得能勇志토쿠노유우시. 得能勇志
일본에 있었어도 충분히 눈에 띄었을 이름이 서울특별시 한복판에 있으면 그렇게 눈에 띌 수가 없다. 겉모습은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대놓고 '저 일본 사람이에요'라고 보여주는 이름.
即便在日本也足够引人注目的名字,到了首尔市中心反而没那么显眼了。虽然从外表难以分辨是韩国人还是日本人,但这名字却明晃晃地宣告着"我是日本人"。
뭐, 딱히 집안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고. 도쿄에서도 꽤 잘 나가던 아버지가 한국인이었던 어머니를 만났고, 유우시가 학교에 들어가고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를 위해 한국지사로 보직을 옮기셨다고 한다. 정말이지 달달한 로맨스 드라마 한 편이지 않은가.
倒不是说家里有什么问题。在东京事业有成的父亲遇见了韩国籍的母亲,在勇志刚入学不久,父亲就为了母亲调职到韩国分公司。简直像齁甜的浪漫剧情节不是吗。
일본어로도 특이한 이름인 만큼 한국어로 이름을 짓는 것은 꽤나 고역이었다. 사실 있는 그대로 사는 것이 가져다주는 이점이 많았기 때문에 한국 땅 밟은 이후론 한글로 여섯 글자 또박또박 잘만 쓰며 살아왔다. 사춘기 남자애들은 토쿠노가 성인 줄 알면서도 '성은 유요, 이름은 우시니라'를 시전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由于在日语里也算特别的名字,取韩文名着实费了一番功夫。但保持本真带来的好处更多,所以踏上韩国土地后,他就一直用六个工整的韩文字生活。青春期男生们明知"得能"是姓氏,还是故意叫成"姓由摇,名牛屎啦",不过他并不在意。
눈에 띄는 이름을 제외하면 평범ㅡ하기엔눈에띄는외모였지만ㅡ했던 유우시는 무난하게 성적 맞춰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익히 듣긴 했지만 경영학과는 사람이 오지게 많았다. 이런 이름을 가지고 있어도 그다지 튀지 않을 정도로. 덕분에 동기 사랑 나라 사랑이라며 떠드는 아이들 사이에서 무난하게 잘생긴 동기 1 정도로 지낼 수 있었다. 물론 이게 가장 어려운 수식어였지만 말이다. 유우시는 그런 역할도 꽤 마음에 들어 했다.
除了醒目的名字外,勇志有着平凡——或者说平凡到醒目的外貌——按部就班地考进经营学系。早有耳闻经营学系人满为患,多到即使顶着这样的名字也不会太突兀。因此在喊着"同期之爱""国家之爱"的同学们中间,他得以作为"长得还不错的同级生 1 号"安稳度日。当然这已经是最难达成的修饰语了。勇志倒是很满意这样的定位。
"일본인 걔"가 아닌 "잘생긴 애". 얼마나 좋은가.
不是"那个日本人",而是"那个帅哥"。多棒啊。
유우시가 삼학년이 됐을 무렵, 동기 남자애들은 다 군대에 갔고, 여자애들도 자기 살기 바빴더랬다. 동기 사랑 같은 소리 다 의미 없다고 생각할 때 즈음, 신입생 OT 날 얼굴만 봤던 복학생이 불쑥 나타났다. 그때 분명히 자신은 곧 군대 가서 못 만날 거라 이야기를 했던 잘생긴 선배.
勇志升大三时,同级男生都去服兵役了,女生们也忙着各自的生活。正当他觉得什么同期情谊都是虚的时,新生迎新会上见过一面的休学生突然出现。那位明明说过"我马上要入伍见不到了"的帅气学长。
그런데 그 복학생이 대뜸 자기네 동아리에 들라고 유우시에게 권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권유임에도 불구하고 유우시는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민하는 시늉도 하지 않고 제안을 받아들인 덕분에 반대편에 서 있던 복학생 쪽이 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유우시가 뭐라 했더라,
可那位休学生突然就邀请勇志加入他们的社团。尽管提议很突兀,勇志还是酷酷地点头答应了。连装模作样考虑都没有就接受邀请,反而让对面的休学生露出了更慌张的表情。当时勇志说了什么来着,
"심심한데 잘됐네요, 라고 했지." "正好闲得发慌,太好了。"
"와. 유우시. 진짜 재수 없었네."
"哇。勇志。你真够讨厌的。"
"그렇게까지는 이야기 안 했어." "我还没说到那种程度。"
"그릏그끄즈는얘그은흣스~" "咕噜咕噜叽里呱啦~"
갑자기 첫인상 얘기를 시작한 시온과 감탄인지 멕이는 건지 모를 료. 그리고 과제 중이던 유우시 맞은편에 앉아서 휴대폰 게임이나 하며 말투를 따라 하는 사쿠야까지. 구학 건물 2층에 위치한 <일본문화연구동아리>의 좁은 동방에선 유우시 놀리기가 한창이었다.
是温突然聊起初次见面的印象,不知是感叹还是调侃的陸。还有正在赶作业的勇志对面,坐着玩手机游戏还模仿他语气的咲夜。位于旧校舍二楼的<日本文化研究社团>狭小活动室里,捉弄勇志的戏码正上演得热闹。
"형이 먼저 나한테 동아리 안 할래? 해놓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거 알아.'이랬어."
"哥你先问我'要不要参加社团?',结果转头就说'我知道你什么都不会干'。"
"우와, 시온 형 멘트 뭐야~"
"哇,是温哥这句话什么意思啊~"
"내가 말하면 재수 없고 시온이 형이 말하면 멋있는 거야?"
"我说就是没眼色,是温哥说就是帅气是吧?"
"에이, 설마." "哎,不至于吧。"
"...열 받으니까 전부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네."
"...火大得很,你们能不能都给我安静点。"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노트북 화면만 뚫어져라 보고 있던 유우시가 웃긴지 맞은편에 앉아있던 사쿠야도, 뒤쪽 소파에 앉아있던 시온과 료도 함께 키득거렸다. 이딴 동아리... 처음부터 들어오는 게 아니었는데.
得能勇志紧锁眉头死盯着笔记本屏幕,不知是不是觉得好笑,对面坐着的佐久夜、后方沙发上的是温和亮都跟着窃笑起来。这种社团...当初就不该加入的。
애초에 일본문화연구 동아리에 일본사람을 왜 데리고 왔는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하는 거라곤 일본의 술 문화 경험하기, 동방에 모여서 이번 분기 애니 신작 추천해주기 등등... 여느 동아리와 다를 바 없이 실속 없는 곳이었다. 저런 것들도 일본문화연구라 치는 게 더 신기할 지경이다.
本来就不明白为什么日本文化研究会要招日本人。所谓的活动不过是体验日本酒文化、聚在活动室推荐当季新番动画...和普通社团没什么两样,尽是些华而不实的东西。把这些也算作日本文化研究才更令人费解。
탁. 신경질적인 소리와 함께 유우시의 노트북이 닫혔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사쿠야가 눈을 동그랗게 떴고, 곧이어 유우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동방 문이 닫히자 남은 세 명은 익숙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저거저거, 또 단짝 찾으러 가시네.
啪。随着一声烦躁的响动,勇志的笔记本被重重合上。突如其来的声响让佐久夜瞪圆了眼睛,紧接着勇志就踹开椅子大步走了出去。哐当!活动室门被摔上后,剩下的三人习以为常地耸了耸肩。瞧瞧,又去找他那位挚友了。
어디야 你在哪
신학에서 학식 먹는 중 在神学系蹭课中
동방 나왔어? 东方系列玩过吗?
