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제가 왜요. 책상 위에 올려진 노란 서류철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되묻는다. 자칫하면 시건방지게 보일 태도였으나 그것도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 나름이라. 꼴이 우스워도 어쩌나 싶었다. 군대식 줄 세우기 서열 문화로 소문이 자자한 조직에서 반골 기질 떨치며 독자노선 타도, 기수열외는커녕 연공 서열 타파를 이끌 차세대 법조인이니 뭐니 하며 치켜세우기에 바빴다. 이러다 진짜 최연소 부장검사 타이틀도 갈아치우는 거 아닌가 몰라. 양 옆에 한가득 쌓인 서류를 툭툭 건드리던 박영재는 못마땅함을 애써 삼켜내며 발로 의자를 끌었다.
为什么要我来做这个。她看都不看桌上那个黄色文件夹,反问道。这种态度若是换了别人可能会显得无礼,但因人而异。虽然看起来有些滑稽,但也没办法。在以军队式等级制度闻名的组织里,即便她以反骨姿态独树一帜,也没有破例,反而被吹捧为要打破资历排序的新一代法律人。说不定真的会打破最年轻部长检察官的记录呢。朴英载不满地拨弄着两边堆积如山的文件,强忍着不快,用脚拖过椅子。
그래도 나름 선배인데 눈길도 안 주네 이 싸가지는. 소문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만 막상 그 앞에 서니 감회가 남달랐다. 박영재가 의자에 몸을 내리고 넥타이를 살짝 풀었다. 처리해야 할 업무가 한가득인 건 이쪽이나 저쪽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수기에서 물을 뜨던 수사관은 박영재의 손에 들린 빈 종이컵을 확인하고 넌지시 물어왔다. 차라도 드릴까요. 박영재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으나 건너편에서 괜찮다는 목소리가 온다. 수사관이 눈치를 살피다 헛기침을 콜록였다. 그제야 사무실의 주인이 시선을 옮겨 앞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好歹我也是前辈,这家伙连个眼神都不给。虽然早就听说过传闻,但真正站在她面前时感觉却很不一样。朴英载坐进椅子,稍微松了松领带。需要处理的工作无论对方还是这边都差不多多。正在饮水机接水的调查官看到朴英载手中的空纸杯,试探性地问道。要给您倒杯茶吗。朴英载尴尬地笑着点头,但对面传来说不用的声音。调查官察言观色后干咳一声。这时办公室的主人才移开视线看向前方。
"아직 안 가셨네요?" "您还没走啊?"
이 새끼는 어디서 사람 무안 주는 방법을 따로 배워오나. 겨우 끌어올린 입꼬리가 딱딱하게 굳어져 갔다. 박영재가 종이컵을 구겨 쓰레기통으로 내던진다.
这家伙是从哪儿专门学来让人难堪的。才刚扬起的嘴角又僵硬地绷直了。朴英宰把纸杯揉成一团扔进垃圾桶。
"잡법이라며. 보험사기?" "说是违法行为。保险诈骗?"
손가락 끝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던 플러스펜이 움직임을 멈췄다. 박영재는 구석으로 치워진 파일철을 집어 들어 책상 가운데로 옮겼다.
指尖上转动着的圆珠笔停了下来。朴英宰拿起被放在角落的文件夹,移到桌子中央。
"마무리 내가 할 테니까 넘겨."
"收尾工作我来做,把它交给我。"
박영재를 위아래로 훑어보던 이는 자세를 고쳐 앉고 파일철을 펼친다. 그걸 선배님께서 어떻게 아셨을까. 혼잣말치고는 목소리가 제법 컸다.
上下打量着朴永载的人调整了坐姿,打开了文件夹。她怎么会知道呢,前辈。这句自言自语的声音相当大。
"건드릴 거 별로 없을 거야. 증거는 이미 사이버수사대에서 다 땄어."
"应该没什么好查的了。证据网络犯罪调查队已经都收集好了。"
"혹시 사고 치셨어요?" "你是不是闯祸了?"
"뭐?" "什么?"
"종종 연예인 구경하겠다고 참고인 조사 진행 시킨다던데."
"听说有时候为了看明星会安排进行参考人调查。"
그러다 부장님한테 걸리셨나 해서요. 피실피실 웃고 있지만 농담보다는 진담에 더 가까운 한 마디다. 초면이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박영재는 대놓고 코웃음을 치며 자켓 안쪽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화면을 몇 번 만지작거린 뒤에는 던지듯 눈앞으로 밀어줬다. 판판하던 미간이 금방 보기 좋게 일그러지는 것을 확인한 박영재가 손을 뻗어 핸드폰을 챙겼다. 그리고는 어째서인지 보다 여유로운 얼굴로 몸을 일으켜 자켓 단추를 채우는 것이다.
我还以为会被部长发现呢。虽然在嗐嗐笑着,但这句话比起玩笑更接近实话。即使是第一次见面,这种程度的事也能猜得到。朴英载冷笑着从外套内侧掏出手机。在屏幕上点了几下后,便像扔东西一样推到了眼前。看到对方原本平静的眉间很快就扭曲变形,朴英载伸手收起了手机。不知为何,她带着更加从容的表情站起身来,扣上了外套的纽扣。
"설마 너도 여기 찍고 여의도로 넘어가냐?"
"该不会你也是在这里拍完后去汝矣岛吧?"
"관심이 과하시네요." "您的关心未免太过了。"
"하긴, 얼굴로 검사 됐냐는 댓글 많더라."
"说得对,下面的评论里好多人都在说她是靠脸当上检察官的。"
제 딴에는 작심하고 날린 일침이겠지만 연수원 시절부터 온갖 가십을 이끌고 다녔던 당사자에게 비아냥은 또 다른 격려와 응원에 불과했다.
这本该是一记狠狠的嘲讽,但对于从司法研修院时期就成为各种流言中心的当事人来说,这样的冷嘲热讽反而成了另一种形式的鼓励和支持。
"아무래도 누구와 달리 외모 때문에 실력이 묻히는 케이스죠."
"和某些人不同,她倒是因为外貌反而让实力被埋没了。"
"조서나 내놔." "把调查书给我。"
"잡법 치고는 조금 까다로워서요. 부장님께 말씀드리고 제가 끝까지 맡겠습니다."
"对于小案子来说有点棘手。我跟部长说过了,我会负责到底。"
책상 서랍을 뒤적이다 무언가를 꺼내 박영재의 손바닥 위에 올려뒀다. 그다음에는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 출입문 쪽으로 고개를 까딱인다. 몇 기수 위에 있는 선배를 대하는 폼은 전혀 아니었다. 바닥으로 사탕을 내던지거나 말거나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며 소장을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흔한 이름이기는 했다. 刘知珉은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며 대충 훑어보다 창문틀에 기대 팔짱을 꼈다.
翻找着桌子抽屉,拿出什么东西放在朴永载的手掌上。然后像是不用多说似的朝着出入口微微点头。完全不像是对待高几届的前辈的样子。不管她把糖果扔在地上与否,一边揉着酸痛的肩膀一边仔细阅读文件。虽然是个常见的名字。刘知珉快速翻阅着页面,粗略浏览后靠在窗框上抱起双臂。
"수사관님." "调查官。"
"네?" "什么?"
"金旼炡씨 유명해요?" "金旼炡xi很有名吗?"
"요즘 대세이기는 하죠." "她最近确实很红。"
"그렇구나." "原来如此。"
"드라마 끝난지 얼마 안 됐을 걸요? 거기서 변호사로 나왔는데, 못 보셨어요? 연기도 되게 잘해요."
"电视剧应该是没过多久就结束了吧?她在剧里演律师,您没看过吗?演技也很好。"
"배우에요?" "她是演员吗?"
가끔 보면 검사님이랑 제가 같은 세기에 살고 있나 싶다니까요. 수사관은 친히 자리에서 일어나 刘知珉에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핸드폰으로 포털사이트와 유튜브 들어가 金旼炡의 이름을 대신 검색해주는 수고까지 보여줬다. 刘知珉은 딱히 관심이 없어도 수사관의 설명에 적당히 대꾸해주며 화면을 들여다봤다. 아역배우로 데뷔해서 저 나이 또래에서는 연기 제일 잘해요. 그래요? 대본 보는 눈도 좋아서 찍는 드라마마다 대박 났고요. 그렇구나. 작년인가는 영화도 천만 넘었을걸요. 대단하네요. 팬들한테 잘하기로도 소문났고. 진짜요? 그래서 연애설 터졌을 때도 크게 타격 없었어요. 刘知珉은 터져나오려는 하품을 애써 참으며 영상 속 남녀를 눈에 담았다. 이런 게 재미있나 다들.
有时候真觉得检察官和我是不是活在同一个世纪。调查官亲自起身走近刘知珉。她还特地拿出手机,帮忙在门户网站和 YouTube 上搜索金旼炡的名字。虽然刘知珉并不特别感兴趣,但还是一边适当回应调查官的解释,一边看着屏幕。从童星出道,在同龄人中演技最好。是吗?选剧本的眼光也很好,拍的每部剧都很火。这样啊。去年还是前年电影票房突破千万了吧。真了不起。对粉丝也很好。真的吗?所以就算爆出恋爱新闻也没受太大影响。刘知珉强忍着即将涌出的哈欠,将视频中的男女映入眼帘。大家怎么会觉得这种事有意思。
"한참 드라마 찍던 중에 기사 터졌잖아요. 처음에는 바이럴이다 뭐다 말 많았는데 둘 다 쿨하게 인정하더라고요."
正拍着电视剧的时候爆出新闻了。一开始有人说是营销什么的议论纷纷,但两个人都很酷地承认了。
"사내 연애랑 비슷한 거겠죠?" 跟办公室恋情差不多吧?
"밤낮없이 붙어 지내다 보면 감정이 싹트긴 할 것 같아요."
"朝夕相处的话,感情自然会萌芽的。"
게다가 이런 외모가 옆에 있다고 생각해보면. 수사관은 말끝을 흐리다 이내 큼큼거리며 목을 가다듬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刘知珉이 피식 웃고 손가락으로 핸드폰을 가리켰다. 팬이에요? 넌지시 물어보자 수사관이 刘知珉의 손을 옆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而且想象一下身边有这样的外表。调查员说到一半就清了清嗓子。看着这一幕的刘知珉轻笑着用手指指向手机。"是粉丝吗?"她悄声问道,调查员把刘知珉的手移到了一边。
"저는 그쪽보다는 이쪽을 좋아해서요."
"我比起那边,更喜欢这边。"
새하얀 볼에 검지가 닿았다.
食指抚上了雪白的脸颊。
"귀엽죠 우리 겨울이." "我们家冬季很可爱吧。"
"애칭이에요?" "这是昵称吗?"
"겨울에 태어났거든요." "我是在冬天出生的。"
"알아요 생일 신기하던데. 0101."
"我知道,生日很特别呢。0101。"
수사관의 눈이 두 배로 커졌다. 刘知珉은 해명하듯 말을 덧붙였다. 소장 봐서 알아요. 아까 박 검사님이 부탁한 사건이요. 이번에는 핸드폰까지 떨어트리고 제 손을 붙잡는다
调查员的眼睛瞪大了两倍。刘知珉解释般地补充道。通过档案知道的。就是刚才朴检察官拜托的案件。这次她不仅摔了手机,还抓住了我的手。
"우리 애 술도 못하고, 포커 룰도 모르고요, 그리고"
"我们家孩子不会喝酒,也不懂扑克牌的规则,而且"
"별거 아니에요. 이참에 악플러 고소해서 법의 맛을 보여주려나봐요."
"没什么大不了的。这次要起诉恶意评论者,让她们尝尝法律的滋味。"
"망할 소속사가 드디어 일하는구나."
"该死的经纪公司终于开始干活了。"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코앞에서 지켜보는 건 다소 당황스럽기는 했다. 연예인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뜸 잘 부탁드린다며 악수를 청하는 수사관도, 네가 직접 하라며 남의 사건까지 빼앗아 가져다준 검사장도. 刘知珉은 안경을 벗어 책상에 내려두고 손바닥으로 눈두덩이를 꾹꾹 눌렀다. 이런 경우에는 남들이 더 관심을 가지기 전에 빨리 해치워버리는 게 속 편했다. 오늘도 결국 야근이겠구나. 벌써부터 뒷목이 뻐근했다.
近距离目睹情绪的瞬息万变确实让人有些难堪。明星算什么要做到这种地步。依然无法理解。突然说着"请多关照"并伸手要握手的调查官,还有说着"你自己来做吧"就把别人的案子夺走交给自己的检察长。刘知珉摘下眼镜放在桌上,用手掌用力按压着眼睑。这种情况下,在别人更加关注之前尽快解决掉会更轻松。今天看来又得加班了。后颈已经开始酸痛。
질질 끌 것도 없었다. 박영재 말마따나 경찰에서 제시한 증거 깔끔하고, 고소인의 처벌 의사 확실하고. 등받이에 거의 눕듯이 기대앉은 刘知珉은 기계적으로 타자를 두드렸다. 가해자의 범행이 상당 기간 반복된 것을 보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왜 이렇게까지 악의를 품고 사람을 괴롭히지. 고소장에 적힌 문장을 살펴보는 刘知珉의 표정은 점차 싸늘하게 굳어져 갔다. 반드시 콩밥 먹여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던 수사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선처는 절대 없다고 단언하는 변호사의 목소리도 그 위로 덧대어졌다. 그런데 얘가 뭐라고 검사장까지 유난을 떠냐고. 刘知珉은 눈을 감고 한 손으로 뒷목을 주물거리며 다른 손으로는 책상을 더듬었다. 이내 딱딱한 물건이 손가락 끝에 닿았다.
没什么好拖延的。正如朴英载所说,警方提供的证据很充分,原告的处罚意愿也很明确。靠在椅背上几乎要躺下的刘知珉机械地敲击着键盘。从加害者长期反复的犯罪行为来看,可以判断其罪行性质极其恶劣……为什么要怀着这样的恶意去折磨她人呢。阅读起诉书上的文字时,刘知珉的表情逐渐变得冷峻。耳边回响着调查官再三叮嘱一定要让她吃牢饭的声音。律师断言绝不宽容的声音也随之重叠。可是这家伙算什么,连检察长都要大动干戈。刘知珉闭上眼睛,一只手揉着后颈,另一只手在桌上摸索着。很快,指尖就触到了一个坚硬的物体。
한숨을 크게 내쉬고 책상으로 엎드렸다. 잠깐 쉬는 김에 핸드폰 잠금을 풀고 인터넷에 들어갔다. 느릿느릿 손가락을 움직였다. 나보다 다섯살이 어리네, 상도 되게 많이 받았네. 배우라서 그런가 울 때도 예쁘네. 검지로 화면을 쓰다듬던 刘知珉이 자조적인 헛웃음을 터트렸다. 나 지금 뭐하냐. 핸드폰을 그대로 엎어두고 손바닥으로 제 뺨을 서너 번 두드렸다. 며칠째 야근했더니 정신이 어떻게 된 모양이었다. 비척이며 몸을 일으킨 뒤에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深深地叹了口气,趴在桌子上。趁着休息的时候,解锁手机浏览网页。手指懒洋洋地移动着。比我小五岁啊,得过很多奖呢。可能因为是演员吧,哭的时候也很漂亮。刘知珉用食指抚摸着屏幕,发出一声自嘲的冷笑。我现在在干什么啊。把手机扣在桌上,用手掌拍了拍自己的脸颊。连续几天加班,怕是脑子都不太清醒了。摇摇晃晃地站起身后,用手掌擦了擦脸。
번호는 또 어떻게 아셨어요. 저는 그냥 제 일 한 거죠 뭐. 아뇨, 고생은 변호사님이 더 많이 하셨을 텐데요. 글쎄요 굳이 항소를 할까요. 걱정마세요 질 확률 없습니다. 죄질이 좀 나빠야지. 정말 괜찮습니다. 안 돼요, 저 검사 오래 하고 싶어요. 요즘 감사철이라 보는 눈도, 듣는 귀도 많아요. 밥 한 끼가 그래요. 어쨌거나 업무 연관성을 완전히 배제 하지 못하니까요. 친구요? 누가요, 저랑 변호사님이? 그분이랑은 더더욱 친분이 없어 보이지 않을까요. 제가 아니라 누가 맡았어도 실형 나왔을 거요. 고마운 마음만 받겠다고 전해주세요. 네, 진짜요. 그러면 사인 한 장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백 장까지는 굳이 필요…아뇨 제가 아니라 지인 중에 팬이 있어서요. 감사합니다. 나중에 또 보면 안 되지 않을까요. 얼굴 자주 봐서 좋을 거 없죠 우린. 알겠습니다, 저는 조금 이따가 부장님 결재 받으러 가야 해서요. 네 그러면 먼저 끊겠습니다.
您是怎么知道号码的。我只是做了分内的事而已。不,律师您一定更辛苦了。我觉得没必要上诉吧。别担心,不会输的。罪行得更严重才行。真的没关系。不行,我想继续当检察官。最近是审计期,有很多人在看着、听着。一顿饭就这么麻烦。毕竟不能完全排除工作关联。朋友?谁啊,我和律师您吗?和那位的话就更不可能有私交了吧。就算不是我负责,也会判实刑的。请转告她我只收下这份感激之情。是的,真的。那可以麻烦您签个名吗?一百张倒是没必要……不是,不是给我的,是我认识的粉丝要的。谢谢您。以后最好别再见面了吧。我们见面多了对谁都不好。好的,我待会儿要去找部长签字。那我先挂了。
통화를 마친 刘知珉은 질린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서류를 복사하던 수사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구에요? 刘知珉이 쓰러지듯 의자에 앉으며 대꾸했다.
通完电话的刘知珉失魂落魄地摇了摇头。正在复印文件的调查员小心翼翼地问道:"是谁啊?"刘知珉像要瘫倒似的坐在椅子上回答道。
"피고 소송대리인이요." "被告的诉讼代理人。"
"어떤 사건…" "什么案件..."
"아, 金旼炡씨요. 오늘 공판 끝났거든요."
"啊,是金旼炡xi。今天审判结束了。"
"……"
"당연히 이겼죠. 형도 그대로 받아들여졌어요."
当然是赢了。法院也完全接受了检方的意见。
여자가 가슴에 손을 얹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류가 담긴 보자기를 책상 위에 올려두는 刘知珉의 입꼬리에는 가벼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구태여 신경 써서 처리했던 사건은 아니지만 어찌 됐든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왔으니까. 변호사의 번호를 수신 거부 하려다가도 아직 받아야 할 것이 남았다는 것이 문득 떠올랐다. 내가 받으러 가야 하는 건가, 아니면 등기로 보내주려나. 굳이 만나서 얼굴 보고 대화 나누고 싶지는 않은데. 그럴 시간도 없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刘知珉은 마땅한 결론을 내리지 못해 눈썹을 긁적였다.
女人把手放在胸前,松了一口气。刘知珉把装着文件的包袱放在桌上时,嘴角挂着浅浅的微笑。虽然这件事并不是特别费心处理的,但无论如何结果还不错。想要把律师的号码加入拒绝接收名单时,突然想起还有东西要收。是我要去取吗,还是她会用挂号信寄来呢。并不想特意见面聊天。也没那个时间。刘知珉摆弄着手机,因为无法做出合适的决定而挠了挠眉毛。
"무슨 고민 있으세요?" "您有什么烦恼吗?"
"아뇨, 그냥 눈이 조금 뻑뻑해서."
"不,就是眼睛有点干涩。"
"변호사님 뭐래요?" "律师说什么呢?"
시간 나면 식사 한 번 하자고? 뻔하다는 듯 되묻는 수사관에게 刘知珉은 대강 미소 지으며 고개를 주억였다.
抽时间一起吃个饭?面对询问官似曾相识的追问,刘知珉淡淡一笑,点了点头。
"또 거절하셨어요?" 又被拒绝了吗?
"그런 자린 어색하니까요." "那样的位置让人感到不自在。"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는 업계이기는 하죠."
"在这个行业里,今天的朋友明天可能就会成为敌人。"
"그것도 그런데 본인이 직접 나오신다고 해서."
"而且听说您会亲自出面。"
수사관은 말없이 눈을 깜빡였다. 그 시선에 박힌 물음표을 읽어낸 刘知珉이 빠르게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겨울, 아니 金旼炡씨요.
侦察员默默地眨了眨眼。读懂了那视线中包含的疑问,刘知珉赶紧补充说明。"冬天,不,是金旼炡xi。"
"설마 그 金旼炡씨가 제가 아는 배우인가요?"
"难道那位金旼炡xi是我认识的演员吗?"
"네, 저희가 맡았던 그 악플러 고소 건."
"是的,就是我们接手的那个恶意评论者起诉案件。"
"배우님이 먼저 같이 밥을 먹자고 했다고요? 그런데 검사님은 거절하셨고?"
"您说演员nim主动提出要一起吃饭?而检察官拒绝了?"
어째서인지 목소리가 다소 격양됐다. 刘知珉은 수사관의 눈치를 살피며 골똘히 생각했다. 그러다 뿌듯한 목소리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수사관님 드리려고 사인은 부탁했어요. 변호사님이 챙겨 주신다니까 걱정 마세요. 수사관이 눈을 질끈 감고 이마를 짚었고, 刘知珉은 끝이 말린 종이컵 윗부분을 이로 씹어냈다. 몇 장 더 달라고 할까요. 와중에 조심스럽게 덧붙이니 결국 수사관도 헛웃음을 터트리는 것이었다.
不知为何声音变得有些激动。刘知珉观察着调查官的脸色,陷入了沉思。随后她用满意的语气说道:我已经请她签名了,是要送给调查官您的。律师说会帮忙准备,您别担心。调查官紧闭双眼,用手按住额头,刘知珉则用牙齿咬着纸杯卷起的边缘。要不要再多要几张呢?她小心翼翼地补充道,最终连调查官也忍不住笑出了声。
"검사님 노래도 막 클래식만 듣고 이러는 거 아니죠?"
"检察官您不会只听古典音乐之类的吧?"
"주로 쇼팽이나 드뷔시 쪽을…농담이에요. 저도 아이유랑 태연 좋아해요."
"主要是肖邦或德彪西那边...开玩笑的。我也喜欢 IU 和泰妍。"
"가장 최근 본 영화는 로마의 휴일이고요?"
"你最近看的电影是《罗马假日》?"
"폭풍을 부르는 정글이요." "《暴雨丛林》。"
"주연이 누구에요? 처음 들어 보는데."
"谁是主演?我还是第一次听说。"
"짱구랑 파라다이스 킹이요." "小新和天堂之王。"
"예?" "什么?"
"이렇게 보라색 폭탄 머리 하고…모르시려나."
就是这样一头紫色炸毛...您可能不记得了。
"네…저는 정말 검사님 취향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是的...我真的搞不懂检察官大人的品味。"
흥미를 잃은 수사관이 그대로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들여 봤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는데. 刘知珉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对这一切失去兴趣的调查官就这样坐在椅子上盯着显示屏。既有趣也很感人啊。刘知珉低声嘟囔道。
"진짜 재미없는 사람이네." "真是个无趣的人啊。"
인상을 찌푸린 채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던 강효림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멈췄다.
皱着眉头敲击笔记本电脑键盘的姜孝琳的手指停在了半空中。
"그거 좀 자존심에 스크래치 나는 발언이네요."
"那话说得真是有点伤自尊啊。"
"언니도 진짜 이상하다니까. 변호사가 소송만 이기면 됐지 왜 재미없다는 말에 발끈하는 거야."
"姐姐真的很奇怪。律师只要赢官司就行了,为什么听到说没意思就那么生气啊。"
"아직 개그 욕심 못 버렸거든요."
"我还没能放下对搞笑的执念呢。"
소파에 모로 누운 여자는 다소 질색하며 손을 휘적인다. 강효림은 얼음이 거의 녹아 밍밍해진 아이스티를 단번에 비워내고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侧躺在沙发上的女人带着几分厌恶地挥了挥手。姜孝琳一口气喝完了冰块几乎都融化变得淡而无味的冰茶,慢慢地坐起身来。
"원래 이런 말 잘 안하는 거 알지."
"你知道我平时不怎么说这种话的。"
"뭐를요." "什么事。"
"나 金旼炡인데. 이번 달에도 브랜드 평판 1위 했다고."
"我是 金旼炡。这个月品牌声誉评价又拿到第一名了。"
성의 없는 박수소리가 사무실을 울렸다. 어깨를 으쓱인 강효림은 검토를 마친 문서를 메일로 보낸 뒤 노트북을 덮었다. 못마땅함을 가득 담은 눈빛은 제법 뾰족하다. 축하한다니까 그러네. 일일이 신경 쓰지 말라는 마음을 담아 나름 한 마디를 덧붙여도 애꿎은 쿠션만 주먹으로 퍽퍽 내리치는 것이었다. 여전히 애는 애였다. 남들에게는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지만 제 눈에는 철부지 한량이 따로 없다.
办公室里响起敷衍的掌声。姜孝琳耸了耸肩,发送完审核的文件后合上笔记本电脑。她充满不满的眼神相当尖锐。明明是在祝贺却这样。即便她想着别一一在意而添上一句话,结果却只是徒劳地用拳头砸着无辜的靠垫。她仍然这么孩子气。不知道在别人眼里是什么样,但在她看来就是个不懂事的纨绔子弟。
"걔 업무 외적으로 따로 만나는 자리 싫어하기로 유명해."
"她以讨厌在工作之外的场合见面而闻名。"
"그러면서 왜 사인은 받아달래?" "那为什么还要让我签名呢?"
"그건 안 물어봤는데." "我可没问这个。"
"밥 산다니까 내가? 金旼炡이? 같이 먹자는데 도대체 왜? 바쁘다면 얼마나 바쁘다고 거절을 해?"
"我说我请客吃饭?我金旼炡?明明是说一起吃饭,你到底为什么?要是很忙的话能忙到什么地步要拒绝啊?"
그래봤자 공무원이면서. 가만히 듣고만 있으려던 강효림이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책상 서랍을 열어 뒤적이다가 이내 소파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강효림을 빤히 올려다보던 여자는 손안에 든 것을 확인하고 기가 차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누굴 진짜 애로 보나. 강효림은 그 반응에 굴하지 않고 테이블 위로 곰 모양의 젤리를 내려뒀다.
明明也就是个公务员而已。本想静静听着的姜孝琳最终还是忍不住笑了出来。随后打开桌子抽屉翻找了一会儿,便朝沙发走去。直勾勾盯着姜孝琳的女人看清她手中的东西后,嗤之以鼻地冷笑了一声。真把人当小孩看啊。姜孝琳不为所动,把小熊形状的果冻放在了桌上。
"이 바닥에서는 걔도 꽤나 유명해요."
"在这个圈子里,她也算挺有名的。"
"난 어느 바닥에서나 꽤나 이름 날려요."
"我在各个圈子里都有点名气。"
"그래서 유 검사한테 까이셨고요?“
所以被刘检察官训斥了?
여자는 젤리를 집어 들려다 멈칫하고 강효림을 쳐다봤다. 말려 올라간 입꼬리를 확인한 다음에는? 젤리를 그대로 던져버렸다. 하지만 그마저도 예상했다는 것처럼 강효림은 가뿐히 받아낸다. 재수 없어. 여자의 혼잣말에는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손 키스를 날렸다.
女人正要拿起果冻时犹豫了一下,抬头看向姜孝琳。在确认到她嘴角上扬后,她直接把果冻扔了过去。但即便如此,姜孝琳似乎早有预料般轻松接住。真讨厌。听到女人的自言自语,她眨了眨一只眼睛,还向她送出一个飞吻。
"할아버지는 전 검찰총장, 할머니는 법대 교수, 아버지는 법무부장관 내정자, 어머니는 대기업 법무팀에 임원으로 계신다고 했나."
"听说她爷爷是前检察总长,奶奶是法学院教授,父亲是法务部长官提名人,母亲是大企业法务团队的高管。"
벌써 놀라기는 이른데. 강효림은 젤리 하나를 여자의 입에 넣어주고서는 말을 이어갔다.
现在就惊讶还太早了。姜孝琳往女人嘴里放了一颗果冻,继续说道。
"전교권은 우습지. 학창 시절 내내 전국에서 놀다가 서울대 수석으로 입학, 그리고 졸업하기 전에 사시 패스해서 공무원 된거요. 큰 사고만 안 치면 최연소 부장 타이틀은 따 놓은 당상이고."
