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헤어졌어. 정우영의 이별 소식을 들은 최산은 죽마고우의 슬픔에 공감…, 하지는 않고. 연신 피식거리며 웃음을 참았다. 왜, 아주 그냥 자지러지게 웃지? 정우영은 연신 픽픽 새는 웃음소리에 맞춰 인상을 찌푸렸다. 저도 모르게 봉긋 오른 볼을 가만히 바라보던 정우영은 결국 하아,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헤어졌다는 얘기에는 대꾸도 없으면서 웃는 꼴에 자존심이 상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차일 줄 알았으면 어제 좋으냐 물어볼 때 고개를 내저었을 텐데. 
我分手了。听到郑友荣的分手消息,崔伞并没有同情这位青梅竹马的悲伤,而是一直忍不住笑了出来。为什么,不如干脆大笑出来呢?郑友荣对着崔伞不断漏出的笑声皱起了眉头。郑友荣不自觉地盯着崔伞微微鼓起的脸颊,最终叹了口气,仰起头。对于分手的消息没有回应,却因为笑而感到自尊心受损。如果早知道会这么无奈地被甩掉,昨天问他是否开心时,他一定会摇头的。


오래 가라는 말이 사실 저주가 아니었을까? 정우영은 최산의 호의를 의심하며 그대로 드러누웠다. 아무렇게나 벗어둔 최산의 패딩이 등에 짓눌려 바스락거리고, 정우영은 쨍한 형광등을 한참이나 응시했다. 한참을 가만히 누워 숨만 들썩이면 앞에서는 최산이 웃음을 참느라 픽픽대는 소리가 들렸고, 뒤에서는 패딩에서 나는 최산의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저 얄미운 얼굴을 보느니 차라리 눈을 감자 싶어 질끈 감으면 내내 바라보던 형광등이 노오랗게 시야를 흐린다. 
오래 가라는 말이 사실 저주가 아니었을까? 郑友荣怀疑崔伞的好意,直接躺了下来。崔伞随意脱下的羽绒服压在他的背上,发出沙沙的声音,郑友荣盯着刺眼的荧光灯看了很久。静静地躺了一会儿,只听见前面崔伞忍住笑声的抽气声,后面羽绒服上崔伞的香水味刺鼻。与其看那张讨厌的脸,不如闭上眼睛,于是他紧紧闭上眼睛,刚才一直盯着的荧光灯在视野中变得模糊发黄。



“왜 헤어졌는데?” “为什么分手了?”



여자친구가…, 내가 너랑 있는 게 싫대. 그럴 거면 자기랑 헤어지고 너랑 사귀래. 눈치도 없이 꾸역꾸역 올라온 말을 무심코 뱉을 뻔해서, 얘기해봤자 좋을 거 없는 말이라 도로 꾸역꾸역 삼켜냈다. 정우영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으나 핸드폰을 보고 있던 최산은 알 수 없었다. 핸드폰 액정을 톡톡 두드리는 작은 소음과 깔고 누운 패딩에서 나는 향수 냄새가 정우영의 등을 떠밀었다. 노랗게 물들었던 시야가 잠잠해질 때까지 쌕쌕 숨만 고르던 정우영이 눈을 떴고, 기다렸다는 듯 최산과 눈이 마주쳤다.
女朋友说……她不喜欢我和你在一起。如果是这样,她说要和我分手然后让我和你交往。差点不经意间把这些话说出口,但我又把这些没好处的话硬生生咽了回去。郑友荣的嘴角微微颤抖,但正在看手机的崔伞并没有察觉。轻轻敲击手机屏幕的声音和躺在羽绒服上散发的香水味推着郑友荣向前。直到视线中那片黄色逐渐平静下来,郑友荣才喘着粗气睁开眼睛,正好与崔伞的目光相遇。


