 말한다면 그건 괜찮을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몸이 붕 떠 있는 것 같다.
嘴巴不由自主地动了起来。我想闭上嘴,但却无法如愿。可是我想说。我太郁闷了。如果把从未对任何人说过的我的喜好告诉喜欢我的友荣,那会没问题吗?没有时间思考。感觉身体漂浮了起来。
"나느은…… 좀 무서워. 영아." “我……有点害怕,友荣。”
"……."
"누가, 나한테 기대면. 나두 같이 무너질 것 같아."
"谁要是靠在我身上,我也会一起崩溃的。"
나가는 문장의 발음이 다 뭉개진다. 지금도 몸이 비틀거리는 게 금방 무너질 것 같았는데. 끝끝내 뒤로 넘어가려는 산의 고개 아래로 우영이 손을 집어넣었다. 엉성하게 동화 속 왕자님과 공주님 자세가 된다. 산은 이제 고개를 꺾지 않아도 하늘이 보인다. 더불어 우영이 보인다. 그냥 열여덟 어린애였는데. 술기운 때문일까. 정우영에게서 나이가 보이지 않는다. 옅은 바람이 둘 사이를 스쳐 지나간다. 기우뚱했던 축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는데도 우영은 산에게서 손을 떼지 않았다.
나가는 문장의 발음이 다 뭉개진다. 지금도 몸이 비틀거리는 게 금방 무너질 것 같았는데. 끝끝내 뒤로 넘어가려는 산의 고개 아래로 우영이 손을 집어넣었다. 엉성하게 동화 속 왕자님과 공주님 자세가 된다. 산은 이제 고개를 꺾지 않아도 하늘이 보인다. 더불어 우영이 보인다. 그냥 열여덟 어린애였는데. 술기운 때문일까. 정우영에게서 나이가 보이지 않는다. 옅은 바람이 둘 사이를 스쳐 지나간다. 기우뚱했던 축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는데도 우영은 산에게서 손을 떼지 않았다.
出去的句子的发音都模糊了。现在身体摇摇晃晃的,感觉马上就要倒下了。最终,友荣把手伸到了伞的后脑勺下,防止他向后倒去。两人笨拙地摆出了童话里王子和公主的姿势。伞现在不用扭头就能看到天空了,同时也能看到友荣。明明只是个十八岁的孩子。是因为酒劲吗?在郑友荣身上看不出年龄。微风轻轻拂过两人之间。虽然摇晃的重心已经恢复了原状,但友荣并没有把手从伞身上移开。
"산아." “伞啊。”
"……."
"키스해도 돼?" “可以亲吻吗?”
무슨 용기가 솟구쳤는지 모르겠다. 정말 술기운 때문일까. 언젠가는 있어야 했던 도전과도 같은 행위일까. 얼굴이 달아오른다. 소주 한두 잔에 붉어진 산에게 옮은 거라 여기기로 한다.
不知道是什么勇气涌上心头。真的是因为酒劲吗?这是不是某种迟早要面对的挑战?脸颊发烫。我决定认为这是因为喝了一两杯烧酒而脸红的伞传染给我的。
언젠가 산이 그랬다. 야경 예쁜 곳을 좋아한다고. 우영 딴에 이곳은 별도 빛나고 도시 건물도 빛나는, 최고의 야경 스폿이다. 어쩌면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될 거라고 생각한 이유가. 이미 눈을 반은 감았던 산이 마저 눈꺼풀을 덮었다. 졸업식 날 꽃다발에 막혀 전해지지 않았던 심장박동이 고스란히 산에게까지 닿았다. 술기운이다. 자신에게까지 거짓말을 표했다. 우영이 조심스럽게 입술을 겹쳤다. 막연히 다른 생각이 든다.
有一天,伞说过他喜欢漂亮的夜景。对友荣来说,这里是一个星星闪耀、城市建筑也在发光的最佳夜景地点。也许正因为如此,他才觉得今天会成功。伞已经半闭的眼睛完全合上了。毕业典礼那天被花束挡住而未能传达的心跳,如今完整地传到了伞的心里。这是酒劲的作用。他对自己撒了谎。友荣小心翼翼地吻上了他的嘴唇。突然间,他有了别的想法。
형이 나를 기다릴 수 있을까. 형한테 나를 기다려 달라고 해도 될까.