나 지금 대영이랑 있는데 我现在和大英在一起
아까 너 안 먹는다 그래서
刚才你不是说不吃吗
신학이라는 답변만 확인한 채 주머니에 꽂아 넣은 핸드폰에선 연달아 진동이 몇 번 울렸지만, 유우시는 신경 쓰지 않고 옆 건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노트북을 양손으로 꼭 껴안고 파워워킹 하던 유우시가 식당 입구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저 멀리서 "유-짱!"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 캠퍼스 내에 저를 이렇게 부를 사람은 단 한 사람, 시온이 형도 김대영도 아닌 마에다 리쿠 뿐이었다.
勇志只是确认了写着'神学'的回复,就把手机塞回口袋。尽管手机又接连震动了好几次,他仍充耳不闻,大步流星地走向隔壁建筑。当双手紧抱着笔记本快步行走的勇志在食堂门口张望时,远处传来'勇——酱!'的喊声。整个校园会这么称呼我的只有一个人——既不是是温学长也不是金大英,唯有前田陸。
제 단짝이 어딨는지 확인한 유우시는 멀리 떨어져 있는 테이블까지 한달음에 걸어갔다. 자길 보며 생글생글 웃고 있는 리쿠의 옆에 도착했는데 그의 맞은편에 있던 체교과 2학년 김대영은 저는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후배 주제에 보쌈 정식에 코 박고 있는 놈의 등을 유우시가 손바닥으로 인정사정없이 내리쳤다.
确认死党位置的勇志一口气冲到远处的餐桌旁。当他来到对着自己眉开眼笑的陸身边时,发现坐在对面的体育系二年级金大英完全没注意到自己。勇志毫不留情地一掌拍在那个埋头猛吃包饭定食的后辈背上。
"아! 뭐예요!!!!" "啊!干什么啊!!!"
"대영. 사투리 나왔네." "大英,方言都冒出来了。"
"아... 놀래서..." "啊...吓死我了..."
"씨유 가자." "走,去便利店。"
"에, 지금요? 아니 리쿠 형, 그거 버리게요?"
"诶,现在?不是...陸哥,这个要扔掉吗?"
"웅. 대영이 먹을래?" "嗯。大英你要吃吗?"
"아니... 하. 그냥 가세요." "不用...唉。你们先走吧。"
편의점 가자는 유우시의 한 마디에,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보쌈 정식 한 판을 당장 버리러 가는 리쿠를 보고 대영은 고개를 내저었다. 애초에 유우시로부터 메시지가 오자마자 식판에 있던 밥은 뒷전이었으니 당연한 수순이었달까. 이러는 것도 하루 이틀이어야 달갑게 인사라도 할 것인데 이건 뭐, 흔한 로맨스 드라마 커플 사이에 낀 엑스트라 체험이 따로 없었다.
听到勇志说要去便利店,大英看着陸立刻扔掉刚端上来没多久的包饭定食,无奈地摇了摇头。其实从勇志发来消息那一刻起,餐盘里的饭早就被抛到九霄云外了,这不过是顺理成章的发展罢了。要是偶尔这样还能热情地打个招呼,可这算什么?活脱脱就是浪漫剧里夹在情侣中间的龙套体验,简直没谁了。
까톡! 咔嗒!
대영은 테이블에 엎어둔 핸드폰을 재빨리 들어 확인했다. [유우시 화남.] 시온에게서 온 카톡이었다. 화났다고 알려주는 것치고는 인제야 보낸 것도, 말풍선 아래에 비웃는 토끼 이모티콘을 덧붙인 것도 틀림없이 저 열받으라고 보낸 것이었다. 대영은 마음속으론 읽씹을 시전하고 싶었으나... 하늘 같은 선배님께 차마 그리할 수 없어 [ㅠㅠ] 두 글자를 덧붙였다.
大英迅速抓起扣在桌上的手机查看。[勇志生气了] 是温发来的 Kakao 消息。说是生气通知却现在才发,气泡对话框下还附带着嘲笑兔子的表情包,分明就是故意来气人的。大英心里虽想已读不回...但对天神般的前辈实在做不出这种事[ㅠㅠ]还是补发了两个字。
사회생활 하며 고통받는 대영이 안중에도 없는지 유우시와 리쿠는 벌써 식당 출입문을 지나는 중이었다. 입을 꾹꾹 거리며 콧잔등을 찌푸리는 유우시를 리쿠가 눈썹을 들썩이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습. 보통 이런 장면을 보고 캠퍼스에서 제일 이상한 사람을 꼽자면 대부분 유우시를 꼽겠지만 대영은 알고 있었다.
正在职场生活中痛苦挣扎的大英似乎完全不被放在眼里,勇志和陸已经走到餐厅门口了。只见勇志气鼓鼓地皱起鼻梁,而陸正挑着眉毛听他抱怨。常人看到这场面多半会认为勇志是校园里最古怪的那个,但大英心里清楚。
유우시보다 이상한 게 리쿠라는 걸.
比勇志更古怪的其实是陸。
유우시는 애초에 단순한 사람이라 열받으면 씨유에서 불닭에 핫바 한 번 조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근데 자기가 먹을 것도 아니면서 같이 편의점 가주는 리쿠. 확실히 이상하지 않은가? 이런 기시감을 한두 번 느낀 게 아니었지만 버림받은 대학생은 더 이상 복잡해지기 싫어 생각을 멈춘다. 아, 몰라. 대영은 남은 밥을 싹 긁어 숟가락에 얹었다. 나 살기도 퍽퍽한데, 무슨 상관이람.
勇志本就是单纯的人,生气时去便利店买份火鸡面加辣条就能消气。可明明自己不吃还陪着去便利店的陸。这不奇怪吗?虽然这种既视感已不是第一次,但被抛弃的大学生不想让思绪更复杂便就此打住。啊,不管了。大英把剩饭全刮到勺子上。我自己都活得干巴巴的,关我什么事。
"오늘도 열 받았어?" "今天也火大吗?"
"응. 오늘 조별 과제 하는데 자료조사를 개떡같이 해서 내가 다시 싹 했어."
"嗯。今天做小组作业时发现资料调查做得一塌糊涂,我只好全部重做了一遍。"
아까 전, 유우시가 양손으로 들고 있던 노트북은 리쿠의 왼손으로 자리를 옮긴 지 오래였다. 홀가분해진 손으로 얇은 셔츠의 소매를 그러쥐고선 자신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남은 과제를 하러 간 동방에서 눈치 없이 자길 얼마나 놀려댔는지에 대해 잔뜩 이야기했다. 돌아오는 건 헤에, 그렇구나. 유쨩 힘들었겠다. 라는 반응 정도였지만 유우시는 신경 쓰지 않았다. 리쿠처럼 입이 무겁고 제 말을 다 들어주는 친구는 22년 살면서 처음이었으니까 말이다.
勇志先前双手捧着的笔记本电脑,早已转移到陸的左手。腾出双手的他攥着薄衬衫袖口,滔滔不绝地抱怨自己有多生气,说去东栋做剩余作业时那群人多么没眼色地开他玩笑。虽然得到的回应不过是"诶——这样啊"、"小勇真不容易呢"这种程度,但勇志并不在意。毕竟像陸这样嘴严又肯耐心听自己说话的朋友,是他 22 年人生里第一次遇到。
리쿠와 처음 마주한 건 올해 초, 동방이었다. 과 생활도 잘 안 하던 유우시가 쭈뼛거리며 들어간 동방에는 리쿠와 사쿠야가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에 사쿠야는 "오오! 안녕하세요!"하고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지만 리쿠는 큰 표정 변화 없이 유우시에게 사람 좋은 미소를 보여줬다. 첫인상은 그게 전부.
初次见到陸是在今年初的东方展会上。平时很少参加活动的勇志犹豫着走进展位时,里面坐着陸和咲夜。面对陌生面孔,咲夜"哇!您好!"地从座位上起身打招呼,而陸只是对勇志露出温和的微笑,脸上没有太大表情变化。这就是全部的第一印象。
아, 또 되게 잘생겼다는 생각.
