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有人说过爱情就是时机。
평소의 김도훈, 그러니까 신정환이 좋아서 미쳐버릴 것만 같은 김도훈이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아마도 헉 지금 신경 쓰이나? 질투하는 건가? 이런 류의 맥락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 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으나 붕방붕방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하는 똥강아지 마냥 기뻐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김도훈은 어떠한가. 잊고 있었던 첫사랑의 등장으로 실컷 정신이 팔려 있는 상태가 아닌가.
平常的金道勋,也就是那个因为喜欢申正焕而快要发疯的金道勋,会有什么反应呢?大概会装作若无其事的样子,面无表情地说:"哦?你现在在意这个吗?是在吃醋吗?"之类的话,但却像小狗一样藏不住摇来摇去的尾巴,开心得不得了。然而,现在的金道勋又是怎样呢?因为初恋的突然出现,他的注意力完全被分散了,不是吗?
아니지. 오히려 삐뚤어진 상태였다. 안 그래도 체육쌤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고 혼란스러운데 여태 고구마 처먹이며 좆같이 굴던 신정환의 발언은 다소 불필요한 참견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김도훈은 꾸리꾸리한 기분을 숨기지 않은 표정을 하고, 툴툴맞은 투로.
不对。反而是歪曲的状态。本来就因为体育老师而心神不宁、一片混乱,而申正焕一直以来塞红薯、表现得像个混蛋的言论,感觉是有些多余的干涉。所以金道勋没有掩饰自己郁闷的心情,用不耐烦的语气说道。
"그냥 고등학교 때 쌤인데?" "只是高中时候的老师而已?"
하고 삐죽거렸다. 撅着嘴说道。
신정환의 표정도 꾸리꾸리하게 변한다. 질문의 의도는 모르겠으나 좌우지간 김도훈이 아는 신정환이라면 이 질문을 하기까지 꽤 큰 용기가 필요했을 거고, 겨우 용기내서 물었더니 김도훈이 영 삐딱하게 구니까 언짢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신정환도 꾸리꾸리한 기분을 숨기지 않은 표정을 하고, 툴툴맞은 투로.
申正焕的表情也变得阴沉起来。虽然不知道问题的意图,但无论如何,按照金道勋所了解的申正焕,要问出这个问题肯定需要很大的勇气。好不容易鼓起勇气问了,金道勋却回答得如此不耐烦,申正焕自然会感到不快。所以申正焕也没有掩饰自己阴郁的心情,带着不满的语气说道。
"넌 무슨 고등학교 선생님을 그러고 쳐다보냐?"
"你怎么用那种眼神看高中老师啊?"
하고 삐죽거렸다. 撅着嘴说道。
김도훈의 표정이 대번에 일그러진다. 개지랄 파이트의 시작이었다.
金道勋的表情立刻变得扭曲。这是一场疯狂争吵的开始。
"뭔 상관?" "关你什么事?"
"니가 드러운 눈까리로 그 사람을 봤잖아."
"你用那肮脏的眼神看了那个人,不是吗?"
"허. 형 말 좆같이 할 줄도 아네?"
"呵。哥你也会说这种混账话啊?"
"누구냐고." "你是谁。"
"알 바냐고." "关你什么事。"
정말이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영 좆같았다. 평소였으면 신정환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바지런히 대가리 굴려 살피고 멋대로 해석하고 혼자 천당에 갔다가 지옥불에 떨어졌다가 별 삽질을 다 했을 텐데. 지금은 신정환이 왜 이러는지 따위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존나게 짜증만 났다. 다른 때에는 김도훈 기분이며 마음 죄다 무시하고 저 좋을 대로만 했으면서. 이제 와서 왜 신경 쓰는 척?
真的心情很不好。糟透了。换做平时,我会绞尽脑汁地思考申正焕为什么这样行动,自作主张地解读,一会儿飞上天堂,一会儿掉进地狱,胡思乱想个不停。但现在,我根本不想知道申正焕为什么这样。就是他妈的烦透了。平时都是无视金道勋的感受和心情,只顾自己高兴。现在又装作关心的样子是为什么?
"김도훈. 누구냐고." "金道勋。你是谁。"
또 목소리 쳐깔고 지랄을 한다. 씨발 진짜 왜 이렇게 집요한데? 어쩌면 이것 또한 신정환의 모르는 모습이다. 근데 새로운 모습의 발견에 기뻐할 여유 같은 것은 없다. 지금 신정환의 행동은 그저 김도훈의 성질머리를 살살 긁을 뿐이었다.
他又压低声音胡闹起来。妈的,他怎么这么执着?也许这也是申正焕不为人知的一面。但现在没有心情为发现他的新面貌而高兴。申正焕现在的行为只是在挑战金道勋的耐心罢了。
"아 씨발 첫사랑이다 왜?" "啊 他妈的 初恋怎么了?"
존나 별 씨발...... 덧붙여 욕까지 중얼중얼 짓씹고 김도훈은 몸을 팩 돌렸다. 신경질적인 걸음걸이로 쿵쿵 걸어간다. 진짜 어이없어. 그러니까. 어? 그러니까 도대체 왜. 이제 와서 그게 왜 궁금한데? 내가 수십수백 번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할 땐 개무시 까더니. 하여간 짜증나는 새끼.