哥哥能等我吗?我可以让哥哥等我吗?
"야, 다 폰 꺼내. 제일 마지막으로 연락한 사람 누구야."
“喂,都把手机拿出来。最后一个联系的人是谁。”
"뭐, 왜?" “什么,为什么?”
"마지막으로 연락한 사람한테 카톡 보내서 제일 먼저 데리러 오는 사람 오늘 술값 안 내는 걸로."
“最后联系的人发个 KakaoTalk 消息,今天第一个来接你的人不用付酒钱。”
"미쳤냐? 나 엄마임." “你疯了吗?我是妈妈。”
"아, 봐줬다. 그럼 제일 먼저 전화 오는 사람."
“啊,放过你了。那么第一个打电话来的人。”
……마지막 연락? 산이 최근 통화 기록을 켰을 때 보이는 건.
……最后的联系?伞最近打开通话记录时看到的是。
우앵. 呜呜。
큰일 났다. 大事不好了。
"우앵이가 누구냐?" “友荣是谁?”
"어떻게 사람 이름이 우앵." “怎么会有人叫友荣。”
"있어. 친한 동생." “有的。亲近的弟弟。”
"넌 무슨 친한 동생이랑 통화를 존나 많이 했냐."
“你跟哪个亲近的弟弟通话这么多?”
"내, 내가 과외 해 줘서."
“我,我来给你补习。”
"너 동창 이름이 우영인가 그러지 않았냐?"
“你同学名字是友荣吗,不是吗?”
"걔는 우형이고! 얘가, 우영이고. 둘이 형제."
“他是友荣!这个是友荣。他们是兄弟。”
"아아." “啊啊。”
대충, 진짜 대충 넘어가자. 통화 잠깐이면 되잖아. 아니, 연락 안 되는 게 오히려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만우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거짓말 다했다.
大概,真的大概就这样过去吧。只是打个电话而已嘛。其实,联系不上反而更好。愚人节还没到就已经撒了谎。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겠다. 정신 차리고 보니 산은 어느덧 스물한 살이 되어 친구들과 조촐한 개강 파티를 열었다. 한두 잔에도 맛이 가던 알쓰는 단련이 되어 겨우 소주 한 병 언저리까지 주량이 자라났다. 그날 말 쏟아낸 이후 ─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 최산의 주사는 말수가 줄어드는 행동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이런 경우에는 아니다. 등골이 서늘해져 갑자기 말이 우다다 나갔다.
时间怎么过的都不知道。回过神来,伞已经二十一岁了,和朋友们一起举办了一个小型的开学派对。以前喝一两杯就醉的他,现在经过锻炼,酒量勉强增长到能喝一瓶烧酒左右。那天说了很多话之后——虽然不记得说了什么——崔伞的醉酒习惯变成了话变少的行为。不过这种情况并不是这样。脊背一凉,突然话就哗啦啦地涌了出来。
축제 뒤로 이전보다 연락이 줄었다. 산도 바빴고, 우영도 공부에 전념하겠다며 학교에 있을 때 더 이상 연락을 보내지 않았다. 가끔씩 오던 고양이 그림도 한동안은 받을 수 없었다. 겨울방학 때 메모지 한 뭉텅이 분량의 고양이를 받긴 했지만.
自从节日之后,联系比以前少了。伞也很忙,友荣也说要专心学习,在学校的时候不再发信息了。偶尔收到的猫咪画也有一阵子没收到。虽然在寒假时收到了一大堆便签纸上的猫咪。
"하나, 둘, 셋 하면 누르는 거다."
“一,二,三,然后按下去。”
네 사람의 엄지손가락이 전송 버튼 위를 떠돌았다. 이렇게라도 제대로 연락할 구실을 만들고 싶었을지도 모르지.
四个人的拇指在发送按钮上徘徊。也许他们只是想借此找到一个好好联系的借口。
하나. 一个。
둘. 二。
셋. 三。
잠깐 통화할 수 있어? >
可以聊一下吗?
전송. 传送。
바로 없어지는 카톡 옆 숫자 1.
旁边数字 1 立刻消失的 KakaoTalk 消息。
그리고 걸려 오는…… 우앵으로부터의 전화.