덜컥 말이 나오지 않아 죄 없는 안쪽 볼을 씹었다. 그냥 헤어지자더라…. 고르고 골라서 나온 말은 저게 고작이었다. 무슨 거창한 이유라도 있는 것처럼 씨발, 어디냐…. 하고 전화를 걸 땐 언제고, 정우영은 최산을 불러놓고 뭉뚱그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최산은 구태여 더는 캐묻지 않고 고개를 주억거린다. 묘한 배려에 정우영은 다시금 볼을 씹었다. 얽힌 시선이 불편해 시뜻하니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 액정을 톡톡 두드렸다. 여자친구…, 아니지. 전 여자친구의 메신저 프로필은 이미 정우영의 흔적을 볼 수가 없었다. 솔로가 좋다, 어쩌고…. 헤어진 티가 팍팍 나는 프로필을 한참 바라보다 핸드폰 화면을 꺼 침대 위로 툭 던졌다. 
话到嘴边却说不出来,只好咬了咬无辜的内侧脸颊。她只是说分手吧…… 反复斟酌后说出来的话也不过如此。搞得好像有什么了不起的理由似的,妈的,到底在哪儿…… 打电话的时候是那么说的,郑友荣把崔伞叫来后却含糊其辞。尽管如此,崔伞也没有再追问,只是点了点头。郑友荣再次咬了咬脸颊,对方这种微妙的体贴让他感到不自在,低下头轻轻敲打着手机屏幕。女朋友…… 不对,应该是前女友的聊天软件头像上已经看不到郑友荣的任何痕迹了。什么单身真好之类的…… 看着那明显显示出分手痕迹的头像发了会儿呆,郑友荣关掉手机屏幕,把它随手扔在床上。


네가 썩 좋은 남자친구는 아니었지. 정우영은 괜히 양심이 콕콕 찔려 다시금 침대 위로 쓰러지듯 풀썩 누웠다. 최산은 본인의 비싼 패딩이 깔리든 말든 개의치 않았고, 정우영은 화가 난 척 등을 돌려 누우며 은근슬쩍 패딩에 코를 묻었다. 정우영은 향수 멀미가 심했다. 성년의 날에 받았던 향수를 좋다고 한 번 뿌렸다가 내내 머리채를 쥐고 끙끙 앓은 뒤로는 가까이 하지도 않았다.
你不是一个很好的男朋友。郑友荣心里有些愧疚,便再次倒在床上。崔伞不在乎自己的昂贵羽绒服被压扁了,而郑友荣假装生气地转过身去,悄悄把鼻子埋进羽绒服里。郑友荣对香水过敏。成年礼那天,他喷了一次别人送的香水,结果头痛了一整天,从那以后他再也不碰香水了。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산의 향수는 머리가 아프지 않아서, 정우영은 모르는 척 코를 묻고 쌕쌕 숨을 내쉬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최산은 본인의 말에 정우영이 기분이 상한 줄 알겠지만, 사실 그건 본인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정우영은 썩 좋은 남자친구가 아니었고, 이렇게 차인 것이 허무하긴 하나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었다.
尽管如此,崔伞的香水并不会让人头疼,所以郑友荣假装不知情地把鼻子埋进去,轻轻地呼吸着。什么都不知道的崔伞以为是自己的话让郑友荣心情不好,但事实上这是他自己也知道的事实。郑友荣并不是一个很好的男朋友,这样被甩虽然有些空虚,但迟早会发生。



“차라리 잘 됐네.” “反而好事。”