啊,又觉得他长得真帅啊。
건강해 보이는 피부가 잘 어울리는 예쁜 얼굴. 이런 얼굴을 학교에 오가며 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꽤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健康光泽的肌肤衬着那张漂亮的脸蛋。记忆中我相当诧异于从未在学校里见过这样一张脸。
1학년인 사쿠야와 료는 유우시와 엇비슷하게 새로 들어왔고, '잘생긴' 리쿠는 작년부터 동아리 부원이었다고 했다. 체교과 2학년 대영을 따라 들어왔다고 하는데 무슨 인연인지 분명 들었지만 잘 기억이 나진 않았다. 자신에게 딱히 중요하지 않은 정보는 잘 잊어버리는 탓에 질책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만 그런 걸로 유우시는 타격받지 않는 편이었다.
一年级的樱夜和辽与勇志差不多同期入社,而"英俊"的陸据说从去年起就是社团成员了。听说是跟着体育科二年级的大英加入的,虽然当时确实听过具体缘由,但现在怎么也想不起来。因为总忘记对自己不太重要的信息,勇志没少挨训,不过他对这类事倒不太在意。
그 말인 즉,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한 정보는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뜻이 된다.
也就是说,对于自己认为重要的信息,会牢牢记住不会遗忘。
이를 테면 리쿠는 실용무용과 3학년.
比如说,陸是实用舞蹈系三年级学生。
1년 늦게 입학해 저보다 한 살이 많고, 시끄러운 걸 좋아하진 않지만 춤추는 걸 좋아하는 사람. 학과 특성상 새벽에 연습이 많아서 주로 밤에 활동하고, 기숙사보다 동방이 연습실과 가까워 보통은 구학 건물에서 지낸다는 것.
他比我晚一年入学,年长一岁,虽然不喜欢喧闹却热爱跳舞。由于专业特性经常需要凌晨练习,所以主要在夜间活动,而且比起宿舍,东馆离练习室更近,因此通常都住在旧学楼。
첫만남에 이래저래 주변에서 떠드는 이야기를 종합한 결과였다. 아, 이래서 내가 이런 얼굴을 학교를 다니면서 제대로 본 적이 없었던 모양이구나.
初次见面时,这些信息都是从周围人七嘴八舌的议论中拼凑出来的。啊,难怪我在学校里从没好好见过这张脸呢。
유우시는 동방을 정리하고 나가는 시점에 쭈뼛거리며 리쿠에게 잘 부탁드린다고 꾸벅 인사를 건넸다. 그때 리쿠는 "에, 어차피 학번도 같은데 편하게 해!"라며 제 왼쪽 어깨에 걸려있는 더플백을 고쳐매곤 살갑게 말했다.
勇志整理完东馆准备离开时,局促地向陸鞠躬说"请多关照"。那时陸一边调整左肩上的帆布包背带,一边亲切地说:"哎,反正我们同届,随便点就好!"
남들 눈엔 알맹이 따위 없는 사회생활 멘트였지만, 그 말의 속뜻이 어떤지 유우시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어떤 것도 꼬인 것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능한 사람이었고, 리쿠가 편하게 하라고 했으니 말 그대로 편하게 하기로 정한 것이었다.
在旁人眼里这不过是句没有实质内容的社交辞令,但对勇志来说话中深意并不重要。他天生擅长不假思索地全盘接受事物,既然陸说可以随便,他就决定真的随便相处。
토쿠노 유우시는 그런 사람이었다.
得能勇志就是这样的人。
타인의 시선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고, 제게 필요한 것은 잘 챙기는. 제가 느끼고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고, 남들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不太在意他人眼光,却能妥善打理自己所需。如实表达内心感受,也坦然接受他人本真。
남들이 보기엔 정말이지 단순한 사람이었다는 말이다. 속으로는 알뜰히 자기 사람을 챙기며 사람을 파악하곤 했지만 남들은 거기까지 사정을 알지 못해 유우시를 재단하곤 했다. 그거대로 피곤한 삶이겠거니 싶지만 본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타국에 사는 외국인으로서 그런 것 하나하나 신경 쓸 이유도, 여유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在旁人看来他确实是个单纯的人。虽然内心会细致关照自己在乎的人并洞察他人,但外界无从知晓这些隐情,总是对他妄下判断。这样的生活想必很疲惫,但他本人并不在意。作为旅居异国的外国人,既没有理由也没有余力去计较这些琐事。
그런 의미에서 리쿠는 유우시의 피곤함을 받아줄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었다.
从这个意义上说,陸正是能包容勇志疲惫的最佳人选。
첫째, 일본인이라는 것. 第一,他是日本人。
한국에서 오랜 기간 살았으니 특별하게 다른 것 없다곤 하지만, 출신이 같다는 것만으로 오는 안정감 같은 게 존재했다. 사쿠야나 료처럼 갓 스무 살 된 아이들과 비교하자면 리쿠 쪽이 한국 생활이 더 오래되었으니 충분한 공감대가 존재했다.
虽然在韩国生活多年已没什么特别不同,但光是出身相同就带来一种安定感。与咲夜或辽那些刚满二十岁的孩子相比,陸在韩国生活更久,自然能充分理解我的感受。
물론 유우시는 이름만 밝히지 않는다면 일본인인 걸 모를 정도로 평범한 한국인이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어져 있는 사회적 선을 여실히 느껴왔다. 그런 감정은 같은 외국인인 리쿠도 똑같이 느꼈을 것이라 생각했다.
当然,勇志若不表明姓名,完全就是个普通的韩国人,但他总能真切感受到自己身上那道无形的社会界限。他猜想同为外国人的陸应该也有同样感受。
둘째, '왜?'라고 묻지 않는 것.
第二,从不问"为什么"。
리쿠는 어떤 상황에서든 왜 해야 하는지, 왜 그렇게 된 것인지 묻지 않았다. 간결한 성격이었다. 해달라니까 하고, 들어달라니까 들어주는 것이다. 그것을 다정이라 느끼는 사람도 존재하겠지만, 유우시는 다정함의 범주를 넘어선 어떠한 번뇌의 수준이라 생각했다.
陸在任何情况下都不会追问为何要这么做、事情为何变成这样。他性格干脆利落,让做就做,让听就听。或许有人觉得这是体贴,但勇志认为这已超出体贴范畴,达到某种无欲无求的境界。
언젠가 열이 잔뜩 받아 동방에서 분노의 피피티를 만들고 있었을 때, 밑도 끝도 없이 공차 좀 사서 오라는 카톡을 띡 보냈음에도 리쿠는 군말 없이 "유-쨩이 좋아하는 브라운슈가 쥬얼리 밀크티 등장!"하며 나타났다. 가타부타 설명이 필요 없는 리쿠는 어쩌면 마음을 읽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었더란다.
有次我在东方气冲冲做愤怒 PPT 时,没头没尾地发了条"买杯贡茶来"的 Kakao 消息,陸二话不说就带着"勇酱最爱的布朗尼珍珠奶茶驾到!"出现了。这个不需要任何解释的陸,有时让我怀疑他是不是会读心术。
마지막으로 셋째, 리쿠는 저와 달리 참으로 기민한 사람이라는 것.
最后第三点,陸和我不同,是个真正机敏的人。
앞에서 말한 것처럼 리쿠는 타인의 마음을 읽는 수준으로 남을 파악하는데 능했고 상대에 잘 맞춰줬다. 애초에 남한테 큰 관심이 없는 수준인 저랑은 천지 차이였다. 제가 카톡을 보낸 목적, 씩씩대며 동방 문을 연 이유, 종일 공복 상태인 저를 알아보는 것 등등 사회생활에 통달한 사람의 정석을 보는 기분이었다.
正如前文所说,陸拥有近乎读心术般的洞察力,总能精准把握他人情绪并给予恰当回应。这与对他人漠不关心的我简直是天壤之别。从我发送消息的意图,到气势汹汹推开东方之门的原因,再到察觉我整日未进食的细节——在他身上我见识到了社交达人的标准范本。
만약 자신에게 사쿠야가 저 오늘은 밥 안 먹을래요, 라고 한다면 그랭. 하고 혼자 쌩 나갔을 텐데. 리쿠는 사쿠군, 어디 아파? 하고 상태를 살피는 사람이었다. 많은 이유도 있지만 앞서 말한 세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옆에 두고 싶은 사람이지 않은가?