真他妈的见鬼...... 金道勋一边咕哝着咒骂,一边猛地转身。他气冲冲地迈着步子,脚步声沉重。真是莫名其妙。所以说。啊?所以说到底为什么。现在怎么又来问这个?我说了几十上百次喜欢你,要和你交往的时候,你他妈的完全无视。总之真是个让人火大的家伙。
형. 哥。
아무래도 우리는 사랑의 타이밍이 진짜 존나게 어긋나버린 것 같아.
看来我们的爱情时机真的错得离谱了。
헤질녘 게딱지 黄昏的蟹壳
-8-
또 감정은 소용돌이친다. 情感再次陷入漩涡。
아니다. 생각보다 덤덤했다. 不,比想象中更平静。
신정환과 그 지랄로 다툼 아닌 다툼을 하고 헤어졌는데, 그 후로 또 짜기라도 한 것처럼 서로 연락이 없는데. 아무렇지 않았다. 초조하지도 않았고. 신정환이 뭐 하는지, 무슨 생각 하는지. 하나도 안 궁금했다. 그냥 신정환 생각 자체가 별로 나질 않았다. 그래서 김도훈은 기대하게 되는 거다. 김도훈을 좆같이 괴롭혔던 지긋지긋 지지부진 지리멸렬, 아무튼 존나 개끔찍했던 수식 총망라한 그 짝사랑을 드디어, 마침내 끝낼 수 있는 건 아닐까? 하고.
申正焕和他那个混蛋吵了一架,不算是真正的吵架,分开后,好像商量好了似的,彼此都没有联系。我一点也不在意。也不焦虑。申正焕在做什么,在想什么。我一点也不好奇。就是根本没怎么想起申正焕。所以金道勋开始期待了。那段折磨得金道勋要死要活的、令人厌烦的、拖拖拉拉的、乱七八糟的,总之是他妈的可怕到极点的单相思,是不是终于、最后可以结束了?
그런 희망 아닌 희망을 품으며 며칠이 지나는 동안, 그간 김도훈의 일상을 가득 채웠던 신정환의 자리에는 체육쌤이 들어왔다.
怀揣着这种不是希望的希望度过了几天后,在这期间填满金道勋日常生活的申正焕的位置上,出现了体育老师。
처음엔 꽤 충동적이었다. 신정환과 연락이 뜸해지고 괜히 속이 꼬여버린 김도훈의 충동. 그런 것에 비해 생각보다 쉽게 저지르진 못 해서 많은 용기를 필요로 했지만. 행동 뒤에 따라오는 건 두근거림과 설렘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첫사랑. 애써 잊으려 했지만 결국은 김도훈을 이렇게나 흔들어버린.
起初这是相当冲动的决定。申正焕联系变少,金道勋心里莫名烦躁,这就是他冲动的原因。相比之下,实际行动起来却没有想象中那么容易,需要很大的勇气。但行动之后随之而来的是心跳加速和兴奋。久别重逢的初恋。虽然努力想要忘记,但最终还是让金道勋如此动摇。
용기내어 보낸 메시지에 쌤은 아주 빨리, 아주 다정하게 답을 해 주었다. 몇 번 메시지를 주고받다가는 체육쌤에게서 먼저 전화가 왔다. 분명 교사와 학생의 신분으로 만났으면서도 꼭 친구처럼 편하게 대화가 이어지는 게... 아. 나는 이래서 이 선생님을 좋아했었지. 그런 감상에 촉촉히 젖어서 문득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쌤의 목소리에 귀가 빨개지곤 했다. 내내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老师很快就回复了我鼓起勇气发送的消息,而且回复得非常亲切。我们交换了几条消息后,体育老师主动给我打来了电话。虽然我们是以师生的身份相识,但交谈起来却像朋友一样轻松自在...啊。我这才想起来为什么我会喜欢上这位老师。沉浸在这种感慨中,我突然发现自己的耳朵因为听筒那边传来的老师的声音而变红了。整个通话过程中,我的心一直在砰砰跳,脸上的笑容也一直没有消失。
그래. 그래서 더더욱 신정환 생각이 나질 않더라.
是啊。所以更加想不起申正焕了。
김도훈은 고등학교 시절 체육쌤을 처음 좋아했을 때처럼, 혹은 신정환에게 처음 반해버렸을 때처럼. 사랑에 빠진 어린 소년이 되었다.
金道勋就像高中时第一次喜欢上体育老师那样,或者像第一次被申正焕迷住那样,变成了一个坠入爱河的小男孩。
그러는 동안에 체육쌤과 몇 번 만났고, 체육쌤이 사 주는 밥을 먹었고, 두 번 먹었고. 세 번째엔 김도훈이 사겠다고 하는 것에 체육쌤은 굳이 한사코 거절하지도 않았다. 이야~ 살다 보니 우리 도훈이한테 밥 얻어먹는 날도 다 오네! 하면서 요란하게 웃었고, 또 큰 손으로 김도훈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김도훈은 습관처럼 허리를 살짝 숙였다. 그러면서 체육쌤은 음식점에서 가장 저렴한 메뉴를 시켰다. 아...