위로랍시고 던진 작은 돌은 큰 파면을 일으킨다. 정작 최산은 그게 돌인 줄도 모르고 신발 앞코로 툭 밀었을 뿐인데, 구르고 구른 작은 돌이 정우영의 마음에 쏙 박히며 커다랗게 파도를 만든다. 작게 일렁이던 파면이 벽에 부딪혀 되돌아오면서 조금씩 크기를 키우고, 결국에는 커다란 파도를 만들어 자꾸만 목구멍을 간질였다. 철썩, 철썩. 간지러운 목에 괜히 크흠, 헛기침을 하며 말을 삼켰다.
위로랍시고 던진 작은 돌은 큰 파면을 일으킨다. 정작 최산은 그게 돌인 줄도 모르고 신발 앞코로 툭 밀었을 뿐인데, 구르고 구른 작은 돌이 정우영의 마음에 쏙 박히며 커다랗게 파도를 만든다. 작게 일렁이던 파면이 벽에 부딪혀 되돌아오면서 조금씩 크기를 키우고, 결국에는 커다란 파도를 만들어 자꾸만 목구멍을 간질였다. 철썩, 철썩. 간지러운 목에 괜히 크흠, 헛기침을 하며 말을 삼켰다. 为了安慰而扔出的那块小石头引起了巨大的波澜。实际上,崔伞并不知道那是块石头,只是用鞋尖轻轻一推,但滚动的小石头却深深地嵌入了郑友荣的心中,掀起了巨大的波浪。微微荡漾的波面撞上墙壁,反弹回来,逐渐变大,最终形成了巨大的波浪,不断地在喉咙里搔痒。哗啦,哗啦。喉咙发痒,郑友荣无奈地清了清嗓子,咽下了话语。


반대편으로 돌아누운 정우영이 최산을 응시했다. 의자에 비스듬하게 앉은 채 핸드폰을 보고 있던 최산이 그런 정우영을 힐끗, 곁눈질로 응시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몇 번이고 힐끔대던 최산은 몇 번이고 시선이 맞닿자 결국 핸드폰을 책상에 내려두고 왜? 하고 입모양을 그렸다. 철썩, 철썩. 정우영은 패딩에서 나는 향수 냄새에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졸리네, 하고 부러 거짓말을 쳐가며. 시덥잖은 얘기에 최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려두었던 핸드폰을 도로 들었고, 그런 최산을 가만히 바라보던 정우영이 다시금 돌아누웠다.
反过身去的郑友荣注视着崔伞。斜靠在椅子上看手机的崔伞瞥了一眼这样的郑友荣。一次,两次,三次。几次瞥见的崔伞几次对上视线,最终把手机放在桌上,嘴型问道:“为什么?”啪嗒,啪嗒。郑友荣深吸一口气,闻着羽绒服上的香水味,慢慢地眨了眨眼睛。“困了。”他故意撒了个谎。对于无聊的话题,崔伞点了点头,又拿起了放下的手机,而一直静静注视着崔伞的郑友荣再次转过身去。


정우영은 줏대가 없었다. 그래서 여자친구와 헤어진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다른 사람을 찾았다. 사귀는 건 아니고, 연막이 필요했다. 최산과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 있도록, 그 사이에 벽을 만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남들이 들으면 쓰레기라 손가락질을 할 말이었으나 정우영에게는 제일 필요한 존재였다. 줏대가 없는 정우영은 동기의 말만 믿고 한 학번 위의 여선배를 만났다. 그 선배가 너 좋아한다고 했던 것 같아, 귀엽다고. 그래서 인터넷에 연하남의 정석, 연하남, 연하 남자친구 따위를 검색했다.
郑友荣没有主见。所以在和女朋友分手不到一周后,他就找了另一个人。不是为了交往,而是需要烟幕。为了能和崔伞毫无芥蒂地相处,他需要一个能在他们之间筑起墙壁的人。别人听了会指责他是个垃圾,但对郑友荣来说,这是最需要的存在。没有主见的郑友荣只听信了同学的话,去见了一个比他高一年级的女学姐。同学说那学姐好像喜欢你,说你很可爱。所以他在网上搜索了年下男的典范、年下男、年下男朋友之类的关键词。