然后接到了……来自友荣的电话。
"와, 미친." “哇,疯了。”
"너 기다린 거 아님?" “你不是在等我吗?”
"짠 거 아니냐?" “不是故意的吗?”
"웃기시네. 내기 네가 걸었다." “真搞笑。是你下的赌注。”
"야, 일단 받아. 끊어지겠다." “呀,先接着。要断了。”
막상 이름 뜨니까 머뭇거렸다. 산이 바빴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우영과의 키스 이후 그를 조금씩 피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모르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다 티가 날 것 같아 아예 만나는 횟수를 줄여 버렸다. 정우영만 보면 밤하늘 아래 맞닿았던 입술의 촉감이 떠올랐다. 감당이 되질 않았다. 통화를 받고 조심히 귀에 폰을 붙였다.
막상 이름 뜨니까 머뭇거렸다. 伞이 바빴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友荣과의 키스 이후 그를 조금씩 피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모르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다 티가 날 것 같아 아예 만나는 횟수를 줄여 버렸다. 郑友荣만 보면 밤하늘 아래 맞닿았던 입술의 촉감이 떠올랐다. 감당이 되질 않았다. 통화를 받고 조심히 귀에 폰을 붙였다.
"여보세," “喂,”
[형 왜요? 무슨 일 있어요?]
[哥,怎么了?发生什么事了吗?]
"잠깐, 잠깐만." “잠깐, 잠깐만.”
[오늘 술 마시러 간 거 아니었어요?]
[今天不是去喝酒了吗?]
"맞는데, 좀 작ㄱ……." “没错,但是有点小……”
[데리러 가야 돼요?!] [要去接你吗?!]
"작게 말해!" "小声点!"
딱 들어도 진정하지 않는 목소리여서 괜히 밖으로 샐까 봐 작게 말하라고 소리쳤다. 지가 크게 말하는데. 옆에 있던 동기 하나가 그렇게 말하고 킥킥대길래 살짝 째려보곤 마저 우영의 목소리를 들었다.
一听就是不安的声音,怕传到外面去,我大声喊让他小声点。明明是他自己在大声说话。旁边的一个同期这么说着,咯咯笑了起来,我瞥了他一眼,然后继续听友荣的声音。
[오케이. 형 취했구나.] [好吧。哥,你喝醉了。]
"아닌데?" “不是啊?”
[취했네. 갈게요. 형 저번에 갔던 거기죠?]
[醉了。我要走了。哥,是上次去的那个地方吧?]
"야, 야. 오지 마." “喂,喂。别过来。”
[갈 거임. 기달.] [要走了。等着。]
"오지 말, 야. 야!" “别过来,喂。喂!”
지 때문에 팍 깨 버린 것도 모르고. 전화가 끊긴 폰 화면을 보다가 머리를 쓸어올렸다. 왜. 여기로 온대? 어. 얘 나 취한 줄 알아. 취했잖아. 맞긴 해. 더 얘기 꺼냈다가는 진짜 무슨 실수라도 할까 봐 입을 꾹 다물었다. 무슨 사이냐고 묻는데 뭐라고 답할 말도 없었다. 거짓말 쏙 빼면 무슨 사이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因为他,我突然清醒了。看着挂断的电话屏幕,我抚摸了一下头发。为什么。要来这里?哦。他以为我喝醉了。确实是醉了。再多说下去,怕真的会犯什么错误,所以紧闭着嘴。他问我们是什么关系,我也不知道该怎么回答。除了谎言,我不知道该说我们是什么关系。
아예 테이블에서 몸을 일으켜 가게 밖으로 나갔다. 서늘한 공기에 으슬으슬해진 몸이 움츠러든다. 멀리서 맨투맨에 모자 하나 푹 눌러 쓰고 오는 정우영이 보였다. 괜히 머쓱해진다. 눈에 보이는 우영이 조금씩 흔들렸다.
他直接从桌子上站起来,走出了店外。凉爽的空气让他的身体微微颤抖,缩了缩肩膀。远处,郑友荣穿着卫衣,帽子压得低低的,正朝这边走来。他感到有些尴尬。眼前的友荣渐渐变得模糊起来。
"미안. 부르려던 건 아니었는데." “对不起。我不是故意要叫你的。”
"됐어요. 뭐 이런 거 가지고."
“没关系。就这种小事。”
"……들어갈래?" “……要进去吗?”