在这期间,他和体育老师见了几次面,吃了体育老师请的饭,吃了两次。第三次金道勋说要请客时,体育老师也没有坚决拒绝。他大声笑着说:"哎呀~活到现在,竟然还有被我们道勋请客吃饭的一天!"然后又用他那大手揉了揉金道勋的头发,金道勋习惯性地微微弯腰。与此同时,体育老师在餐厅点了最便宜的菜。啊...
만남을 지속하는 동안 체육쌤의 약지에 결혼 반지가 끼워지지 않은 것을 보고 김도훈은 어떤 기분이었더라.
在持续见面的过程中,金道勋看到体育老师无名指上没有戴婚戒,不知道是什么感觉。
음. 嗯。
솔직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说实话,我无法不抱有期待。
신정환은 점점 더 흐려진다. 물에 탄 것처럼. 눈앞의 체육쌤에 대한 생각으로만 가득 찬다.
申正焕的意识越来越模糊,就像被水冲淡了一样。脑海中只剩下对眼前体育老师的想法。
그 후로도 김도훈은 체육쌤과 몇 번 더 밥을 먹었고, 영화도 봤다. 좋은 카페에도 가고, 좋은 경치를 보러 가고, 생전 관심 없던 미술 전시회를 보러 갔다. 그저 체육쌤이 보고 싶어한다는 이유만으로. 제법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之后,金道勋又和体育老师一起吃了几次饭,还看了电影。他们去了不错的咖啡馆,欣赏了美丽的风景,甚至去看了平时毫无兴趣的美术展览。仅仅因为体育老师想看。他们一起度过了相当多的时光。
솔직히 이거 데이트 아닌가? 체육쌤은 유부남이면서 시간이 자꾸 어디서 나는지 김도훈이 무언가를 제안할 때마다 망설임 없이 수락했고, 때로는 먼저 김도훈에게 제안하는 일도 더러 있었다. 그러니까 자꾸 기대를 하게 되는 거다. 결혼 반지의 행방과, 카카오톡 프로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내의 흔적과, 김도훈에게 할애하는 많은 시간들이 다 무엇인지 더더욱 알고 싶어져서.
说实话,这不就是约会吗?体育老师明明是已婚男人,却不知从哪里挤出时间,每当金道勋提出什么建议时都毫不犹豫地接受,有时甚至主动向金道勋提出邀约。所以才会不断产生期待。越来越想知道那结婚戒指的下落,还有在 KakaoTalk 个人资料里看不到的妻子的痕迹,以及他为金道勋付出的大量时间到底是为了什么。
그래서 오늘은 꼭 물어봐야지, 라고.
所以今天一定要问问看,他这样想着。
왜냐하면 오늘은 선생님과, 무려, 밥도 아니고 술을 함께하기로 한 날이니까.
因为今天是和老师约好一起喝酒的日子,而且不是吃饭,是喝酒啊。
진동. 震动。
신정환ㅗ 申正焕ㅗ
"..."
이럴 수가. 怎么会这样。
떨떠름했다. 感到不快。
아주 오랜만에 보는 신정환 이름 석 자였는데도.
虽然已经很久没有看到申正焕这三个字了。
"여보세요?" "喂?"
- 어디야. - 你在哪里?
목소리를 들어도. 即使听到声音。
그냥그냥. 就这样吧。
"집." "家。"
- 뭐 해. - 在干什么。
"그냥." "就这样。"
- ...만날까? - ...要见面吗?
"왜?" "为什么?"
- 그냥. - 就这样。
"허허..." "呵呵..."
이 영양가 없이 빙빙 도는 대화도 좀 지겹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이런 목적에 의한 단답뿐인 통화도 어쨌든 상대가 신정환이니까 좋기만 했었는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그저 좋다고.
这种毫无营养的兜圈子对话也让人感到有些厌烦和无聊。以前这种只为了某个目的而进行的简短通话,无论如何只要对方是申正焕就觉得很好。只要能听到他的声音就很开心。
"나 약속 있어. 안 돼."
"我有约了。不行。"
- ...
"할 말 더 없지. 끊는다."
"没什么好说的了。我挂了。"
- 그 사람이야? - 是那个人吗?
"뭐?" "什么?"
- 그 사람이냐고. 그때 그. 첫사랑인가.
- 是那个人吗?那时候的那个。初恋吗?
김도훈은 또 기가 막힌다. 뒤통수가 싸늘하게 식는 게, 좀 화가 나는 느낌인 것 같기도 했는데. 그냥 더이상 말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신정환의 맥락 없는 집착이 이해가 안 갔다.
金道勋又觉得难以置信。后脑勺一阵发凉,感觉有点生气。他只是不想再多说什么了。申正焕毫无来由的执着让他无法理解。
"끊는다." "挂了。"
난 형이 이해가 안 돼.
我不理解哥哥。
왜 그러는지 말이라도 해야 내가 납득을 할 거 아니야. 이제 와서 나랑 뭘 어쩌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어.
你至少应该解释一下为什么这样做,这样我才能理解。现在我也不知道你想和我怎么样。
형 속을 모르겠어. 哥,我不明白你的心思。
선생님과는 분위기 좋은 이자카야에서 만났다. 테이블마다 가벽이 세워져 프라이빗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사복을 입은 체육쌤은 학교 선생님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스트릿하고 젊은 옷차림이었고, 반면에 소주나 맥주를 아무렇게나 마실 줄 알았던 김도훈의 예상과 달리 데운 정종을 시켜 김도훈에게 술자리 예절까지 차분히 알려준다는 점에선 또 선생님다웠다.