"成为全校首席学霸很轻松。整个学生时代都在全国各处的比赛中活跃,以首尔大学首名成绩入学,还在毕业前通过了司法考试成为了公务员。只要不惹出大麻烦,最年轻部长的头衔是板上钉钉的事情。"
여전히 법조계 초미의 관심사다. 刘知珉.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물론 기대만큼 고까운 시선도 존재했다. 연수원 성적으로 근무지 발령이 결정 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임에도 저희 기수에서는 유독 뒷말이 많았다. 특혜, 빽, 엄빠찬스. 그 이름만 보이면 일단 씹어대기에 바빴다. 많게는 자식, 적게는 까마득한 막내妹妹 뻘인데 너무 했지 다들. 밥 먹을 때도, 쉬는 시간에도 손에서 필기 노트를 떼어놓지 않던 앳된 얼굴을 떠올리며 강효림은 무감각하게 젤리를 씹어 삼켰다.
她仍是法律界最受关注的话题。刘知珉。究竟能爬到多高呢。当然,期待有多高,恶意的目光就有多少。虽然众所周知研修院成绩决定工作地点,但在我们这一届却特别多闲言碎语。特权、后台、父母光环。只要看到这个名字就忙着说三道四。对待一个不管怎么说都是别人的孩子,或者说是年纪小得可以当妹妹的人,大家都太过分了。回想起那张无论是吃饭时还是休息时都不离手写笔记的稚嫩面孔,姜孝琳麻木地嚼着果冻咽了下去。
"나랑 완전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네."
"她(她)真是活在与我完全不同的世界里啊。"
"아무래도 그렇지." "大概就是这样。"
"언니 그 검사님한테 사인 보내줬어?"
"姐姐,你给那位检察官发暗号了吗?"
난 너가 그렇게 웃을 때가 제일 불안해.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두리번거렸다. 애초에 강효림의 대답은 필요하지 않았을 거다. 복사기 옆에 있던 박스에서 용지를 꺼내 팔랑거리며 책상으로 걸어간다. 강효림도 에라 모르겠다는 듯 소파에 누워 팔로 눈을 가렸다.
你这样笑的时候我最不安了。女人从座位上站起来,环顾了一下办公室。从一开始就不需要姜孝琳的回答。她从复印机旁的纸箱中取出纸张,挥动着走向办公桌。姜孝琳也像是放弃般躺在沙发上,用手臂遮住了眼睛。
그러니까 이게…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刘知珉은 책상에 놓인 것을 가만히 살펴보다 곤란하다는 듯 눈썹을 긁적였다. 몇 장 챙겨달라고 부탁한 건 맞다만 어떻게 알아들었길래 결과가 이런 식으로 돌아온 걸까.
所以这个…参加完会议回来的刘知珉看着放在桌上的东西,困扰地挠了挠眉毛。虽然的确拜托多准备几份,但不知道对方是怎么理解的,怎么会得出这样的结果。
"저는 괜찮으니까 수사관님 가지시라니까요." "我没事,请警官您先离开吧。"
"ps까지 따로 써주셨는데 제가 어떻게요."
"您都特意写了附言了,我怎么能不理会呢。"
이런 걸 썼다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刘知珉이 한숨을 삼키고 손가락으로 용지 끝부분을 짚어냈다.
说这是写出来的,未免有些勉强。刘知珉叹了口气,手指点着纸张的末端。
"이 부분만 잘라내면 될 것 같은데."
"感觉把这部分裁掉就行了。"
"그게 포인트인 것 같은데."
"这好像是重点。"
그럼 어쩌라는 거야. 입 안에서 맴도는 불퉁한 문장을 겨우 삼켜내거나 말거나 수사관은 기어코 刘知珉의 손에 종이를 쥐여줬다. 엿 먹으라고 일부러 이러는 건가. 책은 미련 없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刘知珉이 꽤나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책등을 만지작거렸다.
那要我怎么办。调查员终究还是把纸塞进了刘知珉的手里,不管是否勉强咽下在嘴里打转的生硬话语。是故意这样让我难堪吗。书毫不留恋地回到了原处。刘知珉露出相当满意的微笑,摩挲着书脊。
"유 검사님." "刘检察官。"
"네?" "什么?"
그래 놓고 제 발이 저려 화들짝 놀라기는 했지만. 덕분에 답지않게 큰 목소리가 튀어 나가고 말았다. 수사관은 불러놓고 할 말을 잃어버렸는지 연신 눈만 깜빡인다.
虽然因为腿麻而吓了一跳,但多亏如此,不由自主地发出了一声不像自己的大声。侦查员叫住我后好像忘记了要说什么,只是不停地眨眼。
"말씀하세요." 请说吧。
"간식도 같이 왔거든요." "我也带来了零食。"
"저한테요?" "是给我的吗?"
"저기 테이블 위에 있는 거요. 퇴근할 때 꼭 가져가세요, 또 잊어버려서 곰팡이 피우지 말고요."
"就在那边桌子上。下班时一定要记得带走,别又忘记让它发霉了。"
"이런 거 받으면," "如果收到这种东西,"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준비했다고 하네요."
"据说是在不违反金英兰法的范围内准备的。"
아무래도 괜한 부탁을 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후회해서 어쩌겠냐만. 테이블로 다가간 刘知珉은 깔끔하게 포장된 리본을 풀고 박스를 열었다. 쳐다만 봐도 입 안 가득 달달한 맛이 퍼지는 듯하다. 쿠키나 마카롱 같은 간식은 즐기는 편이 아니었다. 호불호로 따지자면 불호 쪽에 더 가까웠다. 얘는 우리 집에서도 곰팡이 신세는 면치 못할 텐데. 수사관님이랑 계장님이 나눠서 드세요. 넌지시 제안했으나 어째서인지 수사관은 괜찮다며 손을 내젓는다.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길래 고개를 빼고 살펴봤더니 비슷한 포장의 박스가 의자 위에 덩그러니 올려져 있는 것이다. 하여간 강효림 이 사람은 쓸데없이 철두철미하단 말이야. 刘知珉은 도로 뚜껑을 덮었다.
总觉得提了个多余的请求。虽然现在后悔也没用。刘知珉走近桌子,解开了整齐包装的丝带,打开了盒子。光是看着就仿佛能在口中感受到甜味弥漫。她并不喜欢享用曲奇或马卡龙这类点心。要说喜欢还是不喜欢的话,更偏向于不喜欢。这东西在我家估计也难逃发霉的命运。建议调查官和组长分着吃吧。她隐晦地提议道,但不知为何调查官摆手说不用。对方指了指某处,她伸头一看,发现椅子上孤零零地放着一个类似包装的盒子。总之姜孝琳这人就是事无巨细地较真。刘知珉重新盖上了盖子。
"박스 뭐야?" "这盒子是什么?"
"아, 뒷좌석으로 던져." "啊,扔到后座上去。"
"이런 달달한 건 유 검사님 취향이랑은 거리가 멀잖아요."
"这种甜蜜的东西跟你检察官大人的品味可差远了。"
"남의 걸 함부로 열어보고 그러냐. 손버릇 무슨 일이지."
"随便打开别人的东西,这是什么坏习惯。"
타박을 하거나 말거나 묘한 미소를 지으며 박스 안팎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역시 곰팡이가 생기든 버섯이 나오든 사무실에 뒀어야 했다. 刘知珉은 이리 내놓으라는 듯 손을 까딱였으나 여자는 아랑곳 않고 마카롱 하나를 집어 든다. 안 봐도 비디오다. 이번 역시나 잘못 짚어도 단단히 잘못 짚은 거다. 그런 주제에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간만에 흥미로운 일이 생겼는데 그게 하필. 터져 나오려는 헛웃음을 겨우 삼켰다. 제 딴에는 나름 작심하고 직구를 내리꽂았겠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제구는 다소 형편없는 편이다.
不管被说闲话与否,她露出微妙的笑容,四处打量着盒子的里里外外。果然还是该把它放在办公室里,不管它长霉还是长蘑菇。刘知珉仿佛在说"拿过来"似的动了动手,但女人毫不在意,拿起了一个马卡龙。不用看也知道是录像带。这次又是完全猜错了,而且是彻底地猜错了。尽管如此,她的眼睛还是闪闪发亮。难得有了有趣的事,却偏偏是这个。她强忍住即将爆发的苦笑。虽然在她看来是下定决心直球出击,但客观来看,她的控球能力实在差强人意。
"유 검사님 혹시 연애해?" "柳检察官您谈恋爱吗?"
"누구라도 소개 시켜 준 다음에 그런 소리를 하세요."
"请先互相介绍过后再说这种话。"
"바빠서 밥 먹을 시간도 없다면서. 검사가 거짓말 하네."
"明明说忙到连吃饭的时间都没有。检察官撒谎了啊。"
"벨트 안 하면 두고 간다."
"不系安全带就把你丢下。"
"그러면 나 이거 가져도 돼?"
"那我可以拿着这个吗?"
집어 들었던 마카롱을 다시 안에 넣어두고 상자를 흔들어 보인다. 刘知珉은 별달리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안돼. 여자가 기가 찬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把拿着的马卡龙放回去,晃了晃盒子。刘知珉没什么犹豫就回答了。不行。女人轻蔑地哼了一声。
"누군데 그래. 내가 아는 사람?"
"是谁啊?是我认识的人吗?"
"선물 받은 거야. 백화점에서 더 비싸고 맛있는 거 사줄게."
"这是得到的礼物。我在百货商店给你买更贵更好吃的。"
"검사님 지금 누구 앞에서 돈 자랑이지?"
"检察官现在在谁面前炫耀钱呢?"
그러더니 불쑥 다가와 검지로 턱을 들어 올린다. 익숙한 향수가 코끝을 스쳤다. 입술이 닿은 건 순식간이었다. 고개가 비스듬히 옆으로 꺾이기 전에 刘知珉은 먼저 뒤로 물러났다. 못마땅한 눈빛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说着突然靠近,用食指抬起下巴。熟悉的香水味掠过鼻尖。嘴唇的触碰转瞬即逝。在头歪向一边之前,刘知珉先往后退开了。那不悦的眼神依然让人难以理解。
"친구 하자며 유진아." "让我们做朋友吧,宥真。"
"헤어지자고 한 건 너였어." "提分手的人是你。"
"약혼 숨긴 건 너였고."
"是你隐瞒了婚约。"
허공에서 얽힌 눈동자는 잘게 흔들렸다. 관계의 우위가 분명하다고 한들 져주고 싶은 그다지 마음은 없었다. 刘知珉은 한유진의 손에 있던 박스를 슬쩍 빼서 뒷좌석으로 던져뒀다. 벨트 매줘? 한유진은 아랫입술을 씹어내며 자세를 바로 했다. 이윽고 버클 채워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차체는 부드럽게 도로를 달렸다. 刘知珉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손가락으로 핸들을 두드렸다. 마지막 주 금요일에 시간 비워둬. 내내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한유진이 가타부타 설명 없이 본론을 꺼내둔다. 때마침 신호에 걸린 덕분에 刘知珉이 볼륨을 살짝 낮추고 조수석으로 시선을 옮겼다. 유리에 모습이 뻔히 비치는데도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刘知珉이 피식 웃으며 컨트롤러를 만지작거렸다. 조수석 창문이 아래로 내려갔다. 한유진은 짜증 섞인 욕설을 내뱉으며 刘知珉을 쏘아봤다.
对视时两人的眼神微微颤动。即便关系的主导地位显而易见,她也并不想轻易让步。刘知珉轻巧地从韩瑜珍手中抽走纸盒,扔到了后座。"系上安全带?"韩瑜珍咬着下唇,调整了坐姿。随后传来了安全带扣上的声音。车子平稳地在道路上行驶。刘知珉跟着收音机里播放的歌曲,用手指敲打着方向盘。"最后一周的周五把时间空出来。"一直望着窗外的韩瑜珍没有任何解释地直接说出了重点。正好遇到红灯,刘知珉稍微调低音量,将视线转向副驾驶。尽管身影清晰地映在玻璃上,韩瑜珍依然没有转过头来。刘知珉轻笑着摆弄控制器,副驾驶的车窗缓缓降下。韩瑜珍带着恼怒咒骂着瞪向刘知珉。
"나 요즘 배당된 사건 많아서 바빠. 지금도 며칠 만에 정시퇴근하고 너랑 데이트하는 중인데."
"我最近分配到很多案子,很忙。这还是好几天第一次准点下班,现在正在和你约会呢。"
날카롭던 눈매가 금방 아래로 축쳐진다. 얘도 얘라니까. 刘知珉은 이를 악물고 핸들을 쥔 손에 힘을 실었다.
锐利的眼神很快就垂了下来。她也这样。刘知珉咬紧牙关,握着方向盘的手加重了力度。
"남희수네 부모님 결혼기념일 축하 파티야. 바쁘더라도 잠깐 와서 얼굴이라도 비춰. 걔네 아빠가 차기 법사위원장이라는 소문 벌써부터 자자해."
"是南熙洙父母的结婚纪念日派对。即使再忙也要过来露个脸。她爸爸可能是下一任法务委员长的传闻已经传得沸沸扬扬了。"
"효도하기 어렵다 정말. 금요일이라고?"
"尽孝真的好难啊。是星期五对吧?"
한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刘知珉에게로 손을 뻗었다. 刘知珉이 잠금을 푼 핸드폰을 한유진에게 넘겨주고 기어를 변경했다. 꽤나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광경이었다. 알람도 맞춰둘게. 너도 가? 당연하지. 다행이네. 주고받는 대화 또한 전과 달리 한결 나른했다. 이래서 세월은 못 이긴다고 하는 거다. 한유진이 미리 예약해 둔 식당에서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암묵적으로 그어 놓은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刘知珉은 언제나 착실하게 한유진의 장단에 맞춰주는 편이었다. 한때는 그것이 우정이었고, 언젠가는 그것이 사랑인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刘知珉의 다정에 한유진은 늘상 속수무책으로 휘말리고 만다.
韩俞珍点头向刘知珉伸出手。刘知珉把解锁的手机递给韩俞珍,然后换了档位。这是一幕相当熟悉自然的景象。"我也帮你设个闹钟。""你也去吗?""当然。""那太好了。"她们之间的对话也比从前轻松随意多了。这就是为什么人们说时间是无法战胜的。到了韩俞珍提前预约的餐厅后也是如此。只要不越过那条默契的界限,刘知珉总是会细心地配合韩俞珍的节奏。曾经那是友情,某时那是爱情。而无论是那时还是现在,面对刘知珉始终如一的温柔,韩俞珍总是毫无办法地陷入其中。
"연예인도 많이 온대." "据说很多明星也会来。"
"남희수 어렸을 때부터 마당발이었으니까." "南熙洙从小就人缘很好。"
"나 그날 너희 집에서 자고 가면 안돼?"
"我那天在你们家过夜可以吗?"
"응." "嗯。"
"된다는 거야 안 된다는 거야."
你是同意还是不同意?
"상황 봐서 후자." "视情况而定。"
"술 마실 거야?" "要喝酒吗?"
"그것도 그날 가봐야 알겠지." "那得等到那天才知道。"
"선물은 누구한테 받았어?" "礼物是谁送的?"
까맣게 타들어 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刘知珉은 잠시 뜸을 들이다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여자. 한유진이 들고 있던 포크가 접시와 부딪히며 듣기 싫은 소리를 냈다.
不知她是否明白内心被煎熬得焦黑,刘知珉停顿了一会儿,漫不经心地回答道。是个女人。韩宥真手中的叉子撞击到盘子,发出令人不悦的声音。
"유진아 세상의 반이 여자라는 사실을 언제쯤 별뜻 없이 받아들일래. 그중에서 사심 품을 사람은 반의 반도 안 돼."
"宥真啊,你什么时候才能平常心地接受世界上一半是女人的事实呢。其中值得你动心思的人连四分之一都不到。"
뭐가 문제냐는 듯한 태도에 대고 따져 물을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한유진은 그래서는 안 된다. 그녀는 가까스로 포크를 고쳐잡고 제 몫의 스테이크를 썰었다. 질 좋은 고기를 알맞게 익혔을 텐데 좀처럼 식욕이 돌지 않았다. 어쭙잖고 주제넘은 질투가 명치를 꾹 막고 있는 탓이었다. 밥 사달라면서 먼저 연락해놓고 이러고 있는 꼴이 못마땅할 만도 할 텐데, 刘知珉은 태연하게 식사를 이어가는 중이다.
她不能质问她为什么摆出一副无所谓的态度。不管别人怎样,韩瑜珍不能那样做。她勉强握好叉子,切着自己那份牛排。虽然是品质上乘且火候恰到好处的肉,她却丝毫提不起食欲。这都是因为那股不成熟又逾越的嫉妒堵在她的心口。明明是自己先联系对方要请吃饭,现在却表现成这样,确实令人不快,但刘知珉却一副若无其事地继续用餐。
차라리 타박이라도 했다면 속이 덜 시끄러웠을까. 잘린 고기를 포크로 쿡쿡 건드리던 한유진은 결국 커트러리를 내려놓고 와인잔으로 손을 뻗었다. 물론 그마저도 刘知珉이 먼저 선수를 쳐서 원하는 걸 쟁취할 수도 없었다. 빈속에 마시면 일찍 취해. 문득 궁금해졌다. 刘知珉이 정의한 친구는 과연 무엇일까. 제 몫의 와인을 깔끔하게 비워내고 잔을 멀리로 치워두는 건 단순한 호의일 뿐일까. 그렇다면 내가 아닌 다른 누구에게도 刘知珉은, 저런 미소를 띄고 있을까. 따로 부탁했을 게 뻔한 디저트를 바라보며 한유진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친구로 남게 해달라는 부탁을 흔쾌히 들어줬던 건 정말이지 탁월한 징벌이었다. 곁을 내어줬으면서 그 옆자리만큼은 함부로 탐할 수 없게 만들다니. 커플링 대신 자리 잡은 묵주반지가 오늘따라 유독 반짝였다.
或许挨一顿责骂反倒能让内心更平静一点。韩柔眞用叉子戳着切好的肉片,最后还是放下了餐具,伸手去拿酒杯。当然,就连这个也被刘知珉抢先一步,让她无法如愿。空腹喝酒容易醉。突然变得好奇起来。刘知珉定义的朋友究竟是什么呢?喝完自己那份酒后,把酒杯推到远处,这仅仅是单纯的好意吗?那么,对着除我之外的其她人时,刘知珉是否也会露出那样的微笑呢?看着显然是特意安排的甜点,韩柔眞再次意识到。欣然答应要继续做朋友的请求,确实是最高明的惩罚。明明让人能待在身边,却又让人无法轻易觊觎那个位置。今天,取代情侣戒指位置的念珠戒指格外闪耀。
왜 당연히 같이 갈 거라 생각했지. 짤막한 통화를 끝낸 刘知珉은 쓴웃음을 지으며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기댔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다지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저와 달리 한유진은 엄연히 짝이 있는 사람이었니. 패착의 원인은 다소 과했던 착각에 있다. 고개를 숙여 제 모습을 살펴봤다. 한유진이 선물한 옷, 한유진이 골라준 향수, 한유진이 추천한 시계. 이래서 습관이 무서운 거라니까. 이름과 얼굴만 겨우 아는 정재계 인사들과 인사를 나눌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피로가 몰려왔으나 그렇다고 마냥 기분 내키는대로 행동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 놈의 체면이 문제다 언제나. 약혼남과 함께 돌아다니는 한유진은 그다지 대수롭지 않았다. 다 지난 첫사랑을 뭐 하러 지금까지 신경 쓰겠어. 미련은 남의 입을 통해 한유진의 약혼 소식을 들었을 때 버린 지 오래다. 시덥잖은 감정 낭비에는 관심이 없었다. 상념을 마친 刘知珉이 손목시계를 풀어 글로브 박스에 던지듯 넣어뒀었다.
为什么觉得理所当然会一起去呢。结束简短通话的刘知珉苦笑着靠在头枕上。实际上仔细想想也不是什么令人惊讶的事。和自己不同,韩瑜珍明明是有伴侣的人。失误的原因在于过度的错觉。低头打量了下自己的模样。韩瑜珍送的衣服,韩瑜珍挑选的香水,韩瑜珍推荐的手表。这就是为什么说习惯是可怕的。一想到要和那些仅仅记得名字和面孔的政商界人士寒暄,疲惫感就已经袭来,但也不能完全随心所欲地行动。问题总是出在那该死的面子上。和未婚夫一起四处走动的韩瑜珍并不是什么大不了的事。过去的初恋有什么好在意的。当从别人口中听到韩瑜珍订婚的消息时,就早已放下了留恋。对于无谓的感情浪费没有兴趣。结束思绪的刘知珉解下手表,随手扔进了手套箱。
높으신 양반들 특유의 친목도모는 세대를 이어 내려오며 더욱 공고해진다. 부모님 손에 이끌려 만찬회니 결혼식이니 하는 행사에 따라다녔던 아이들은 이제는 본인 이름으로 된 초대장을 받고, 나아가 부모님을 대신하여 모임을 주최하기에 이르렀다. 쟤들도 나이 먹으니 철이 드는구나. 어른들 몰래 샴페인 훔쳐 먹다 취해 나무 아래에서 나란히 뻗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꽤나 능숙하게 건배 제의를 하는 남희수를 구경하며 刘知珉은 다리를 까딱였다.
高门世家特有的社交方式,几代相传愈发牢固。以往在父母的带领下参加晚宴和婚礼等活动的孩子们,如今收到的请柬上已经写着自己的名字,甚至开始代替父母主办聚会。看来她们也都长大懂事了。仿佛就在昨天,她们还偷偷喝香槟,醉倒在树下并排躺着。看着南熙秀熟练地发起敬酒,刘知珉晃了晃腿。
이런 자리는 취향은 아니었으나 적성에는 맞았다. 여기저기에서 아는 체를 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근황을 주고 받는 건 전적으로 조기교육 덕분이었다. 刘知珉이 양옆에 앉은 이들과 잔을 부딪히며 빠르게 주변을 스캔했다. 반드시 눈도장 찍어야 될 주요 인물들과는 한 번씩 인사를 나눈 듯 하다. 이제는 적당히 눈치 보다가 빠져나가면 될 텐데 타이밍을 재는 게 쉽지 않았다. 저건 또 누구였더라. 기억이 희미한 걸 보면 별볼일 없는 남자인 듯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시 만날 줄 모르니 옷깃만 스친 인연까지도 각별히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는 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오늘은 정말 마지노선을 넘겼다. 자칫 긴장을 놓으면 누군가 억지웃음을 눈치챌 수도 있었다.
虽然这种场合不太对她的胃口,但她却很适应。能够主动接近在各处打招呼的人们并交换近况,这完全得益于从小的教育。刘知珉一边与左右两旁的人碰杯,一边迅速扫视四周。看来已经和必须打好交道的重要人物都打过招呼了。现在只需要适当观察时机就可以离开,但把握时机并不容易。那个人又是谁来着?记忆模糊看来应该是个无足轻重的人。从小就被反复教导即使是萍水相逢的缘分也要特别珍惜,因为永远不知道何时何地会再次相遇,但今天真的已经超出极限了。稍有松懈,别人可能就会察觉到她的假笑。
刘知珉은 인파를 헤치고 남희수에게 다가갔다. 나 잔업 미뤄두고 온 거야. 어쩌라고요. 의원님한테 잘 좀 말해달라고요. 직접 가서 얘기해 우리 영감님 댁 엄청 좋아하잖아. 저기 붙잡히면 최소 와인 한 병이야. 하긴 그것도 그렇겠다. 남희수는 다음에 보자며 손을 흔들었다. 임무를 무사히 마친 것에 안도하며 刘知珉이 숨을 돌렸다. 그 다음에는 핸드폰을 꺼내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연회장을 빠져나가는 동안 누군가 저를 잡아세우려고 하면, 刘知珉은 능청스럽게 다른 손으로 핸드폰을 가리켰다. 참으로 녹록치 않은 사회생활이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사건 서류가 눈에 아른거렸다.
刘知珉穿过人群走向南希秀。我推掉加班才来的。那又怎样。请您跟议员说说好话。你自己去说吧,我们老爷最喜欢你了。要是在那边被抓住至少要喝掉一瓶红酒。说得也是。南希秀挥手说下次见。刘知珉松了一口气,为顺利完成任务感到欣慰。接着她拿出手机给办公室打电话。在离开宴会厅的过程中,如果有人想要拦住她,刘知珉就会熟练地用另一只手指着手机。这真是一点都不轻松的社交生活。堆积如山的案件文件在她眼前闪现。
하필 다음 주에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저녁 약속이 잡혀 있어 야근하며 업무를 쳐낼 수도 없었다. 검사장, 지역구 국회의원, 그리고 또 어느 회사 임원이었더라. 주고 받았던 명함을 떠올리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처음에는 분명 지검으로 복귀할 계획이었다. 샴페인을 몇 잔 마셨다고 해도 업무에 지장이 갈 만큼 판단력이 흐릿해지지는 않았다. 택시를 탈까 대리를 부를까 잠시 고민하다 키패드에 손가락을 올려뒀을 때였다. 그렇게 안 느껴졌는데 의외로 도수가 높았나. 별다른 망설임 없이 걸어가면서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그 뭔가의 정체는 알지 못하면서
偏偏下周要隔一天就要和人吃一次晚饭,根本没时间加班处理工作。检察长、地区议员,还有哪个公司的高管来着。回想着交换过的名片,快步向前走去。一开始明明是打算回检察厅的。就算喝了几杯香槟,也不至于判断力模糊到影响工作的地步。正当犹豫着是搭出租车还是叫代驾,手指停在键盘上的时候。本以为没什么感觉,没想到酒精度数还挺高。虽然毫不犹豫地走着,却总觉得哪里不对劲。却又说不清那种不对劲究竟是什么
"여기에 있었네요." "原来在这里啊。"
배우 앞에서 연기하는 일반인이라니.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刘知珉은 제게로 쏟아지는 시선에 아랑곳 않고 말을 이어갔다. 평소처럼 차분하고 침착하게.
在演员面前表演的普通人,真是个笑话。 刘知珉不理会向自己投来的视线,继续说着话,一如往常地沉着冷静。
"한참 찾았어요." "找了你好久。"
"…네?" ……什么?
"성 대표님이 아까부터 기다리고 계시더라고요."
"成代表从刚才就一直在等着呢。"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 어쩔 줄을 몰라하던 여자는 갑자기 등장한 刘知珉을 멍하니 올려다봤다. 刘知珉이 입꼬리를 올리며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금방 표정을 바꾸며 웃어 보였다. 확실히 연기자는 연기자구나. 刘知珉은 속으로 남몰래 감탄하며 제 손목을 잡은 새하얀 손을 쳐다봤다. 여기는 조금 차가운 편이고.
被人群包围、不知所措的女子呆呆地抬头望着突然出现的刘知珉。当刘知珉勾起嘴角、轻轻点头时,她立刻转换表情露出了笑容。果然演员就是演员啊。刘知珉暗自赞叹着,低头看向抓着自己手腕的雪白手掌。这里还有点凉。
"주차장으로 가면 돼요?" "去停车场就可以吗?"
대답을 듣기도 전에 발걸음을 뗀다. 딱히 뻗댈 이유는 없는 것 같아 刘知珉은 여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두 사람은 나란히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여자는 혀로 입술을 축이며 계기판을 쳐다봤고, 刘知珉은 하품을 삼키고 버튼을 눌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철문이 좌우로 갈라졌다. 누군가 타 있었다. 刘知珉은 눈치껏 등 뒤로 여자를 숨기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옆이 아닌 앞뒤로 서 있게 됐다. 여전히 손목은 붙잡힌 채였다. 지하에 도착할 때까지 몇 번이나 문이 열리고 닫혔다. 그러는 동안 여자를 알아본 사람은 없었다. 刘知珉은 본인의 배려는 생각 못하고 인지도는 별로구나, 라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도착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벌어지면 刘知珉은 어깨 너머를 살펴봤다. 여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还没等听到回答就迈开了步子。因为觉得也没什么好反驳的,刘知珉就跟着女人的引导走去。两人一起站在电梯前。女人舔了舔嘴唇看着操作面板,刘知珉忍住哈欠按下了按钮。没过多久,铁门左右分开。电梯里有人。刘知珉机警地用背挡住女人,走进了电梯。这次两人不是并排站着,而是前后站立。手腕依然被抓着。到达地下层之前,电梯门开开关关了好几次。期间没有人认出这个女人。刘知珉没想到自己的体贴,只是嘀咕着"看来知名度不高啊"。随着到达的提示音,铁门打开,刘知珉回头看了一眼。女人小心翼翼地开口了。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저 때문에 괜히 여기까지…"
"谢谢你。不过因为我的关系,特意跑到这里来..."
"아뇨, 원래 가는 길이었어요."
"不,我本来就要去那里。"
刘知珉은 문이 닫히기 전에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릴 생각이 없어 보이는 여자에게 刘知珉이 물었다. 다시 올라갈 거예요? 여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刘知珉在电梯门关闭前按下了按钮。但这样的情况不能一直持续下去。看着似乎没有要下电梯的意思的女人,刘知珉问道:"您要重新上去吗?"女人摇了摇头。
"일행 있어요?" "请问您有同伴吗?"