如果换成其他人,听到我说"今天不想吃饭"大概只会回句"哦"就转身离开吧。但陸是会关切询问"小作君身体不舒服吗"的类型。虽然理由还有很多,但仅凭刚才说的三点,不就已经让人想把他留在身边了吗?
그러므로 유우시는 리쿠가 제 옆에 꼭 붙어 있어 주길 바랐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잘 챙겨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서투른 한국말로 지내야 했던 어린 시절에도, 명찰에 박힌 여섯 글자 때문에 주목 받던 사춘기 시기에도 제 옆엔 그런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제 이야기에 경청해주는 리쿠를 놓아줄 수 없었다. 욕심이지만 리쿠에게 가장 친한 친구는 자신이길 바랐다.
因此勇志希望陸能一直陪在自己身边。因为从未有人如此细致地照顾过他。无论是只能用生涩韩语度过的童年,还是因名牌上六个字而备受瞩目的青春期,他身边都不曾有过这样的人。所以现在他绝不愿放开这样倾听自己心声的陸。虽然贪心,但他希望成为陸最亲密的朋友。
자각하지 못했지만 유우시는 제 인생에 단 한 번도 없었던 억지를 마음속에 꾹꾹 담고 있었다. 그저 새로운 친구에 대한 만족감이라고 착각하고 있었지만, 그게 두 사람 사이에 크나큰 장애물이 될 줄을 아마 몰랐을 것이다.
勇志自己并未察觉,他心中正压抑着此生从未有过的执拗。虽然误以为这只是对新朋友的满足感,但恐怕他并不知道,这将成为两人之间巨大的障碍。
일방적사랑구제작전 ! 上 单向恋爱救济作战!上篇
단짝. 死党。
사전적 의미로 서로 뜻이 맞거나 매우 친하여 늘 함께 어울리는 사이. 또는 그러한 친구.
字典释义指志趣相投或关系亲密、形影不离的关系。亦或指这样的朋友。
의미를 다 차치하고서 이야기하자면, 주위에서 리쿠와 유우시 사이를 정의하는 말이었다. 비슷한 나이대의 외국인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한데 어느 정도 성정이 유사하니 가까워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抛开所有深层含义来说,这个词完美定义了陸与勇志的关系。同属外籍男性且年龄相仿已足够成为理由,加之性格又有几分相似,变得亲近只是时间问题。
주변에서 서로를 서로의 단짝이라 부르는 게 딱히 기분 나쁘지 않았다. 저나 유우시 모두 사실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오히려 둘 사이를 인정받는 기분이었달까. 실제로 리쿠가 유우시를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서로가 1순위였다. 유우시도 리쿠를 찾고, 리쿠도 유우시를 찾고. 하지만 기분이 나쁜 건 따로 있었으니,
周围人称呼我们为彼此的挚友时,我其实并不反感。因为我和勇志都认为这不过是事实陈述。倒不如说,这让我有种关系被认可的感觉。虽然前田陸和勇志相识不久,但现在彼此都是对方的第一顺位。勇志会寻找陸,陸也会寻找勇志。但真正让人不快的另有其事——
"으아. 리쿠 불닭 진짜 맛있다. 이거지이."
"哇,陸的火辣炸鸡真的超好吃。就是这个味道。"
아니, 이건 아니고. 不,不是这个。
"같이 와줘서 고마워." "谢谢你陪我一起来。"
이것도 아니고. 这个也不是。
"역시... 리쿠는 내 베스트 프렌드야."
"果然...陸是我最好的朋友。"
그래. 바로 이 부분이었다.
对,就是这部分。
베스트 프렌드는 무슨 얼어 죽을. 남들 눈에 단짝으로 보일지라도 그런 조촐한 단어로 담아낼 수 있는 마음으로 함께 하는 게 아니었다. 적어도 리쿠는 말이다.
什么狗屁最好的朋友。就算在别人眼里我们形影不离,但这份感情绝不是用这种寒酸的词汇就能概括的。至少对陸来说是这样。
남의 속도 모르고 제 앞에서 늘 친구라는 소리를 달고 사는 유우시는 평생 제대로 된 친구 하나 없었던 애처럼 굴었다. 저의 배려와 다정을 우정으로 착각한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기분 나쁘다 하여 이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았다.
勇志这个完全不懂别人心意的家伙,整天把'朋友'挂在嘴边,表现得像个从没交过真心朋友的孩子。他肯定把我的体贴温柔误认成了友情。虽然心里不舒服,但我不想破坏这段关系。
리쿠는 애초부터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 실금이라도 나면 죄다 부서져 버릴까 싶어, 애지중지 여겼다.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도망갈지도 몰라. 나를 싫어할지도 몰라. 나만 잘하면 돼. 나만 잘하면, 유우시 말마따나 친구라는 이름 아래에 살며 같이 쭉 있을 수 있을지도 몰라.
陸从一开始就是个胆小鬼。生怕稍有不慎就会支离破碎,所以总是小心翼翼地呵护着。若不珍视,他或许就会逃走。或许会讨厌我。只要我做好自己就行。只要我足够好,或许就能像勇志说的那样,以朋友之名相伴到永远。
그런 마음이었다. 이제껏 리쿠는 단짝이라는 두 글자 뒤에 비겁하게 숨어 유우시를 좋아하고 있었다.
这就是他的心意。一直以来,陸都懦弱地躲在"挚友"这两个字背后,偷偷喜欢着勇志。
바야흐로, 덥고 습한 짝사랑의 계절이었다.
此刻正是闷热潮湿的单恋季节。
처음엔 호기심. 最初只是好奇。
교내에서 흔하지 않은 일본인 중 한 명이었던 리쿠는, 같은 학번이었던 일본인의 이름을 익히 들은 적이 있었다. 타칭 경영학과 존잘이라며 에타에 꽤 올라오던 인물. (물론 시온은 자신이 군대 간 사이 유우시가 빈집털이 한 거라며 말했다만.) 덕분에 시온이 새로운 부원을 데리고 온다고 했을 때, 일본인이라고 해서 생긴 신기함이 토쿠노 유우시라는 이름을 듣고는 무구한 호기심으로 번졌으니 말이다.
作为校内少见的日本人之一,陸早就听说过同年级另一位日本人的名号。那位被称作经营系男神、在校园论坛上颇有人气的人物。(虽然是温说那是在自己服兵役期间被得能勇志趁虚而入抢走的名声。)所以当是温说要带新部员来时,原本因"日本人"身份产生的好奇,在听到"得能勇志"这个名字后,立刻化作了无限的好奇心。
직접 얼굴을 보니 상상만 하던 이름과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저와는 정반대인 생김새에 낯을 가리는지 눈치를 보는 얼굴이 조화로웠다. 그래서 분명 조용하고 청순한 스타일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알면 알수록 우주에서 온 고양이 같았다. 리쿠는 고양이를 키운 적은 없었지만 그렇게 느꼈다. 지구 고양이도 아니고 저기 먼 우주 고양이.
亲眼见到时,觉得那张脸与想象中名字出奇地相配。与我截然相反的长相,带着怕生的警惕神情,却奇妙地和谐。本以为肯定是个安静清纯的类型,谁知越了解越像来自宇宙的猫。陸虽没养过猫,却产生了这样的感觉。不是地球猫,而是遥远宇宙来的猫。
제가 편하게 하랬다고 당장에 '그래.'라고 했을 때부터 범상치 않았다. 연습실에 가기 전 동방 라꾸라꾸에 누워 잠을 청하던 저를 빤히 쳐다보던 시선에 일어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유우시는 '속눈썹이 예뻐서 봤어.'라고 말하곤 자기 할 일을 했다. 이상하지 않은가? 리쿠가 생각하는 보통의 인간의 규격에 한참을 벗어난 인간이었다. 유우시는.