"술자리 끝난 거 아니에요?" “酒局还没结束吗?”
"그렇, 긴 하지?" “对吧?”
"가요 그럼." “那我们走吧。”
아님 형 짐 내가 들고 올게요. 문을 당겨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는 우영의 팔을 잡아챘다.
不,哥,我来拿行李吧。我抓住了正要拉门进店的友荣的胳膊。
"가기 전에." “在你走之前。”
"에?" “啊?”
"너 누가 나이 물어보면 스무 살이라고 해. 알았지."
“你要是有人问你年龄,就说你二十岁。知道了吗?”
"형 고딩 만난다고 소문날까 봐 걱정했죠."
“哥,我担心会传出和高中生约会的谣言。”
"안 하게 생겼어?" “看起来像不做吗?”
"형. 나 정우영이에요." “哥,是我,郑友荣。”
그런 것도 모를까 봐. 헛웃음에 가까운 미소에 자신감이 어렸다. 그래, 걱정은 안 하지만. 우영은 금세 산의 가방과 겉옷을 들고나온다. 형 아예 사람 하나 만들었더라. 저 형들이 뭐라고 했는 줄 알아요? 너희 형이랑 똑같이 생겼다. 이랬어요. 무슨 말인가 했네 진짜. 눈치도 빨라서는 가볍게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했단다. 이 정도면 재능으로 치부할 능력이다.
那种事还用说吗?他脸上带着近乎嘲讽的微笑,充满了自信。对,我是不担心的。友荣很快就拿着伞的包和外套出来了。哥,你简直是造了一个人出来。你知道那些哥们说什么了吗?他们说你长得跟你哥一模一样。真是搞不懂他们在说什么。反应也太快了,轻描淡写地说了句“经常听到这种话”。这已经可以算是一种天赋了。
"내가 너 다른 사람 만들어 놨네."
“我把你变成了另一个人。”
"맞지 뭐. 형 덕에 나 이제 욕도 안 하잖아요."
“맞지 뭐. 형 덕에 나 이제 욕도 안 하잖아요.”
"그건," “那是,”
"난 형이 나 애 취급하는 거 다 알아요."
“我知道哥哥总是把我当小孩看待。”
"……."
"근데 상관없어요." “但没关系。”
우영이 예전 그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지 않은 소리를 하며 당연하다는 얼굴을 했다. 없는 사람 만들어내 형 동생 역할 둘 다 맡겼다는 의미로 말했는데, 우영은 본인이 개과천선했다는 뜻으로 알아들었다. 확실히 정우영은 조금, 아주 조금 어른이 됐다. 산에게 애로 비친다는 것도 잘 알았다. 일부러 밝히지 않았던 속내가 다 들추어내졌다. 우영이 어른이 될수록 산은 더더욱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友荣露出了以前那种表情。他说着不合常理的话,却摆出一副理所当然的样子。我说他凭空捏造了一个人,既当哥哥又当弟弟的意思,但友荣却理解成他自己改过自新了。确实,郑友荣稍微,有那么一点点长大了。他也很清楚自己在伞眼里显得幼稚。那些故意不说出口的心思全都被揭露了出来。友荣越是成熟,伞就越想变得成熟。然而。
"애면 애인 거고. 형한테 일부러 으른같이 안 굴어도 사랑받는 사람 하고 싶어서."
“爱就是爱。我想成为一个即使不故意在哥哥面前表现得像大人也能被爱的那个人。”
"……."
"척했다가 형이 그거에 빠져 버리면 나 자체를 좋아하는 게 아닌 게 되니까."
“假装的话,如果哥哥陷入其中,那就不是喜欢我这个人了。”
그럼 너한테 어른인 척하고 있는 나는. 한순간 마음이 얽히고설켰다. 지난날 네게 어른이 되고자 아무것도 털어놓지 않았던 나는. 이상한 시기 같은 게 생긴다.
那我在你面前装作大人的样子。瞬间心情变得复杂。过去为了成为大人而对你什么都不说的我。产生了一种奇怪的时期。
너는 나 자체를 좋아하고 있을까.
你会喜欢真正的我吗?