"…없어요." "……不在。"
"그러면 좀 나가는 건 어떨까요."
"那么出去走走怎么样?"
한 손은 여자에게 붙잡혀 있고, 한 손은 버튼을 누르고 있으니 고갯짓으로 바깥을 가리켰다. 여자는 그제야 刘知珉의 손목을 놓고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 뒤따라 나온 刘知珉은 두 어번 손목을 돌린 뒤에 주차장을 두리번거렸다. 내가 차를 어디에 뒀더라. 어쩌면 정말 취했을 수도 있었다.
"혹시 일행 기다리세요?" "您在等朋友吗?"
"아뇨, 혼자 왔어요." "不,我一个人来的。"
"우리 동지네요." "我们是同志啊。"
"그런가요.“ "是这样吗。"
刘知珉은 그다지 감흥 없는 목소리로 대꾸하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刘知珉用不太感兴趣的语气回答着,手里把玩着手机。
"그런데요." "是的。"
"네." "是。"
"제가 누구인지는 알고…도와주신 거죠?" "您是知道我是谁才帮我的吗?"
"金旼炡씨요." "金旼炡xi。"
"오.“ "哦。"
뜬금없는 감탄사에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먼저 새어나갔다. 刘知珉이 옆으로 고개를 돌려 여자를 바라봤다.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올려다 보길래 얼굴을 긁적였다. 뭐라도 묻었나. 괜히 헛기침을 하다가 차 키를 꺼내기 위해 주머니 속을 더듬었다. 타이밍 좋게 진동이 느껴졌다.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했다. 유진이. 약혼남의 존재를 알기 전까지만 해도, 그러니까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저희들이 묶여 있던 시절에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파티에 남아 웃고 떠들곤 했었다. 한유진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 긴장감을 내려뒀던 점을 굳이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刘知珉은 망설이지 않고 잠금 버튼을 눌렀다.
面对突如其来的感叹,我情不自禁地先笑了出来。刘知珉转头看向身边的女人。见她用惊奇的眼神看着自己,她不自觉地挠了挠脸。是不是脸上沾到什么了。她随便咳嗽了一声,在口袋里摸索着要拿出车钥匙。这时,刚好感觉到手机震动。她掏出手机查看屏幕。是有真。在知道她有未婚夫之前,也就是她们还以恋人的名义维系关系的时候,她总是能以更轻松的心情留在派对上说笑。她并不否认光是韩宥真的存在就能让她放下戒备这一点。但过去终究是过去。刘知珉毫不犹豫地按下了锁屏键。
"응, 오빠." "好的,欧巴。"
까맣게 점멸된 화면 위로 여자의 모습이 비쳤다. 바지 주머니 속 차키를 만지작거리며 다시금 기억을 더듬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좌측, 전기차 충전기가 있는 구역을 끼고 계속 걸어가다 보면. 대강 머릿속으로 주차 위치를 그려보고 핸드폰 잠금을 풀었다.
漆黑的闪烁屏幕上映出了女人的身影。手指在裤子口袋里摩挲着车钥匙,再次回忆起来。从电梯下来向左,经过电动车充电区一直走。大致在脑海中描绘了一下停车位置,然后解锁了手机。
"못 올 것 같다고?" "说是可能来不了吗?"
"네, A호텔 지하주차장이요." 好的,在 A 酒店的地下停车场。
"오빠도 없는데 내가 여기서 뭐해."
欧巴都不在,我在这里干什么。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我会在电梯前等着的。
"언제 끝나는데." "什么时候结束。"
"많이 기다려야 할까요." "要等很久吗?"
"집에 가야지. 싫어 나 피곤해 진짜."
"该回家了。我真的很累,不想待了。"
"10분…알겠습니다." "十分钟...知道了。"
"촬영 잘하고. 가봐, 감독님이 부르는 거 아냐?"
"拍摄加油。快去吧,导演不是在叫你吗?"
비슷하게 통화를 끝냈다. 의도한 건 아니었으나 허공에서 시선이 맞닿았다. 딱히 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먼저 운을 뗀 건 金旼炡이었다. 누구에요. 刘知珉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대리기사님이요. 金旼炡이 다시 질문을 던진다. 술 많이 마셨어요? 이번에는 대답 대신 느릿하게 고개를 주억였다. 그러자 金旼炡은 대뜸 얼굴 가까이로 다가와서는 숨을 들이마신다. 이 쪽도 취한 건가.
她们以相似的方式结束了通话。虽然并非有意,但目光在空中相遇了。也并不特别想要回避。先开口的是金旼炡。是谁啊?刘知珉随意地回答。代驾司机。金旼炡又抛出一个问题。喝了很多酒吗?这次她没有回答,只是缓慢地点了点头。这时金旼炡突然凑近她的脸,深深地吸了一口气。这边也是醉了吗。
"잘 어울려요." "很相配呢。"
뜬금없는 칭찬이었다. 뭐 하자는 걸까. 속셈을 읽기 어려웠다. 보아하니 제가 누군지도 모르는 것 같은데 비행기 태울 리는 없고, 수작이라기에는 이쪽의 취향이.
这是个突如其来的称赞。她打算干什么?完全猜不透她的心思。看样子她连我是谁都不知道,不可能是在恭维我,而且单说是调情的话,这又不是我的取向。
"무슨 향수에요?" "这是什么香水?"
"딥디크였나." "应该是 Diptyque。"
"아닌 것 같은데."
好像不是。
눈치가 빠른 걸까. 그게 아니면 후각이 예민한가. 이번에는 刘知珉이 물었다. 집에는 어떻게 가요. 딱히 관심은 없었지만 예의상 던진 질문이었다. 겸사겸사 화제도 돌리고 싶었고. 金旼炡은 입술을 달싹이다 씨익 웃었다.
是因为观察力敏锐吗?还是说是嗅觉灵敏?这次刘知珉问道。你怎么回家?虽然并不是特别感兴趣,但出于礼貌还是问了这个问题。顺便也想转移一下话题。金旼炡嘴唇微动,露出了一抹笑容。
"태워주시려고요?" "你要送我一程吗?"
괜히 말을 꺼냈나. 예상치 못했던 대답에 숨을 헛삼켰다.
不该多嘴的。没想到会是这样的回答,不禁呛了一口气。
"농담이에요 아까 매니저 언니 불렀어요."
"开玩笑的啦,刚才已经叫了经纪人姐姐。"
뭐야 이거 진짜. 刘知珉은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金旼炡을 쳐다봤다.
这是什么啊,真的。刘知珉面带不快之色,毫不掩饰地看着金旼炡。
"이렇게 싫어할 거면서 아까는 왜 도와줬대."
"明明这么讨厌,刚才为什么要帮忙。"
"그렇지 않아도 조금 후회하는 중이에요."
"正好我也有点后悔呢。"
"재미있으신 분이네 생각 보다."
"比我想象的更有趣呢。"
손안의 핸드폰이 다시금 진동했다. 얘도 슬슬 취할 때가 됐지. 刘知珉은 가뿐히 화면을 밀었다.
手中的手机再次震动。该是这家伙也渐渐醉了的时候了。刘知珉轻松地滑动屏幕。
"어디긴 집이지." "还能是哪里,当然是家啊。"
"……"
"영감님들한테 눈도장 다 찍었어." "已经在长辈们那里混了个脸熟了。"
"……"
"혼자 있지 않을까." "不会孤单吧。"
"……"
"물론 안 돼. 차석현은 폼으로 달고 왔니."
"当然不会。车石铉一直都是这种风格。"
"……"
"술 깨면 연락해." "酒醒了给我来消息。"
그렇게 전화를 끊어 놓고 비서실장 연락처를 찾고 있는 저도 딱히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머릿속의 문장을 정돈하여 자판으로 옮기는 중이었다. 마침표를 찍고 보내기만 하면 됐다. 중간에 치고 들어오는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就这样挂断电话后,我也不能说自己正常到哪去,毕竟还在翻找秘书长的联系方式。我正在整理脑中的语句,准备敲进键盘。只需要打上句号然后发送就行了。要不是中途被突然闯入的声音打断的话。
"누구에요?" "是谁?"
"친구요." "是朋友。"
"…아닌 것 같은데." "……好像不是。"
허공에서 손가락이 굳어버리지는 않았을 거다.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핸드폰을 쥔 刘知珉의 손이 아래로 떨어졌다. 받아칠 만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고회로에 잠시 오류가 난 것처럼. 刘知珉이 바람 빠지는 웃음 소리를 내며 金旼炡을 위아래로 훑었다. 판판하던 미간이 찌푸려졌다.
僵在半空中的手指还是慢慢垂了下来。感觉像后脑勺被人狠狠打了一拳。刘知珉握着手机的手向下落去。想不出任何可以回应的话。就像思维的回路突然发生了故障。刘知珉发出一声泄气的笑声,上下打量着金旼炡。原本平静的眉间皱了起来。
"재미있네요, 金旼炡씨도." "挺有意思的呢,金旼炡xi也是。"
"칭찬으로 들어도 돼요?" 我可以把这当成是夸奖吗?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이죠 그건." 那就看接受的人怎么想了。
"되게 고맙다 진짜." 真的非常感谢。
비꼬는 투가 일품이었다. 그러더니 대뜸 제 앞으로 손을 내민다. 어쩌라는 거지. 刘知珉은 입 안에서 맴도는 비딱한 심상을 한숨과 함께 속으로 삼켜버렸다. 金旼炡이 고개를 가로젓다 이번에는 핸드폰을 刘知珉에게 건넸다. 어쨌거나 제가 신세졌잖아요. 이번에는 刘知珉도 대강 알아 듣고 핸드폰을 가져갔다. 키패트를 수차례 꾹꾹 누른 뒤에는 다시 金旼炡에게 핸드폰을 돌려줬다. 국민은행이에요. 이해할 수 없는 한 마디를 덧붙이며. 金旼炡은 눈만 깜빡이며 刘知珉을 올려다봤다. 뭐라는 거야. 중얼거리는 혼잣말이 제법 컸다.
她讽刺的语气堪称一绝。说着就忽然向前伸出手来。这是要干什么。刘知珉把在嘴边打转的尖刻心绪连同叹息一起咽了回去。金旼炡摇摇头,这次把手机递给了刘知珉。不管怎么说我还是受了您的照顾。这回刘知珉大概明白了她的意思,接过了手机。按了几下键盘后,又把手机还给了金旼炡。是国民银行。她又补充了一句莫名其妙的话。金旼炡眨着眼睛抬头看着刘知珉。这是什么意思。她的自言自语声音不小。
차임벨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안에서 빠져나온 남녀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刘知珉은 직감적으로 저희를 데리러 온 대리기사와 매니저임을 알아차렸다. 오늘은 진짜 무슨 날인가. 핸드폰 화면에 작은 얼굴을 들이밀고 느릿하게 번호를 읊는 金旼炡을 힐끔거리던 刘知珉은 조용한 걸음으로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차는 저쪽에 있습니다. 차 키를 건넨 뒤에는 뻐근한 뒷목을 주무르며 주차장을 가로질렀다. 지검으로 돌아가려던 계획은 어그러지고 말았다. 아닌 것 같은데. 묘한 확신을 담은 눈빛과 목소리가 좀처럼 지워지지 않고 머릿속을 맴돌았다. 착각일 뿐이었나. 刘知珉은 시트에 기대 눈을 감았다.
电梯门伴随着提示音打开了。从里面出来的男女环顾四周。刘知珉凭直觉认出她们是来接送的代驾和经纪人。今天到底是什么日子啊。刘知珉瞥了一眼金旼炡,她正把小脸凑近手机屏幕慢慢地念着号码,然后悄声走向那名男子。"车在那边。"交出车钥匙后,一边揉着酸痛的后颈一边穿过停车场。原本返回检察厅的计划就这样泡汤了。好像不是这样。那带着微妙确信的眼神和声音挥之不去,在脑海中盘旋。是错觉吗。刘知珉靠在座椅上闭上了眼睛。
세상에 이런 핸드폰 번호도 있었나. 그렇게 안 보였는데 설마 외국 사람인가. 화면에 떠 있는 숫자를 수십 번 읽고 또 읽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러다 문득 떠올렸다. 국민은행. 金旼炡은 허벅지에 핸드폰을 올려두고 오른손으로 창문을 내리쳤다.
这世界上还有这种手机号码吗。看起来不像,难道是个外国人。无论在屏幕上看了多少遍显示的数字,结果还是一样。突然想起来了。国民银行。金旼炡把手机放在大腿上,右手敲打着窗户。
"…나 진짜 어이가 없어서."
"……这事儿真是让我无语。"
운전을 하던 매니저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태준이는 어쩌고 혼자 있었어? 그러자 다시금 작은 주먹이 유리창을 두드린다. 혹시 싸웠나 싶어 매니저는 숫제 입을 다물었다.
正在开车的经纪人小心翼翼地问道。泰准怎么样了?为什么一个人在那里?随后,小拳头又一次敲打着车窗。经纪人担心她们是不是吵架了,索性闭上了嘴。
"나 여자 팬이 더 많지 않아 언니?"
"姐姐,我的女粉丝不是更多吗?"
"…응?" "……嗯?"
"아니 내가 뭐 어떻게 하겠대? 고마우니까 밥 한 끼 사겠다는데 무슨…"
"我还能怎么办?人家说感谢请吃顿饭,这有什么……"
金旼炡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호흡을 골랐다.
金旼炡深深地吸了一口气,调整呼吸。
"그 검사? 사인만 받아 갔다는?"
"那个检察官?就只是要了签名?"
매니저 덕분에 퇴짜 맞은 게 처음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다. 통화목록에 떠 있는 숫자를 노려보던 金旼炡이 무릎담요를 움켜쥐었다. 심지어 이번에는 이름도 못 알아냈어. 괜히 분해져서 다리만 굴렀다. 차라리 싫으면 싫다고 말을 하든가. 듣도 보도 못한 거절에 金旼炡은 적잖이 넋이 나갔다. 얼굴만 잘나면 다야? 물론 스타일도 제법 괜찮았고, 목소리도 은근히 듣기 좋은…거기까지 생각하다가 이번에는 주먹으로 제 머리를 두드렸다. 정신 차리라는 뜻을 담아서 제법 세게.
多亏了经纪人,她这才意识到这不是第一次被拒绝。金旼炡盯着通话记录上显示的数字,紧紧抓住膝盖上的毯子。而且这次连对方的名字都没能打听到。徒增烦躁地只能不停摆动着腿。倒不如直接说不喜欢算了。面对这种闻所未闻的拒绝方式,金旼炡不禁有些失神。长得帅就是一切吗?当然,对方的穿衣风格也挺不错的,声音听起来也挺好听的…想到这里,她用拳头敲了敲自己的头,相当用力,仿佛在提醒自己清醒一点。
차기작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는 건가. 그게 아니면 증권가에 떠돈다는 루머처럼 연애 전선에 문제가 생겼나. 룸미러를 힐끔거리던 매니저가 콘솔박스를 뒤적여 소포장된 젤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신호가 걸린 틈을 타서 휙하고 던져주는 것이다. 金旼炡은 무릎에 무사히 안착한 젤리를 빤히 바라보다 포장을 뜯었다. 아무래도 거절을 했어야 됐다. 사회에서 한 가닥 한다는 사람들과 어울릴 만큼 대단한 배우도 아니었고, 정치가 어쩌구 경제가 저쩌구 떠드는 국회의원이나 재벌 옆에 병풍처럼 서서 억지로 웃고 싶은 마음 역시 없었다. 이런 모임을 좋아하는 건 전적으로 남자친구의 취향이었다. 내가 초대받은 것도 아닌데 가서 뭐하겠냐고 물었을 때, 그는 내가 너고 너가 나인데 뭐가 어떻냐며 웃어보였다.
是不是因为下一个作品而感到很大压力。又或者是像证券界流传的那样,恋爱方面出了问题。通过后视镜瞥了一眼的经纪人翻找中控台,拿出了一个小包装的果冻。趁着红灯的空当,轻轻地扔了过来。金旼炡盯着稳稳落在膝盖上的果冻,拆开了包装。不管怎样,应该要拒绝的。自己还不是什么能和社会上叱咤风云的人物打交道的大演员,也不想站在那些谈论政治经济的国会议员或财阀身边,像屏风一样强颜欢笑。喜欢这种聚会完全是男朋友的兴趣。当问她我又不是受邀的人,去了有什么意义时,她笑着说我就是你,你就是我,有什么关系呢。
영화 촬영 막바지라서 바쁠 게 뻔한데 반드시 시간을 내보겠다고 손가락을 걸어오던 정태준을 믿은 내가 바보였나. 그게 아니면 알면서도 속아 넘어간 건가. 金旼炡은 젤리를 질겅질겅 씹으며 창밖을 내다봤다. 남자친구에게 바람맞은 것보다 더 신경 쓰이는 일이 생기다니. 도와줬을 때는 언제고 사람을 그런 표정으로 훑어봐. 마치 지인이라도 되는 듯 살갑게 말을 걸어왔던 것과 달리 성가시고 귀찮으며 탐탁지 않다는 내색을 감추려고 하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가면을 벗은 모습은 후자인 것 같지. 입 안을 맴도는 젤리는 단맛은 느껴지지 않고 타이어를 씹는 것처럼 질기기만 했다. 하필 향수까지 마음에 들 건 뭐야. 金旼炡은 유리창에 머리를 기대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연예인일 리는 없었다. 아무리 신인이라 하더라도 제가 그런 얼굴을 잊어버리지는 않았을 거다. 그렇다면 어느 있는 집 자식일 확률이 가장 높다. 金旼炡은 괜시리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여자가 남기고 간 계좌번호를 곱씹었다.
由于电影拍摄已近尾声,Jung Taejun 肯定很忙,但她还是拉钩说一定要抽出时间,相信她的我是不是太傻了?还是说我明知如此却还是上当了?Kim Minjae 一边嚼着果冻一边望向窗外。居然发生了比被男朋友放鸽子还要令人烦心的事。明明之前帮过忙,现在却用那种表情打量人。与之前像熟人一样亲切搭话的样子不同,她甚至懒得掩饰自己觉得麻烦和不悦的心情。看来摘下面具后的真面目应该是后者吧。嘴里的果冻尝不出甜味,反而像在嚼轮胎一样韧。偏偏连她的香水都这么合我的心意。Kim Minjae 靠在玻璃窗上长叹一口气。她不可能是艺人。就算是新人,自己也不会忘记那张脸。那么最有可能是某个富家子弟了。Kim Minjae 一边不停摆弄着手机,一边反复思索着那个女人留下的账号。
아무리 생각해도 괘씸한데 진짜 몇백 만원 보내버릴까. 돈 먹고 잠수 타지는 않을 거고, 소속사를 통해서 연락하려나. 잠금을 풀고 은행 어플을 누르려던 金旼炡은 이내 코웃음을 치며 옆자리로 핸드폰을 던져뒀다. 나도 나 싫다는 사람한테는 관심 없네요. 사인이랑 간식 받아놓고 고맙다는 문자 하나 없는 그 잘나신 검사님이나, 향수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사라진 국민은행 당신이나.
想来想去还是觉得气人,要不要真给她打几百万韩元呢?她应该不会收了钱就失踪,还是要通过经纪公司联系?金旼炡正准备解锁手机打开银行 APP,却又冷笑一声把手机扔到了一旁。对不喜欢我的人,我也没什么兴趣。不管是收了签名和零食却连句谢谢都不说的那位高贵的检察官,还是连香水名字都不肯好好告诉我就消失的那位国民银行的你。
이럴 거면 월세라도 내는 건 어떠니. 강효림은 테이블에 가득 쌓인 대본을 손가락으로 세어봤다. 한놈, 두식이, 석삼, 너구리, 오징어, 육개장, 칠면조, 팔보채, 구들장. 얼추 확인해도 열 댓개는 훌쩍 넘었다. 영화며 드라마며 여기저기에서 러브콜을 보낸다는 게 그저 수식어가 아님을 다시금 깨달았다. 소파에 누워 숨쉬기 운동하던 20대 배우 캐스팅 1순위는 선글라스를 벗어 건네며 말했다. 팔아. 예의는 집에 두고 온 모양이었다.
要不要干脆付房租呢。姜孝琳数了数桌上堆积的剧本。一个,两个,三个,四个,五个,六个,七个,八个,九个。粗略一数就已经超过十几个。再次意识到电影和电视剧等各方递来橄榄枝并不只是个修饰词。躺在沙发上做着呼吸练习的 20 多岁演员头号人选摘下墨镜递过来说道。卖掉吧。看来是把礼貌给落在家里了。
"정태준 영화 크랭크업 했다며." "听说郑泰准的电影杀青了。"
"그건 갑자기 왜." "这是为什么突然说这个。"
"안 보고 싶어? 밤낮없이 붙어 지낼 줄 알았지."
"不想见我吗?我还以为我们会整天黏在一起呢。"
"우린 그럴 때 지났어." "我们已经过了那种时候了。"
"가만 보면 참 쿨해."
仔细看来真是够酷的。
반대편에 자리 잡은 강효림이 대본집 하나를 집어 들고 천천히 책장을 넘겼다. 난 너가 정태준 군대까지 기다릴 줄은 몰랐어. 金旼炡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바람 빠지는 소리가 강효림의 입가에서 새어나갔다.
坐在对面的姜孝琳拿起一本剧本,慢慢地翻着页。我没想到你会等郑泰俊服完兵役。金旼炡点点头作为回应。一声叹息从姜孝琳的嘴角溜了出来。
"금방 헤어질 줄 알았는데. 사람 일 진짜 모르는 거네."
"本以为很快就会分手的。真是看不透人事啊。"
金旼炡은 새삼스럽게 놀라는 강효림을 빤히 바라봤다. 신기한 건가 그게. 정태준은 또래보다 일찍 군대에 갔고, 군대는 길어봤자 18개월이었으며, 그 시간 동안 딱히 헤어질 만한 무언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업이 업인지라 면회는 가지 못하더라도 시시때때로 연락주고 받았고, 휴가를 나오면 데이트 했고. 오히려 업이 업이기 때문에 기다리는 게 수월했을 수도 있었다. 해외 촬영으로 몇 달씩 떨어져 지낸 적도 많고, 스케줄 하다 보면 연락은 자주 끊겼으니까. 동종업계에 몸을 담고 있다보니 서로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그랬기에 서운함이나 섭섭함을 느낄 틈이 별로 없었다.
金旼炡直直地看着突然感到惊讶的姜孝琳。这有什么好惊奇的吗。郑泰准比同龄人更早入伍,服役最多不过 18 个月,在那段时间里也没有出现任何会导致分手的事情。虽然因为工作性质无法探望,但她们经常保持联系,休假时也会约会。反而可能正是因为这份工作,等待变得更容易了。她们经常因为海外拍摄而分开几个月,忙于工作时联系也会时常中断。由于都在同一个行业工作,她们比任何人都更能理解对方的立场。正因如此,她们几乎没有时间感到失落或委屈。
"역시 미적지근하게 사랑해야 오래가는 건가."
"果然还是要温吞地去爱才能长久啊。"
"그래 보여?" 「看起来是这样吗?」
"솔직하게 말해?" 「说实话?」
"80퍼센트만 솔직하게." "只说百分之八十的实话。"
"너 이미 진작 마음 떴는데 의무감으로 정태준 계속 만나는 것 같아. 걔 심지어 너 때문에 군대도 일찍 다녀왔잖아."
"感觉你早就不喜欢她了,只是出于责任感才继续和郑泰俊在一起。她甚至为了你提前去当兵。"
"저기요 선생님, 80퍼센트라고요." "那个,老师,不是说好只说百分之八十的实话吗?"
강효림은 어쩌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덕분에 할 말을 잃은 金旼炡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게 목이 탔다. 애써 태연한 척 냉장고로 걸어가 비타오백 하나를 꺼내들었다. 슬리퍼를 반대로 신었다는 것도 알지 못하고. 강효림이 손에 들고 있던 대본을 테이블에 내려두고 책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姜孝琳满不在乎地耸了耸肩。金旼炡一时语塞,嘴唇动了动,然后站起身来。莫名地感到口干。她假装若无其事地走向冰箱,拿出一瓶维她命饮料。她甚至没注意到自己把拖鞋穿反了。姜孝琳把手中的剧本放在茶几上,转移到书桌前。
"그나저나 다음 주에는 법무부도 가신다면서요.“
"话说下周您也要去法务部是吧。"
신중하게 로투스 포장을 뜯던 金旼炡의 손이 삐끗하고 미끄러졌다. 바스러진 과자를 안타까워하며 金旼炡은 강효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金旼炡小心地剥开莲花酥的包装,手却突然打滑了。金旼炡惋惜地看着碎掉的点心,转头望向姜孝琳。
"장래 희망이 진짜 내 매니저야?"
"我的理想职业真的是当我自己的经纪人吗?"
"그건 공짜로 시켜줘도 안 하지."
"即使免费我也不会去做的。"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고 그래."
"…说什么理所当然的话。"
강효림은 곰곰이 생각하다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누구든 공짜로 일 시키면 안 하는구나. 金旼炡은 질색하며 로투스를 입에 털어 넣었다.
姜孝琳深思后发出一声轻叹。原来谁都不会做免费的事啊。金旼炡厌恶地将莲花饼塞进嘴里。
"약간 공공기관이 좋아하는 이미지인가. 작년에는 국세청 홍보대사 아니었어?"
"有点像公共机构喜欢的形象啊。去年不是国税厅宣传大使吗?"
"그거는 모범납세자 무슨 표창 받으러 간거고."
"那是去领纳税模范市民的什么表彰。"
"잘 나가네 金旼炡." "混得不错啊金旼炡。"
"사인해줘?" "能给我签名吗?"
익숙하게 손바닥을 펼치면 金旼炡도 장단을 맞춰 손가락으로 사인을 휘갈긴다. 강효림은 책상 서랍에서 안경을 꺼내 쓰고 인터넷 창을 켰다. 메일을 몇 개 확인하다가 메인 화면을 보고서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인사청문회 날짜도 잡혔네. 金旼炡이 슬쩍 모니터를 훔쳐봤다. 턱을 괴고 모니터를 응시하던 강효림이 느릿하게 스크롤을 내렸다. 읽기는 하는 건지 줄글이 휙휙 넘어갔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金旼炡은 금방 흥미를 잃고 책상 위의 비타민 젤리로 손을 뻗었다.
熟练地张开手掌时,金旼炡也配合着节奏潦草地签下了名字。姜孝琳从桌子抽屉里拿出眼镜戴上,打开了网页。确认了几封邮件后,看着主页面低声嘟囔道。人事听证会的日期也定下来了。金旼炡偷偷瞄了一眼显示器。撑着下巴盯着显示器的姜孝琳慢慢地向下滚动页面。也不知是不是在读,文字快速地掠过。跟不上速度的金旼炡很快就失去了兴趣,伸手去拿桌上的维生素软糖。
"뭐야? 왜 이렇게 잘생겼어?"
"什么呀?为什么长得这么帅?"
그러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기사 속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연예인이라고 해도 믿을 얼굴이었다. 법무 부장관 후보자 유기환. 반면 강효림은 비타민 젤리를 꺼내 먹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것이다. 진짜 이기적인 유전자이기는 하지. 마우스 딸깍이는 소리와 함께 기사가 바뀌었다. 신문사는 달랐지만 대부분 비슷비슷한 골자의 내용이었다. 스크롤은 역시나 빠르게 내려갔다. 그 틈을 타서 젤리를 빼먹던 金旼炡은 화면에 나타난 사진을 보고 차마 입을 다물지도 못했다. 얘가 왜 여기에서 나와? 눈을 비비고 다시 봤지만 역시나 제가 아는 그 얼굴이 맞았다. 결국 그녀는 강효림을 옆으로 밀어내고 컴퓨터를 차지했다.
她的眼睛突然瞪大了,死死盯着报道里的照片。即便说她是明星也会有人相信的那种长相。法务部长官候选人柳基焕。相反,姜孝琳一边吃着维生素软糖一边轻描淡写地说着。确实是相当自私的基因呢。随着鼠标的点击声,报道切换了。虽然新闻社不同,但大多内容大同小异。滚动条依然快速下滑。趁着这个空当吃着软糖的金旼炡看到屏幕上出现的照片时,竟然无法合上嘴巴。她怎么会出现在这里?揉了揉眼睛再看,果然还是那张她认识的面孔。最终,她把姜孝琳推到一边,占据了电脑前的位置。
金旼炡은 소리 내어 기사를 읽었다. 한편 刘知珉 검사는 서울대 법학과 출신으로 졸업 전에 사법고시를 수석으로 합격하였으며 연수원에서도 우수한 성적으로…유 후보자가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고 장관으로 임명됐을 시 자녀인 刘知珉 검사의 향후 행보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刘知珉 검사. 金旼炡이 왼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오른손으로는 화면을 가리켰다. 저만치로 밀려나 있던 강효림은 의자를 끌고 다가와 모니터를 살펴봤다.