我和老师在一家氛围很好的居酒屋见面。每张桌子都有隔板,给人一种私密的感觉。穿着便装的体育老师看起来一点也不像学校老师,而是穿着街头风格的年轻服装。与金道勋原本以为他会随意喝烧酒或啤酒不同,他点了温热的清酒,还耐心地教导金道勋酒桌礼仪,这一点又很有老师的样子。
그럼에도 자꾸 데이트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쌤은 아무 생각도 없겠지만. 눈앞의 제자가 자신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헐렁한 티셔츠에 쇄골께가 보이고 긴 소매가 덮은 손으로 제 턱을 괸 채 가만가만히 김도훈의 말을 들어주는 모습.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모습. 잔에 닿이는 도톰한 입술. 이제 와 자세히 뜯어 보니까 신정환이랑 별로 닮은 것 같지도 않다. 아니지. 신정환이 쌤을 닮은 거였나. 아무튼.
尽管如此,他还是无法摆脱这感觉像约会的想法。当然,老师肯定没有这种想法。他也不知道眼前的学生看着自己在想什么。宽松的 T 恤露出锁骨,长袖遮住的手撑着下巴,静静地听着金道勋说话的样子。将垂落的头发别到耳后的动作。厚实的嘴唇触碰杯沿。现在仔细看来,似乎和申正焕并不太像。不对,是申正焕像老师吗。总之。
오늘도 비어 있는 약지. 今天无名指上依然空空如也。
따뜻한 사케를 한참 마시다가 영 취향에 안 맞았던 김도훈이 요구한 건 초록병의 소주. 두어 병이 넘어갔고. 쌤의 뺨이 붉어졌고. 김도훈도 약간은 들뜨는 기분이 들어서.
喝了一会儿温热的清酒后,金道勋觉得不太合胃口,于是要了绿瓶烧酒。两人喝了两三瓶。老师的脸颊变红了。金道勋也感到有些兴奋。
"쌤." "老师。"
"응." "嗯。"
"요즘 왜 반지 안 끼세요."
"最近为什么不戴戒指了?"
손에 사케잔을 들고 빙글빙글 돌리던 쌤이 짐짓 움직임을 멈춘다. 김도훈을 선뜻 바라보지 못하는 얼굴. 애먼 곳을 바라보는 시선. 으음. 낮게 목 가다듬는 소리와 함께 잔을 내려놓은 쌤은 멋쩍게 웃었다. 어휴, 제자한테 이런 얘기 해도 되나? 부끄럽게. 그래도 술 한잔했으니까...
手里拿着清酒杯,一圈圈转动的老师突然停下了动作。他的脸上写满了难以直视金道勋的表情,目光飘向别处。嗯。伴随着低沉的清嗓声,老师放下酒杯,尴尬地笑了笑。"哎呀,对学生说这种话合适吗?真是害羞啊。不过既然喝了酒..."
별거 중이랬다. 결혼 일 년 만에 안 맞는 부분이 정말 많아 자주 다투었고, 각방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나와서 혼자 살고 있다고. 그렇게 말하는 쌤의 표정은 씁쓸해 보였지만 김도훈은 눈치 없이 심장이 뛰었다.
他们说正在分居。结婚一年后发现有很多不合适的地方,经常争吵,从分房睡开始,现在已经搬出来独自生活了。金道勋注意到老师说这些话时表情看起来很苦涩,但他却不顾及这些,心跳加速。
"이혼... 하실 수도 있는 거예요?"
"你们... 也可能会离婚吗?"
아하하. 글쎄. 그것까진 모르겠네. 확실한 건 난 그러길 원하지는 않는다는 거야. 하지만... 아내의 뜻에 따라야겠지.
啊哈哈。嗯,这个嘛。我也不太清楚。唯一确定的是我并不希望那样。但是...还是得听从妻子的意愿吧。
그때부터 김도훈은 제정신으로 술을 마실 수가 없었다. 쌤이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도 기대를 멈출 수가 없었다. 아무렴. 그럴 수밖에. 김도훈이 첫사랑, 짝사랑을 접게 했던 수많은 벽들 중 너무 많은 것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성인과 미성년자, 김도훈 역시 이제 성인이다. 선생님과 학생, 김도훈이 졸업했으니 더이상 제자라고 보긴 어렵다. 남자와 남자, 이건 김도훈이 게이인 시점에서 의미가 없다. 미혼과 기혼, 선생님이 정말로 이혼한다면......
从那时起,金道勋再也无法清醒地喝酒了。即使听到老师说不想离婚,他也无法停止期待。这也难怪。因为那些曾阻挡他初恋、暗恋的众多障碍中,太多已经消失了。成年人和未成年人,金道勋现在也是成年人了。老师和学生,金道勋已经毕业,很难再被视为学生。男人和男人,这对于身为同性恋的金道勋来说已经没有意义了。未婚和已婚,如果老师真的离婚的话......