기댈 곳이 필요했다. 연상을 추구하던 버릇도 그래서 생겼다. 최산에게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란 모두 그런 존재였다. 멋진 사람. 기댈 수 있는 사람. 든든하고 매사 여유로운 사람. 연하를 만나지 않으려던 이유도 그래서였다. 누군가 자신에게 기대게 될까 봐.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까 봐. 짊어진 책임감 따위를 떨치고 살고 싶은 게 컸다. 누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 그게 제일 마음이 편했다.
需要一个可以依靠的地方。追求年长者的习惯也是因此而生的。对崔伞来说,比自己年长的人都是那样的存在。帅气的人。可以依靠的人。可靠且从容不迫的人。不想和年下的人交往的原因也是如此。害怕有人会依赖自己。害怕自己无法承担。更想摆脱肩上的责任感之类的东西。按照别人的指示去做。那是最让人心安的。
최산은 자기도 모르게 인생이 버거웠다. 그래서,
崔伞不知不觉中觉得生活很沉重。所以,
"산아, 점심 먹었어?" “伞啊,吃午饭了吗?”
"어? 아니. 왜?" “啊?没有。为什么?”
"같이 먹으러 갈래? 형이 사 줄게."
"一起去吃饭吗?哥哥请客。"
그 버거움을 덜 수 있는 휴식처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他可能需要一个可以减轻负担的休息处。
바람 같은 것도 아니다. 실질적으로 정우영과 최산은 사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저 미래를 기약한 사이. 키스는 했지만 이렇다 할 관계는 없는 사이. 처음부터 그랬잖아. 연상 추구 게이라고. 최산이 하재열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는 정우영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아서 따위가 아니다. 산은 지쳤다. 정말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정우영은 기대기엔 너무 좋은 사람이다. 그런 우영에게 부담이 되기 싫었다.
不是像风一样的东西。实际上,郑友荣和崔伞从来没有真正交往过。只是约定了未来的关系。虽然接过吻,但并没有什么实质性的关系。从一开始就是这样。追求年长的同性恋。崔伞对河在烈感兴趣的原因并不是因为他不再喜欢郑友荣。伞累了。真的觉得如果不依靠某个人就不行了。郑友荣是一个非常适合依靠的人。但伞不想给友荣带来负担。
풀썩 침대에 누웠다. 테이블 위 보라색 장미는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색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게 운명인 거야. 이게.
扑通一声躺在床上。桌子上的紫玫瑰还没到两年就开始褪色了。这就是命运。就是这样。
하재열은 최산이 소망하던 이상형 그 자체였다. 우영은 고3이 되어 연락이 더 줄었고, 산은 구태여 그 연락을 붙잡으려 하지 않았다. 잘만 받던 우영의 전화를 가끔씩은 일부러 못 본 척하기도 했다. 우영에게 부담이 되기 싫다는 건 핑계다. 기다림에 지쳐 다른 사람을 바라보게 되었다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다만 미안해지기만 하는 거다. 솔직할 수 없는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게 다였다.
하재열은 최伞이所望的理想型那本身。友荣成为高三后联系更少了,伞也没有刻意去维持那联系。偶尔也会故意装作没看到友荣的电话。说是不想给友荣增加负担只是借口。即使因为等待而疲惫,开始看向别人也不奇怪。只是感到抱歉而已。无法原谅自己不能坦诚。
봄에서 여름. 여름에서 가을. 그리고 가을 끝자락과 겨울 시작점 사이 그 어딘가. 지겹도록 보는 얼굴은 정우영이 아닌 하재열이 되었다. 우영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수험생한테 민폐다. 얼마 지나지 않은 디데이 어플 아래로 우영의 카톡 알림이 뜬다. 몸이 좀 안 좋아서 집에 일찍 갈 것 같다는 말에 몇 번이고 걱정했다. 제 옆에는 재열이 있었다. 답장은 못 보냈다.
从春天到夏天。从夏天到秋天。然后在秋天的尽头和冬天的起点之间的某个地方。看得厌烦的脸不再是郑友荣,而是河在烈。我没有告诉友荣。对考生来说,这是一种打扰。不久之后,D-Day 应用程序下方弹出了友荣的 KakaoTalk 通知。他说身体有点不舒服,可能会早些回家,我担心了好几次。在我身边的是在烈。我没能回复。
하재열이 좋아서 고백에 응했을까. 그건 모르겠다. 트여 있는 숨구멍이 그곳밖에 없어서 불가피하게 택했던 것도 같다.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말했지만 일단 만나 보면서 생각해 달라고 하길래, 그냥 얼결에 그렇게 됐다. 언젠 또 내 주장이 있었다고.