金旼炡大声读着新闻报道。另一方面,刘知珉检察官毕业于首尔大学法学系,在毕业前以第一名的成绩通过了司法考试,在研修院的成绩也十分优秀……如果刘候选人顺利通过听证会并被任命为部长,人们将密切关注其子女刘知珉检察官今后的动向。刘知珉检察官。金旼炡用左手捂住嘴巴,右手指向屏幕。一直坐在远处的姜孝琳拉着椅子走近,查看起显示器。
"댓글 또 지랄 났어? 아니 뭐 지가 잘나서 졸업 전에 사시 패스하고 연수원 성적으로 발령 나서 중앙지검 간 걸 어쩌라고."
"评论区又炸锅了?哼,有什么了不起,不就是在毕业前通过了司考,凭借司法研修院成绩被分配到中央地检吗。"
金旼炡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국민은행. 하지만 손바닥에 가로막혀 웅얼거리는 소리만 새어나올 뿐이다. 그것 좀 내려봐. 강효림이 손을 휘적였다. 그러자 金旼炡은 오른손을 내리고 다시 말한다. 국민은행이 刘知珉이라니. 강효림은 한숨을 삼키고 金旼炡의 왼손을 아래로 내렸다.
金旼炡低声嘟囔着。国民银行。但被手掌阻挡,只能听到含糊的声音。把手放下来。姜孝琳挥了挥手。于是金旼炡放下右手,又说道。国民银行居然是刘知珉。姜孝琳咽下一声叹息,把金旼炡的左手也放了下来。
"얘가 刘知珉이야?" "这个就是刘知珉吗?"
"거기에 적혀 있잖아요."
"就写在那上面啊。"
강효림은 친절하게 화면 크기를 300%까지 확대했다. 모니터 가득 글씨가 들어찼다. 刘知珉 검사(사법연수원 47기) 金旼炡이 스크롤을 움직여 사진을 고정시켰다.
姜孝琳很贴心地将画面放大到 300%。显示屏里充满了文字。检察官刘知珉(司法研修院 47 期)金旼炡滚动鼠标,将照片固定住。
"나 얘 아는데?" 我认识她?
"그러시겠죠, 金旼炡씨 사건 담당했던 검사인데."
是的,她是负责金旼炡案件的检察官。
"그걸 왜 이제 말해?!" 重试 错误原因
영문도 모르고 혼난 강효림이 모니터 속 사진과 金旼炡을 번갈아 쳐다봤다. 도대체 누가 문제일까. 刘知珉이 장관 후보자 딸이라는 걸 말하지 않은 강효림? 세상 사람들 다 아는 걸 혼자만 모르다가 이제 와서 뒷북치는 金旼炡? 아무리 고민해도 전자는 분명 아닌데 말이다. 강효림은 다리를 끌어안고 코를 훌쩍였다.
不明就里挨骂的姜孝琳轮流瞥向屏幕里的照片和金旼炡。究竟是谁的问题呢?是没有告知刘知珉是部长候选人女儿的姜孝琳?还是全世界都知道只有自己不知道,现在才后知后觉的金旼炡?无论怎么想,前者显然都不是问题所在。姜孝琳抱着腿抽了抽鼻子。
"내가 누군지 몰랐나? 어떻게 그러지?"
"你不知道我是谁吗?怎么能这样?"
"刘知珉을 어떻게 모르지. 쟤 임용 됐을 때도 신문에 대문짝하게 실렸는데."
"刘知珉你怎么会不知道。当时她通过公务员考试的时候也上了头条新闻。"
"아냐, 그날도 그렇게 물어봤는데 분명히 金旼炡씨라고 했잖아."
"不是,那天我也是这么问的,她明明说是金旼炡。"
"궁금하면 물어봤든가. 심지어 내가 저번에도 刘知珉네 가족 프로필 설명해줬잖아."
"好奇的话就应该问啊。而且上次我还给你解释过刘知珉家的家庭情况。"
金旼炡은 책상 위에 있던 볼펜을 집어 강효림의 입에 물렸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머릿속에 쓸데없는 부연 설명이 들어차니 금방이라도 펑하고 터질 것만 같았다.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金旼炡拿起桌上的圆珠笔塞进了姜孝琳的嘴里。本就混乱的大脑现在又被无用的补充说明填满,感觉随时都可能砰地一声爆炸。是时候需要整理一下了。
1. 刘知珉은 金旼炡의 사건을 맡았던 검사다
1. 刘知珉是负责金旼炡案件的检察官
2. 刘知珉은 金旼炡이 배우라는 걸 알고 있었다
2. 刘知珉知道金旼炡是演员
3. 刘知珉은 사진 찍어달라며 핸드폰부터 마구잡이로 들이미는 인파 속에서 金旼炡을 구해줬다.
刘知珉在举着手机乱拍、疯狂要求拍照的人群中,拯救了金旼炡。
어째서 刘知珉은 본인이 검사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을까? 공무원들은 그런 파티에 참석하면 안 되나? 하지만 얼굴을 버젓이 드러내고 다녔는데? 그것도 아니라면…
为什么刘知珉没有透露自己是检察官这个事实?公务员不能参加这样的派对吗?但她光明正大地露面啊?如果不是这样的话...
"나랑 그렇게 밥 먹기 싫다고?"
你这么不愿意和我一起吃饭吗?
나름의 결론을 내린 金旼炡은 화면 속 사진을 뚫어져라 노려봤다. 아니 뭐 본인만 그렇게 잘났어? 나 金旼炡이야 왜 이래. 당장 미팅 한 번 하자는 감독이랑 작가가 줄을 섰고, 팬미팅 열면 매진까지 1분도 안 걸리는데. 설마 일부러 퇴짜 놓는 건가? 나한테 이런 여자 너가 처음이야를 느끼게 해서 기억에 남게 하려는 그런 뻔한 수작에 누가 넘어갈 줄.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金旼炡做出自己的判断后,死死盯着屏幕中的照片。什么嘛,她以为自己有多了不起?我金旼炡怎么这样。明明现在就有导演和编剧排着队要见我,粉丝见面会门票不到一分钟就能售罄。难道是故意拒绝的吗?想让我体会到"对我来说你是第一个这样的女人"这种感觉,好让我记住她?谁会上这种老套的当啊。突然间,她想起了什么。
"언니 刘知珉 번호 알고 있지 않아?"
"姐姐,你知道刘知珉的号码吗?"
볼펜을 물고 있던 강효림은 얼떨떨한 낯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金旼炡이 강효림의 앞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 강효림은 볼펜을 문 채로 본인의 오른손을 그 위에 올려둔다. 한심스러운 눈빛이 저를 훑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강효림은 책상을 손짓한다. 金旼炡은 뒤집혀 있는 아이폰을 가지고 와서 강효림의 얼굴에 맞춰서 잠금을 풀었다. 익숙하게 연락처에 들어가 검색을 했다. 유지. 사법연수원 47기 검사 刘知珉. 관계의 거리감을 보여주는 저장명이었다. 일단 전화기 모양 아이콘을 눌렀다. 연결음이 들려오다 금방 끊겼다. 지금은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이어서 문자가 날아왔다. 지금은 회의 중입니다. 金旼炡은 문자를 곱씹다 모니터 옆에 있던 메모지를 빼들었다.
叼着圆珠笔的姜孝琳一脸懵懂地点点头。金旼炡在姜孝琳面前伸出手。于是姜孝琳嘴里咬着圆珠笔,把右手放在她手上。在察觉到对方用鄙夷的眼神打量自己后,姜孝琳才指了指桌子。金旼炡拿起倒扣着的 iPhone,对着姜孝琳的脸解锁。她熟练地进入通讯录进行搜索。"유지"。法律研修院第 47 期检察官刘知珉。这个备注名显示出关系的疏离感。她先按下了电话图标。接通音响了一下就断了。"客户暂时无法接听电话"。紧接着收到一条短信。"现在正在开会"。金旼炡琢磨着这条短信,抽出了显示器旁边的便利贴。
"걔 원래 일할 때 연락 잘 안 받아."
"她工作的时候一向不怎么接电话。"
"일만 하고 살지는 않을 거 아냐."
"毕竟生活不是只有工作。"
강효림의 손에 있던 볼펜을 가지고 와서 메모지에 무언가를 빠르게 써내려갔다. 메모지는 고이 접어 바지 주머니 안에 넣어둔다.
拿着姜孝琳手中的圆珠笔,在便签上快速写下什么。将便签轻轻叠好放进裤子口袋里。
"모르는 번호로 전화와도 마찬가지일 텐데."
"即使是陌生号码来电,结果也会一样。"
"金旼炡이라고 말하면 되겠지." "说是金旼炡就行了。"
"글쎄요, 워낙 맺고 끊는 게 확실한 분이셔서."
"嗯,因为她是个做事非常果断干脆的人。"
"나 얘한테 번호 땄어." "我拿到她的号码了。"
"걔가 줬다고? 번호를? 너한테? 왜? 설마 협박했어?"
"她给你的?电话号码?给你?为什么?该不会是你威胁她了吧?"
생각을 해도 꼭 저런 식으로 밖에 못 하는 걸까. 이 언니한테 내 이미지는 도대체. 金旼炡은 책상과 그 근처를 두리번거리며 던질 만한 것을 찾았다.
即使思考也只能用那种方式吗。在这个姐姐眼里我的形象到底如何。金旼炡环顾着书桌和周围,寻找着可以扔的东西。
"무슨 국회의원 결혼기념일 파티에서 만났다가 일이 생겨서 이렇게 저렇게 됐어."
"在国会议员举办的结婚纪念日派对上碰到了,然后就这样那样发生了一些事。"
전후 사정이 심하게 생략이 됐네. 강효림이 의자를 끌고 바짝 다가왔다. 팔짱을 낀 채로 빤히 저를 올려다보는 시선에 결국 金旼炡도 입을 열게 됐다. 성미가 풀릴 때까지 졸졸 따라다닐 강효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前后过程被严重省略了。姜孝琳拉过一把椅子,挨得很近。看到她交叉着双臂,直勾勾地仰望着自己的眼神,金旼炡最终还是开了口。因为她比任何人都了解姜孝琳,知道她在不满意前会一直缠着自己。
"오빠가 촬영 때문에 못 왔어."
"欧巴因为拍摄没能来。"
"그건 들어서 알고 있고."
"这个我已经知道了。"
등받이에 편히 기대며 다리를 꼰다. 그나저나 지금 업무 시간 아닌가. 은근히 월급을 꽁으로 받아가네. 金旼炡은 본인과 마찬가지로 한량처럼 젤리를 씹어먹는 강효림을 지켜보다 책상에 걸터앉았다. 기억을 더듬어 그 날의 상황을 전해주니 듣고 있던 강효림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해갔다. 나중에는 이런 말도 하는 것이었다. 네가 본 사람이 정말 刘知珉 맞아? 술 마셔서 착각하는 거 아냐? 金旼炡은 순간 발끈하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지만 본인이 생각해도 마땅히 증거로 내놓을 만한 것은 없었다. 하다 못해 그때 받았던 번호도…金旼炡이 책상을 벗어나 소파로 걸어갔다.
她舒服地靠在椅背上,翘起二郎腿。话说回来,现在不是工作时间吗?这样偷偷拿工资真不错。金旼炡看着像个闲人一样嚼着果冻的康孝琳,坐到了桌子上。回忆着那天的情况告诉她后,正在听着的康孝琳的表情不断变化。最后她甚至说出了这样的话:你确定你看到的人真的是刘知珉吗?会不会是你喝醉了看错了?金旼炡一时火起,猛地从座位上站了起来,但连她自己也想不出有什么可以作为证据的东西。就连当时收到的号码也……金旼炡离开书桌走向沙发。
널브러져 있던 핸드폰을 손에 쥐고 통화목록을 훑었다. 비슷비슷한 이름 속에서 눈에 띄게 요상한 숫자를 발견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金旼炡은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챙겨온 볼펜으로 숫자를 받아적었다. 이후에는 은행 어플로 들어가서 송금화면으로 눌렀다. 메모지에 적힌 숫자를 핸드폰으로 옮겼다. 송금 확인. 刘知珉님께 1,000,000원을 송금할까요?
拿起散落在一旁的手机,浏览着通话记录。在相似的名字中,要找到那个显眼的异常号码并不太难。金旼炡从口袋里掏出便签和带来的圆珠笔,记下了那串数字。然后打开银行应用,点进转账界面。将便签上的号码输入手机。确认转账。是否向刘知珉转账 1,000,000 韩元?
"진짜 재미있는 검사님이네…" "真是个有趣的检察官啊..."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대충 아무거나 눌렀겠거니 싶었는데, 와중에 거짓말은 안 했다. 그러면 향수도 딥디크가 맞았나. 金旼炡은 우두커니 서서 화면 속 이름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没有什么特别期待。本以为她大概随便点了什么,不过倒没有说谎。那么香水也真的是 Diptyque 吗。金旼炡站在那里,手指缓缓滑过屏幕上的名字。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쓰러지듯 소파에 몸을 내린 金旼炡이 빈자리에 핸드폰을 엎어뒀다. 점심은 뭐 먹을래 배우님. 저만치에서 들려오는 강효림의 목소리는 한 귀로 대충 흘려듣고 손안의 메모지만 하염없이 쳐다봤다. 나는 刘知珉을 몰랐다고 쳐도, 刘知珉은 나를 알면서도. 아주 완곡히 거절을 한 거네. 金旼炡은 피식 웃고 주먹을 쥐었다. 빳빳한 종이가 구겨지는 느낌이 제법 생생하게 여린 살갗을 맴돌았다. 호의를 착각할 정도로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 어쩌면 刘知珉은 제가 아니었더라도 그 정도 친절은 누구에게나 베풀었을 것이다. 되게 오랜만에 까여봐서 그런가. 기분이 썩 별로였다. 동그랗게 구겨진 종이를 내던지고 옆으로 털썩 몸을 뉘였다. 사인 괜히 해줬어. 그거 받고 싶으면 같이 밥 먹자고…잊으려 해도 자꾸만 생각은 그쪽으로 튄다. 인정을 해야 끝이 나려나 싶었다. 솔직히 刘知珉이 웃으며 제게 다가왔을 때,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었다는 것을.
实在是捉摸不透的一个人。金旼炡瘫倒在沙发上,将手机倒扣在空位上。"演员大人想吃什么午饭?"远处传来姜孝琳的声音,她只是敷衍地听着,目光停留在手中的便签纸上。就算我不认识刘知珉,但刘知珉却是认识我的情况下。真是婉转地拒绝了啊。金旼炡冷笑着握紧了拳头。挺括的纸张被揉皱的触感清晰地萦绕在柔软的皮肤上。她还不至于迟钝到会误解别人的好意。或许即便不是对她,刘知珉对任何人都会表现出这种程度的友善吧。可能是很久没被人拒绝了吧。心情特别不爽。她把揉成团的纸扔开,侧身重重地躺下。"白白给她签名了。如果想要签名就该答应一起吃饭的..."想要忘记却总是不自觉地想到那边。也许只有承认才能结束吧。老实说,当刘知珉微笑着向她走来时,她的心跳确实比平时跳得更快这件事。
"사진만 찍고 끝나는 거 아니었어?"
"不是说只拍照就结束了吗?"
"몰라 오 대표가 갑자기 잡았나봐. 나도 방금 연락받았어."
"不知道,估计是吴代表突然抓到她们了。我也是刚刚才收到消息。"
꽃다발을 조수석에 넣어둔 매니저가 곤란함을 애써 감추며 머리를 헝클였다. 金旼炡은 화장솜을 꺼내려다 멈칫하고 매니저에게 물었다. 설마 오 대표도 와요? 매니저는 뻔하지 않냐는 얼굴로 金旼炡을 바라봤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밥은 좀 편하게 먹고 싶은데. 짧게 한숨을 내쉬었더니 네비게이션을 검색하던 매니저가 힐끔거리며 제 눈치를 살폈다. 金旼炡은 애써 웃으며 높은 분들이면 오 대표가 비싼 거 사주지 않겠냐 능청을 떨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벌써부터 속이 더부룩했다.
把花束放在副驾驶座位上的经纪人努力掩饰着困扰,揉乱了头发。金旼炡正要拿出化妆棉时顿了顿,问经纪人道:该不会吴代表也要来吧?经纪人用'这不是显而易见吗'的表情看着金旼炡。本以为可能如此,果然如此。明明只是想安静地吃顿饭。轻叹了口气,正在搜索导航的经纪人偷偷打量着她的脸色。金旼炡强作笑颜,油嘴滑舌地说既然是领导来了,吴代表肯定会请吃好的吧。虽然嘴上这么说,但心里已经开始觉得不舒服了。
도착한 식당은 입구부터 돈을 쏟아 부은 티가 났다. 회식할 때나 좀 이런 곳 잡지. 앞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오 대표는 金旼炡을 발견하자마자 빨리 오라며 손짓을 했다. 속물 근성은 어디 안 갔다. 金旼炡은 대놓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도대체 누구한테 얼마나 잘 보이고 싶은 걸까. 종업원을 따라 걷다 보면 고풍스러운 장짓문이 나타났다.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 오 대표는 金旼炡에게 낮게 속삭였다. 점심 한 끼 같이 하는 거니까 너무 부담가지지는 말고. 원래 행사 끝나면 다들 이렇게 해. 입에 발린 거짓말임은 金旼炡도 익히 알고 있었다. 만약 저녁에 불렀다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거였다. 해가 중천이니 술은 안 마시겠지.
从入口就能看出这家餐厅很下了血本。这种地方一般都是用来搞部门聚餐的。在门口等候的吴代表一看到金旼炡就挥手示意她快点过来。这种势利眼的本性还是没变。金旼炡一边明显地摇着头一边往前走。也不知道她想在谁面前表现。跟着服务员走着走着就看到了一扇古色古香的推拉门。进门前吴代表压低声音对金旼炡说,就是一起吃个午饭,别太有负担。活动结束后大家都是这么做的。金旼炡对这种场面话再熟悉不过了。如果约的是晚饭,她连看都不会看一眼。现在是正午时分,应该不会喝酒吧。
金旼炡과 오 대표가 댓돌을 밟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쪽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거나하게 차려진 식탁 아래의 방석을 속으로 세어봤다. 여섯 개. 오 대표는 어슬렁거리며 식탁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旼炡이는 이쯤에 있으면 되겠다. 장관님은 여기 가운데에, 그리고 비서실장님이랑 기조 실장님이 여기. 검사님은 이쯤에 앉으시려나. 오 대표는 부산스럽게 이것저것을 시뮬레이션 해 보다가 방석까지 손수 터는 것이었다. 뭐든지 과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었다. 金旼炡이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했다.
金旼炡和吴代表踩着门槛走进房间。看来对方还没到。她默数了一下铺在饭桌下的坐垫。六个。吴代表在饭桌周围晃悠着,指着一个位置说道:"旼炡你就坐在这里吧。部长大人坐在这中间,秘书长和政策室长坐这里。检察官大概会坐在这个位置。"吴代表忙着模拟各种情况,甚至亲自拍打起坐垫来。事事过犹不及。金旼炡看了看挂在墙上的钟。
길어질 것 같으면 스케줄 핑계 대고 일찍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오 대표가 정해준 자리에 몸을 내렸다. 오 대표는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장짓문을 쳐다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창호지 너머로 그림자가 비쳤다. 오 대표는 부리나케 일어나 옷마무새를 가다듬었다. 부드럽게 문이 밀려났다. 행사장에서 마주했던 얼굴이 가장 먼저 보였다. 법무부 장관이었다. 그 뒤로는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아까 오 대표가 뭐라고 했더라. 기조실장이랑 비서실장, 그리고 검사님.
我坐在吴代表安排的座位上,心想如果场面拖得太久,就找个日程安排的借口早点离开好了。吴代表坐立不安,一直转头看向纸门。不一会儿,纸门外映出了人影。吴代表连忙站起来整理衣着。纸门轻轻滑开,首先映入眼帘的是在活动现场见过的那张脸——法务部长官。她身后跟着一排穿着整洁的人鱼贯而入。刚才吴代表说过什么来着,基调室长、秘书室长,还有检察官。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旼炡씨 소속사 대표 오석민입니다."
"很荣幸见到您。我是旼炡所属公司的代表吴石敏。"
오 대표와 악수를 마친 이들은 미리 정해놓은 것처럼 자리를 찾아갔다. 金旼炡은 그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눈으로 좇았다. 익숙해 보였다. 오 대표에게 명함을 건네는 것도, 태연히 제게 악수를 청하는 것도. 손이 맞닿으면 들릴 듯 말듯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她们与吴代表握完手后,仿佛事先约好似的各自找到了自己的位置。金旼炡目光追随着她们这自然的举动。看起来十分熟练。无论是向吴代表递名片,还是从容地向自己请求握手。当手掌相触时,用细微得几乎听不见的声音低语。
"딥디크네요." "味道挺浓郁的。"
진짜 뭐하는 사람이지.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맞은편에 자리한 장관이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제 옆에 앉은 이들을 소개했다. 여기는 그 전에도 만나서 익히 아실 거고. 오 대표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그들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멘트가 짧은 걸 보면 초면은 아닌 듯 하다. 남은 건 한 사람이었다.
这人到底在干什么。我无法掩饰自己的困惑。坐在对面的部长用湿毛巾擦着手,介绍起坐在她身边的人们。这些人你之前应该都见过,很熟悉了。吴代表露出和蔼的微笑,向她们轻轻点头示意。从简短的对话来看,应该不是第一次见面。现在就只剩下一个人了。
"刘知珉 검사에요. 겸사겸사 얼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불렀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이제 얼마 안 남은 터라."
"我是刘知珉检察官。叫您来是顺便想见见您的面。如您所知,我已经时日不多了。"
"청문회는 어떻게…" "听证会怎么样..."
"무리 없이 통과될 겁니다. 워낙 명망 높은 분이니."
"一定会通过的,毕竟对方是位德高望重的人。"
오 대표가 화색을 띠며 손을 뻗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刘知珉은 역시나 자연스럽게 그의 손을 맞잡는다. 장관이 사기로 된 주전자를 들어 올리자 오 대표는 재빨리 앞으로 잔을 내밀었다. 정체 모를 투명한 액체가 빈 잔을 채웠다. 金旼炡이 그 모습을 빤히 지켜보자 옆에서 나타난 새하얀 손은 사기잔을 가까이로 슬쩍 밀어줬다. 인자한 낯의 장관은 어느덧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받아요. 이번에도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金旼炡은 눈치껏 두 손으로 잔을 들었다.
吴代表面带喜色伸出了手。请多多关照。刘知珉同样自然地握住了她的手。长官拿起瓷茶壶时,吴代表迅速将杯子递到前面。不明成分的透明液体注满了空杯。当金旼炡直直地盯着这一幕时,旁边出现的雪白的手轻轻地将瓷杯推近了些。慈祥面容的长官不知何时已经在注视着她。请用吧。这次又传来了轻柔的声音。金旼炡会意地双手捧起了杯子。
"술은 좀 하십니까?" "您会喝酒吗?"
"그냥…네." "就是…嗯。"
가득 채워 놓고 물어보면 어쩌자는 걸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오 대표가 헛기침을 하며 팔꿈치를 툭툭 건드렸다. 결국 金旼炡도 찰랑이는 액체에 입술을 댔다. 향으로 미처 가리지 못한 독한 술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애써 표정 관리를 하며 테이블로 잔을 내려뒀다. 장관은 양옆의 남자들에게 똑같이 술을 따라주며 넌지시 물었다. 유 프로는 사이다라도 시켜줘? 그들의 가벼운 웃음소리는 테이블 위를 넘실거렸다. 오 대표가 눈치를 살피다 주전자를 가져갔다.
倒满酒杯后问她该怎么办。正当她左右为难时,吴代表清了清嗓子,用手肘轻轻碰了碰她。最终,金旼炡也将嘴唇贴上了晃荡的液体。酒精的浓烈气味穿透香气直冲鼻尖。她强忍着维持表情,将酒杯放回桌上。部长一边给两旁的男人们倒酒,一边若无其事地问道:"要给刘制作人点雪碧吗?"她们轻笑的声音在桌面上荡漾。吴代表察言观色,拿走了酒壶。
"저는 이거면 됩니다." "这样就可以了。"
刘知珉은 여유롭게 받아치며 스스로 잔을 채웠다. 장관의 건배 제의에 한 곳으로 잔이 모아졌다. 金旼炡은 저 홀로 이방인이 된 기분을 느꼈다. 뭐가 그렇게 관심이 많은 건지 오 대표가 刘知珉을 바라보다 운을 띄웠다.
刘知珉悠闲地回应着,给自己倒满了酒。全体人员响应部长的敬酒提议,酒杯碰到了一起。金旼炡感觉自己成了孤独的异乡人。吴代表不知为何对刘知珉如此感兴趣,一边看着她一边开了口。
"검사님은 술을 전혀 안 하시는…"
"检察官从来都不喝酒……"
"꾼이에요 저래 봬도." "她其实是个酒鬼呢,虽然看起来不像。"
대답은 장관이 대신했다. 刘知珉은 그저 말없이 웃으며 젓가락을 고쳐 잡았다. 근무 시간에는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안 마실 거지? 평검 때는 그래도 눈치 보는 게 좋죠. 다들 익숙하게 한 마디를 얹었다. 오늘 처음 만난 오 대표 마저 동참하여.
部长代替她做了回答。刘知珉只是沉默地微笑着重新握好筷子。工作时间即使总统爷爷来了也不会喝吧?评级考核期间还是要看眼色啊。大家都熟练地插了一句嘴。就连今天才第一次见面的吴代表也加入其中。
"그러면 다음에는 해가 지고 나서 모셔야겠네요."
"那下次就等到天黑以后再请您过来吧。"
기대하겠다는 장관의 말에 다 같이 웃으며 잔을 주고받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비싼 밥이라도 먹고 가려 했는데 이 상황에서 위장에 무언가를 밀어 넣어다가는 단단히 체하고 말 거다. 인당 수십 만원을 호가할 음식을 앞에 두고 金旼炡은 물로 배를 채웠다. 벌써 볼이 붉게 달아오른 오 대표가 오늘따라 더 얄미워 보였다.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나 고민하다 슬쩍 옆을 바라봤다.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던 때와 다르게 刘知珉은 본인 윗사람들이 떠들거나 말거나 묵묵하게 음식을 비워낸다. 배고팠나. 金旼炡이 제 앞에 있던 접시를 刘知珉 쪽으로 밀어줬다. 그제야 눈이 마주쳤다.
在部长表示期待的话语中,大家相视一笑,互相举杯。欢乐的气氛持续着。本想着好歹吃顿像样的饭再走,但在这种情况下往胃里塞东西的话一定会闹肠胃。面对着每人数十万韩元的餐点,金旼炡只能用水来填饱肚子。脸颊已经泛红的吴代表今天看起来格外讨厌。在思考着该如何脱身时,她悄悄瞥向一旁。不同于之前随意应和的样子,刘知珉对上司们的喧闹置若罔闻,只是默默地清空着眼前的食物。是饿了吗?金旼炡把自己面前的盘子推向刘知珉。这时,两人的视线才终于相遇。
다른 거 시켜줘요? 金旼炡이 작게 코웃음을 치고 사기잔을 집어 들었다. 누굴 편식하는 애로 아나. 괜한 반발심에 안에 든 것을 단번에 털어 넣었다. 술 냄새가 떠올라 일단 인상부터 찌푸렸는데, 좀처럼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刘知珉이 피식 웃었다. 金旼炡은 잔이 바뀌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가까이 오라는 듯 손을 까딱인다.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刘知珉에게 몸을 기울였다. 낮게 깔린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연기 좀 해요? 金旼炡의 미간이 와락 찌푸려졌다. 그걸로 밥 벌어먹고 사람한테 무슨 질문이. 하지만 刘知珉은 대답 따위 필요 없었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金旼炡씨 지금 취한 거요. 아무리 주량이 별로라고 해도 그건 아니었다. 술은 기껏해야 반 잔 마셨다. 刘知珉이 주변을 살펴보다 유리잔에 가득 술을 따랐다. 그리고는 그것을 그대로 테이블 아래로 가져가서…
还要点别的吗?金旼炡轻哼一声,拿起了酒杯。以为我是个挑食的人吗。出于无谓的反抗心理,她一口气喝光了杯中的酒。酒气上涌,她皱起了眉头,却意外地没怎么尝到酒味。刘知珉轻笑了一声。金旼炡这才后知后觉地意识到杯子被换过了。这时刘知珉朝她勾了勾手指,示意她靠近。尽管带着狐疑的表情,金旼炡还是朝刘知珉倾过身去。低沉的声音钻入耳畔:会演戏吗?金旼炡的眉头猛地皱起。对一个靠演戏吃饭的人问这种问题算什么。但刘知珉仿佛根本不需要回答似的,又补充道:金旼炡xi,你现在是醉了。就算酒量再差,那也不至于。她顶多只喝了半杯酒。刘知珉环顾四周,往玻璃杯里倒满了酒。然后把酒杯拿到桌子底下…
"어?" "咦?"