정우영은 부쩍 그 선배와 다니는 일이 많았다. 우영아, 사구나 치러 가자. 우영아, 게임이나 한 판 때리러 가자. 우영아, 볼링이나 치러 가자. 부러 선배, 선배 끼를 떤 덕분에 그 선배는 우영을 옆에 끼고 다녔다. 선배들 사이에서 하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비위를 맞춘 덕분이었다. ‘선배’였던 호칭이 ‘누나’가 되어갈 즈음에는 과 사람들이 둘을 두고 묘한 웃음을 지었다. 정우영이 이 관계를 두고 썸이라고 생각할 무렵이었다.
郑友荣最近经常和那位学姐在一起。友荣啊,去打台球吧。友荣啊,去打一局游戏吧。友荣啊,去打保龄球吧。多亏了学姐的热情,那位学姐总是把友荣带在身边。在学姐们之间,她总是带着和善的笑容,迎合着大家的心情。当“学姐”这个称呼逐渐变成“姐姐”时,系里的人们对他们俩露出了微妙的笑容。就在郑友荣认为这段关系是暧昧的时候。


정우영은 최산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노라 얘기했다. 누구인지 얘기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산은 xx선배? 하고 곧장 상대를 찾아냈다. 이미 몇 번 같이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기에, 어쩌면 아는 게 당연한 정도였다. 정우영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바싹 마른 입술을 물며 덤덤히 얘기했다. 내가 누나 좋아하는 것 같아, 누나 마음은 모르겠고. 정우영은 되도 않는 연애상담을 받았다. 사실 별로 안 좋아한다. 사랑하지 않았으나 최산에게는 사랑으로 보였으면 했다. 나는 이렇게 여자를 좋아한다고, 그런 식으로.
郑友荣告诉崔伞自己喜欢上了一个人。尽管没有说出是谁,崔伞却立刻猜到了:“是 xx 学姐吗?”因为已经提到过几次在一起的事情,所以知道也不奇怪。郑友荣点了点头,干燥的嘴唇紧紧抿着,平静地说道:“我好像喜欢上了学姐,但不知道她的心意。”郑友荣接受了一些无用的恋爱建议。其实他并不是真的喜欢她。虽然没有爱上她,但他希望在崔伞眼里这看起来像是爱。就像在说:“看,我是这么喜欢女生的。”



“누나, 나 좋아해요?” “姐姐,你喜欢我吗?”



이 대사 한 번 쳐보겠다고 찾아본 영화와 드라마가 수십 편이었다. 일찍 사구를 치고 저녁을 먹었다. 그냥 가기 아쉬우니 맥주나 한 잔 마시자는 선배에 맥주는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꾸역꾸역 따라가기까지 했다. 술고래인 선배가 주문하는 생맥을 족족 해치우면서 술기운이 오르고, 분위기가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우영은 인터넷에서 본 그대로 했다. 멀끔한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워내고 술기운에 휘청이는 선배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연애의 시작일 거라고, 정우영은 묘한 맛대가리 없는 맥주를 들이키며 최산의 얼굴을 지워냈다. 뭐?
为了说好这句台词,我看了几十部电影和电视剧。早早地打完球,吃了晚饭。因为觉得就这样回去有点可惜,便跟着前辈去喝了一杯啤酒,虽然我并不怎么喜欢啤酒,但还是硬着头皮跟去了。前辈是个酒鬼,他点的生啤一杯接一杯地喝下去,酒劲上来了,气氛也对了。所以郑友荣照着网上看到的做了。他抹去了脸上的笑容,看着被酒劲弄得摇摇晃晃的前辈,问道。这会是恋爱的开始吗?郑友荣喝着那味道怪异的啤酒,抹去了崔伞的脸。什么?