하재열이 좋아서 고백에 응했을까. 그건 모르겠다. 트여 있는 숨구멍이 그곳밖에 없어서 불가피하게 택했던 것도 같다.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말했지만 일단 만나 보면서 생각해 달라고 하길래, 그냥 얼결에 그렇게 됐다. 언젠 또 내 주장이 있었다고.
哈在烈是因为喜欢才答应告白的吗?那我不知道。可能是因为除了那里没有其他出路,不得已才选择了那里。我坦诚地说我不太清楚自己的心意,但他说先见面再考虑,所以就稀里糊涂地答应了。什么时候我也有过自己的主张。
"아픈 건 괜찮아?" “疼吗?”
"잠깐 컨디션이 안 좋은 거였나 봐. 괜찮아. 바래다줄 정도는 아니었는데……."
“잠깐 컨디션이 안 좋은 거였나 봐. 괜찮아. 바래다줄 정도는 아니었는데…….”
“可能只是暂时状态不好。没事的。不至于需要送我回去……”
"내가 데려다주고 싶어서 데려다주는 거야."
“我只是想送你回家。”
배시시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일 년 전 이맘때에도 취한 산은 하늘을 봤다. 지금은 술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지만, 오늘은 문득 별이 보고 싶은 날이었다. 취해서 눈이 핑핑 돌았을 때. 그땐 별이 많아 보였는데. 오래 봐야 겨우 서너 개 나타나는 점이 지난 가을을 그립게 한다. 이제 거의 집 앞이다. 산은 고개를 내려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배시시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일 년 전 이맘때에도 취한 산은 하늘을 봤다. 지금은 술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지만, 오늘은 문득 별이 보고 싶은 날이었다. 취해서 눈이 핑핑 돌았을 때. 그땐 별이 많아 보였는데. 오래 봐야 겨우 서너 개 나타나는 점이 지난 가을을 그립게 한다. 이제 거의 집 앞이다. 산은 고개를 내려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他咧嘴一笑,抬头望向天空。一年前的这个时候,醉酒的伞也曾仰望天空。虽然现在一滴酒都没喝,但今天突然很想看星星。醉得眼花缭乱的时候,那时星星看起来很多。现在要看很久才能看到三四颗星星,这让他怀念起去年秋天。现在已经快到家门口了。伞低下头,再次看向前方。
빌라 건물 앞에 서 있는 게 멀리서부터 정우영이다. 눈이 마주쳤다.
站在别墅建筑前的是郑友荣。眼神交汇了。
"……."
입을 꾹 다물고 성큼성큼 다가와 들고 있던 봉지를 건넸다. 얼결에 받은 봉지가 제법 묵직하다. 우영은 그대로 아무 말 없이 뒤를 돌아 가 버렸다. 편의점 봉지 안에는 따뜻하게 데워진 우유도 있었고, 약국에서 산 듯한 진통제, 소화제, 그 외 먹을 것 여러 개가 보였다.
紧闭着嘴巴,大步走过来递上了手中的袋子。稀里糊涂接过的袋子相当沉重。友荣什么也没说,转身就走了。便利店的袋子里有温热的牛奶,还有像是从药店买来的止痛药、消化药,以及其他几样吃的东西。
"누구야?" “谁啊?”
"……미안. 나 잠깐만." “……对不起。等我一下。”
뭔가 잘못됐다. 산은 우영에게서 받은 봉지를 재열에게 맡기고 골목길로 꺾어 사라진 뒷모습을 향해 뛰었다.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듯 가는 걸 겨우 쫓았다. 다급하게 손목을 잡았다. 숨을 고르는 동안 우영이 뒤를 돌기만을 기다렸다. 까만 뒤통수가 도통 움직이질 않았다. 쉽사리 말을 꺼낼 수가 없다.