입 밖으로 얼빠진 소리가 새어나갔다.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刘知珉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바지를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랑 나가서 바람 좀 쐐요. 저를 올려다 보는 金旼炡에게 그렇게 말하며. 맞은편 누군가는 배우님이 우리 몰래 많이 마신 것 같다며 껄껄 웃었고, 오 대표는 어쩔줄 몰라하며 마른침만 삼켰다. 고민은 찰나였다. 졸지에 취객이 되어버리기는 했지만 이 상황을 벗어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金旼炡이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제 어깨를 감싸는 손길은 퍽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刘知珉으로부터 부축 아닌 부축을 받아 걸음을 옮기게 됐다. 은은히 풍기는 술 냄새 덕분에 정말 취하는 것만 같았다.
一声惊呼从嘴边漏了出来。所有人的目光都聚焦在一处。刘知珉面无表情地拍了拍裤子,从座位上站了起来。"跟我出去透透气吧。"她这样对抬头看着她的金旼炡说道。对面有人哈哈大笑着说演员大人好像偷偷喝了不少,吴代表则不知所措地咽了咽口水。犹豫只是一瞬间的事。虽然突然变成了醉鬼,但当务之急是要脱离这个场合。金旼炡小心翼翼地站起身来。搭在她肩上的手显得很自然。就这样,在刘知珉若有若无的搀扶下迈开了脚步。因为那若隐若现的酒气,她感觉自己真的要醉了。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방을 나오자마자 刘知珉은 손을 떼고 혼자 복도를 걸어갔다. 金旼炡이 멀뚱히 서서 기다리거나 말거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것이다. 뭐 하자는 거지 지금. 제 볼을 꼬집어 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통각은 선연했으며, 눈 앞에는 길게 뻗은 복도만 보였다. 한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도와주는 건 좋은데, 고마운 건 맞는데. 더 이상 생각해봤자 머리만 아팠다. 金旼炡은 刘知珉이 사라진 반대 방향으로 느릿하게 걸어갔다. 계산대를 지나쳐 가게를 빠져나가기 직전이었다.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但就到此为止了。一出房间,刘知珉就松开了手,独自走在走廊上。不管金旼炡是傻站在那里等着还是怎样,她都不回头看一眼,只顾着走自己的路。这是要干什么啊现在。就算掐自己的脸颊也改变不了什么。疼痛很清晰,眼前只有一条长长的走廊。不禁叹了口气。帮忙是好事,也确实该感谢。再想下去也只会头疼。金旼炡朝着刘知珉消失的反方向慢慢走去。正当她经过收银台准备离开店铺时,背后传来了熟悉的声音。
"오늘도 매니저님 불렀어요?" "今天也被经纪人叫过去了吗?"
근처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으니 전화만 하면 금방 올 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어라 설명할 수는 없는 오기가 생긴다. 金旼炡이 작게 헛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어느덧 가까이 다가온 刘知珉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종업원에게 건넸다. 결제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대충 사인을 휘갈기고 영수증은 주머니에 넣어둔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刘知珉이 가볍게 목례하고 金旼炡을 스치듯 지나갔다. 정확히는, 지나가려고 했었다. 金旼炡은 그 앞을 가로막으며 대꾸했다. 말마따나 배우였다. 연기는 이쪽이 더 감쪽같다는 말이다.
她说会在附近等着,只要打个电话就能马上来。但不知为何,心里升起一股难以言说的倔强。金旼炡轻轻假笑着转过头去。不知不觉间走近的刘知珉从钱包里取出卡递给服务员。付款很快完成了。随意签了名,把收据塞进口袋。"请慢走。"刘知珉微微点头,擦肩而过。准确地说,是想要擦肩而过。金旼炡挡在她面前回应道。正如她所说的,她是演员。但在演戏这方面,自己才更加高明。
"안 불렀는데요." "我没叫人啊。"
"…네?" ……什么?
"데려다주는 거 아니었어요?" 你不是说要送我回去吗?
저를 빤히 쳐다보는 눈빛은 낯설지 않았다. 지하 주차장에서도 저렇게, 탐탁치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金旼炡이 쐐기를 박듯 말을 덧붙였다.
她那样直直盯着我的眼神并不陌生。在地下停车场的时候,她也是带着这样不悦的表情。金旼炡补充道,像是在下最后通牒。
"검사님도 저 덕분에 빠져나온 거잖아요."
"检察官也是因为我才得以脱身的不是吗。"
"그래서요." "所以说。"
"취한 사람 두고 혼자서 그렇게 가면 마음이 편한가."
"把一个醉鬼独自丢在那里,你这样离开真的良心安吗?"
입술을 몇 번 달싹이다 눈썹을 긁적인다. 핸드폰을 확인한 다음에는 본심을 꺼내두는 것이다.
嘴唇轻抖了几次,然后挠了挠眉毛。确认了一下手机后,就要说出心里话。
"저 들어가서 일해야 하는데." "我得进去工作了。"
"누가 뭐 우리끼리 2차라도 가자고 할 줄 알았어요?"
"谁能想到会有人提议我们再续摊啊?"
"네, 그럴 줄 알았어요." "是的,我就知道会这样。"
"저기요 검사님." 那个,检察官。
"나갑시다, 여기서 이렇게 시간 낭비하지 말고."
我们走吧,别在这里浪费时间了。
그러더니 어깨를 살짝 밀어내고 먼저 출입문을 빠져나갔다. 金旼炡이 刘知珉의 뒤통수를 노려보다 발걸음을 뗐다. 늦으면 정말 두고 갈 것 같아서 재빠르게 뒤를 쫓아갔다. 刘知珉은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 앞에 서 있었다. 설마 문을 열어주는 건가 싶었는데 역시나였다. 그녀는 조수석의 짐을 꺼내 뒷좌석에 넣어두고 차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만큼 술 잔뜩 마시고 취해서 꼬장 부린 다음에 필름 끊기고 싶었던 적이 또 있을까. 金旼炡은 어디 가서 소주라도 한 병 사올까 고민하다 조심스럽게 조수석에 올랐다.
说完她轻轻推开肩膀,率先走出了门。金旼炡盯着刘知珉的后脑勺,迈开了步子。担心真的会被她丢下,她赶紧跟了上去。刘知珉站在副驾驶座前,而不是驾驶座。她以为她可能会为自己开门,果然如此。她把副驾驶座上的东西拿到后座,然后坐进了车里。不知道还有什么时候像今天这样特别想喝个烂醉,任性一把,然后断片。金旼炡一边考虑着要不要去买瓶烧酒,一边小心翼翼地坐上了副驾驶座。
"주소 불러요." "把地址告诉我。"
"아직 문도 안 닫았거든요?"
"门还没关上呢?"
金旼炡이 刘知珉을 흘겨보고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벨트도 일부러 느릿느릿 채웠다.
金旼炡淡淡地瞥了刘知珉一眼,抓住把手拽了一下。安全带也故意慢吞吞地系上。
"마찬가지로 저 아니었으면 이렇게 일찍 못 나왔잖아요."
"同样的,如果不是我的话,你也不可能这么早出来啊。"
"고맙다는 인사가 그렇게 듣고 싶어요?"
"这么想听我说谢谢吗?"
"그건 됐고." "算了吧。"
刘知珉이 디스플레이를 툭툭 누른 뒤에 화면을 향해 고개를 까딱였다. 주소를 검색하라는 것 같았다. 말은 왜 하다가 말아. 金旼炡은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화면을 꾹꾹 눌렀다. 내비게이션 안내음과 함께 차체는 부드럽게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은은하게 맡아지는 디퓨저 향은 주인을 꼭 닮아 있었다. 金旼炡은 며칠 전 인터넷 뉴스에서 봤던 단정한 증명사진을 떠올리다 슬쩍 운전석을 곁눈질 했다. 대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사법시험을 수석으로 합격했으면 공부 되게 잘했겠지. 그런 자리가 처음은 아닌 것 같아 보이던데. 내가 밥 산다고 할 때는 그렇게 거절을…불현듯 떠오른 장면에 金旼炡이 대뜸 刘知珉의 팔뚝을 붙잡았다. 오 그렇게 안 보였는데 은근 탄탄,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刘知珉点击了几下显示屏,然后朝屏幕点了点头。看来是让她搜索地址。说话怎么说一半就停了。金旼炡低声嘀咕着按下屏幕。伴随着导航的提示音,车子平稳地驶出停车场。淡淡的香薰味道跟主人很相配。金旼炡想起几天前在网络新闻上看到的那张整洁的证件照,偷瞄了一眼驾驶座。在大学毕业前就以第一名通过司法考试,学习肯定很厉害吧。看起来好像也不是第一次坐这种位置了。当我说要请客吃饭的时候却那么坚决地拒绝...突然想到这一幕,金旼炡一把抓住了刘知珉的手臂。哦,看起来不像,但意外地结实啊,不对,现在这个不是重点。
"뭐요 여기서 내려줘?" "什么?在这里让我下车?"
"왜 검사님이 계산했어요? 오 대표가 사는 거 아냐?"
"为什么检察官您要付账呢?不是应该吴代表付钱吗?"
刘知珉은 귀찮다는 듯 오른팔을 털고 암레스트에 올려뒀다. 한 손으로 운전을 이어가는 모습이 퍽 능숙해 보였다.
刘知珉不耐烦地甩了甩右臂,搭在扶手上。单手开车的姿态看起来相当熟练。
"얻어 먹는 건 별로 안 좋아해서요."
"我不太喜欢靠别人施舍来吃饭。"
"그래도 꽤 많이 나왔을 텐데…"
即便如此还是出了不少钱吧...
"번호 알잖아요. 신경 쓰이면 거기로 넣어주든지."
你知道号码的。要是担心的话就打过去吧。
농담도 진담같이, 진담도 농담처럼 하는 경향이 있다.
开玩笑时说得像真的,说真话时却像在开玩笑。
"검사님." "检察官大人。"
"왜요." "怎么了。"
"혹시 나이는 어떻게 되세요." "请问您多大年纪?"
"너보다는 많아요." "比你大。"
이건 또 무슨 듣도 보도 못한 존댓말 파괴 문법인가. 金旼炡은 입도 다물지 못하고 刘知珉을 쳐다봤다. 신호에 걸렸는지 차체가 서서히 속도를 낮췄다. 완전히 멈춰서면 刘知珉이 암레스트 수납함을 뒤적이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무언가를 꺼내 입 안에 넣어준다. 청산가리 아니니까 걱정마요. 덧붙이는 말은 다소 살벌했지만 혀 위로는 적당한 단맛이 맴돌았다.
这究竟又是什么闻所未闻的敬语破坏语法。金旼炡合不拢嘴地看着刘知珉。可能是遇到红灯了,车子渐渐减速。车完全停下后,刘知珉开始翻找扶手箱。随后取出什么东西放进了嘴里。"不是氰化物所以不用担心。"这补充说明虽然有点骇人,但舌尖上却泛着适中的甜味。
"뭘 먹어야 좀 조용해지는 편이구나."
"看来得吃点什么才能安静下来呢。"
또 저렇게 웃는다. 金旼炡은 발끈하며 刘知珉의 손에 있던 통을 빼앗아 갔다. 때마침 신호도 초록불로 바뀌었다. 새하얀 손이 디스플레이를 몇 번 만지작거리면 음악은 미끄러지듯 차 안을 유영한다. 金旼炡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털어버릴 기세로 초콜릿을 집어 먹었다. 사실 아까부터 허기가 지기는 했다.
她又那样笑了。金旼炡恼火地抢过刘知珉手里的盒子。正好这时信号灯也变成了绿灯。洁白的手指轻点几下显示屏,音乐便如水般流淌在车内。金旼炡气势汹汹地吃起巧克力,似乎要一点不剩地吃光。其实从刚才开始她就觉得有些饿了。
"저기요." "那个。"
"조용해져 있잖아요. 말 걸지 마요. 그리고 저도 엄연히 이름이라는 게 있거든요."
"安静下来了不是吗。别跟我说话。而且我也是有名字的。"
刘知珉은 큼큼거리며 목을 가다듬고 핸들을 고쳐잡았다. 더이상은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라디오인지 그게 아니면 연결된 핸드폰인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만이 유유자적 그들 사이를 맴돌았다. 침묵은 어색했으나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金旼炡은 창밖만 내다봤다. 썬팅이 제법 짙었다. 한참 도로를 달리던 차체가 멈춰 섰다. 이내 시동도 꺼졌다.
刘知珉清了清嗓子,重新握住方向盘。对话没有再继续。不知是来自广播还是连接的手机里传来的音乐在她们之间悠悠荡荡。虽然沉默有些尴尬,但金旼炡也想不出什么话可说,只是望着窗外。车窗的遮阳贴膜很深。行驶了一段时间的车最终停了下来,随后引擎也熄火了。
"안 내려요?" 你不下车吗?
"도착한 거요?" 到了吗?
"싫음 말고." "爱干不干。"
집 근처라기에는 동네가 꽤나 낯설었다. 金旼炡이 앞 유리 너머를 살펴보는데, 그새를 기다리지 않고 刘知珉은 핸드폰을 챙겨 운전석을 빠져나갔다. 본인은 왜, 아니 그래서 어디 가는데? 일단은 따라갔다. 간판도 없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刘知珉을. 그녀는 어느샌가 자리를 잡고 앉아 식탁 위에 있던 수저통에서 젓가락을 꺼내 들고 있다. 이모님 여기 잔치국수 두 개 주세요. 이미 주문도 마쳤다. 金旼炡은 입구에 우두커니 서 있는데, 정수기에서 물도 뜨고 단무지와 김치도 챙겨왔다. 사 달라고 안 할테니까 빨리 와서 앉아요. 刘知珉은 벌떡 일어나 맞은편 의자를 빼주고 본인 자리로 돌아갔다.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던 金旼炡이 그제야 식탁으로 걸어갔다 설마 배고픈 게
虽说是在家附近,但这片街区对她来说相当陌生。当金旼炡还在打量着前面的玻璃窗时,刘知珉已经拿起手机钻出了驾驶座。她到底是为什么,不,是要去哪里?金旼炡只能跟了上去,跟着刘知珉走进一栋连招牌都没有的建筑里。不知什么时候她已经找好了位置坐下,从桌上的筷子筒里抽出了筷子。"老板娘,这里要两份宴会面。"她已经点好了单。金旼炡还呆呆地站在入口处,而她已经接了水,还拿来了腌萝卜和泡菜。"我不会让你请客的,快过来坐。"刘知珉一下子站起来,把对面的椅子拉开,然后回到了自己的座位上。东张西望的金旼炡这才走向餐桌,难道是饿了吗?
"네, 엄청 티 났어요."
"是的,看得很明显。"
진짜 독심술이라도 쓰는 걸까. 金旼炡이 스테인리스 컵을 만지작거리며 앞을 응시했다.
真是在使用读心术吗?金旼炡摆弄着不锈钢杯子,凝视着前方。
"소리도 좀 들었고." 我也听到了声音。
"거짓말 하지 말아요!" 别撒谎!
"맞아요 거짓말이에요. 배는 내가 고파."
"说得对,都是谎话。是我肚子饿了。"
얼마 지나지 않아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그릇이 식탁에 차려졌다. 刘知珉은 자켓을 벗어 대충 의자에 걸어두고 소매를 걷었다. 이어서 목 끝까지 채워뒀던 셔츠의 단추도 두 어개 풀어헤쳤다. 정말 본인이 배고파서 온 것도 같았다. 빠르게 그릇을 비워내는 刘知珉을 지켜보다 金旼炡도 뒤따라 숟가락을 들었다. 면을 먹기 전에 국물을 한 입 떠 먹었는데, 감탄이 절로 새어 나갔다. 刘知珉은 꽤나 뿌듯한 얼굴로 설명했다.
没过多久,冒着热气的碗就摆上了餐桌。刘知珉脱下外套随意搭在椅子上,卷起袖子。接着还解开了一直扣到脖子的衬衫纽扣。看起来真像是她自己饿了才来的。看着刘知珉迅速清空碗里的食物,金旼炡也跟着拿起了勺子。在吃面之前先喝了一口汤,不禁发出赞叹。刘知珉一脸得意地解释道。
"맛있죠. 반 정도 먹은 다음에는 이 양념장 넣어봐요."
"很好吃吧。吃了一半之后,试试加点这个调味酱。"
시장이 반찬이어서는 아니었다. 근래에 제가 먹었던 음식 중에 손이 꼽힐 정도로 국물이 담백하면서 깊었다. 방금 전의 刘知珉만큼이나 金旼炡 역시 그릇에 코를 박고 국수를 비워냈다. 그러다 刘知珉이 알려준 팁이 생각나 양념장을 풀었다. 다시금 국물을 맛봤다. 이번에는 아예 그릇째 들고 마셨다. 배가 부르니 한결 기분이 풀렸다.
并不是因为街市饭菜清淡。这汤头在我最近吃过的食物中算得上是最清淡却又深厚的几道之一。金旼炡和刚才的刘知珉一样,低头埋进碗里把面条吃了个干净。这时想起刘知珉教的窍门,便加了调味酱。再次品尝汤汁,这回直接端起碗喝了起来。吃饱之后心情也好了许多。
"고시촌이 이래서 좋아요." "考试村就这一点最好。"
한 그릇을 깔끔하게 비워낸 刘知珉은 가게 안을 둘러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저쪽도 꽤나 즐거워보였다.
把一碗面吃得干干净净的刘知珉环顾着店内,哼着小曲。对面的人看起来也相当开心。
"남들한테 관심이 없거든요. 옆에 누가 있든 서로 신경 안 써. 나만 잘하면 되는 거니까 시험은."
"我不关心别人。彼此都不会在意身边有谁。考试就是只要管好自己就行。"
그러고 보면 밖에서 이렇게 편하게 밥을 먹었던 게 언제였나 싶었다. 金旼炡은 젓가락을 내려두고 티슈로 입가를 닦았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맞은편은 텅 비어 있는 것이었다. 刘知珉은 어느덧 계산대 근처에 서서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매너가 좋은 거야 나쁜 거야. 하나만 하지 좀. 의자가 뒤로 밀려났다. 金旼炡이 자리에서 일어나 刘知珉에게로 다가갔다. 결제도 끝냈는지 刘知珉은 또 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먼저 가게를 빠져나갔다. 노년의 여자에게 웃으며 눈인사를 마친 金旼炡도 그 뒤를 따랐다. 선물이에요. 刘知珉이 그렇게 말하며 대뜸 주먹을 들이밀었다. 미심쩍은 표정으로 올려다보면, 마치 저를 믿으라는 듯 다정한 눈빛을 짓고 고개를 끄덕인다. 골라봐요. 사람 홀리는 얼굴이 여기에 있었다. 나름 고심 끝에 왼쪽 손등을 콕콕 두드렸다. 刘知珉은 손을 뒤집어 주먹을 펼쳤다. 조금 구겨지기는 했지만 꽤나 그럴듯한 장미꽃이 안에서 피어났다.
仔细想想,已经不记得上次在外面这样舒服地吃饭是什么时候了。金旼炡放下筷子,用纸巾擦了擦嘴角。正想说声谢谢,却发现对面已经空无一人。刘知珉不知什么时候已经站在收银台附近,直直地望着她。到底是礼貌还是无礼呢,能不能只做一种啊。椅子向后移动,金旼炡起身走向刘知珉。看来已经结完账,刘知珉说着下次再来便先行离开了店铺。金旼炡对着年长的女士微笑点头致意后,也跟着走了出去。这是礼物,刘知珉这样说着,突然伸出紧握的拳头。金旼炡带着狐疑的表情抬头看她,对方则用温柔的眼神示意让她相信自己,还点了点头。选一个吧。这张蛊惑人心的脸就在眼前。经过一番考虑后,她轻轻点了点左手的手背。刘知珉翻过手掌,摊开拳头。虽然有些皱巴巴的,但一朵相当漂亮的玫瑰花在掌心绽放。
"꽝, 다음 기회에 도전하세요."
"没中,下次再来挑战吧。"
刘知珉은 그렇게 말하며 오른손에 있던 사탕의 포장을 뜯었다. 말려 올라간 입꼬리에는 봄바람이 걸려 있었다. 더이상은 따라 웃을 수 없었다. 내가 지금 여기에서, 설레면 안 되는 거잖아. 그러나 의지와 무관히 맥박은 더욱 그 속도를 높였다. 두근거림이 번져나갔다.
刘知珉一边这样说着,一边拆开了右手上的糖果包装。微微上扬的嘴角仿佛挂着春风。我不能再跟着笑了。明明我现在在这里,是不该心动的啊。然而不受意志控制地,脉搏跳动得更快了。心跳声在身体里蔓延开来。
편의점 파라솔 아래에 나란히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고시촌이어서 그런지 동네 자체가 조용했다. 이따금씩 지나가는 사람들의 복장도 대부분 비슷비슷한 것 같았다. 金旼炡은 슬쩍 옆을 쳐다봤다. 단정한 옷차림은 누가 봐도 직장인의 것이었다. 법무부 홍보대사 발탁식 때문에 깔끔하게 차려입은 金旼炡도 물론 그와 다르지 않았다. 상상일 뿐이지만 가만히 그 위로 고시생 시절을 덧대어봤다. 한 손에 노트를 들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刘知珉. 대학교 졸업 전에 붙었다고 했으니까 이십대 초반에는 이곳에서 지냈으려나.
我们在便利店遮阳伞下并排而坐,吃着冰淇淋。或许因为这是考试村的缘故,整个街区都很安静。偶尔路过的行人们穿着打扮也都差不多。金旼炡悄悄瞥了一眼身边。那整洁的穿着一看就是上班族的打扮。为了法务部宣传大使委任仪式而精心打扮的金旼炡当然也和她没什么不同。虽然只是想象,但她试着将对方备考时期的模样重叠在现在的她身上。想象着刘知珉手持笔记本,步履沉重地行走的样子。据说她在大学毕业前就考上了,那么二十岁出头的时候应该就在这里生活过吧。
한 끼에 백 만원을 훌쩍 넘는 식사값도 일시불로 긁어버리는 검사 刘知珉의 과거가 사뭇 궁금해지기도 했다. 잔돈을 챙겨 다니는 이유까지 그와 너무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겨울에 붕어빵 사 먹으려면 천원짜리가 필요하다나 뭐라나. 게다가 뜬금없이 이어진 팥붕과 슈붕 논란에 金旼炡은 조금 넋을 잃고 말았다. 내가 편해진걸까. 당연히 말로는 못 이겼다. 물론 그럴 마음도 전혀 없었다. 어차피 결론도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자는 걸로 났는데 한 마디 얹어봤자 뭐하겠나 싶었다. 배는 부르고 바람은 선선하고 목소리는 나긋…생각이 이상한 데로 번졌다. 졸려서 그러는 것 같았다. 金旼炡이 양 손으로 제 볼을 툭툭 두드렸다.
不禁让人对一顿饭就轻易刷掉超过百万韩元的检察官刘知珉的过去感到好奇。随身携带零钱的习惯与她实在太不相符了。说是冬天买鱼饼需要一千韩元什么的。另外,突如其来的红豆鱼饼和奶油鱼饼之争让金旼炡有些恍惚。是我变得太轻松了吗?自然是说不过她的。当然也完全没有这个意思。反正最后的结论都是要尊重个人喜好,多说一句也没什么意义。肚子饱了,风也凉爽,声音温柔...思绪不知怎么就跑偏了。大概是因为困了吧。金旼炡用双手轻轻拍打自己的脸颊。
"전화 와요." "电话来了。"
"네?" 什么?
刘知珉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데로 시선을 옮겼다. 플라스틱 테이블 위에 올려뒀던 핸드폰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무음 모드로 해놓았던 것을 아직 안 풀었다는 것도 그때 깨달았다. 金旼炡은 어물쩍거리며 손을 뻗었다. 화면 위로 익숙한 이름이 떠올랐다. 자리 피해줘요? 눈치가 빠른 편인 듯하다. 金旼炡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어차피 알 사람은 다 아는 공개 연애 중인데 굳이 숨기는 것도 이상했다. 화면을 밀었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끝난 거야? 오빠가 데리러 갈까? 金旼炡은 빠르게 볼륨 버튼을 눌렀다.
顺着刘知珉的手指移动视线。这才看到放在塑料桌上的手机。那时也意识到还没有解除静音模式。金旼炡磨磨蹭蹭地伸出手。屏幕上浮现出熟悉的名字。要我回避一下吗?看来她挺会察言观色的。金旼炡犹豫了一会儿,摇了摇头。反正该知道的人都知道在公开恋爱,刻意隐瞒反而奇怪。她滑动了屏幕。传来熟悉的声音。现在结束了吗?要我去接你吗?金旼炡快速按下音量键。
"아냐, 집 거의 도착했어."
"不是,快到家了。"
어차피 가는 길이었으니까. 거짓말은 아니었다.
反正也是要走的路。这不是谎言。
"약속은 없어. 밖에서 먹자 계속 집에만 있었잖아."
"今天没什么约会。出去吃吧,我们一直都待在家里。"
"……"
"그래요 도착하면 연락해." "好的,到了之后联系我。"
"……"
"나도…" 我也是……
그저 그런 통화였는데 괜히 뻘쭘해졌다. 아니면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었다. 刘知珉은 의자에 앉은 채로 차 키를 만지작거렸다. 저만치에 주차된 자동차의 전조등 번쩍하고 빛났다. 金旼炡이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어가서 일 해야 된다고 말하던 刘知珉의 목소리가 불현듯 떠올랐다. 본의 아니게 너무 오래 붙잡아두고 말았다. 그냥 여기서 택시 부를까. 숨어 있던 염치가 뒤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검사님. 刘知珉이 고개를 들어 金旼炡을 올려다봤다.
明明只是普通的通话,却莫名变得尴尬起来。或许只是她一个人这么觉得。刘知珉坐在椅子上摆弄着车钥匙。远处停着的汽车前灯闪烁了一下。金旼炡清了清嗓子,从座位上站了起来。突然想起刘知珉说要回去工作的声音。不经意间就把人留住太久了。要不在这里叫出租车吧。藏起来的羞耻心姗姗来迟地显现出来。检察官。刘知珉抬起头看着金旼炡。
"바쁘…시죠?" "很忙……吧?"
"네. 어제도 12시 넘어서 퇴근했어요."
"是的。昨天也是过了 12 点才下班。"
할 말이 없어진다. 데려다주기 싫어서 그랬던 게 아니라 정말, 진짜로 시간이 없어서 먼저 가려고 했다는 걸 이렇게 확인받을 줄은 미처 몰랐다. 조수석에 서류도 되게 많았는데. 金旼炡은 애꿎은 아스팔트만 발로 툭툭 찼다. 한가해 보였어요? 刘知珉의 질문에는 말없이 고개만 가로저었다.
我一时语塞。我没想到会用这种方式确认,她真的是时间不够才先走,而不是不愿意送我。副驾驶座上也堆着很多文件。金旼炡只是不住地用脚踢着无辜的柏油路。看上去很悠闲吗?面对刘知珉的提问,她只是默默地摇了摇头。
"뭐지, 갑자기 적응 안 되게."
"怎么回事,突然有点不习惯。"
"미안하니까…그렇죠." "因为感到抱歉...是吧。"
"내 야근이랑 金旼炡씨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설마 범죄를 공모하는 중이라거나,"
"我加班跟金旼炡xi有什么关系。难道是在密谋犯罪吗,"
"아 진짜!" "啊真是的!"
알면서 저러는 거다. 무슨 얘기인지 뻔히 알면서 딴 소리 하는 게 분명하다. 의자에서 일어난 刘知珉은 기지개를 켜며 터벅터벅 걸어갔다. 택시 타고 갈게요. 작은 뒤통수에 대고 金旼炡이 말했다. 당연히 상대방은 멈추기는커녕 듣는 시늉도 안 했다. 검사님 바쁘잖아요 저 때문에 괜히 번거롭게 왔다갔다 하지 말고. 刘知珉이 조수석 앞에 섰다. 이윽고 문이 열린다. 문에 기댄 刘知珉은 金旼炡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처럼. 길을 가운데 두고 묘한 대치가 이어졌다. 결국 먼저 입을 연 사람은 金旼炡이다.