선생님은 술을 썩 잘하는 편은 못 되었다. 사케가 다 떨어진 후부터는 김도훈과 함께 소주를 마셨는데, 실시간으로 급속도로 취해가는 게 보였다. 옛 제자 앞에서 망가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는지 정신 차리려 노력하는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이제 가요. 김도훈이 내민 손을 보고 쌤은 헤실헤실 웃었고, 그 손을 잡고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켰다.
老师并不太擅长喝酒。在清酒喝完之后,他和金道勋一起喝起了烧酒,可以看出他正在实时快速醉去。也许是不想在昔日学生面前展现狼狈的一面,他努力保持清醒的样子令人心疼。该回去了。看到金道勋伸出的手,老师咧嘴傻笑着,抓住那只手摇摇晃晃地站了起来。
계산을 마친 쌤은 김도훈의 목에 헤드락을 걸었다. 귀여운 짜식. 오늘 즐거웠어. 그러면서 김도훈의 머리를 벅벅벅벅, 무식하게 다 흩뜨려 놓았다. 머리가 엉망이 됐는데도 좀... 좋았다. 김도훈은 순간 목덜미에 스치는 쌤의 손과, 피부와, 짙은 향수 냄새 같은 걸 오롯이 느끼며 얼굴을 붉혔다. 쌤의 허리를 잡아 떼어냈다. 저, 저도 즐거웠어요. 김도훈은 자신도 모르게 느끼한 눈으로 쌤을 바라봤는데 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结完账后,老师给金道勋来了个锁喉。这个可爱的小子。今天玩得很开心。一边说着,一边粗鲁地揉乱了金道勋的头发。虽然头发变得一团糟,但感觉还挺...不错的。金道勋瞬间感受到了老师的手擦过他的后颈,以及皮肤和浓郁的香水味,脸一下子红了。他抓住老师的腰把他推开。我,我也玩得很开心。金道勋不自觉地用暧昧的眼神看着老师,但老师似乎完全没有注意到。大概就是这样吧。
"..."
근데 但是
이자카야 문을 열고 나오다가 길을 걷던 신정환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正当他推开居酒屋的门走出来时,迎面撞上了正在街上行走的申正焕。
아 씨발...... 啊,他妈的......
잊고 있던 감정이 휘몰아친다. 진짜 이상한 사람이다. 어떻게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간단히 무너질 수 있는 거지. 아 억울해.
被遗忘的感情突然涌上心头。真是个奇怪的人啊。怎么仅仅是看到他的脸就能这么轻易地崩溃呢。啊,好委屈。
마지막으로 신정환에게 잔뜩 짜증을 부리고 헤어진 후부터, 연락이 끊긴 내내. 얼굴을 보지 않는 내내. 체육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잊고 있었던 신정환.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사실 의식적으로 이대로 잊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애쓰던 시간들을 한 번에 무너뜨린다. 고작 얼굴을 봤다는 것 하나만으로. 신정환의 눈까리가 말한다. 응 아니야.
自从上次对申正焕发了一通脾气分手后,一直断了联系。一直没有见面。本以为和体育老师度过愉快时光就能忘记申正焕。虽然装作完全不在意,但实际上一直在有意识地努力,想着这样是不是就能忘记他?这些努力在一瞬间全部崩塌了。仅仅是因为看到了他的脸。申正焕的眼神在说:不,不是这样的。
"어. 뭐야. 도훈이 친구?" "嗯?什么情况?是道勋的朋友吗?"
"네 네? 어... 네에." "啊 啊?嗯... 好的。"
"짤생겼네에에에에~" "有新图啦啦啦啦~"
그러면서 쌤은 신정환의 머리도 벅벅벅벅 쓰다듬었다. 오 미친. 많이 취하셨구나. 깔깔깔 호쾌하게 웃는 소리. 근데 웃긴 건 신정환도 자기보다 조금 작은 쌤의 높이에 맞춰 고개를 숙여 줬다. 뭐야. 바보야?
说着,老师也使劲揉了揉申正焕的头发。哦,疯了。喝得很醉啊。哈哈哈,爽朗的笑声。但有趣的是,申正焕也配合着比自己稍矮的老师,低下了头。什么啊。傻瓜吗?
얼레벌레 신정환과 함께 쌤 택시 태워 보냈다. 우리 도훈이, 또 연락해애. 라고 하면서 김도훈의 목을 끌어안고 뺨을 부비적거리던 체육쌤. 한겨울인데 택시의 창문을 활짝 열고 해맑게 손 흔들던 쌤. 나의 첫사랑.
手忙脚乱地和申正焕一起把老师送上了出租车。"我们的道勋啊,一定要再联系哦。"体育老师一边说着,一边搂住金道勋的脖子,蹭着他的脸颊。虽然是隆冬时节,老师却把出租车的窗户完全打开,开心地挥手告别。我的初恋。
"..."
"..."
택시가 완전히 떠나는 걸 보고 나서야 김도훈은 먼저 걸음을 뗐다. 신정환은 묵묵히 그 뒤를 따라 걷는다. 김도훈은 왜 따라오냐며 구태여 툴툴거리지 않았고, 어디를 다녀왔는지 왜 이곳에 있었는지에 대해 묻지도 않았다. 신정환 역시 김도훈에게 무언갈 추궁해 묻거나 하지는 않았다. 함께 버스를 탔고,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았고, 창가에 앉은 신정환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계속 창밖만을 보았다. 김도훈 역시 말을 걸지는 않았다. 그냥, 어... 무방비하게 놓여있는 신정환의 손을 잡고 싶단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병 또 도졌네 씨발...