“야, 나 너 안 좋아해.”
“喂,我不喜欢你。”



그 선배는 아주 자지러지게 웃었다. 웃음소리가 얼마나 호탕한지 옆 테이블과 가장 구석에 있는 테이블의 사람들이 저마다 눈치를 줄 정도로, 아주 깔깔 웃으며 벗어둔 패딩을 팡팡 내려치기까지 했다. 마치 호프집 안 사람들에게 이 상황이 너무 우스우니 와서들 들어보라는 듯 구는 것만 같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볼을 붉혀야 되는 건 선밴데, 정작 정우영의 얼굴이 터질 듯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결국 호프집의 직원이 와서 조용히 해달라 부탁을 한 후에야 선배는 검지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끅끅거렸다. 
那位前辈笑得前仰后合。笑声是那么豪放,以至于旁边桌子和最角落桌子的人都在偷偷看着他,他笑得前仰后合,甚至拍打着脱下的羽绒服。仿佛在告诉酒吧里的人们这情景有多么好笑,叫他们过来听听。按原计划应该脸红的是前辈,但实际上郑友荣的脸红得像要爆炸一样。最终,酒吧的员工过来请求他们安静下来,前辈才用食指擦去眼角的泪水,咯咯地笑着。


너는 그냥 귀여운 동생이지, 대학 후배고! 다시금 자지러지게 웃으려는 선배의 입에 다 식은 감자튀김을 욱여넣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선배는 그 감자튀김을 꾸역꾸역 씹어 삼키고는 정우영을 비웃듯 누나, 나 좋아해요? 하고 흉내를 냈다. 그래서 정우영은 본인 몫의 생맥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정작 정우영이 마신 건 그 선배가 마신 양의 반도 안 되는데, 정우영은 수치심에 벌개진 얼굴을 한 채 꾸역꾸역 맥주를 들이켰다. 이게 뭐가 좋다고. 무심코 떠오른 최산의 얼굴에 정우영이 고개를 도리도리 내젓는 와중에도 그 선배는 깔깔 웃고 있었다.
你只是个可爱的弟弟,大学后辈而已!为了不让前辈再次大笑,我把已经凉了的薯条塞进了他的嘴里,然后低下了头。前辈一边费力地咀嚼着薯条,一边嘲笑似地模仿道,姐姐,你喜欢我吗?于是郑友荣猛地喝了一大口自己的生啤酒。实际上,郑友荣喝的量还不到前辈的一半,但他因为羞愧而脸红,拼命地喝着啤酒。这有什么好的呢。就在郑友荣不经意间想起崔伞的脸时,他摇了摇头,而前辈却依然在哈哈大笑。


야, 우영아. 군대는 가지 마라, 어? 정우영은 결국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술에 꼴아 최산을 불렀다. 사실 일부러 부른 건 아니고, 술에 취한 정우영이 테이블에 몇 번이고 머리를 박을 즈음 최산에게서 전화가 와 그 선배가 받은 것이었다. 패딩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호프집에 온 최산은 빨갛게 언 코와 볼을 하고도 덤덤하게 정우영을 부축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옆에 잔뜩 기대서 무어라 웅얼대는 정우영을 두고 선배는 택시를 태워 보냈다. 정우영은 자꾸만 비싯대며 웃음을 짓는 선배에 취한 척 몇 번이고 혀를 물었다.
“喂,友荣啊。不要去当兵,好吗?”郑友荣最终无法战胜羞耻心,喝得酩酊大醉后叫来了崔伞。其实并不是故意叫的,只是醉醺醺的郑友荣几次把头撞在桌子上时,崔伞打来了电话,接电话的是那位前辈。崔伞没有穿羽绒服就来了酒吧,鼻子和脸颊冻得通红,但还是淡定地扶起了郑友荣。“小心点回去。”前辈让靠在旁边喃喃自语的郑友荣坐上了出租车。郑友荣几次假装醉了,咬了咬那位前辈的舌头,前辈则一直笑着。



“영아, 택시 타자.” “友荣,打车吧。”

“…….” “……”

“택시 잡을 테니까, 어?” “我去叫辆出租车,好吗?”