她明明知道却还故意装傻。明明懂我什么意思却偏要装糊涂。刘知珉从椅子上站起来,伸了个懒腰,拖着沉重的脚步走去。我会打车回去的。金旼炡对着那小小的后脑勺说道。对方别说停下了,连装作听到的样子都没有。检察官不是很忙吗,别因为我来来回回地跑了。刘知珉站在副驾驶座前。随后车门打开了。倚在车门上的刘知珉正注视着金旼炡,仿佛要一直等到她上车似的。两人隔着路面形成了微妙的对峙。最终,先开口的是金旼炡。
"식당에서는 미안했어요." "抱歉餐厅的事。"
"알면 타요 귀찮게 하지 말고."
"既然你知道了就别来烦我。"
"귀찮게 안 하려고 이러는 거잖아요."
"这不就是为了不麻烦嘛。"
"데려다 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변덕이지. 진짜 취했던 거라고?"
之前让我送你回家的时候不这样,现在怎么又变卦了?你真的醉了吗?
"저기요 검사님." 那个,检察官大人。
"왜요." "怎么了。"
"이해가 안 돼서 물어보는 건데요.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왜 기분이 나빠진 거죠? 아까까지만 해도"
我实在不明白才问的。到底是从哪个方面,怎么样,为什么会生气呢?刚才不还好好的
"몰라요." "我不知道。"
이건 金旼炡도 예상 못한 전개였다. 그걸 네가 모르면 나보고 어떡하라고. 거대한 황당함이 머리 위로 떨어졌다. 장난으로 넘기기에는 분위기가 지나치게 무거웠다. 金旼炡은 겨우 숨을 고쳐 쉬었다.
这是连金旼炡也没预料到的发展。你如果不知道的话,让我该怎么办。巨大的荒谬感从头顶砸下来。气氛太沉重了,无法当作玩笑一笑而过。金旼炡好不容易才重新调整了呼吸。
"그냥 기분이 나빠요. 그쪽이 내 차 타고 안 간다고 하니까."
"就是感觉不太舒服。因为你不愿意坐我的车。"
"아니 그건 검사님 피곤할까봐…"
"不,那是我担心检察官大人会累..."
제 딴에는 나름 미안해서 그런 건데. 고민에 빠지게 된다. 쟤가 기분 나쁜 건 나쁜 건데, 그렇다고 이게 내 잘못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金旼炡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문장을 가다듬어 입 밖으로 꺼내뒀다.
虽说是我自己的方式表达歉意,但还是陷入了苦恼。虽然她心情不好是事实,但这能说是我的错吗。金旼炡整理着混乱脑海中的语句,把它们说了出来。
"제가 지금 사과해야 돼요?" "我现在应该道歉吗?"
"아니요." "不。"
"그럼 어쩌라는 건데." "那你要我怎么办。"
"모르겠어요." "我不知道。"
"刘知珉 검사님." "刘检察官。"
"네." "是。"
"나한테 화난 게 맞아?"
"你是在生我的气吗?"
그럴 리 없다. 这不可能
"아닐 것 같네요." "我觉得不是。"
역시나. 刘知珉이 한숨을 크게 내쉬며 고개를 떨구었다. 조수석 문도 닫혔다. 저렇게 싸가지 없기도 힘들 텐데 와중에 신경은 엄청 쓰이게 한다. 재주라면 재주다. 잔치국수가 맛 없었으면 두고 갔을 거였다. 어설프게 접은 종이꽃만 아니었다면, 차에서 먹었던 초콜릿만 아니었다면, 셔츠에 배인 향수가 제 취향이 아니었다면. 그러니까, 金旼炡은 스스로를 납득 시켜야 했다. 울고 있지 않을 걸 알면서도 굳이 직접 가서 확인한 이유. 문을 열고 조수석에 刘知珉을 앉힌 이유,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는 刘知珉을 끌어 안은 이유. 아무 말 안 하고 가만히 있길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제 야근하고 늦잠 자서 안 감았는데. 그새를 못 참고 헛소리를 한다. 확실히 보통은 아니었다. 기분이 좀 풀렸나 싶어 뒤로 살짝 물러났다. 그러자 가느다란 팔이 허리를 감싼다.
果然如此。刘知珉深深叹了口气,垂下头。副驾驶的车门也关上了。这么没礼貌也真是不容易,但却让人分外在意。要说是本事的话,倒也是本事。要是面条不好吃的话她肯定会留下的。要不是那朵叠得歪歪扭扭的纸花,要不是在车里吃的巧克力,要不是衬衫上沾染的香水不是自己喜欢的味道。所以,金旼炡必须说服自己。明知道她没在哭却非要亲自去确认的原因。打开车门让刘知珉坐进副驾驶的原因,抱住用不明眼神看着自己的刘知珉的原因。因为她一声不吭地待着,就摸了摸她的头。昨天加班睡懒觉都没洗。这会儿就忍不住说胡话了。确实不太正常。以为她心情好点了,就稍微往后退了退。这时,一双纤细的手臂环住了腰。
"나한테 화가 나더라고요." "我感到很生气。"
"나는 종로였나 보네요."
好像是在钟路呢。
한강인 것도 같고. 야트막한 웃음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더이상은 위험했다. 金旼炡은 숨을 참고 허리에 둘러진 팔을 밀어냈다. 刘知珉의 입꼬리도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입이 바짝 말랐다. 金旼炡이 등 뒤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하며 애써 눈빛을 마주했다.
或许是在汉江吧。轻柔的笑声撩拨着耳畔。再这样下去就太危险了。金旼炡屏住呼吸,推开环在腰间的手臂。刘知珉的嘴角也无力地垂了下来。嘴唇变得干涩。金旼炡在背后反复握紧又松开拳头,努力与对方对视。
"뺨은 누구한테 맞았어요." "你的脸是被谁打的。"
허공에서 다리를 휘적이던 刘知珉은 바닥을 딛고 일어섰다. 올려다보고 내려다보는 시선의 낙차가 벌어졌다.
不断在空中晃动双腿的刘知珉站了起来,脚踏在地面上。仰视与俯视之间的视线差距拉大了。
"말해줘요?" "告诉我好吗?"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距离在瞬间缩短了。
"그러면 맞고 올 때 또 이렇게 안아주나."
"那你挨打回来的时候我也这样抱着你。"
농담치고는 다소 과했다. 刘知珉이 앞으로 걸어오면, 金旼炡은 그에 따라 뒤로 물러났다. 조수석 문이 열릴 만큼, 딱 그만큼 걸어가다 멈췄다. 실수는 한 번이면 돼요. 刘知珉은 金旼炡의 어깨를 잡았다 놓고 안쪽으로 등을 밀었다. 차체를 빙 돌아 운전석으로 향하는 뒷모습에서는 미련 따위를 찾아볼 수 없었다. 金旼炡이 바지춤에 손바닥을 닦고 시트로 몸을 내렸다. 차 안을 휘감는 공기마저 사뭇 달라졌다. 그러나 섣불리 입을 열 수 없었다. 실수. 곱씹을수록 찝찝함은 번져나간다. 金旼炡은 유리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완벽한 실패였다. 그 누구도 납득 시키지 못할 거다. 刘知珉을 안은 이유. 차라리 취해 있다면 어땠을까. 부질없는 상상이었다. 집까지는 금방 도착했다. 안내를 종료한다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도망치듯 조수석을 빠져나갔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반쯤 열린 창 너머로 刘知珉이 인사를 건넸다. 더할 나위 없이 너저분한 마지막이었다. 눈앞에서 완전히 차체가 사라지면 金旼炡은 주머니에 넣어뒀던 것을 꺼내 바닥으로 내던졌다.
这个玩笑开得有点过了。当刘知珉向前走来时,金旼炡随之后退。直到副驾驶的车门能打开的距离才停下。一次失误就够了。刘知珉抓了下金旼炡的肩膀,然后把她推向车内。绕过车身走向驾驶座的背影看不出任何留恋。金旼炡擦了擦手掌在裤子上,坐进了座位。车内的空气都变得截然不同。然而却无法贸然开口。失误。越是回想越是觉得不安。金旼炡靠在车窗上闭上眼睛。这是一次完美的失败。无法向任何人解释。拥抱刘知珉的理由。要是当时是喝醉的该多好。这是无谓的想象。很快就到家了。一听到导航结束的声音就像逃跑似的钻出副驾驶座。"请慢走。"刘知珉透过半开的车窗道别。这是再糟糕不过的结尾。等车完全从眼前消失后,金旼炡掏出口袋里的东西扔在了地上。
그냥 좀 기분이 나빴다, 그냥. 그냥? 헛소리였다. 刘知珉은 金旼炡을 보고 한유진을 떠올렸다. 고시촌에 있으니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벽에 쓰여진 유치한 낙서마저 그대로였다. 이때의 우리는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누구에게도 묻지 못할 질문이었다. 덕분에 꿈에서 깨어났으면서 짜증이나 내고. 솔직히 쪽팔렸다. 과거를 놓지 못하는 사람은 한유진이 아니라 刘知珉이라는 것을 이렇게 또 확인받고 말았다. 처음에는 밥 좀 편하게 먹었으면 싶었다. 식사 자리가 낯설었는지 젓가락을 움직이는 게 영 어설프길래, 조용히 가자는 뜻으로 준 초콜릿을 혼자서 한 통 다 비워내길래, 때마침 지나가는 길에 자주 가던 식당이 있길래, 그곳이 제가 아는 가장 조용한 곳이길래 멈춰 섰던 건데. 추억이라는 포장을 벗겨보면 어김없이 미련이 나타났다. 그 전화가 뭐라고, 따로 가겠다는 그 말이 뭐라고. 刘知珉은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책상으로 내던졌다.
就是有点不爽,就是这样。就是这样?简直是胡扯。刘知珉看着金旼炡就想起了韩宥真。在考试村的感觉,仿佛回到了那个时期。墙上幼稚的涂鸦也还和当时一模一样。那时的我们比现在更幸福吗?这是个无法向任何人询问的问题。明明已经从梦中醒来却还在生气。说实话,挺丢脸的。这样又一次确认了,无法放下过去的人不是韩宥真而是刘知珉。起初只是想让她能轻松地吃顿饭。因为她在餐桌上显得不自在,筷子用得很笨拙,因为她独自吃完了本想让她安静下来而给的一整盒巧克力,因为恰巧路过一家常去的餐厅,因为那里是我所知道最安静的地方,所以才停下脚步。剥开回忆这层包装,毫无意外地出现了留恋。那通电话算什么,说要分开走那句话又算什么。刘知珉摘下戴着的眼镜,扔在了桌上。
결국 기안은 하나도 올리지 못했다. 썼다 지웠다, 그리고 또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자정이었다. 이래서는 굳이 지검으로 돌아온 이유가 없었다. 한심하네 刘知珉.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다 자조적인 한숨을 내쉬었다. 앉아 있어 봤자 시간만 축 낼 뿐이지 진도가 나갈 리는 없다. 컴퓨터를 껐다. 새까만 모니터에 제 모습이 비친다. 저에게 화가 난 거냐며 따져 묻던 목소리가 유독 생생하게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지간히 꼴사납게 굴었구나. 뺨은 내가 맞은 게 아니라 그쪽이. 입술 사이로 헛웃음이 번졌다.
最后知珉一篇都没能发出来。一遍遍地写了又删,删了又写,不知不觉就到了午夜。这样的话,特意回检察厅就没有意义了。真没用啊刘知珉。她用手掌抹了把脸,发出自嘲的叹息。继续坐在这里也只是浪费时间,不可能有任何进展。她关掉了电脑。漆黑的显示器映照出她的身影。那个质问她是不是在生气的声音格外清晰地在脑海中回荡。我真是做得太难看了啊。挨打的不是我而是对方。她的嘴角泛起一丝苦笑。
내려다보던 눈빛은 그다지 낯설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떨쳐내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刘知珉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당분간은 일 핑계 대면서 약속을 잡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따지고 보면 핑계도 아니다. 이번 주에 잡힌 공판만 벌써 한 손을 훌쩍 넘어갔다. 스케줄 정리가 필요했다. 청문회는 사실상 형식일 뿐이니 별 탈 없이 지나갈 거고. 서랍 한 켠에 가득 쌓인 명함을 꺼내 그대로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임기 중에는 아무래도 지방에서 근무하는 게 몸도 마음도 편할 것 같았다. 저기 어디 강원도 산골이나, 전라도 땅끝을 보내달라고 해야 이런 꼴을 덜 보지. 책상 열쇠를 캘린더 아래 넣어두고 가방을 챙겨 들었다.
俯视的眼神并不怎么陌生。或许正因如此才更加无法摆脱。刘知珉缓缓起身。看来暂时得以工作为由推掉约会了。说到底这也不是借口。光是本周安排的庭审就已经超过五个了。需要重新整理日程了。听证会实际上只是走个形式,应该不会出什么问题。把抽屉里堆满的名片取出来直接扔进了垃圾桶。任期内还是在地方工作对身心都比较轻松。要不然申请调到江原道山沟里或者全罗道最南端,这样就能少遭这种罪了。把桌子钥匙放在日历下面,拿起包准备离开。
분명 복도를 걸어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엘리베이터에 오른 뒤에도, 로비에 도착하여 출입 게이트를 빠져나가는 순간에도 똑같은 상상을 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샤워하고 바로 침대로 쓰러지자고. 가방 안에 있는 서류는 절대 꺼내지 않기로 스스로에게 거듭 약속하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평소에는 잘 듣지도 않던 라디오를 왜 갑자기 틀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오늘따라 텅 빈 도로가 한산하다 못해 스산하게 느껴져서 그랬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걸려 온 전화를 피하다가 화면을 잘못 눌렀을 수도 있고. 귀에 거슬리지 않아 내버려 뒀던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그게 문제였다.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드레스룸으로 곧장 걸음을 옮겼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오른손에서 핸드폰을 내려두지 않았으나 어쨌든.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소파 위로 핸드폰을 던져둔 뒤에 화장실로 걸어갔다. 찬물로 샤워를 했어야 됐나. 샤워가운을 걸치고 밖으로 나왔는데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포근했던 것도 같고.
很明显,直到走在走廊上,乘电梯时,甚至在大堂通过出入口的那一刻,我都在想着同样的事。回家后立即洗澡然后直接倒在床上。一边反复向自己承诺绝不会打开包里的文件,一边朝停车场走去。平时都不怎么听的广播,不知道为什么突然就打开了。可能是因为今天空荡荡的道路显得格外冷清,也可能是在躲避某个来电时不小心按错了屏幕。因为不觉得刺耳就没有关掉,结果这就成了问题所在。一进家门就直接走向衣帽间。到这里为止都还好。虽然右手一直没放下手机,但总归。后知后觉地回过神来,把手机扔在沙发上后走进浴室。也许应该用冷水冲澡的。披着浴袍出来时,突然冒出这个想法。感觉好像很温暖。
刘知珉은 그대로 다시 화장실로 가서 얼굴에 냉수를 끼얹었다. 그것도 부족하다고 느껴져 냉장고에서 생수 하나를 꺼내 숨도 쉬지 않고 단번에 비워냈다. 피곤하긴 피곤한 모양이었다. 핸드폰을 챙겨 침실로 걸어가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스탠드 조도를 가장 낮게 조절했다. 무음모드로 전환한 핸드폰은 베개 밑에 뒀다. 혹시 몰라서 대추차도 마셨다. 침대에 누워 이불을 가슴까지 끌어올리고 눈을 감았다. 이젠 정말 자야 했다. 그래야 일찍 출근해서 업무를 어느 정도 쳐낼 수 있다. 점심 먹을 시간도 없었다. 배 부르면 집중이 안 되니까 대충 견과류나 씹으면서 쓰다 만 조서를 마무리하는 거다. 분명 그렇게 계획을 세워뒀다.
刘知珉直接回到洗手间,用冷水往脸上泼。感觉还不够,就从冰箱里拿出一瓶矿泉水,一口气喝完。看来是真的很累了。她拿着手机走向卧室,调整着呼吸。把台灯调到最暗。手机调成静音模式后放在枕头下面。为了以防万一还喝了一杯大枣茶。躺在床上,把被子拉到胸口,闭上眼睛。现在真的该睡了。这样才能早点去上班,处理一些工作。午饭的时间都没有。况且吃饱了就无法集中精神,到时候就随便嚼点坚果,把未完成的报告完成。她确实是这么计划的。
그런데 왜 나는, 출근을 다섯 시간 앞둔 새벽 두 시에 노트북으로 이딴 걸 검색하고 있지.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던 刘知珉은 인터넷 창을 모두 닫고 천장을 올려다봤다. 천천히 복기했다. 刘知珉은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다가 최 감독의 신작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이라고 하니 관심이 생긴 刘知珉은 신호에 걸렸을 때 포털 사이트에 영화를 검색을 했다. 결코 한유진이 좋아하는 감독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렇게 기사를 몇 개 읽다 보면 원치 않은 정보까지도 알게 된다. 예를 들자면 데뷔 이후 스크린 첫 주연을 맡았다는 배우의 집안이 유복하다든가, 취미는 LP수집이라든가, 연애 전선에 이상 없다든가 하는 꽤나 불필요한 것들을 말이다. 제가 확인하고 싶었던 건 영화의 줄거리와 개봉일 정도였는데. 흥미를 잃고 주간 날씨를 누르려던 刘知珉은 연관 검색어에 떠 있는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可是为什么,我在距离上班还有五个小时的凌晨两点,用笔记本电脑搜索这种东西呢。靠在沙发上的刘知珉关掉了所有网页,抬头看向天花板。慢慢回想起来。刘知珉在加班结束开车回家的路上听广播时,得知崔导演的新作即将上映。听说是上半年最受期待的作品,产生兴趣的刘知珉在等红灯时在门户网站上搜索了这部电影。绝不是因为韩宥真喜欢这个导演。就这样看着几篇文章,就会不经意间了解到一些不想知道的信息。比如说,据说这位自出道以来首次担任银幕主演的演员出身富裕,又比如说她的爱好是收集黑胶唱片,又比如说她的恋爱状况一切正常,诸如此类相当不必要的信息。我本来只想确认电影的剧情和上映日期而已。失去兴趣准备点击查看一周天气的刘知珉,却发现了相关搜索词中出现的那个名字。
뒤에서 경적음이 울리지 않았다면 아마 신호가 바뀐 줄도 몰랐을 거다. 걔가 얘였구나. 일단 운전 중이니 핸드폰을 내려뒀다. 그 다음의 이야기는 상기에서 서술한 바와 같다. 刘知珉은 오피스텔 지하주차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 이름을 검색했다.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현관문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면서도, 갈아입을 옷을 챙기면서도. 샤워를 하고 나오면 뭔가 좀 달라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한 품에 들어오던 모습만 더더욱 선명해졌다. 부술 기세로 노트북을 덮은 刘知珉이 소파를 짚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애를 너무 오래 쉬었지. 한유진이랑 헤어진 게 벌써 몇 년 전이야. 침실로 돌아온 뒤에는 베개 밑에 넣어뒀던 핸드폰을 다시 꺼내 손에 쥐었다. 역시 그냥은 없다. 기분이 나빴던 게 아니라, 혼자 남겨지기 싫었던 거면서.
如果身后没有喇叭声响起,可能都不会注意到信号灯已经变了。原来是那家伙啊。因为在开车就先放下了手机。接下来的事情就如上所述。刘知珉到达公寓地下停车场,一下车就搜索了那个名字。在乘电梯上楼时,在输入门锁密码时,在准备换洗衣物时,都在搜索。本以为洗完澡会有什么不同,反而那个投入怀抱的画面变得更加清晰了。刘知珉愤然合上笔记本电脑,撑着沙发站了起来。恋爱太久没谈了。和韩宥真分手都已经是几年前的事了。回到卧室后,又从枕头下拿出放着的手机握在手里。果然不可能就这样算了。并不是心情不好,而是不想一个人被留下。
축하드립니다 검사님. 刘知珉은 애써 웃으며 계장과 수사관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업무는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진이 다 빠졌다. 커피, 둥굴레차, 결명자차, 자스민, 우롱차, 루이보스, 그리고 또 뭐였더라. 로비에서 사무실로 올라오는 동안 여기저기에 붙잡혀 차 한 잔을 했는데. 본인들에게야 한 잔이지 누구는 덕분에 물배가 차서 점심을 안 먹어도 될 정도였다. 출근하는 차 안에서 부모님과 전화하다가 이참에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동네로 보내달라고 앓는 소리를 조금 했더니 너 전국 1등 했을 때, 대학교 수석 입학했을 때, 졸업하기도 전에 사시 패스했을 때, 기어코 연수원도 최우수 성적으로 수료했을 때 지겹도록 겪은 일인데 그것도 못 참냐며 타박을 들었다. 게다가 꽃만 덜렁 보내지 말고 너도 같이 왔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로 포문을 연 잔소리는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냐, 환절기인데 몸 관리 잘해야 한다, 일만 하지 말고 놀러 다녀라, 그리고 정말 만나는 사람은 없냐는 기대 어린 의심까지. 몇 년째 반복되는 뻔한 레파토리가 질리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사랑한다는 말로 애써 말을 돌리고 전화를 먼저 끊는 刘知珉이라고 별다를 건 없지만.
恭喜您,检察官。刘知珉强颜欢笑,向组长和调查官轻轻鞠躬。工作还没开始就已经筋疲力尽了。咖啡、草根茶、决明子茶、茉莉花茶、乌龙茶、南非国宝茶,还有什么来着。从大厅到办公室的路上被人拦住喝了一杯又一杯茶。对她们来说是一杯,但对某人来说已经喝得肚子鼓鼓的,都不用吃午饭了。在开车上班时和父母通电话,趁机抱怨想调去山好水好空气好的地方工作,结果被说教说你高考全国第一的时候,大学首席录取的时候,还没毕业就通过司法考试的时候,最后还以最优异的成绩结业的时候,不都经历过这些吗,连这点都受不了。而且从"不要只送花,你要是能一起来该多好"开始的唠叨,一直延伸到有没有好好吃饭,换季了要注意身体,不要只顾着工作要出去玩玩,最后还带着期待地追问到底有没有在谈恋爱。几年来这些老生常谈似乎永远说不腻。不过,刘知珉也只能说着"我爱你们"来转移话题,然后主动挂掉电话罢了。
무음 모드로 전환 시켜 놓은 핸드폰을 아예 책상 서랍에 처박아두고 캐비넷에서 서류를 한가득 꺼내왔다. 저 이거 전부 끝낼 때까지 집에 안 갈 겁니다. 刘知珉이 기세 좋게 선언했으나, 계장은 한 귀로 흘려들으며 잔을 꺾는 시늉을 보였다. 좋은 날인데 한잔 하셔야죠. 옆에서 앉은 수사관 역시 컴퓨터 모니터를 가리키다 한 마디 얹었다. 4차장검사님 비서실에서 검사님 언제쯤 들어오시냐고 아까부터 쪽지 날리고 있어요. 머릿속으로 조직도를 그려봤다. 4차장검사면 밑에 부장이 7명. 붙잡혔다가는 한 시간은 가뿐히 날려 먹을 거다. 刘知珉의 표정을 읽은 계장과 수사관은 서로 마주 보고 눈빛을 주고 받았다. 검사님 오늘 계속 통화 중이실 거고, 잠깐씩 자리 비우실 거잖아요. 두 사람을 향해 엄지를 들어 올린 刘知珉은 익숙하게 손가락에 골무를 끼우고 서류를 넘겼다. 축하 턱이니 뭐니 하며 온갖 사람들에게 불려 다닐 제 모습은 벌써부터 눈에 훤했다. 좋은 유전자를 물려주다 못해 주량까지 평균 이상의 것을 대물림한 부모님께 감사해야 되는 건지.
把手机调成静音模式后直接塞进办公桌抽屉,从文件柜里拿出一大堆文件。"我要在这些全部做完之前不回家。"刘知珉气势十足地宣布,但组长敷衍地听着,做出举杯的动作。"这么好的日子,应该喝一杯。"旁边坐着的调查官也指着电脑显示器补充道:"第四部门部长秘书室从刚才开始就一直在问检察官什么时候回来。"在脑海中勾勒出组织图。如果是第四部门检察长的话,下面有七个部长。一旦被抓住,至少要浪费一个小时。读懂了刘知珉表情的组长和调查官相视交换了眼神。"检察官今天一直在通话中,而且会时不时离开座位。"朝着两人竖起大拇指的刘知珉熟练地戴上指套翻阅文件。已经可以想象到自己以庆祝为由被各种人叫去应酬的样子了。是不是该感谢不仅传给了自己优秀基因,连酒量都遗传了超过平均水平的父母呢。
그러니 사무실에 앉아 있을 때 최대한 업무를 쳐내야 된다. 저는 점심 따로 먹을 거니까 시간 되면 두 분은 먼저 나가서 식사하세요. 계장과 수사관이 고개를 끄덕이면 刘知珉은 서랍에서 꺼낸 이어 플러그를 귀에 밀어 넣었다. 내선 전화기가 깜빡이지만 단조로운 벨소리는 음소거된 것처럼 사라졌다. 턱을 괴고 서류를 읽는데 손가락에 걸쳐뒀던 펜이 사라졌다. 이어서 새하얀 종이가방이 시야를 가렸다. 刘知珉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올려 앞을 바라봤다. 분명 뭐라고 말을 하고 있는데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꿈인가 싶어 멍하니 얼굴만 쳐다봤다. 못마땅한 표정을 한 이는 제게로 손을 뻗는다.
所以坐在办公室时要尽可能完成工作。我要单独吃午饭,你们两位到时间就先去吃吧。当组长和调查员点头时,刘知珉从抽屉里拿出耳塞塞进耳朵。内线电话在闪烁,但单调的铃声仿佛被静音了一般消失了。她撑着下巴看文件,手指上夹着的笔不见了。接着一个雪白的纸袋挡住了视线。刘知珉这才抬头看向前方。对方显然在说着什么,但听不到声音。她恍惚地盯着对方的脸,像在做梦一般。那个露出不满表情的人朝她伸出了手。
얼굴에 손이 닿아도 사라지지 않는 걸 보면 꿈은 아닌 듯 하다. 새하얀 손가락이 볼을 쿡 찌른다. 그 다음에는 손바닥이 뺨을 감쌌다. 刘知珉은 본능적으로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했다. 12시 15분. 다시금 입술이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귓볼을 만지작거리는 손짓은 점차 노골적으로 변했다. 그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점차 내려갈 것 같아 슬쩍 고개를 돌렸다. 한유진의 손이 힘없이 어깨로 떨어졌다. 刘知珉은 귀를 막고 있던 플러그를 빼서 휴지통으로 던졌다.
就算手碰到脸也不会消失,看来这并不是梦。雪白的手指轻轻戳着脸颊。接着手掌捧住了脸。刘知珉下意识看了一眼墙上的时钟。12 点 15 分。嘴唇再次动了起来。同时玩弄耳垂的手势逐渐变得露骨。如果就这样放任不管的话,手似乎会慢慢下移,于是她悄悄转过头。韩宥真的手无力地落在了肩膀上。刘知珉取下塞住耳朵的耳塞,扔进了垃圾桶。
"어떻게 들어왔어." "你是怎么进来的。"
"두 발로 걸어서." "徒步走过来。"
"중간에 막혔을 텐데." "半路应该被拦住了吧。"
"미인계를 좀 썼지." "用了一点美人计。"
"그게 통해?" "这样可以吗?"
"그렇다고 하면 화 낼 거야?"
那这样的话你会生气吗?
딱히 대답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 어설픈 도발에 걸려 넘어가서 뭐 하겠다고. 刘知珉은 말없이 뒷목을 주물렀다. 종이가방에서 꺼내진 정갈한 포장 용기가 금방 책상에 차려졌다. 설마 직접 싸 온 건 아니겠지. 건네는 젓가락을 받아 들며 刘知珉이 넌지시 물었다. 한유진은 작게 헛웃었다. 기껏 해줘도 맛없다고 다 남겼으면서. 못마땅함을 가득 담은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든다. 언제적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포장을 뜯은 물티슈를 자연스럽게 앞으로 먼저 내밀었다. 난 먹고 왔어. 한유진이 별안간 망설이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刘知珉은 구태여 물었다. 누구랑.
她并不觉得有必要回答。何必要上这种拙劣的激将法。刘知珉默默揉着后颈。从纸袋里拿出的整齐包装餐盒很快摆在了桌上。应该不会是她亲自做的吧。接过递来的筷子时,刘知珉若有所思地问道。韩瑜珍轻轻假笑了一声。明明上次费尽心思做的饭却说难吃剩了一大半。带着满满不满的声音钻进耳朵。不知道她还记得多久以前的事。自然地先递过撕开包装的湿纸巾。我已经吃过了。韩瑜珍突然犹豫着摇了摇头。刘知珉偏要问道。和谁?