出了什么问题。伞把从友荣那里收到的袋子交给在烈,转身消失在小巷里,朝着他的背影跑去。伞几乎是用快步逃跑的方式走着,勉强跟上了他。急忙抓住了他的手腕。在喘息的间隙,伞等待着友荣转过身来。黑色的后脑勺一动不动。伞无法轻易开口。
이렇게 정우영의 뒷모습을 오래 본 적이 있었을까. 우영이는 내 뒷모습을 얼마나 봤을까. 내가 네 뒷모습을 보지 않았던 만큼 너는 내 뒷모습만을 보고 있었을까. 한참을 뒤돌지 않았다.
这样长时间地看着郑友荣的背影,我曾经有过吗?友荣又看了我多少次背影呢?我没有看你的背影的时候,你是不是一直在看我的背影呢?我久久没有转身。
"……놔요." “……放开我。”
푹 꺼져 갈라진 목소리. 놓을 수가 없다. 손목에 있던 손을 흘리듯 내려 우영의 손을 감싸 쥐었다. 지금 놓으면 영영 빠져나가 다시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산은 그게 두려웠다. 우영이 자신을 떠나는 게 싫었다. 먼저 다른 사람 만나다 들킨 건 나인데. 이기적이었다. 처음으로 남에게 비겁하게 굴게 됐다. 정우영 때문이다. 나 때문이다.
凹陷破裂的声音。无法放手。手从手腕滑落,紧紧握住友荣的手。现在放手的话,感觉会永远失去,再也抓不住了。伞害怕这一点。他不想让友荣离开自己。明明是我先被发现和别人见面的。真是自私。第一次对别人卑鄙。都是因为郑友荣。都是因为我。
"우영아. 얼굴 보고 얘기하자. 응?"
"友荣啊。我们面对面谈谈吧。嗯?"
"……."
"내가 다 설명할게. 내가," “我会解释一切的。我,”
힘없이 빠져나가는 손을 쫓으려다 움직임이 늦었다. 우영이 뒤를 돌았다.
힘없이 빠져나가는 손을 쫓으려다 움직임이 늦었다. 友荣이 뒤를 돌았다.
"그래서 연락 안 됐구나." “所以联系不上啊。”
"영아." “友荣。”
"나는 형한테 뭐였는데요?" “我对哥哥来说算什么呢?”
"영아, 그게 아니라……." “友荣,不是那样的……”
"어린애가 형 좋다고 따라다녀 주니까 좋아요? 뭐 키링 같아 보였어요? 그냥 좋아한다, 좋아한다 하니까 장난인 것 같았어요?"
“孩子跟在你身后说喜欢你,你就开心吗?看起来像钥匙扣吗?只是因为他说喜欢你,喜欢你,你就觉得是开玩笑吗?”
정우영이 울었다. 郑友荣哭了。
"형한테는," “对哥哥来说,”
험한 말 나올 법도 한데 그 입에서 욕 끄트머리도 나오지 않았다.
虽然有可能会说出粗话,但他的嘴里连一句脏话都没有。
"내가 했던 게 진심으로도 안 보였구나."
“我做的事情在你眼里根本不是真心的。”
내가 욕하지 말라고 해서. 我叫你不要骂人。
우영이 쓰게 웃었고, 다시 뒤를 돌아 걸었다. 붙잡을 수 없었다. 모든 게 뒤틀리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너를 오랫동안 기다렸던 이유는 네가 기다려 달라고 해서가 아니었다. 내가 너를 좋아해서. 산의 자기주장은 처음부터 있었다.
友荣苦笑了一下,然后转身继续走。我无法挽留他。一切都感觉在扭曲。我之所以长久等待你,不是因为你让我等,而是因为我喜欢你。伞的自我主张从一开始就存在。
이것이 주인공 최산의 지난 1년 7개월이 담긴 영화. 한 씬도 빠지지 않는 정우영. 로맨스 장르에 꼭 있다는 관계의 갈등. 비로소 자신이 무얼 해야 하는지 알아차리는 주인공. 산은 그렇게 성장한다. 정우영을 만나 갇혀 있지 않아도 되는 틀을 벗어난다. 그동안 바라보지 못했던 우영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보면서.
这是一部记录了主角崔伞过去 1 年 7 个月的电影。每一个场景都有郑友荣。浪漫类型中必有的关系冲突。终于意识到自己该做什么的主角。伞就这样成长了。遇见郑友荣后,摆脱了不必被困住的框架。长时间注视着之前未曾注意到的友荣的背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