从我说"随你便"时他立刻回"好啊"那刻起,就透着不寻常。有次我在东方懒人沙发上躺着补觉,被他直勾勾的视线惊醒,那时勇志也只是说了句"看你睫毛好看"就自顾自忙去了。很反常对吧?他完全超出了陸对普通人类的认知标准。这个得能勇志啊。
인생은 어떻게 굴러갈지 예측할 수 없으니 재밌다고 한다. 그러니 고작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던 동생을 좋아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리쿠에게 계기가 무어냐 물어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할 것이다.
人生正因为无法预测会如何发展才有趣。所以才会喜欢上原本只觉得奇怪的弟弟吧。就算问陸契机是什么,他也给不出像样的回答。
그저, 저 이상한 사람이 하자는 대로 하니 재밌어서. 하는 말들이 어이가 없으니 웃겨서. 그러다 보니 쟤가 나를 편하게 대해서. 나도 쟤랑 있으면 편해져서. 그리고 유우시도 저와 있을 때 똑같이 느꼈다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 말이다.
只是,那个怪人说什么我就做什么,觉得很有趣。说的话太离谱反而好笑。不知不觉间,他对我很随意。我和他在一起也很放松。而且我深信勇志和我在一起时也有同样的感受。
자연스럽게 유우시와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저가 중학교 다닐 때 여자애들이 몰려다니던 꼴과 유사했다. 자신이 직접 하고 있는 소감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지만, 일단은 좋을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것. 쟤가 나를 필요로 하고, 자신은 거기에 충분히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쓸모 있음에 서서히 중독된 것이다.
和勇志相处的时间自然变多了。就像我初中时女生们扎堆的样子。虽然无法完全表达自己的感受,但总之很开心。成为对某人有用的人。他需要我,而我也能充分回应他的需求。就这样渐渐沉迷于这种被需要的感觉。
무리도 그런 무리가 없었다. 애초에 동아리도 안 하던 사람이 애걸복걸하던 후배 하나 따라서 왔다가 웬 이상한 애한테 코 꿰인 것도 기가 찬 데, 그 사람한테 잘 보이려고 온갖 무리를 다 했더랬다. 시간을 쪼개고 잠을 줄여 유우시 옆에 맴돌았다. 그렇게 무리하는 것조차도 즐거웠다. 이런 마음의 아래엔 유우시도 저랑 비슷한 마음과 온도를 가지고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평소의 자신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을 온통 해냈다.
从未如此拼命过。原本连社团都不参加的人,因为一个苦苦哀求的后辈跟来,结果被个怪人迷住已经够离谱了,还为了讨好那人使尽浑身解数。挤时间、少睡觉也要围着勇志转。就连这样的拼命也让我快乐。因为心底相信勇志也怀着与我相似的心意和温度,才能做出平时绝对不可能做的事。
오죽하면 그렇게 철저하게 해내던 연습에서도 자꾸 핸드폰만 보는 리쿠를 보고 동기들은 또 유우시냐며 타박했다. 진짜 미쳤는지, 그마저도 둘 사이가 친하다는 걸 인정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队友们看到连那么专注的练习中都一直盯着手机的陸,又揶揄说"又是勇志吧"。简直疯了,我甚至觉得这反而像是承认了两人关系亲密。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리쿠의 머리를 스쳤다.
就在某天,这个念头突然掠过陸的脑海。
혹시라도 어설프게 사귀다 친구보다 못한 사이가 되면 어떡하지?
万一交往后反而连朋友都做不成,该怎么办?
그렇게 덜컥 겁을 먹어버린 것이다. 리쿠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지레 겁먹고 곧장 현재 상태에 안주하기로 결정했다. 이전에 남자를 좋아한 적도 사귀어 본 적도 없던 리쿠에겐 사실상 당연한 걱정거리였을지도 모른다.
就这样被吓得慌了神。陸。他还没等事情发生就先胆怯起来,立刻决定安于现状。对于从未喜欢过男人也未曾恋爱过的陸来说,这或许本就是理所当然的烦恼。
사귀지 않더라도 유우시와 밥 먹기, 영화 보러 가기, 카페 가서 공부하기(본인은 공부할 것도 없으면서), 기숙사 통금 시간 넘어서도 같이 있다가 유우시 긱사에 바래다 주고 동방에서 자기(유우시한텐 새벽연습 간다 구라치고), 유우시가 부르면 바로 달려가서 같이 있어 주기 등등... 성별만 이성이었다면 너 걔랑 사귀냐? 라는 말이 절로 나왔을 기이한 행보를 죄다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即便不交往也能和勇志一起吃饭、看电影、去咖啡馆学习(明明自己根本没东西要学)、超过宿舍宵禁时间还腻在一起然后送勇志回男生宿舍再溜去活动室睡觉(骗勇志说要去晨练)、随叫随到陪伴左右...正因为能享受这些"如果性别不同绝对会被问'你俩在交往吧?'"的奇妙特权。
위에 언급한 일 다 하며 친구 사이로 지내기 vs 괜히 고백 공격 했다가 대차게 차이거나 남자랑 사귀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야 라는 소리 듣고 친구 사이 쫑내기. 후자를 고르면 너 어디 편찮냐? 소리 절로 들을 라인업이었다. 당연하게도 리쿠는 전자를 선택했고, 오늘도 어김없이 유우시의 카톡 하나에 학식도 버려버리고 편의점까지 따라온 것이다.
维持现状享受上述所有 vs 贸然告白被狠狠拒绝或听到"和男生交往太难了"导致友情破裂。选后者的话绝对会被问"你脑子没事吧?"。理所当然地陸选择了前者,所以今天也一如既往地因为勇志一条 Kakao 消息就扔下食堂饭跟来便利店。
"무슨 생각해?" "在想什么?"
잠깐 턱을 괴고 멍때리던 리쿠에게 유우시가 불쑥 질문을 들이밀었다. 허공에서 시선을 유우시에게 돌리니 이미 컵라면에 핫바 정도는 깔끔하게 끝낸 모습. "유우짱 생각?"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45도 정도 꺾는다. 이렇게 하면 필승 각도거든. 눈이 마주치자 부끄러운 듯 부리나케 도망가는 까만 눈동자를 보는 일은 꽤 재밌는 축에 속한다. 단 한 번도 이런 미인계 따위 써본 적 없는 자신이 유우시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러고 있다니. 코웃음이 절로 났다.
正托着下巴发呆的陸突然被勇志抛来问题。视线从虚空中转向勇志时,发现对方已经利落地解决了杯面和热狗。"在想勇志君?"眯眼笑着将头歪成 45 度——这可是必胜角度。看着那双因视线相交就羞怯逃窜的漆黑眼眸实在有趣。从未用过美人计的自己,在勇志面前竟能如此自然。不由嗤笑出声。
"아, 맞아. 리쿠 나 오늘 저녁에 약속 있어."
"啊对了,陸,我今晚有约。"
유우시가 고개를 번쩍 들더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리쿠는 테이블 위에 있던 휴지로 뒷정리를 하며 물었다.
勇志猛地抬起头露出为难的表情。陸用桌上的纸巾收拾着残局问道。
"에, 바쁘네. 오늘은 어디 가?"
"诶,这么忙啊。今天要去哪儿?"
"아 저번에 안 말했나?" "啊上次没说过吗?"
기특하게도 자기가 먹은 쓰레기를 정리하던 유우시가 순진무구한 눈으로 저를 쳐다봤다. 잠깐, 뭔가 느낌이 싸하다. 테이블을 닦던 시늉을 멈추고 휴지는 제 손아귀에서 일그러진다.