"식으면 맛없다 그거." "凉了就不好吃了。"
"초밥이잖아." "是寿司啊。"
"아무튼 뭐…본가에는 다녀왔어?" "总之...回过老家了吗?"
애써 화제를 돌린다. 한유진은 차라리 더 작정하고 철면피를 뒤집어써야 한다. 드라마나 영화에 으레 나오는 재벌 2세들처럼 뻔뻔하고 염치없고 무례하고 제멋대로 굴었다면, 저희들의 관계는 지금보다 조금은 더 나아졌을 수도 있다. 그녀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刘知珉은 대답이 없는 것을 대답으로 대신하고 젓가락을 움직였다. 차석현과 같이 점심을 먹던 중에 제 생각이 나서 포장해 온 걸 좋아해야 하는 거야 아니면 차석현이 잡았을 약속을 취소하지 않고 다녀왔다는 걸 언짢아해야 하는 거야. 이젠 어느 쪽이 정답인지 분간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유진아 우리 이렇게 엉망진창이야. 刘知珉은 입 안에서 맴도는 말을 애써 삼켜내고 냅킨으로 입술을 닦았다.
努力转移了话题。韩宥真反倒应该更加厚着脸皮。如果像电视剧或电影里常见的那些财阀二世一样,厚颜无耻、不知羞耻、无礼且任性的话,她们的关系或许会比现在好一些。她究竟想要守护什么呢?刘知珉以沉默代替回答,移动着筷子。和车锡贤一起吃午饭时想到了我所以打包带来的,是该喜欢呢?还是该对车锡贤没有取消约会就去赴约感到不快呢?现在已经到了分不清哪一个才是正确答案的地步。有真啊,我们怎么会变得这么一团糟。刘知珉把在嘴里打转的话强行咽下,用餐巾纸擦了擦嘴唇。
12시 40분. 슬슬 일어나야 할 때였다. 물론 남들 눈에는 기껏해야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사이로 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거들려는 한유진을 밀어내고 혼자서 정리를 끝낸 刘知珉은 종이가방을 책상 밑으로 넣어두고 핸드폰을 챙겼다. 뭐라도 마실래? 한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 사무실을 벗어나는 걸음은 마냥 가볍지도, 그렇다고 아주 무겁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이도 저도 아니었다는 거다. 복도를 지나가다 만나는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비슷한 인사를 건넸다. 축하드려요 검사님. 그때마다 刘知珉은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며 고맙다고 대꾸했다. 옆을 힐끔거리는 시선은 낯설지 않았다. 한유진도 내내 웃는 낯을 유지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12 点 40 分。该起来的时候到了。当然,在别人眼里,她们最多也就是从高中开始认识的朋友关系。刘知珉推开想要帮忙的韩柔珍,自己收拾完后,把纸袋放在桌子下面,拿起了手机。要喝点什么吗?韩柔珍点点头,紧贴着靠了过来。离开办公室的脚步既不是很轻松,也不是很沉重。说白了就是不上不下。在走廊上遇到的职员们都纷纷说着类似的话。恭喜您,检察官。每当这时,刘知珉都会露出和善的微笑说谢谢。偶尔瞥向旁边的目光并不陌生。韩柔珍也一直保持着笑脸。就这样,两人并肩走进了电梯。
문이 닫히자마자 한유진은 刘知珉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인기 많네 우리 검사님. 뼈가 박힌 농담이었으나 刘知珉은 너만 하겠냐고 가뿐히 받아치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门一关上,韩柔眞就把头靠在刘知珉的肩膀上。我们的检察官真受欢迎啊。这个老套的玩笑话刘知珉也轻松地以"你不也是吗"回应,同时查看着手机。
"이번 주에 시간 되면 일 끝나고 백화점 같이 갈래?"
这周如果有时间的话,下班后要不要一起去百货商店?
"시간 없고, 살 것도 없어."
没时间,也没什么要买的。
"나 혼자 고르기는 좀 그렇잖아."
"我一个人选总觉得有点不太好。"
손가락이 부딪혔다. 한유진이 고개를 들고 刘知珉을 올려다봤다. 아버님 선물 말이야.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려던 刘知珉은 잠시 멈칫하고 한유진의 앞머리를 정리해줬다. 유진아. 왜. 너 이제 그거 하면 안 될 걸. 한유진은 잘못 들었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반면 刘知珉의 표정은 한없이 고요했다.
手指相碰。韩柔珍抬起头望着刘知珉。父亲的礼物啊。刘知珉本想随意点头,却突然停下来为韩柔珍整理前发。柔珍啊。怎么了。你现在不该再做那个了。韩柔珍皱眉,像是没听清似的。而刘知珉的表情却无比平静。
"법에 걸려." "会犯法的。"
"뭐?" "什么?"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배우자에게는 금액 제한 없이 선물 가능 하지만 그 외에는 1회 100만원까지만 가능."
八代以内血亲、四代以内姻亲和配偶之间可以赠送不限金额的礼物,但对其她人每次限额 100 万韩元。
친히 검색 결과까지 보여준다. 청탁금지법. 직무와 관계없는 공직자 지인에게도 선물을 줄 수 없나요? 한유진은 눈앞의 핸드폰을 밀어냈다. 조심하라고 알려줘도 난리네. 刘知珉이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特意给我展示了搜索结果。关于禁止收受贿赂的法律。即便是与工作无关的公职人员朋友,也不能赠送礼物吗?韩侑珍推开面前的手机。我好心提醒还这么大反应。刘知珉低声嘟囔着,用一只手拨了拨头发。
"야 검사님." "喂 检察官。"
"말씀하세요." 「请说。」
"너 사시 합격 선물로 내가 뭐 줬는지 벌써 잊었어? 몇 억짜리는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왜 이러는"
「你已经忘记我为了庆祝你通过司法考试送了你什么吗?几亿韩元的礼物都不说什么,现在怎么突然这样」
"한유진씨." "韩宥真小姐。"
"뭐 어쩌라고." "你要我怎么办。"
"그 때는 네가 친구가 아니었잖아요."
"那时候你还不是我的朋友呢。"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로비에 도착하여 문이 열렸다. 따라 오지마. 한유진은 경고하듯 덩그러니 한 마디만을 남겨두고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로 인해 刘知珉은 맨 뒤까지 밀려나게 됐다. 문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 누군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잠깐만 내릴게요. 인파를 헤치고 밖으로 향했다. 저만치 멀어지는 뒷모습을 발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刘知珉은 거의 뛰듯이 걸어 한유진에게 다가갔다. 헐겁게 손목을 잡아 붙잡아 세웠다. 원망 어린 눈동자 안에는 물기가 가득했다. 이쯤 되면 정말 될 대로 돼라 였다. 결국 또다시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这是个完美的时机。到达大堂时,电梯门正好打开。"别跟着我。"韩宥真丢下一句警告的话便离开了电梯。由于涌入的人群,刘知珉被挤到了最后面。就在门即将完全关闭的前一刻,有人急忙喊道:"等等,我要下去。"她穿过人群往外走。要发现那个渐行渐远的背影并不难。刘知珉几乎是小跑着追上了韩宥真。她松松地抓住她的手腕,让她停下脚步。她充满怨气的眼睛里泪水盈盈。到这个地步,真的是随它去吧。最终,她又一次将她拉入怀中。
어머님 생신 선물 내가 골랐어. 알아. 결혼기념일 때 꽃도 내가 보냈다고. 알고 있어. 왜 지금은 안 되는데. 알면서 묻지마. 친구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알겠으니까 그만 울어 너가 이러면 나는… 刘知珉은 질끈 눈을 감았다. 언제쯤 제대로 헤어질 수 있을까. 과연 그게 가능은 한 일인가.
我选的妈妈生日礼物。知道。结婚纪念日时寄的花也是我。我都知道。为什么现在就不行了。既然知道就别问了。朋友不也能做到这些吗。我知道了别哭了你这样的话我… 刘知珉紧闭双眼。什么时候才能真正分手呢。这真的可能吗。
웬만하면 그냥 모른 척 지나치려고 했다. 반갑게 인사할 사이는 아니고, 어떻게 보면 남보다 못한…뭐랄까 초면부터 이상하게 꼬인 관계라고 해야 되나. 거기다 그 다음 만남에서는 분위기에 휩쓸려 괜한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이렇게 저렇게. 뭐라 설명할 수는 없었으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건 바로 우두커니 서 있는 刘知珉에게 말을 걸기까지 金旼炡은 무척이나 고민을 했으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데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다는 사실이다. 아무렴 그런 꼴을 보였는데 저라고 괜찮았겠는가. 몇 날 며칠 동안 잠 자기 전에 이불을 수십 번 발로 찬 것도 모자라 문득문득 그날이 떠오르는 날에는 머리를 하도 쥐어뜯어서 강효림에게 요즘 탈모 온 거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렇다고 어디 가서 말이나 할 수 있으면 몰라. 혼자서 끙끙거리며 앓다가 결국 신경성 위염이 와서 사흘 동안 흰죽만 먹었다.
本想装作没看见直接走过去的。说不上是能打招呼的关系,从某种程度上来说甚至不如陌生人...该怎么说呢,从初次见面就莫名其妙地变得尴尬的关系。再加上下次见面时又因为被气氛所感染而犯下了不该犯的错误,种种这些那些。虽然无法具体解释,但有一点是确定的。那就是金旼炡在决定向呆立在那里的刘知珉搭话之前,经过了长时间的思考,而将想法付诸行动时也需要莫大的勇气。毕竟当时出了那样的丑,她自己又怎么可能好受。好几天晚上睡前都要踢好几十次被子都不够,一想起那天就忍不住揪头发,甚至被姜孝琳问是不是最近得了脱发。可这种事也不是能跟谁说的。一个人默默煎熬,最后得了神经性胃炎,连着三天只能喝白粥。
분명 아스팔트 바닥에 내던진 종이꽃은 어찌하여 서재의 책상 서랍 안에 들어 있었을까. 金旼炡은 그것을 거대한 음모이자 세상이 저를 억까 하는 것이라 믿고 싶었으나 하필 그날 마셨던 술은 이름을 알 수 없는 비싼 술 반 잔이 전부였다. 필름이 끊기기는커녕 간에 기별도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로 기억하고 있다. 방금 전에 제가 내던져 놓고 다시 허리를 숙여 집어 들었던 金旼炡을 말이다. 어쩌면 약간의 양심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었다. 길거리에 뭔가를 버리면 안 되니까 일단 집에 가지고 들어갔던 건데, 어디에 둘 곳이 딱히 없어서 서재에…지나가던 강효림도 안 믿을 헛소리였다. 드디어 미쳤구나 金旼炡. 엄연히 따지면 그것도 바람이야. 남자친구도 있으면서 외간 여자를 보면서 떨리고 설레고 아주 북 치고 장구 치고 꽹과리 치고 혼자서 다 했지.
明明是扔在柏油路面上的纸花,为什么会出现在书房书桌的抽屉里呢?Kim Min-seop 想把这归结为某个巨大的阴谋,或是世界在跟她作对,但那天她只喝了半杯不知名的昂贵酒而已。别说断片了,连一点醉意都没感觉到。所以她记得很清楚。就在刚才,她扔掉又弯腰捡起的那个 Kim Min-seop。也许是因为一点良心作祟吧。因为不该在街上乱扔东西,所以先带回了家,又因为找不到合适的地方放,就放在了书房...连路过的姜孝琳都不会相信这种鬼话。Kim Min-seop,你终于疯了。严格说来那也是一种背叛。明明有男朋友,却因为看到外面的女人而心跳加速,心潮澎湃,简直是一个人唱独角戏,又当演员又当观众。
그런데 이게 내 탓만 있어? 그 검사도 웃긴다니까. 귀찮다는 티 팍팍 낼 때는 언제고 갑자기 그렇게 막 웃어. 그리고 대뜸 기분 나쁘다면서 짜증 내다가 무슨 그런 눈을 하니까. 일단 다시는 안 볼 사람이니까 책임을 전가했다. 그게 무려 일주일 전이었다. 金旼炡은 고민에 빠졌다. 어쩌면 하늘은 내 편은 아닌 것 같다. 언제부터 우리나라 수도가 이렇게 좁았던 건데.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는 어렵고, 유 검사 만나기는 쉬워?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차에서 내렸다.
但是这能全怪我吗?那个检察官也真有意思。明明之前一副嫌麻烦的样子,突然又笑成那样。然后又突然说心情不好发脾气,还用那种眼神看人。反正以为再也不会见面了,就把责任推给对方。那已经是一周前的事了。金旼炡陷入了苦恼。或许老天都不站在我这边。自从什么时候开始首尔变得这么小了。在首尔找姓金的很难,遇见姓柳的检察官却这么容易?她把帽子戴得很低,走下了车。
"여기에서 뭐해요?" "你在这里做什么?"
"안 삽니다." "不买。"
"그게 아니라" "不是那样的"
"안 믿어요.“ "我不相信。"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말투에서 묻어나오는 은근한 싸가지는 刘知珉의 것이 분명하다. 어떻게 사람이 쳐다도 보지 않고 저렇게 무시를 하냐. 물론 잡상인이나 도믿걸은 피해야 상책이기는 하다만. 팔짱 낀 채 핸드폰만 바라보는 모습을 눈에 담다가 모자의 챙을 살짝 올렸다. 刘知珉 검사님. 그제야 제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로 시선을 준다.
果然不出所料。那语气中隐含的傲慢态度显然是刘知珉的风格。一个人怎么能连看都不看就这样无视她人呢。当然,躲避推销员和可疑人物确实是明智之举。她注视着对方抱着手臂只顾着看手机的样子,稍稍抬起帽檐。刘检察官。对方这才把视线投向站在自己面前的人。
"백화점에 물건 사러 오지 뭐 공부하러 오나."
"谁会来百货公司读书,当然是来买东西的。"
"……"
"설마 그새 잊은…" "难道那么快就忘了..."
"……"
"金旼炡이요. 슈크림 붕어빵 좋아하고, 뭐가 입에 좀 들어가야 조용해지고, 취한 연기 좀 하는."
"我是金旼炡。喜欢奶油鱼饼,嘴里要吃点东西才能安静下来,会演一点醉酒。"
만나서 반갑다, 그동안 잘 지냈냐는 인사는 바라지도 않았다. 다만 저렇게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보면 고심 끝에 겨우 말을 건 이쪽은 심히 뻘쭘해진단 말이지. 金旼炡은 괜히 헛기침을 콜록이며 목을 가다듬었다. 그러자 불현듯 시야가 가로막힌다. 누군가 모자 챙을 아래로 깊숙이 누른 탓이었다. 꽤나 힘을 실었는지 고개를 들기 쉽지 않았다. 매니저는 어디에 두고 혼자 다녀요. 걱정이라고 하기에는 그다지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 진심보다는 예의상 해 본 말인 것 같았다. 金旼炡은 픽 웃으며 팔을 치워냈다. 모자가 다시금 가벼워졌다. 앞을 올려다봤다. 청바지에 체크 셔츠를 걸친 저와는 극히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역시 직장인은 직장인이구나. 모자를 고쳐 쓴 金旼炡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집이 근처에 있어요. 刘知珉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很高兴见到你,我本来就没指望你会问我过得好不好。只是用那种面无表情的脸看着我,让我这边费尽心思才开口说话的人感到非常尴尬。金旼炡假装清了清嗓子。突然间,视线被挡住了。是有人把帽檐往下压得很深。力道相当大,难以抬起头来。"经纪人呢,怎么一个人出来?"这话听不出什么感情,与其说是关心,倒更像是出于礼貌随口一问。金旼炡轻笑着推开了她的手臂。帽子又变轻了。抬头看向前方。对方的样子和穿着牛仔裤配格子衬衫的自己形成了鲜明的对比。果然上班族就是上班族啊。金旼炡调整了下帽子,若无其事地回答:"家就在附近。"刘知珉轻轻点了点头。
"퇴근은 하셨어요?" "下班了吗?"
"네, 간만에 약속이 생겨서."
"是的,难得约了个时间。"
"요즘도 많이 바쁘세요?" "最近还是很忙吗?"
"그냥 뭐…비슷비슷합니다." "嗯,就是...和以前差不多。"
"저녁은요?" "吃晚饭了吗?"
먹어야죠. 손목에 찬 워치를 확인했다. 19시 49분. 배 안 고프냐고 물으려다가 관뒀다. 저쪽도 딱히 대화를 이어 나갈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뭐 하러 오지랖 부리겠나 싶었다. 반가운 척이라도 해줬으면 그날 두 번이나 밥을 얻어먹었으니 이번에는 제가 사겠다는 말이라도 꺼내 보려 했는데. 金旼炡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러면. 刘知珉은 말없이 고개만 두어 번 주억인다. 뜨뜻미지근한 재회였다. 역시 아는 척은 하지 말았어야 했지. 뒤늦은 후회가 혀끝을 맴돌았다. 실수는 한 번이면…틀린 말은 아니었다. 똑똑한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른 것 같다. 그러니까 저러고 있는 거겠지. 이번에는 바지 뒷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20시 28분. 한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널리고 깔린 게 카페였다. 설마 지갑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나. 또다시 고민에 빠지게 됐다. 분명 제가 모르는 깊은 뜻이 존재하겠거니 하고 넘겨버리려 해도 공부와 담을 쌓고 지내서 그런지 좀처럼 답은 보이지 않았다. 金旼炡은 핸드폰을 세게 움켜쥐고 걸음을 옮겼다. 그래, 실수는 한 번으로 충분하다. 그날 한없이 쓸쓸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던 刘知珉을 끌어안았던 것은 실수가 맞았다. 머리보다 손이 더 빨랐다. 섣불리 감정이 앞섰다.
应该吃点东西。她检查了手腕上的手表。19 点 49 分。本想问问她饿不饿,但还是作罢了。既然对方看起来也没有继续对话的意思,何必多事呢。如果她表现得稍微热情一点的话,那天不是吃了两顿饭吗,这次本想说我来请客的。金旼炡犹豫了一下,开口说道:那路上小心。刘知珉默默地点了点头。这是一次平淡的重逢。果然不该跟她打招呼。舌尖萦绕着迟来的后悔。一次错误就够了...这话倒没错。聪明人就是不一样。所以她才会那样吧。这次她从裤子后口袋掏出手机查看时间。20 点 28 分。不由得叹了口气。咖啡厅到处都是。该不会没带钱包出门吧。又一次陷入了苦恼。虽然想着肯定有自己不知道的深意就算了,但可能是因为疏于学习,始终看不出答案。金旼炡紧紧握着手机继续走着。是啊,一次错误就够了。那天抱住一脸孤寂望着自己的刘知珉确实是个错误。手比脑子动得更快。感情太过轻率地占了上风。
"거기서 자면 입 돌아가요."
"睡那里会歪嘴。"
여름이 머지 않았다고 해도 밤공기는 아직 차가웠다. 그게 신경 쓰였을 뿐이다. 화단 앞에 멈춰선 金旼炡이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눅진한 기시감은 손등을 스치고 지나갔다.
即便夏天不远了,夜晚的空气依然寒冷。只是在意着这一点罢了。在花坛前停下脚步的金旼炡缓缓吸了一口气。潮湿的既视感擦过手背消失了。
"감기도 걸릴 수 있고요. 환절기는 특히 조심해야 돼요."
"会感冒的,换季的时候要特别小心。"
"……"
"많이 늦는대요?" "说是要晚很久吗?"
화면이 바닥으로 가도록 핸드폰을 엎어두고, 고개 숙인 채 발끝만 쳐다보고 있다. 대충 짐작이 갔다. 차는 어디에 있어요. 이번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무시하겠다는 건가. 입이 썼다. 애써 가볍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태워달라고 안 할게요. 그럼에도 들려오는 건 벨소리가 전부다. 나는 뭐 자존심도 없는 사람인 줄 아나. 金旼炡은 종이가방을 고쳐 쥐고 발걸음을 뗐다. 약속이 갑자기 파투가 났든, 약속을 잡은 사람이 연락을 안 받든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마음을 겨우 다잡으며 택시 승강장으로 향했다. 오늘 수요일인 거 실화야? 출근을 이틀이나 더 해야 된다니. 직장인으로 보이는 무리는 金旼炡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문득 뒷좌석으로 옮겨지던 서류 더미가 떠올랐다. 내딛는 걸음은 점차 느려지다 이내 완전히 멈춰 서게 되는 것이다. 刘知珉은 검사, 검사도 직장인, 직장인은 출근을…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 와중에 내린 결론이라고는.
把手机朝下放着,低着头只是盯着脚尖。大致能猜到。车在哪里。这次依然没有得到回答。是要无视我吗?嘴里泛起苦涩。勉强轻松地补充了一句。我不会要求搭车的。尽管如此,听到的只有铃声。以为我是个连自尊都没有的人吗。金旼炡重新抓紧纸袋,迈开了脚步。不管约会突然被放鸽子也好,约好的人不接电话也罢,跟我有什么关系。勉强平复心情朝出租车站台走去。今天真的是星期三吗?还要再上两天班。看起来像上班族的人群从金旼炡身边擦肩而过。突然想起被放到后座的那堆文件。迈出的脚步逐渐放缓,最后完全停了下来。刘知珉是检察官,检察官也是上班族,上班族要上班……思绪不断延伸。在这期间得出的结论却是。
"전화라도 해봐요." "要不要打个电话试试。"
뺨에 느껴지는 시선을 애써 무시하고 앞만 바라봤다. 환하게 불이 켜진 간판과 그 아래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물결, 신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자동차. 여느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도시의 전경이었다. 그 위로는 온갖 소음이 뒤섞였다. 金旼炡은 손목을 살짝 움직였다. 어느덧 아홉시였다.
我努力无视落在脸颊上的视线,只是向前看。明亮的发光招牌,招牌下涌动的人流,随着红绿灯整齐移动的车辆。这是与往常无异的城市景象。各种噪音在上空交织。金旼炡轻轻动了动手腕。不知不觉已经九点了。
"안 추워요?" "不冷吗?"
"……"
"아니 뭐 참견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는 거 아는데 그래도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면"
"虽然我知道这听起来好像在多管闲事,但还是进去里面等吧"
그러자 무릎 위로 무언가 던져지듯 올라왔다. 고개를 숙여 그것을 확인한 金旼炡은 아연실색하며 옆을 쳐다봤다. 정말 미친 건가. 이제는 刘知珉이 앞을 바라보고 있다. 누가 내가 춥댔냐고. 金旼炡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들고 있던 자켓을 刘知珉의 어깨에 둘렀다. 아까 말한 거 진짜 귓등으로도 안 들었어요? 환절기에는 더더욱이나 감기 조심해야 된다고 했어요 안 했어요 그렇게 얇은 셔츠 하나만 덜렁 입고 있으면 그냥 가려던 감기도 옳다구나 하고.
这时膝盖上突然被扔上了什么东西。金旼炡低头查看后,惊愕地看向一旁。真是疯了吗。此刻刘知珉正看着前方。谁说我冷了。金旼炡猛地从座位上站起来,把手中的外套披在刘知珉肩上。刚才说的话真的是完全没听进去吗?不是说了换季的时候更要小心感冒吗,就穿着这么薄的一件衬衫,连本来不想来的感冒都会觉得这是个好机会。
"아프면 좀 봐주려나." "要是疼的话,能不能稍微照顾一下我。"
빠르게 잔소리를 쏟아내던 金旼炡의 입이 숫제 다물렸다. 씁쓸한 헛웃음을 지은 刘知珉은 마른세수하듯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正在快速说着唠叨的金旼炡突然闭上了嘴。刘知珉露出苦涩的假笑,双手像擦拭干脸似地抹了一下脸。
"못 온대요, 일이 생겨서." "来不了,临时有事。"
"……"
"문자는 아까 봤는데 그냥…생각 좀 정리하느라고."
"刚才是看到了短信,但是…只是在整理一下思绪。"
"……"
"왜 이건 익숙해 지지가 않는지 모르겠네."
"不知道为什么这件事总是无法习惯。"
金旼炡은 겨우 마른침을 삼켰다.
金旼炡艰难地咽下了口水。
"차는 안 가지고 왔어요. 퇴근길이라 막힐까봐 지하철 탔거든. 그래서 미안하지만 못 태워 줘요 오늘은."
"我没开车来。因为是下班时间怕堵车就坐地铁了。所以很抱歉今天没法载你。"
이렇게 기다리는 게 처음은 아닌 것 같았다. 그 정도는 추측할 수 있었다. 이런 사람도 바람을 맞는구나. 괜히 입이 썼다. 익숙해지는 것도…이상하잖아. 반면 刘知珉은 태연하게 자켓을 바로 입었다. 택시 잡아줄까요? 불필요할 정도로 친절이 과했다. 金旼炡이 입술을 달싹이다 주먹을 움켜쥐었다.
感觉这样的等待并不是第一次。大概能猜到是这种程度。原来这样的人也会在这里吹冷风啊。嘴里莫名发苦。习惯这种事情也……很奇怪吧。相比之下,刘知珉却若无其事地穿好了外套。"要帮你叫出租车吗?"她的好意过度到了不必要的地步。金旼炡嗫嚅着嘴唇攥紧了拳头。
"왜 그렇게 봐요." "你为什么那样看着我。"
"…제가 뭘요." "…我有什么。"
"되게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얼굴인데…아닌가."
"你看起来有很多话要说…不是吗?"
"네, 아니에요." "不,没有。"
"그렇구나." "原来是这样啊。"
여전히 일어날 기미는 없다. 할 말은 많았다. 내일 출근은 안 하는지, 그래서 여기에서 이러고 있는 건지, 생각은 아직도 정리가 안 됐는지, 얼마나 기다렸는지, 왜 하필 백화점에서 만나기로 한 건지, 도대체 약속은 누구랑 잡았던 건지.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물을 수 없었다. 실수는 정말, 한 번이면 족했다.
她仍然没有要起来的迹象。有很多话想说。明天是不是不上班,所以才在这里这样待着,思绪是不是还没有理清,等了多久,为什么偏偏约在百货商店见面,到底和谁约好的。但是这些都无法问出口。错误真的,一次就够了。
"저녁 아직 안 먹었죠."
"还没吃晚饭吧。"
꺼내놓을 수 있는 건 이런 게 전부다. 刘知珉은 이번에도 말없이 金旼炡을 올려다봤다.
能拿出来的就只有这些了。刘知珉这次也默默地抬头看着金旼炡。
"가요, 이번에는 제가 살게요."
"我去吧,这次让我来付账。"
金旼炡은 그 한 마디를 남겨두고 뒤를 돌았다. 어째서인지 모르겠다만,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거절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착각일 뿐이었다는 걸 알려준다.
金旼炡留下这句话后转身离开。不知为何,虽然说不清楚具体原因,但她感觉对方不会拒绝。然而这也只是一种错觉而已。
"밥은 됐고." "不用吃饭了。"
그렇다면 金旼炡이 할 수 있는 건 뭐였을까.
那么旼炡能做的又是什么呢。
"술이나 한잔 사줘요." "请请我喝一杯吧。"
소맷자락이 붙잡혔다. 잠시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자동차 엔진, 사람들의 통화 소리, 거리에 울려 퍼지는 음악은 사라지고 쎄한 고주파음이 들려왔다. 뒤를 돌았더니 刘知珉은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조금 걸어도 괜찮죠. 애초에 대답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 같다. 미련 없이 소매를 놓은 刘知珉은 이내 횡단보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제 손에 있던 종이가방을 刘知珉이 들고 있다는 사실은 신호가 바뀌어 횡단보도를 가로지를 때 깨달았다. 앞뒤로 살짝 떨어져 걸어갔다. 초행길은 아닌 듯했다. 刘知珉은 익숙하게 인파를 헤치고 건물을 스쳐 지나갔다. 한 번은 뒤돌아볼 만한데 그저 앞만 보고 걸음을 옮겼다. 그에 서운하거나 섭섭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됐다. 도착한 곳은 얼핏 봐도 비싼 술로 가득한 위스키바 였다. 알아서 대충 시키겠다고 하더니 刘知珉은 아예 바 안쪽으로 들어가서 잔을 직접 들고 왔다. 으레 있었던 일이라는 듯 자리를 내어준 직원은 이것저것을 물어보며 얼음과 안주를 챙겨줬다. 金旼炡은 멀뚱히 앉아서 내부를 둘러봤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刘知珉을 닮아 있었다. 인테리어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노래까지. 테이블에 잔을 내려놓은 刘知珉은 金旼炡을 따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물었다. 별로에요? 다른 곳 갈까? 金旼炡은 고개를 가로저은 뒤에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냥요, 검사님이랑 잘 어울려서요. 刘知珉이 느릿하게 잔을 굴렸다. 안에서는 황금빛 물결이 일렁였다.