건물 실외기에 걸터앉은 정우영이 멍하니 눈을 깜빡이는 사이 최산이 택시를 잡겠노라 말했다. 언뜻 보이는 작은 손의 마디가 붉다. 거칠게 일어난 손을 가만히 눈에 담고 있던 정우영이 최산의 손목을 붙잡았다. 차마 손을 잡을 용기는 없었고, 두터운 후드티 위로 잡는 게 고작이었다. 많이 컸네, 하고 생각했다. 중학교 때는 비슷했던 것 같은데 최산은 정우영을 두고 무럭무럭 자라 뼈대가 굵어진 티가 났다. 붙잡힌 최산의 입에서 뿌연 입김이 부서진다. 하필이면 기온이 영하로 훌쩍 떨어진 날이었고, 어젯밤에 내린 눈이 제법 쌓여 신발을 적실 정도였다.
建筑物外机上坐着的郑友荣发呆地眨了眨眼,这时崔伞说要去叫出租车。隐约可见的小手指关节泛红。郑友荣静静地注视着那双粗糙的手,抓住了崔伞的手腕。他没有勇气直接握住他的手,只能隔着厚厚的连帽衫抓住。心里想着,长大了啊。中学时好像差不多高,现在崔伞已经长得比郑友荣高了,骨架也变得粗壮了。被抓住的崔伞嘴里吐出一口白气。偏偏今天气温骤降到零下,昨晚下的雪也积了不少,足以打湿鞋子。


정우영은 잡고 있던 최산의 손목을 놓았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구는 탓에 걸음을 떼지 못하는 최산을 두고 정우영은 입고 있던 패딩을 벗었다. 안에는 맨투맨이 고작이었으나 꾸역꾸역 패딩을 벗고 최산에게 들이밀었다. 됐어. 맨투맨이 고작인 정우영과 후드티가 고작인 최산. 지나가는 이들이 보면 정신이 나갔다며 머리에 대고 검지를 빙빙 돌릴 차림이었다. 최산이 됐다며 거절했으나 정우영은 개의치 않고 일어서 꾸역꾸역 최산에게 제 패딩을 입혔다. 
郑友荣松开了崔伞的手腕。崔伞像是有什么话要说似的,迟迟没有迈开步子,郑友荣便脱下了身上的羽绒服。里面只穿了一件卫衣,但他还是硬着头皮脱下羽绒服,递给了崔伞。够了。郑友荣只穿着卫衣,崔伞只穿着连帽衫。路过的人看见他们这副模样,肯定会觉得他们疯了,指着头转动食指。崔伞说够了,拒绝了,但郑友荣毫不在意,站起来硬是把自己的羽绒服给崔伞穿上。


패딩을 입은 최산의 눈썹이 고꾸라지며 불만인 듯 굴었으나 정우영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 빨갛게 언 귀가 신경이 쓰여 모자까지 씌워 주었다. 산, 무심코 튀어나온 이름 한 글자에 코가 시렸다.
穿着羽绒服的崔伞眉毛皱起,似乎有些不满,但郑友荣连眼睛都没眨一下。他把拉链拉到最上面,看到伞冻得通红的耳朵,便给他戴上了帽子。伞,这个不经意间脱口而出的名字让他的鼻子一酸。



“하지 마. 그런 눈으로 보지 말고, 그런 생각도 하지 마.”
“不要这样。不要用那样的眼神看我,也不要有那样的想法。”

“……”

“나 좋아하지 마.” “不要喜欢我。”



마디가 굵은 손이 최산의 눈가를 덮었다. 드러난 손이 겨울 온기에 차게 얼었다고 생각했는데, 맞닿은 최산의 얼굴은 정우영의 손보다 배는 더 시린 듯 차가웠다. 마른 눈가의 온도가 손과 이어질 때까지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아무런 대꾸도 없이 숨만 고르는 최산의 입에서 입김이 부서졌다. 최산에게서는 달달한 냄새가 났고, 정우영에게서는 고약한 술 냄새가 났다.
粗糙的手覆盖了崔伞的眼角。露出的手在冬天的寒气中冰冷刺骨,但触碰到崔伞的脸时,却比郑友荣的手还要冰冷。两人就这样静静地待了一会儿,直到干燥的眼角温度传递到手上。崔伞没有任何回应,只是调整呼吸,嘴里吐出的白气在空气中散开。崔伞身上散发着甜甜的香气,而郑友荣身上则弥漫着浓烈的酒味。