正在乖巧收拾自己制造垃圾的勇志用天真无邪的眼神望过来。等等,这氛围怎么有点微妙。我停下假装擦桌子的动作,手中的纸巾被攥得皱皱巴巴。
"준후 선배한테 소개 받기로 했다고?"
"说是要见俊昊学长介绍的女生?"
주먹에 쥐어졌던 힘이 탁 하고 풀렸다. 망연자실한 표정이 찰나를 스친 듯했지만 눈치가 느린 유우시는 보지 못했을 것이다.
攥紧的拳头突然泄了力。那一瞬间恍惚失神的表情稍纵即逝,但迟钝的勇志想必没能察觉。
"그런 이야기 들은 적 없는데."
"我从来没听过这种事。"
"아... 내가 말 안 했나 보다. 나도 지나가는 말로 알겠다고 했는데 약속이 잡혀서 나가는 거라..."
"啊...我好像没说过吧。虽然我随口答应了,但其实是约好了要出去..."
제 눈을 쳐다보지도 않고 우물쭈물 대답하는 유우시가 낯설었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갑자기 차오르는 분노와 더불어 빨라지는 심장 소리가 목구멍으로 다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을 숨겨야만 했으니까.
勇志避开我的视线支支吾吾的样子很陌生。这样反而更好。我必须掩饰突然涌上的愤怒和快要把喉咙震破的心跳声。
나는 유우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 그런 역할의 사람이 해 줄 말을 고르고 골라 입 밖으로 겨우 내뱉는다.
我必须成为勇志眼中的好人。要当好他的朋友。我精挑细选着符合这个身份该说的话,好不容易才挤出一句。
"기왕 나가는 거, 기분 좋게 잘 다녀와.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既然要出去,就玩得开心点。多吃点好吃的。"
문장이 끝나고 곧장 침을 꼴깍 삼켰다. 쿵쿵대는 심장 소리는 아직도 머리에 울려댔다. 제가 별 다른 반응이 없자 테이블에 고정되어 있던 눈동자가 슬며시 저와 마주친다.
话音刚落就咽了口唾沫。咚咚作响的心跳声仍在脑中回荡。见我没什么反应,原本盯着桌面的目光悄悄与我相遇。
"...에, 으응. 샤브샤브 먹으러 가기로 했어."
"...嗯、嗯。说好要去吃涮涮锅的。"
"오, 유우짱이 고기 다 먹고 와야 돼."
"哦,小勇要把肉都吃完再回来啊。"
유우시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딱 이정도면 됐다. 고작 소개 받으러 나가는 건데. 마음 한 켠이 쓰리지만 제 처지를 다시 되돌아본다. 유우시의 가장 친한 친구. 나는 친구니까. 아무리 봐도 샤브샤브에 들떠있는 것 같은 쟤를 옆에서 지켜보기로 했으니까.
勇志用力点了点头。对,这样就够了。不过是去相亲而已。虽然心里隐隐作痛,但我再次认清了自己的立场。勇志最好的朋友。因为我是朋友啊。既然怎么看那家伙都像是因为涮锅兴奋不已,我就在旁边守着好了。
리쿠는 쓰려오는 속을 애써 외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만 일어나자는 유우시의 말에 집중도 못하고 멍때리고 있을 정도로 말이다.
陸努力无视翻涌的情绪。甚至恍惚到连勇志说"该走了"都没能集中精神听清。
앞장서서 나가는 유우시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갔다. 마음속으로는 오늘 하는 소개팅이 망하길. 나오는 사람이 유우시 취향의 정반대로 생겼길. 매너 하나도 없이 무례한 사람이라 유우시가 상처받길. 친구를 위한다면서 친구가 안 되길 바라는 몹쓸 심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我亦步亦趋地跟在勇志身后。心里暗自祈祷今天的相亲能搞砸,希望来的人完全不符合勇志的审美,最好是个毫无教养的粗鲁之徒,让勇志大受打击。虽然这种希望朋友不幸的心理很卑劣,但我实在别无选择。
리쿠는, 말로만 포기하겠다느니 말해놓고 온통 유우시를 좋아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陸嘴上说着要放弃,其实从头到尾都在喜欢着勇志啊。
"오늘 유우시 온대?" "今天勇志会来吗?"
"좀 늦는다던데요?" "听说会晚点到?"
'유우시의 참석 여부를 묻는 리쿠'라는 문장은 아무래도 주변 사람들에겐 참으로 어색했다. 물론, 리쿠 옆에 나란히 서 있는 대영은 그런 걸 직접 물을 정도로 눈치가 없진 않았지만.
对周围人来说,"询问勇志是否出席的陸"这句话实在显得很别扭。当然,站在陸旁边的大英还不至于没眼色到直接问这种问题。
"올해 첫 엠틴데 설마 빠지겠어요."
"今年第一次 MT 活动,他总不会缺席吧。"
일본문화연구동아리 엠티. 사실상 친한 사람들끼리 종강 기념으로 놀러나 가자며 급하게 결정된 일정이었다만, 급조된 것치곤 그럴듯한 숙소에 도착해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日本文化研究社团的 MT 活动。其实是几个要好的朋友为庆祝学期结束临时决定出游的行程,虽说是仓促安排,却意外住进了像模像样的民宿,此刻正消磨着时间。
쭈그리고 앉아 손톱이나 물어뜯는 리쿠에게 눈길 하나 안 주던 대영은 넌지시 물었다.
蹲在地上啃指甲的陸没得到大英半个眼神,对方却突然轻声发问。
"형들 싸웠어요?" "你们吵架了?"
이 문장의 의미를 리쿠는 대번 알았다. 그렇게 죽고 못 살 것같이 붙어 다니던 두 사람이 완벽하게 떨어져 다니니 말이다. 주변에서 모르는 게 이상할 정도라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은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陸立刻明白了这句话的份量。毕竟那两人曾经形影不离到生死与共的程度,如今却彻底形同陌路。他原以为这事人尽皆知才正常。但太阳穴突突跳着,思绪乱作一团不知该如何接话。
"그건 아닌데." "不是这样的。"
"..."
"요즘 바쁘다고 그러더라고." "最近总说很忙的样子。"
씹던 손톱을 떼어내고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유우시가 저를 피해 다니기 시작했을 때 한 말이었으니 말이다. 대영은 더는 묻지 않았다.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하는 사람에게 딱히 더 물을 것도 없지만 말이다.
他咬下指甲故作轻松地说道。这话倒也不假。毕竟勇志开始躲着我的时候就是这么说的。大英没再追问。面对那双失焦的眼睛,确实也没什么好问的。
리쿠는 확신했다. 지금 이렇게 된 데에는 소개팅이 문제였다고.
陸确信问题出在那次相亲上。
분명하게 그날 이후로 유우시가 어색하게 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因为很明显从那天起勇志就变得很别扭。比如说:
유우짱 밥 먹었어? 小勇吃饭了吗?
아니...나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서 못 먹어 没...我肠易激综合征吃不了
술병 와서 위산 죽죽 내뱉는 와중에도 낙지김치죽에치즈추가를 먹겠다고 하는 애 숟가락을 뺏어가야만 했는데, 과민성어쩌구라고 밥을 안 먹는다거나.
明明是个喝到胃酸反流还要抢勺子吃辣章鱼泡菜粥加芝士的家伙,现在居然说什么肠易激不肯吃饭。
유우짱 동방 들렀다 갔다며? 听说勇志去了趟东方?
료가 말해주던데 辽告诉我说
에
귀신본거아냐? 这不是鬼屋吗?
우리 똘똘이 료가 거짓말을 했을 리가 없는데, 자꾸 티 나게 저를 피하는 등의 행동들이 자꾸만 이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我们聪明的陆不可能说谎,可他却总是明显地躲着我,这些行为不是一直在持续吗。
밥 먹자고 불러주지도 않고, 동방에 저가 있으면 잘 오지도 않고. 리쿠는 하루아침 사이에 달라진 유우시가 필히 소개팅 때문에 변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既不叫我一起吃饭,我在东方时也鲜少露面。陸坚信一夜之间性情大变的勇志绝对是因为相亲才变成这样。
저와 하던 것을 다른 사람과 하고 있겠지. 그러니 자신과 만날 수 없는 거겠지.