金道勋直到看见出租车完全离开后才迈出了第一步。申正焕默默地跟在他身后走着。金道勋没有抱怨为什么要跟着他,也没有问他去了哪里或为什么在这里。申正焕同样没有追问金道勋任何事情。他们一起坐上了公交车,自然而然地坐在了相邻的座位上。坐在靠窗位置的申正焕在整个车程中一直望着窗外。金道勋也没有主动搭话。只是,呃...他好像有想要牵住申正焕毫无防备放在那里的手的冲动。该死,又犯病了...
버스에서 내리고 김도훈의 자취방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둘은 대화가 없었다. 김도훈이 앞서 걸어가면 두어 걸음 뒤처진 곳에서 신정환이 느리게 따라 걸었다. 익숙하게 김도훈의 자취방이 있는 원룸 건물에 들어서고, 계단을 오르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동안에도 그냥 겨울의 추위에 색색거리는 숨소리만 들릴 뿐 그 누구도 먼저 말을 걸 낌새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从公交车下来,朝着金道勋的单身公寓走去的过程中,两人都没有交谈。金道勋走在前面,申正焕慢慢地跟在后面,落后两三步。他们熟练地进入金道勋住的单间公寓楼,爬上楼梯,输入门锁密码,期间只能听到冬天寒冷中的喘息声,谁也没有表现出要先开口说话的迹象。
그리고 그건 김도훈의 집에 들어와서... 김도훈이 편한 옷으로 환복하는 동안에도... 아니 씨발 형 뭔데?
然后就进了金道勋的家里...甚至在金道勋换上舒适的衣服时...不是,他妈的哥你搞什么啊?
이쯤되면 좀 답답해지는 거다. 김도훈은 옷 다 갈아입고 침대에 앉아서 부러 신정환 무시 깐 채 핸드폰이나 하는 척을 했는데, 겉옷만 한켠에 동그라니 벗어 둔 신정환은 바닥에 엉덩이 깔고 앉아서 그냥 김도훈을 지그시 보기만 했다. 존나 뚫어질 기세로. 말 한마디 걸지 않고 지그시. 지이이이그으으으시이이이.
到这个地步就有点让人觉得憋屈了。金道勋已经换好衣服坐在床上,故意无视申正焕,假装在玩手机。而申正焕只是把外套脱下放在一边,屁股坐在地板上,就这么直勾勾地盯着金道勋。用一种要把人盯穿的气势。一言不发地盯着。盯————着————。
결국 개짜증나버린 김도훈이 먼저 지랄했다. 침대 위에 핸드폰 퍽 집어던지면서.
最终,金道勋忍无可忍,先发作了。他把手机狠狠地摔在床上。
"아 씨발 진짜. 뭐! 왜! 뭐!"
"啊 他妈的真是。什么!为什么!什么!"
"김도훈." "金道勋。"
"아 뭐. 사람 속 터지게 쳐다만 보지 말고 무슨 말을 해."
"哎呀。别光是盯着人看得让人心烦,说点什么吧。"
"그 사람 만나지 마." "别见那个人。"
이 새끼가 또 밑도끝도 없이 지 할 말만 하고 지랄이네...
这小子又在胡说八道,自说自话了...
"왜? 내가 왜? 왜 그래야 하는데?"
"为什么?我为什么?为什么要那样做?"
"아... 그냥 만나지 마." "啊...还是别见面了。"
"아니 형. 내가 납득이 돼야 할 거 아냐. 왜 만나면 안 되는지, 왜 만나지 말라고 하는지 말을 해 보라니까?"
"不是,哥。我得明白才行啊。为什么不能见面,为什么说不要见面,你得给我解释一下吧?"
"아니 좀... 아 씨. 만나지 말라면 만나지 마."
"哎呀真是... 啊该死。叫你别见面就别见面嘛。"
"이거 진짜 웃기는 새끼네. 야 신정환. 이유를 말하라고. 떼쓰지 말고."
"这家伙真是个搞笑的家伙。喂,申正焕。说出理由来。别耍小孩子脾气。"
김도훈이 드물게 목소리 깔고 으름장 놓듯 말을 하면 신정환이 우물쭈물하다가... 큰 손으로 제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혼자 머리를 마구 헝클였다. 낮고 깊게 한숨을 쉬고, 김도훈을 쳐다봤다가, 시선을 팩 돌렸다가, 다리를 가만 두질 못하고, 어쩔 줄을 모르며, 지랄 굿을 했다. 얼씨구. 김도훈은 그러는 병신 행동거지를 다 지켜보면서 그냥 모닝 차주처럼 눈썹 찌푸리고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렇게 있었다. 그건 니가 말 똑바로 하기 전까지는 나 역시 태세를 굽히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金道勋难得用低沉的声音威胁似地说话时,申正焕犹豫了一下...然后用大手使劲揉搓自己的脸。他独自把头发弄得乱七八糟。深深地叹了口气,看了看金道勋,又猛地转移视线,双腿不安分地动来动去,不知所措,闹腾个不停。哎呀。金道勋看着他这些傻瓜般的举动,只是像早晨的车主一样皱着眉头,表情一成不变地站在那里。这意味着在你好好说话之前,我也不会改变态度。
그러다 문득 신정환이 축축하고 빨개진 눈으로 김도훈을 다시 가만히 바라봤다. 아 씹. 그 눈까리 존나 반칙이라고 신정환 이 치사한 새끼야. 제대로 먹혔는지 김도훈의 표정이 짐짓 풀리며 조금 누그러지자 신정환은 몸을 일으켜서 김도훈에게로 다가왔다. 침대 위로 무릎을 대고 슬슬 기어올라온다. 가까이.