최산의 발에 채인 작은 돌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작게 일렁이던 것이 조금씩 크기를 키우다 결국은 울컥 속을 드러낸다. 눈알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겨울이었으나 정우영은 추운 줄도 모르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커다란 손바닥이 조금씩 젖어갈 즈음, 최산이 정우영의 손목을 잡아내렸다.
崔伞的脚踢到了一块小石头,结果就这样发生了。原本微微荡漾的情绪逐渐扩大,最终爆发了出来。虽然是寒冷到刺骨的冬天,但郑友荣却丝毫感觉不到冷,静静地站了很久。等到他那双大手逐渐湿润的时候,崔伞抓住了郑友荣的手腕。



“너는 선배한테 허락받았어?” “你得到前辈的许可了吗?”

“…….” “……”

“너는 선배 좋아할 때 좋아해도 되냐고 물어봤냐고.”
“你喜欢前辈的时候,有问过能不能喜欢吗?”

“…….” “……”

“너나 나나 똑같은 짝사랑이잖아. 너는 그 상대가 여자일 뿐이고, 나는 그 상대가 너일 뿐이야. 내가 너한테 연애하지 말라고 했어? 아니잖아. 그냥 나 혼자 생각한 거잖아. 너한테 남자 좋아하라고 강요한 적도 없어. 사랑이라는 말도 안 꺼냈다고.”
“你我不都是一样的单恋吗?你喜欢的对象是女生,而我喜欢的对象是你。我有让你不要谈恋爱吗?没有吧。这只是我一个人的想法。我也从没强迫你喜欢男生。甚至连‘爱’这个字眼都没提过。”



근데 왜 하지 말라고 해, 왜? 겨울에 온전히 드러난 모든 것이 차게 얼어 시리다. 정우영은 뚝뚝 눈물을 흘리는 최산을 두고 시린 손바닥을 눈에 담았다. 왜 울어, 묻고 싶었으나 본인이 울렸다는 것 정도는 알아서 주먹을 말아 쥐고 고개를 숙였다. 최산은 속이 강해서 이런 말도 더듬지 않고 덤덤하게 하는데, 정우영은 속이 무뎌서 이런 말을 들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진다. 
可是为什么不让我做,为什么?冬天里完全暴露的一切都冷得刺骨。郑友荣看着泪流满面的崔伞,冰冷的手掌捧住了他的脸。为什么哭呢,虽然想问,但他知道是自己让崔伞哭的,于是握紧了拳头,低下了头。崔伞内心坚强,所以说这些话时毫不犹豫,而郑友荣内心迟钝,听到这些话时却无能为力。


와중에도 날이 차서, 고개를 숙인 채 상황을 피하려던 정우영이 소매를 늘려 최산의 얼굴에 묻은 눈물을 꾹꾹 눌러 닦아주었다. 최산은 울고, 정우영은 눈물을 닦아준다. 허나 달래주거나의 다정함은 없었다. 철썩, 철썩. 더욱 크기를 키워가는 파도에 정우영이 어금니로 혀를 꾹 물었다. 
在这期间,天气寒冷,低着头试图逃避情况的郑友荣用袖子擦拭崔伞脸上的泪水。崔伞在哭泣,而郑友荣在擦拭他的泪水。然而,并没有安慰的温柔。啪,啪。面对越来越大的波浪,郑友荣用臼齿紧紧咬住舌头。



“미안해.” “对不起。”



사과는 최산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道歉首先从崔伞的口中说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