他肯定在和别人做我们做过的事吧。所以才不能来见我。
어디 가서 신세 한탄을 할 수도 없던 리쿠는 답답한 마음에 하루는 무작정 유우시의 기숙사 앞에서 하루종일 기다렸다. 그리고 저 멀리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고, 그 옆엔... 웬 키 큰 남자가 함께였다.
无处倾诉的陸憋闷难耐,某天突然在勇志宿舍前守候终日。远处终于出现熟悉的身影,身旁却...跟着个高个子陌生男人。
리쿠는 토할 것 같은 기분을 애써 삼키고 이런 제 모습을 들키기 전에 당장 도망쳐 나왔다. 몰래 본 건 자신인데 화가 머리 끝까지 나는 기분. 그 사람과 무슨 사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이미 자신에게 자격 따위 없는 것 같았다. 유우시가 나를 이렇게 피하는데, 무슨 낯짝으로 물어 봐. 어리석게도 리쿠는 제 짝사랑의 망조를 그제서야 짐작하기 시작한 것이다.
陸强忍着作呕感仓皇逃离,明明偷看的是自己却气得七窍生烟。想问清那人是谁,又觉得自己早已没资格质问。勇志都这样躲着我了,我还有什么脸开口?愚蠢的是,陸此刻才隐约察觉这段单恋已走向末路。
어린 아이처럼 숙소 바깥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는 사쿠야와 료를 보니 잡생각이 조금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리쿠는 멀찍이 앉아선 맑은 하늘을 배경 삼아 생각을 정리했다.
看着像孩童般在宿舍外玩球的咲也和亮,陸觉得杂念消散了些。他坐在远处以晴空为幕,开始整理思绪。
유우시 못지않게 자신도 피해 다녔으나, 이제는 진짜 맞닥뜨려야 했다.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있을까? 머리 속에 잔뜩 떠오르는 질문에 리쿠는 당연하지, 라고 대답했다. 대할 수 없어도 그렇게 해야지. 근데 그게 마음처럼 쉽게 될까? 끝도 없이 피어나는 고민에 리쿠는 끄아악거리는 소리를 내며 머리를 쥐어 싸맸다. 주변에 시온과 대영이 보고 있는 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말이다.
虽然和勇志一样四处躲避,但此刻必须直面现实。能装作若无其事吗?面对脑中涌现的疑问,陸回答当然可以。就算做不到也要硬撑。但真能如心所愿吗?无尽的烦恼让陸抓狂地揪住头发嗷嗷直叫,完全不顾身旁是温和大英诧异的目光。
해가 뉘엿뉘엿 지고 나서야 유우시가 도착했다. 더 필요한 것들은 저가 사가겠다고 남긴 메시지가 3시간은 지난 후였다.
太阳西斜时分,勇志才姗姗来迟。他留下"其他必需品我会去买"的纸条时,已经比约定时间晚了三个多小时。
그리고 리쿠는 조수석에서 내리는 유우시의 뒤로 그 남자를 마주쳤다. 저 남자가 소개팅을 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나와 유우시 사이의 방해꾼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저 놈. 키만 크고 얼굴도 비율도 별로인. 유우시와는 한 톨도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사람이 우리에게 깍듯이 인사했고 리쿠는 떨떠름하게 고개만 까닥거렸다.
陸从副驾驶座下来时,正好看见勇志身后那个男人。虽然不确定那家伙是不是相亲对象,但绝对是横亘在我和勇志之间的绊脚石。那家伙除了个子高,长相和身材比例都差强人意。怎么看都和勇志毫不相配的人,却对我们毕恭毕敬地行礼,而陸只是生硬地点了点头。
몇 개 되는 박스를 꺼내고 난 뒤 그 남자는 미련 없이 떠났다. 유우시는 부끄러운지 짐을 옮기는 동안 시온의 질문에 간단히 대답만 할 뿐이었다. 당연하게도 저와 제대로 된 인사조차 안 한 상태였다. 리쿠는 제 앞에 뚜벅뚜벅 걸어가는 유우시의 뒤통수를 째려봤다. 나한텐 신경도 안 쓰고 말이야. 나만 너 신경 쓰냐고, 유우시.
搬出几个箱子后,那个男人毫不留恋地离开了。勇志大概是觉得难为情,搬行李时对是温的提问只是简短应答。当然,他连像样的招呼都没跟我打。陸盯着走在我前面啪嗒啪嗒迈步的勇志的后脑勺。对我完全不在意是吧。只有我在意你吗,勇志。
"숙소 좋은데?" "这住处不错吧?"
내부에 들어선 유우시의 첫 마디였다. 오오, 소리를 절로 내는 유우시의 동그란 뒤통수가 귀여워 콧바람이 살짝 감돌았다.
勇志走进房间后的第一句话。他那圆润的后脑勺随着"哦哦"的感叹声微微晃动,可爱得让人不自觉地嘴角上扬。
"리쿠가 예약했어." "是陸订的。"
갑작스럽게 들리는 제 이름. 시온이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며 말하는 덕분에 깜짝 놀라 헛기침을 했다. 제 이름을 들은 유우시의 반응을 살펴봤지만 냉장고에 물건을 넣고 있던 유우시는 그저 진짜냐며 평범하게 물을 뿐이었다.
突然听到自己的名字。是温若无其事地抛出这句话,害我惊得呛咳起来。偷瞄勇志听到我名字时的反应,正在往冰箱塞东西的他只是平常地问了句"真的吗"。
"누가 바쁘셔서 말이지." "毕竟有人很忙嘛。"
저도 아무렇지 않게 옆에 서서 냉장고 정리를 도왔다. 제게 눈길 하나 주지 않는 모습. 유우시는 신경 쓰지 않으려 애쓰는 이런 제 모습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 같았다.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대화를 뒤로 하고 자리를 벗어났다. 자신에게만 두텁게 붙어오는 어색한 공기를 피하고 싶었다. 이 이상으로 무안해지는 건 반드시 제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다. 아, 입에 대 본 적도 없는 담배가 말렸다. 이게 무슨 기분인지 리쿠는 영영 가늠할 수가 없었다.
我也装作若无其事地站在旁边帮忙整理冰箱。他连个眼神都没分给我。勇志似乎刻意无视了我这般努力不让他察觉的模样。中断的对话无法继续,我选择离开座位。只想逃离这独独笼罩着我的尴尬空气。再这样难堪下去,我的精神健康绝对会出问题。啊,从未沾过的香烟此刻竟如此诱人。陸永远无法理解这究竟是种什么心情。
폭풍같은 저녁 시간이 어찌저찌 지났다. 자신은 옆 옆에 앉은 유우시에게 온 신경이 곤두선 덕분에 고기 한 점 제대로 못 넘겼는데 쟤는 여전히 잘 먹더라고. 제게 과민성대장증후군 있어서 밥 못 먹는다고 한 건 죄다 까먹은 게 확실했다. 저렇게 허술해서야 원.
兵荒马乱的晚餐时间总算熬过去了。因为全神贯注着邻座的勇志,我连一片肉都没好好咽下,那家伙倒是吃得津津有味。他显然完全忘了自己说过"我有肠易激综合征吃不下饭"这种话。这么没心没肺真是够了。
새벽녘이 되어서야 마무리 된 자리는 고요했다. 그 고요함 속에서 리쿠는 무거워진 몸을 겨우 일으켜 세웠다. 아무래도 예민해진 머리를 식혀야 될 것 같아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눈을 감으면 아까 전, 밥 먹다 말고 혹시 그 사람이 애인이냐 물은 질문에 아직은 아니라고 대답한 유우시가 머리 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아직은? 아직이라는 단어는 그 일이 일어나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는 표현 아닌가. 그럼 조금 더 있으면 진짜 애인이 된다는 걸까?