突然,申正焕用湿润发红的眼睛静静地再次看向金道勋。啊,该死。那眼神真他妈犯规,申正焕这个卑鄙的家伙。看来是奏效了,金道勋的表情稍微缓和下来,申正焕便起身向金道勋靠近。他跪在床上,慢慢爬过来。越来越近。
바로 앞까지 다가와서는 또 큰 손으로 김도훈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쥐었다. 김도훈이 가장 약한 표정을 짓고서. 가장 예뻐하는 얼굴을 하고. 진짜 형은... 최악이야. 맨날 이런 식으로 대충 무마하고 넘어가는 거 정말 비겁하다고 생각해. 또 언제나처럼 키스나 하겠거니 짐작한 김도훈은 체념하고 눈을 감았다.
他走到金道勋面前,用他那双大手轻轻捧住金道勋的脸颊。金道勋露出了最脆弱的表情,也是最让人怜爱的表情。"哥哥真的...太过分了。每次都这样敷衍了事,我觉得真的很卑鄙。"金道勋以为他又要像往常一样亲吻自己,便闭上眼睛,放弃了抵抗。
그런데, 然而,
오랜만이지만 분명히 익숙할 입술의 감촉 같은 게 느껴지지 않았다.
虽然已经很久没有接吻了,但却完全感觉不到本应熟悉的嘴唇触感。
김도훈은 가만히 눈을 감고 있다가, 힐끔 한쪽 눈을 떴다.
金道勋静静地闭着眼睛,然后悄悄地睁开了一只眼。
신정환은 김도훈에게 키스하지 않았다.
申正焕没有亲吻金道勋。
"..."
신정환은 꼭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
申正焕一脸快要哭出来的表情
그냥 김도훈을 가만히 본다. 只是静静地看着金道勋。
"나도 잘 모르겠어." "我也不太清楚。"
"...어?" "...咦?"
"나도 잘 모르겠다고. 내가 왜 이러는지."
"我也不太清楚。我不知道自己为什么会这样。"
"..."
"그냥 싫은데 뭐 어떡하라고. 너는 알아? 내가 왜 이러는지."
"就是不喜欢,能怎么办。你知道吗?我为什么会这样。"
"뭐?" "什么?"
"제발 네가 좀 알려주라. 어?"
"拜托你告诉我吧。好吗?"
당장이라도 눈물 한 방울 떨어트릴 것 같은 하얗고 붉고, 가련하고 예쁜 얼굴에, 축축하고 깊은 눈으로, 꼭 마치
那张白皙红润、楚楚可怜又美丽的脸庞,仿佛随时都会落下一滴泪珠,那双湿润深邃的眼睛,就好像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像爱我一样
바라보며 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신정환. 모든 걸 다 떠넘기고, 제 마음을 자신도 모르는 존나 디나이얼 개등신 신정환. 몹시도 수동적인 신정환.
注视着我并把责任推卸给我的申正焕。把一切都推卸掉,连自己的心意都不知道的超级否认傻瓜申正焕。极其被动的申正焕。
최악이다. 분명 최악인데. 糟糕透了。毫无疑问是最糟糕的情况。
결국에 나는 신정환을 너무 좋아해서.
最终我还是太喜欢申正焕了。
사랑해서? 因为爱你?
제 뺨을 감싼 신정환의 손등 위에 제 손바닥을 겹쳐 쥔다. 남은 한 손으로는 신정환의 멀건 뺨을 감쌌다. 그럼 신정환은 여전히, 꼭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그 표정을 하고, 시선은 똑바로 김도훈을 바라보면서, 김도훈의 손바닥에 느리게 뺨을 비비적거렸다. 김도훈은 그 모습이, 그 행동이. 계속 자신을 좋아해 달라고 뻔뻔히도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리고 결국 그럴 수밖에 없는 김도훈은 그냥 신정환에게 입을 맞췄다.