直到破晓时分才结束的场合归于寂静。在这片寂静中,前田陸勉强撑起沉重的身体。看来必须让敏感的头脑冷静下来才行。他缓缓闭眼又睁开。一闭眼就想起方才——在吃饭时被问及"那人是你恋人吗",回答"现在还不是"的得能勇志在脑海中挥之不去。现在还不是?"现在"这个词不就是在暗示那件事需要时间才能发生吗?那么再过不久就会成为真正的恋人吗?
밀려오는 한숨 뒤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돌린 고개 너머엔 부스스한 꼴을 한 유우시가 있었다. 시선을 피하기엔 이미 늦은 타이밍이라 리쿠는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곧이어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제 귀에 꽂혔다.
一声叹息后传来窸窣声响。反射性转头时,只见得能勇志正顶着一头乱发。躲避视线已为时过晚,前田陸决定坦然面对。紧接着,温软的嗓音便直钻入耳。
"리쿠 자?" "陸?"
"...잠이 안 오네." "...睡不着呢。"
"..."
리쿠의 갈라진 목소리 사이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두 사람은 약속한 것처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한참 어색하게 이어진 공기의 흐름은 결국 유우시의 말 한 마디에 깨져버렸다.
陸沙哑的声音让气氛凝固了。两人如约定般避开彼此视线。持续许久的尴尬空气,最终被勇志的一句话打破。
"...나 그 사람이랑 아무 사이 아니야."
"...我和那个人什么关系都没有。"
"...갑자기?" "...突然?"
"말해주고 싶어서." "因为想告诉你。"
"..."
그리고 미안해.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한 문장들이 리쿠의 뒤통수를 한 대씩 후려친 듯했다. 행간의 의미를 도저히 알아차릴 수 없었다.
还有对不起。这些完全没预料到的话语像一记记重锤砸在陸的后脑勺上。他根本读不懂字里行间的深意。
그 사람과 네가 아무 사이 아닌 것과, 내가 무슨 상관이 있는데?
你和那个人毫无关系这件事,跟我又有什么相干?
그걸 굳이 나한테 말해주고 싶은 이유는 뭔데?
你非要告诉我的理由是什么?
뭐가 미안한데? 네가 나를 피해 다닌 거? 나한테 거짓말하는 거? 아니면, 그냥 모든 게?
有什么好对不起的?是你躲着我?对我撒谎?还是说,全部都是?
입 안에서만 맴돌던 많은 문장들은 바깥으로 나오지도 못한 체 목구멍 아래로 죽죽 쌓여갔다. 유우시는 단순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한심했다. 눈을 질끈 감고 마음을 다스린다.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까 말이다.
在口腔里打转的无数话语最终没能说出口,全都哽在喉头堆积成山。勇志为自己曾认为他是个单纯的人感到可悲。他紧紧闭上眼睛平复心绪。毕竟现在的自己什么都做不了。
제 옆에 있는 유우시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했다. 당장이라도 눈을 떠 확인하고 싶었지만 리쿠에겐 용기가 부족했다. 수많은 말들을 겨우 고르고 골라 가장 친구가 할 법한 문장을 내뱉는다.
很想知道身旁的勇志此刻是什么表情。明明立刻睁眼就能确认,陸却缺乏勇气。他艰难地筛选着词句,最后挤出了一句最像朋友会说的话。
"늦었으니까 얼른 자자." "已经很晚了,快睡吧。"
"...웅." "...嗯。"
"잘 자, 유우시." "晚安,勇志。"
친구도 뭣도 아닌 어중간한 사람이 된 기분. 지금껏 쌓아온 모든 게 무너져내렸다. 다시 이부자리에 들어가 제게 등 돌리는 유우시를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꼭꼭 숨겨뒀던 마음 사이로 불쑥, 저 판판하고 여린 등을 꼭 껴안아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感觉自己成了既非朋友又什么都不是的尴尬存在。至今构筑的一切都崩塌了。最后确认着再次钻进被窝背对我的勇志。突然从深藏的心底涌出想要紧紧抱住那平坦柔软背脊的冲动。
등을 껴안고 내 마음을 다 말해버리고 싶다.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면 붉어지는 귀를 씹어버리고 싶다. 하얗고 말간 피부에 제 입술을 대어보고 싶다. 이런 말들을 쟤 앞에서 내뱉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보고 싶다...
想环抱住他的背脊倾诉全部心意。想咬住他说羞耻话语时泛红的耳尖。想在那雪白肌肤印上自己的唇。想当面说出这些话看他作何表情...
그동안 감춰왔던 마음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심호흡을 하며 진정해보려 했지만 잔뜩 성난 마음을 주체를 못해 귀 끝이 새빨개졌다. 얼굴을 큰 손에 파묻고 제 옆에서 꼬물거리는 유우시를 슬쩍 쳐다본다.
压抑已久的情感如决堤般倾泻。试图深呼吸平复却控制不住满腔躁动,耳尖烧得通红。把脸埋进掌心,偷瞄着身旁蠕动的勇志。
아, 나 진짜 최악이구나... 啊,我真是糟糕透了...
죄책감 가득한 밤이 깊어졌다. 리쿠는 한숨도 자지 못한 채로.
充满负罪感的夜渐深。陸整夜未能成眠。
https://x.com/etooteeto/status/1825229735519031629?s=46
11개의 댓글 11 条评论
🥹🤍
삽질하는 둘에겐 미안하지만 조심스럽고 사랑스럽고 Mimp 가사가 생각나는 이야기예요... ^/^... 둘의 서로 잡힐듯 잡히지 않는 마음을 살짝 커튼 뒤에서 훔쳐보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어요 !! 등장하는 멤버들도 너무 귀엽습니다 일단 대영아 리쿠와 유우시 사이에서 힘내...
虽然对辛苦的两位很抱歉...但这是个让人想起 Mimp 歌词般小心翼翼又甜蜜的故事呢^/^...就像在窗帘后偷看到两人若即若离的心跳瞬间!!登场的成员们也超级可爱 大英啊 要在陸和勇志之间加油啊...
아니 진짜 숨막힘 갑자기 갑자기
啊真的窒息 突然之间突然之间
갑자기 “오늘 유우시도 온대?“ 부터 갑자기 소름 개 돋음;;;;;;;;; ;(;;;;;;;; 와 미쳤다 진짜 어디까지 큰 그림을 그리신 거야 오마이갓 미쳤다 윳짝쿨에서 눈치챘어야 했는데 대박이다
从突然那句"今天勇志也会来吗?"开始鸡皮疙瘩狂冒;;;;;;;;; ;(;;;;;;;; 哇疯了吧 到底谋划了多大的局啊我的天 早该在 Yutjjakcool 里察觉到的 太绝了
윳짝쿨?…. 나 바로 들어가지 진짜로
리쿠우 들어가자 그거 되는 주식이다 찔러
아 보는 제가 숨이 턱턱 !!!! 얼른 사겼으면 조켄네
하 자야되는데 잠못자겟어요 너무풋풋하고아름다운캠게야………..
진심 이 새벽에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무릎 꿇었어요… 이거 제가 진짜 너무 사랑하다 못해 닳을까봐 하루에 딱 두번만 보기로 제 스스로 약속한 저를 윳짝쿨로 이끌어주신 저의 어머니 이토님의 에딧 그거잖아요 저 ㄹㅇ 상상력부족이라 에딧 보면서도 왜 미안해? 그래서 너희 둘이 어떻게 되는건데.. 혼자 끙끙; 무언가의 외전이라길래 청익사 스핀오프인가 했는데 그것보다 더한거였다니 진심 오늘부터 하루에 에딧 서른번보기로 바꿀게요(이것도 많이 자제한겁니다)이건 저에게 포상이에요 감사합니다
이야 둘이 삽질하는거 같은데...
삽질을 너무 잘해서 금방 성 하나 쌓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