我用手掌覆盖在申正焕捧着我脸颊的手背上。另一只手则捧住了申正焕苍白的脸颊。申正焕依然保持着那副随时都可能哭出来的表情,目光直直地注视着金道勋,缓缓地在金道勋的手掌上蹭着脸颊。金道勋觉得,申正焕的这副模样、这个动作,就像是在厚颜无耻地要求自己继续喜欢他一样。最终,无法抗拒的金道勋只是吻上了申正焕的唇。
눈을 감는 건 거의 동시였다. 신정환의 긴 속눈썹이 사뿐히 내리감기는 걸 보자마자 김도훈도 따라 눈을 감고 익숙하게 신정환의 아랫입술을 핥았다. 입이 벌어지고 혀가 섞인다. 놓치기 싫다는 듯 끈덕지게 따라붙는 혀의 감각이 너무도 오랜만이라 금세 열이 올랐다. 길지 않았던 지난 시간들이 다 거짓말 같다. 잠시 첫사랑으로 가득 찼던 일상의 기억들은 꿈처럼 흩어지고, 또 눈앞의 신정환에 몰두한다. 슬슬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은 신정환이 김도훈의 허리를 감싸 끌어당겼다.
他们几乎同时闭上了眼睛。看到申正焕长长的睫毛轻轻垂下的瞬间,金道勋也跟着闭上眼睛,熟练地舔舐着申正焕的下唇。唇瓣分开,舌尖交缠。那种不愿放开般紧紧纠缠的舌头感觉久违得让人很快就热了起来。过去那段不算长的时光仿佛都成了谎言。曾经充满初恋的日常记忆如梦般散去,他再次全神贯注于眼前的申正焕。申正焕慢慢靠在床头坐着,双手环抱住金道勋的腰,将他拉近。
자연스럽게 신정환의 허벅다리 위에 올라앉은 김도훈이 신정환의 조막만 한 머리통을 가득 끌어안았다. 뒷목에 팔을 감은 채 위에서 아래로 내리누르듯 신정환의 입안을 탐했다. 고개를 비틀어가며 요령 좋게 겹쳐지는 입술이 서서히 붉게 물든다. 끈적한 침이 붙어 늘어졌다. 김도훈의 허리를 잡고 있던 신정환의 손이 자연스럽게 티셔츠 안으로 밀려들었다. 마른 등줄기를 길고 두툼한 손가락으로 슬슬 쓸어내리면 김도훈이 거칠게 숨을 쉬며 허리를 들썩거렸다.
金道勋自然而然地坐在申正焕的大腿上,紧紧抱住申正焕小小的脑袋。他的手臂环绕着申正焕的后颈,从上往下压着探索申正焕的口腔。两人的嘴唇熟练地交叠在一起,慢慢变得通红。粘稠的唾液拉出丝来。申正焕原本扶在金道勋腰间的手自然而然地伸进了 T 恤里。他用又长又厚的手指轻轻抚摸着金道勋干瘦的背脊,金道勋呼吸变得粗重,腰部不自觉地扭动起来。
다급하게 신정환의 입술을 두어 번 빨아당기고 쪽쪽거리는 소리를 내고서야 떨어져나간 김도훈은 코가 닿는 거리에서 신정환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여전히 눈을 감고 있던 신정환도 그제서야, 다시 눈을 뜨고 눈앞의 김도훈을 똑바로 응시한다. 여전히 김도훈이 너무나 좋아해 마지않는 표정과 얼굴이었다.
金道勋急切地吮吸了申正焕的嘴唇几下,发出啧啧的声音后才离开。他们的鼻尖几乎相触,金道勋静静地俯视着申正焕。一直闭着眼的申正焕这时才重新睁开眼,直视着眼前的金道勋。那依然是金道勋无比喜爱的表情和面容。
예쁘다. 속으로 생각한 김도훈은 또 양손으로 신정환의 뺨을 살살 쓰다듬었다. 다시 한 번 신정환의 입술 위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뗀다.
真漂亮。金道勋心里想着,又用双手轻轻抚摸着申正焕的脸颊。他再次在申正焕的唇上轻轻一吻,然后分开。
"형." "哥。"
말하는 틈마다 쪽쪽. 每说一句话就亲一下。
"좋아해." "我喜欢你。"
쪽
"나는 형을 좋아해." "我喜欢哥哥。"
쪽
"잘 모르겠다고 했지. 알려 달라고 했잖아, 형이."
"我说过我不太清楚。我不是让哥告诉我吗?"
"응." "嗯。"
"형도 그냥 나를 좋아해." "哥哥也只是喜欢我而已。"
쪽
"하나도 어려울 거 없어." "一点都不难。"
벌써 수십 번은 더 했을 고백.
已经告白了几十次了。
"그냥 나랑 사귀자 신정환." "干脆和我交往吧申正焕。"
그렇게 말하고는 신정환의 목을 꽈악 끌어안았다. 마른 품에 가득 안기는 감각. 판판한 가슴팍끼리 닿는 느낌. 오르락내리락. 따뜻한 체온과 귓가에서 느껴지는 옅은 숨결. 신정환 특유의 좋은 냄새와. 아. 정말. 이대로 그만둘 수 있을 것 같다는 건방은 순식간에 휘발된다. 자신과 한껏 맞닿아 있는 신정환이 또 너무 좋아서. 감히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또 순애보적인 생각을 했다.
说完这些话,他紧紧地搂住了申正焕的脖子。感受着瘦削身躯的怀抱,平坦的胸膛相互贴近。起起伏伏。温暖的体温和耳边轻微的呼吸。申正焕特有的好闻气息。啊。真的。那种可以就此罢休的狂妄想法瞬间消散了。与自己紧紧相依的申正焕又是那么令人喜爱。我怎么可能舍得这样做呢。又一次产生了纯情的想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