衣袖被拉住了。一瞬间仿佛时间静止了。汽车引擎声、人们的通话声、街上回荡的音乐声都消失了,只剩下一阵刺耳的高频声。回头一看,刘知珉正低头看着我。走一小段路也可以吧。其实根本不需要回答。刘知珉毫不留恋地松开袖子,随即朝人行横道走去。直到信号灯变换,穿过人行横道时,我才意识到原本在我手中的纸袋现在被刘知珉拿着。我们前后相隔着一小段距离走着。似乎这条路她并不陌生。刘知珉熟练地穿过人群,擦过一栋栋建筑。本该回头看看的,她却只是一直向前走。后来我才明白,对此我并不需要感到失落或委屈。到达的地方是一眼就能看出贩售昂贵酒水的威士忌酒吧。她说会自行点些什么,刘知珉直接走进吧台内部,亲自端来了酒杯。员工像是习以为常地让出位置,一边询问着各种事情一边准备冰块和下酒菜。金旼炡呆坐着环顾四周。整体氛围都与刘知珉很相似,从室内装潢到播放的音乐都是。将酒杯放在桌上的刘知珉跟着金旼炡环视四周后问道:不喜欢吗?要去别的地方吗?金旼炡摇摇头,然后像自言自语般喃喃道:只是觉得,和检察官很相配。刘知珉慢慢转动着酒杯,杯中泛起金色的波纹。
"제 꺼니까요." "这是我的。"
대수롭지 않게 그런 말을 꺼내둔다. 덕분에 입술 가까이로 잔을 가져가려던 金旼炡의 손은 허공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刘知珉은 피식 웃고 잔을 부딪혀 왔다.
她若无其事地说出这样的话。托她的福,金旼炡正要把酒杯送到嘴边的手就这样凝固在了半空中。刘知珉轻笑着和她碰杯。
"생각 없이 술 마시고 싶을 때 오려고 친구 꼬셔서 만들었어요. 여기는 건물주, 저기는 사장."
"我想要在想无所事事喝酒的时候来这里,所以拉着朋友一起开了这家店。这边那位是房东,那边的是店长。"
"…농담이죠?" "...你在开玩笑吧?"
"글쎄요." "这个嘛。"
또 저런다. 어디까지가 농담이고, 어디까지가 진담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애매모호한 태도. 金旼炡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맞은편을 노려보다 술을 머금었다. 눈동자가 반짝였다. 적당한 단맛이 입 안을 휘감았다.
又来了。暧昧模糊的态度让人分不清哪些是玩笑话,哪些是真心话。金旼炡用怀疑的眼神盯着对面,抿了一口酒。眼睛闪烁着。适中的甜味在口中弥漫开来。
"이거 뭐에요?" "这是什么?"
"복숭아 아이스티." "桃子冰茶。"
"에?" "咦?"
"술 못하잖아요. 마시는 기분이라도 내라고."
"你不是不能喝酒吗?只能体会一下喝酒的感觉了。"
그리고 둘 다 취하면 답이 없잖아요. 刘知珉은 얼음이 녹기도 전에 잔을 말끔하게 비워냈다. 빈속에 위스키를 저렇게 마시면 속도 안 쓰리나. 金旼炡은 대신 인상을 찌푸리며 刘知珉 쪽으로 과자가 담긴 접시를 밀어줬다.
再说了,两个人都喝醉的话就没法解决了。刘知珉在冰块还没融化之前就把酒一饮而尽。空腹喝威士忌,胃会不会难受啊。金旼炡皱着眉头,把装着零食的盘子推给了刘知珉。
"몇 시까지 들어가야 돼요?" "几点前必须回来?"
"딱히 그런 거 없는데요."
"也没什么特别的。"
"누가 안 기다려요?"
谁不在等着呢?
刘知珉은 테이블 끝에 놓여 있는 金旼炡의 핸드폰을 눈짓했다. 혼자 산다고 대꾸하려던 金旼炡은 그 의미를 알아차리고 화면을 테이블 쪽으로 뒤집었다. 어느덧 건너편 잔에는 술이 반쯤 채워져 있었다. 그러는 본인은 내일 출근 어떻게 하려고. 金旼炡이 혀로 입술을 축이며 유리잔을 만지작거렸다. 한동안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정말 술을 마시러 온 사람처럼 刘知珉은 잔을 비워내고 채우기를 반복했고, 金旼炡은 그런 刘知珉과 술병을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안주로 가져온 과일과 과자에는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 결국 金旼炡이 刘知珉의 가까이에 있던 술병을 제 쪽으로 끌어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게에 들어왔을 때보다 눈이 풀려 있었다. 취하면 여기에 두고 갈 건. 刘知珉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손을 뻗었고, 金旼炡은 그 안에 과자를 쥐여줬다. 그러면 뻗대지 않고 받아먹기는 한다. 여러모로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벽을 살펴봤지만, 어디에서도 시계는 찾아볼 수 없었다. 테이블에 뒤집어 뒀던 핸드폰의 화면이 위를 향하도록 돌려놓았다. 정확히는 그러려고 했었다. 그러나 반도 넘어가기 전에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핸드폰은 다시 테이블로 엎어진다. 金旼炡은 핸드폰 위의 손가락을 멍하니 쳐다봤다.
刘知珉用眼神示意着放在桌子尽头的金旼炡的手机。本想说自己一个人住的金旼炡察觉到其中的含义,便把屏幕朝向桌面翻了过去。不知不觉间,对面的酒杯已经斟了一半。这样的话明天要怎么去上班啊。金旼炡用舌头润了润嘴唇,把玩着玻璃杯。一时间谈话中断了。刘知珉像个真的来喝酒的人一样,不断地倒空杯子又重新斟满,而金旼炡只是轮流打量着这样的刘知珉和酒瓶。带来当下酒菜的水果和零食几乎都没动过。最终金旼炡把放在刘知珉附近的酒瓶拉到自己这边。仔细看的话,比进店时的眼神要迷离了些。喝醉的话就把她留在这里吧。刘知珉点着头伸出手,金旼炡便把零食放在她手里。这样的话她至少会乖乖接着吃。从各个方面来说都是个难以琢磨的人。为了确认时间环顾四周的墙壁,却哪里都找不到时钟。把翻在桌上的手机屏幕朝上转过来。准确地说是想要这么做。但还没转到一半,伴随着沉闷的声响,手机又重新扣在了桌面上。金旼炡呆呆地注视着手机上的手指。
"통금시간 없다면서요." "不是说没有宵禁吗。"
"…네?" "……啊?"
"저도에요. 혼자 사는데 심지어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요."
"我也是。一个人住,甚至连个等待的人都没有。"
취했다기에는 발음이 분명했고, 제정신이라기에는 상황이 이상했다. 할 말을 잃어버린 金旼炡은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두 개의 손을 그저 바라만 봐야 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입 안이 바짝 마르는 것 같았다. 보통 이런 분위기는. 金旼炡이 핸드폰에서 손을 떼고 잔을 집어 들었다. 얼마 남지 않은 아이스티를 단번에 들이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 좀 갔다올게요. 刘知珉은 바 테이블 너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애써 침착하게 刘知珉을 지나친 金旼炡은 오른손으로 가슴을 꾹 누르며 앞으로 걸어갔다.
要说她喝醉了吧,发音却很清晰,要说她清醒吧,这情况又很奇怪。金旼炡失去了言语,只能盯着紧握手机的那双手。这到底是怎么回事...嘴里干得发苦。通常这种氛围。金旼炡放下手机,端起杯子。一口气喝完剩下的冰茶,从座位上站了起来。我去趟洗手间。刘知珉指了指吧台那边。强装镇定走过刘知珉身边的金旼炡,右手紧按着胸口向前走去。
차가운 물을 틀어놓고 한참 동안 서 있었다. 술은 마시지도 않았는데 얼굴이 붉었다. 벽에 기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그리고 천천히 호흡을 골랐다. 혹시 눈치를 챘나. 언제, 어떻게. 내가 그렇게 티를 냈다고? 지난날을 되뇌던 金旼炡은 아랫입술을 깨물다 앓는 소리를 흘렸다.
打开冷水龙头站了很久。明明没喝酒,脸却红得发烫。靠在墙上紧闭双眼又睁开。然后慢慢调整呼吸。她是不是察觉到了。是什么时候,又是怎么发现的。难道我表现得那么明显吗?回想往事的金旼炡咬着下唇,不由得发出了痛苦的声音。
金旼炡은 찬물에 담갔던 손으로 제 얼굴을 두드렸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진짜 아니야. 저쪽은 취하기라도 했지 너는 旼炡아. 스스로를 타박하여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느릿하게 내뱉었다. 그것을 열댓 번 반복한 다음에야 화장실에서 나와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통금시간이고 나발이고 집에 가자.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테이블로 향했다. 오늘 일은 그렇고 그런 해프닝으로 넘기면 되는 거라 여겼다. 金旼炡은 걸어가는 동안 머릿속으로 할 말을 정리했다. 오늘 만나서 반갑…지는 않았구나. 다음에 또…봐서 뭐 할 거야. 피곤할 텐데 이제…테이블에 다다른 金旼炡의 발걸음이 멈췄다.
金旼炡用浸过冷水的手拍打着自己的脸。不管怎么说这都不行。那边的人是喝醉了,但你呢旼炡。她责备着自己,深深地吸了一口气,然后缓缓呼出。重复了十几次之后,她才能从洗手间出来回到座位。宵禁时间什么的去她的,回家吧。她一边下定决心一边朝着桌子走去。她认为今天的事就当作是一个小插曲就好。金旼炡边走边在脑中整理要说的话。今天见面很高...兴并不是。下次再...见面又能怎样。你一定很累了现在...走到桌前的金旼炡停住了脚步。
핸드폰 화면은 천장을 보며 빛을 내고 있다. 순간 제 것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갔지만 거기까지다. 유진이. 낯선 이름이었다. 고개를 살짝 돌리니 엎어져 있는 또 다른 핸드폰이 시야에 들어왔다. 화면은 이내 까맣게 점멸되었다. 刘知珉의 손가락이 핸드폰 쪽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닿기도 전에 화면에는 또다시 이름이 떠오른다. 유진이. 金旼炡은 두 눈으로 봤다. 화면을 옆으로 밀려다 주춤하는 망설임을, 다시 화면을 만지려다가 포기하고 움켜쥐는 주먹을. 결국 정제되지 못한 궁금증이 입 밖으로 새어나갔다. 왜 안 받아요. 刘知珉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 눈빛이었다. 金旼炡은 밝아지는 핸드폰 화면을 刘知珉 보다 먼저 발견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이름이었다. 그리고 刘知珉 보다 먼저 손을 뻗어 핸드폰을 뒤집어 놓았다.
手机屏幕朝向天花板发着光。一瞬间以为是自己的手机便凑近看了看,但也仅此而已。Yujin。是个陌生的名字。稍微转过头,视线里出现了另一部倒扣着的手机。屏幕很快就暗了下去。刘知珉的手指朝手机方向移动。然而还没碰到,屏幕上又一次显示出那个名字。Yujin。金旼炡亲眼看到了。想要把屏幕推到一边时的迟疑,想要再次触碰屏幕却放弃而攥紧的拳头。最终未经过滤的好奇从嘴边溜了出来。为什么不接?刘知珉抬起头。是那种眼神。金旼炡比刘知珉先发现了亮起的手机屏幕。这次显示的还是同样的名字。于是她比刘知珉先伸出手,把手机翻了过来。
"있는 것 같은데요, 기다리는 사람."
"好像有个人在等人呢。"
"…그래 보여요?" 看起来是这样吗?
"이 시간에 몇 번이나 전화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그렇죠."
看你这个时间打了这么多次电话,应该就是这样吧。
"감이 영 별로네요." 你的直觉真是太差了。
刘知珉이 잔에 가득 술을 채웠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내가 왜 여기에서 이러고 청승을 떨겠어. 자조적으로 비꼬며 잔을 들어 올린다. 金旼炡은 그것을 빼앗듯 가져가서 숨도 쉬지 않고 들이켰다. 속이 서서히 뜨겁게 달아올랐다.
刘知珉倒满了一杯酒。如果我身边还有那个人,我为什么要在这里如此凄凉呢。她自嘲地举起酒杯。金旼炡抢过那杯酒,一口气喝光了。胸腔内缓缓升腾起一片灼热。
"말해 봐요 그러면." "那就说说看吧。"
"金旼炡씨." "金旼炡xi。"
"왜 여기에서 이러고 있는데 그쪽은."
"为什么你会在这里啊。"
金旼炡의 손안에 있던 잔은 刘知珉에 의해 테이블에 내려놓아졌다. 刘知珉은 두 개의 잔에 나란히 술을 따르고 맞은편을 턱짓했다. 나도 이번에는 그냥 두고 갈 거예요. 金旼炡은 그 말을 듣고도 의자에 몸을 내렸다. 남자친구 부르는 한이 있더라도 데려다 달라고는 안 할 거니까 걱정 마요. 刘知珉은 대답 대신 잔을 부딪혔다. 그렇게 본격적인 술자리가 시작됐다. 먼저 잔을 비운 刘知珉이 金旼炡을 쳐다봤다. 金旼炡은 뒤따라 술잔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刘知珉将金旼炡手中的酒杯放在了桌上。刘知珉往两个酒杯里依次倒上酒,朝对面示意。这次我也不会就这么走的。金旼炡听了这话还是在椅子上坐下了。就算要叫男朋友来也不会要你送我回去,别担心。刘知珉没有回答,而是碰了碰酒杯。就这样,正式的酒局开始了。先把酒喝完的刘知珉看向金旼炡。金旼炡随后也将酒杯送到唇边。
"내 꼴이 왜 이러는지는 아까 백화점 앞에서 설명해줬던 것 같은데. 그냥 궁금한 거 말해요, 시간 낭비하지 말고."
"我为什么会是这副模样,刚才在百货商店前不是已经解释过了吗。有什么想问的就直说吧,别浪费时间了。"
이제는 정말 이판사판이었다. 金旼炡도 더는 고민하지 않고 질문을 던졌다. 아까 전화 온 사람한테 까인 거예요? 刘知珉은 헛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现在真是豁出去了。金旼炡没有多想就抛出了问题。是刚才打电话的人说你了吗?刘知珉苦笑着点了点头。
"누군데요." "你是谁啊。"
"친구요." "朋友。"
"거짓말." "骗人。"
"믿기 싫으면 믿지 말든가."
"爱信不信。"
또다시 술이 채워졌다. 이번에는 金旼炡이 먼저 잔을 비워냈다.
酒杯又满上了。这次是金旼炡先干了杯。
"술은 왜 마시자고 했어요?" "为什么要喝酒?"
"마시자고는 안 했는데, 사달라고 한 거지."
"我没说要喝,只是要你买而已。"
"그게 그거잖아요." "这不就是那个嘛。"
"아니. 난 분명 취하지 말라고 너한테 아이스티 준 거야."
"不是。我明明给你的是冰茶,就是不想让你喝醉。"
별안간 반말이다. 하지만 굳이 따지고 싶지는 않아서, 그럴 필요도 딱히 없어서 金旼炡은 술병을 집어 들었다.
突然语气变得很随意。但因为也不想深究,也没有特别需要这么做的理由,金旼炡拿起了酒瓶。
"왜요." "怎么了。"
"둘 다 취하면 이렇게 될 것 같았으니까."
"我就知道我们俩喝醉了会变成这样。"
"이렇게가 뭔데." "这样是怎样。"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동시에 시야가 훤해졌다. 金旼炡이 쓰고 있던 모자는 刘知珉에 의해 테이블로 떨어지게 됐다. 비로소 온전히 눈빛이 얽혔다.
听到了漏气般的声音,同时视线变得清晰起来。金旼炡戴着的帽子被刘知珉扯落到了桌子上。两人的目光终于完全交汇了。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 나한테 묻지 말고."
把手放在胸口想想,不要问我。
그리하여 녹아웃. 刘知珉은 잔에 남은 술을 깔끔하게 모두 마시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테이블 위의 모자는 金旼炡의 머리에 얹어두고 술병과 잔을 챙겨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다. 택시 불렀으니까 알아서 타고 가요. 얼마 뒤 돌아온 刘知珉은 얼음물이 담긴 잔을 金旼炡 앞에 놓아줬다. 이렇게 끝인 건가. 입술 사이로 헛웃음이 새어 나갔다. 金旼炡은 눈앞의 얼음물을 빤히 응시하다 의자 팔걸이를 붙잡았다. 주량은 고작 해야 맥주 한 캔이면서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연달아 몇 잔이나 마셨으니. 몸에 열이 오르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겨우 힘을 버티고 선 金旼炡이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겠으나 가게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바 테이블 너머에서 식기를 정리하던 직원은 우두커니 서 있는 金旼炡을 발견하고 말을 붙였다. 사장님 잠깐 2층 올라가셨어요. 술값은 안 받는다고 하셨고요. 믿기 싫었다. 그런데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金旼炡은 주먹을 세게 움켜쥐고 걸음을 옮겼다. 휘청거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바닥을 밟았다. 등 뒤로는 안녕히 가시라는 인사가 들려왔다. 그러나 발걸음이 향하는 건 출입문 쪽이 아니다. 金旼炡이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가는 좁은 복도에서 멈춰 섰다.
于是进入了冷场。刘知珉一饮而尽杯中剩余的酒,从椅子上站了起来。她将桌上的帽子放在金旼炡的头上,拿起酒瓶和酒杯离开了座位。我已经叫了出租车,你自己坐车回去吧。过了一会儿回来的刘知珉在金旼炡面前放下了一杯冰水。就这样结束了吗。苦笑从嘴唇间漏了出来。金旼炡盯着眼前的冰水,抓住了椅子扶手。酒量仅仅只有一罐啤酒的程度,却连续喝了好几杯纯威士忌。身体发热,头痛欲裂都是理所当然的结果。勉强支撑着站起来的金旼炡深深地叹了口气。不知道过了多久,店里已经没有一个客人。吧台后面整理餐具的员工发现呆立的金旼炡后搭话道:老板暂时上二楼去了。她说酒钱不用付。真是难以置信。但似乎不是谎言。金旼炡紧握拳头,迈开脚步。为了不踉跄,她使出全力踩着地面。身后传来一路平安的道别声。然而脚步所指的方向并非出口。金旼炡在一人勉强通过的狭窄走廊里停了下来。
눈앞에는 계단이 있었다. 자세히는 층계를 내려오는 刘知珉이 보였다. 더 정확하게는 왼손으로 핸드폰을 받치고 전화 중인 刘知珉을 바라보고 있다. 꿈 깨 유진아 내가 지금 거길 왜 가. 몰랐는데 술을 마시면 청력이 더 좋아지는 듯 했다. 눈이 마주친 刘知珉은 천천히 金旼炡에게로 다가왔다. 굳이 묘사하자면 金旼炡이 앞을 가로막은 꼴이었다. 刘知珉은 숨결이 닿는 거리에서 멈춰 서서 소리 없이 속삭였다. 金旼炡은 입모양을 읽고 피식 웃었다. 취하면 이렇게 될 것 같았다고? 새하얀 셔츠 자락을 잡아챈 金旼炡이 비스듬히 고개를 꺾어 刘知珉과 입술을 맞댔다. 실수는 아니었다. 핸드폰을 쥔 刘知珉의 왼손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면 내가 너희 집으로. 스피커 너머로 목소리가 넘어왔다. 金旼炡은 눈을 내리깔고 핸드폰을 쳐다봤다. 하지만 시선은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다소 거친 악력에 의해 고개가 위로 들어 올려졌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입술이 닿는 건 순식간이다. 벽으로 밀쳐진 金旼炡이 야트막하게 앓는 소리를 내면, 그 틈을 타서 刘知珉은 안으로 파고들었다. 다급하게 숨이 엉겼다. 달뜬 호흡은 입 속에서 부서져 내렸다. 金旼炡은 刘知珉의 목 뒤로 팔을 둘렀고, 刘知珉은 한 손으로 金旼炡의 허리를 감싸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두 몸이 포개어졌다.
眼前有一段台阶。仔细看是刘知珉正在走下楼梯。更确切地说,是在看着左手拿着手机通话中的刘知珉。醒醒吧有真,我现在为什么要去那里。没想到喝了酒听力反而变得更好了。与刘知珉四目相对后,她慢慢向金旼炡走来。非要形容的话,就像是金旼炡挡住了她的去路。刘知珉在呼吸可及的距离停下,无声地低语。金旼炡看懂了她的口型后轻笑。喝醉了就会变成这样吗?抓住雪白衬衫下摆的金旼炡歪着头,与刘知珉的嘴唇相贴。这并非失误。刘知珉握着手机的左手垂了下来。那我去你们家。扬声器里传来声音。金旼炡垂下眼看向手机。但视线并未在一处停留太久。因为被略显粗暴的力道抬起了下巴。果然,唇瓣相触只在一瞬间。被推到墙上的金旼炡发出细微的呻吟声,刘知珉趁机长驱直入。急促的呼吸交织在一起。灼热的吐息在口中破碎。金旼炡环住刘知珉的后颈,刘知珉单手搂住金旼炡的腰将她拉向自己。两具身体紧密相贴。
처음 마주한 일탈에서는 쓰고 단 맛이 났다. 어느덧 핸드폰과 모자는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먼저 페이스를 잃은 金旼炡이 살짝 고개를 돌리고 숨을 몰아쉬었다. 刘知珉은 뒤로 물러나 혀로 입술을 훔쳤다. 그러게 술 마시지 말라니까. 그렇게 말하며 허리 굽혀 모자를 주워들었다. 탓하거나 곤란해하는 투는 아니었다. 그저 태연하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金旼炡의 손에 모자를 쥐여주고 다시 바닥으로 손을 뻗어 핸드폰을 챙긴다. 따라 나와요. 刘知珉은 그 말을 남겨두고 먼저 자리를 벗어났다. 거슬린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고 모자를 벗겨내던 모습,
第一次触及禁忌的味道既苦又甜。手机和帽子不知何时已滚落在地。金旼炡先失了分寸,微微转过头去,喘着粗气。刘知珉往后退了一步,用舌头舔了舔嘴唇。早就说过别喝酒了。她一边说着,一边弯腰捡起帽子。语气中既不责备也不为难。就这样若无其事地把帽子塞进金旼炡手中,又伸手去捡地上的手机。跟我来。刘知珉留下这句话便先行离开了。皱着眉头一副不悦的样子把帽子摘下来的模样,
숨 고를 틈도 주지 않고 정신없이 몰아붙이던 모습, 은근한 손길로 허리를 쓸어내리던 모습까지. 방금 전까지 제가 본 사람과 동일 인물이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흐트러짐이 없었다. 어두컴컴한 복도를 빠져나가서는 차분하고 침착하게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출입문을 나선다. 여전히 뒤는 돌아보지 않았다. 다소 넋이 나가 모자를 덜렁 들고 있는 金旼炡을 발견하면 자연스럽게 대신 가져가서 머리에 씌워 줄 뿐이었다. 삐쳐나온 머리카락까지 정리해주는 건 덤이었고. 눈치도 없이 심장이 뛰었다.
没有给人喘息的机会就一直疯狂地冲撞着的样子,用若有似无的手掌抚摸腰部的样子。和刚才所见的那个人判若两人,现在的她丝毫没有凌乱的痕迹。穿过昏暗的走廊,她平静而镇定地与工作人员交谈后走出了门。依然没有回头看一眼。只是自然而然地接过还在发愣的金旼炡手中松松垮垮拿着的帽子,替她戴上。顺便还帮她整理了翘起的头发。而她的心脏不识趣地狂跳着。
바깥으로 나와 찬 공기를 맞으니 오히려 술기운이 확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대로변으로 걸어가 택시를 잡은 刘知珉이 뒷좌석 문을 열고 金旼炡을 바라봤다. 긴장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을 거다. 머릿속에는 이미 그렇고 그런 장면이 그려졌다. 뒷일 생각하지 않고 저지른 건 본인이면서 어쩔 줄을 몰라하며 눈만 굴렸다. 솔직히 홧김에 충동적으로 입술을 맞댄 게 맞았다. 받아줄 거라고는, 받아줌을 넘어서 도리어 먼저 키스를 해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다음은 어떻게 되는 거지. 부축을 받아 시트에 몸을 내리면서도 金旼炡은 힐끔거리며 刘知珉만 쳐다봤다. 거기까지였다. 자리를 내어주듯 안쪽으로 들어갈 필요도, 운동 가기 전에 집을 정리했나 고민할 필요도 하등 없었다. 刘知珉은 金旼炡에게 핸드폰을 쥐여주고 금방 뒷좌석 문을 닫았다. 이건 또 언제 챙긴 거래. 金旼炡이 손에 들린 것을 빤히 내려다보다 다급하게 창문을 내렸다. 이 또한 짐작했다는 듯 刘知珉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走到外面迎着寒风,反而让酒劲更上来了。在大路上走着抓到出租车的刘知珉打开后座车门看着金旼炡。要说不紧张那是骗人的。脑子里已经浮现出那些画面。明明是自己没想后果就做出的事,现在却不知所措地转着眼珠。老实说,确实是一时冲动亲上去的。完全没料到她会接受,不,甚至没想到她会主动吻过来。所以接下来该怎么办。在她的搀扶下坐进座位时,金旼炡一直偷瞄着刘知珉。仅此而已。既不用往里面让座,也不用担心去健身房前有没有整理房间。刘知珉把手机塞给金旼炡后就关上了后座车门。这手机又是什么时候拿的。金旼炡盯着手里的东西看了会儿,急忙摇下车窗。仿佛早就料到似的,刘知珉静静地站在原地。
"왜요." "怎么了。"
"네?" "什么?"
입술을 달싹이지만 끝내 뱉어내지는 못했다.
嘴唇动了动,但最终还是没能说出口。
"부족해요?" "不够吗?"
"……"
"이미 한참 넘은 것 같은데, 주량은."
"感觉你已经超过酒量很多了。"
그에 비해 저쪽은 너무도 여유롭다. 지나칠 정도로 느긋하고 편안해 보인다. 어느덧 가까이로 다가온 刘知珉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열린 창문 사이로 건넸다.
相比之下那边就显得太过悠闲了。放松和惬意得有些过分。不知不觉间走近的刘知珉从口袋里掏出什么东西,隔着打开的窗户递了过去。
"입가심은 알아서 하시고." "自己擦干净嘴吧。"
金旼炡의 미간이 사정없이 찌푸려졌다. 刘知珉은 그대로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얼마 못 가서는 깜빡했다는 것처럼 뒤를 돌아선다. 멀찍이 떨어진 허공에서 시선이 부딪혔다. 대뜸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인 건 무슨 의미였을까. 金旼炡은 포장지를 뜯은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눅진하고 텁텁했다.
金旼炡的眉头深深皱起。刘知珉径直朝着大楼走去。没走多远就像突然想起什么似的转过身来。在遥远的虚空中,四目相对。突然露出笑容挥手是什么意思呢。金旼炡把拆开包装的巧克力放进嘴里。黏腻而干涩。
"누구야?" "是谁?"
테이블에 접시를 내려놓은 여자가 넌지시 물었다. 刘知珉은 말없이 젓가락을 뜯었다. 파란빛의 모래가 완전히 아래로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컵라면의 뚜껑을 열어 이리저리 휘저었다. 밥도 안 먹고 다니냐. 애정 어린 타박을 반찬 삼아 면발을 씹어 삼켰다. 국물까지 완전히 비워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던 모양인지 여자는 다시금 말을 걸어왔다. 처음이잖아. 피아노 연주하듯 테이블을 손가락을 두드리던 刘知珉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把盘子放在桌上的女人若有所思地问道。刘知珉默默地撕开筷子。确认蓝色沙漏中的沙子完全落下后,打开杯面的盖子搅拌了几下。怎么连饭都不吃了。她嚼着面条,配着这份充满关爱的责备当下饭。喝光汤汁并没有花太长时间。似乎是等到她用完餐,女人又开口说话了。这是第一次吧。像弹钢琴一样在桌上敲打的刘知珉的手指停了下来。
"축하를 해줘야 하는 거야 아니면 걱정을 해야 하는 거야."
"是该祝贺呢,还是该担心呢。"
"관심 끄고 네 할 일이나 잘하면 되는 거지."
别管闲事,做好你自己的事情就行。
혹시 셰이커로 맞아봤니. 농담으로만 들을 수 없어서 刘知珉은 일단 슬쩍 의자를 뒤로 밀기는 했다.
你是不是被摇酒器打过?这话听起来不像开玩笑,刘知珉悄悄把椅子往后挪了挪。
"축하는 뭐고, 걱정은 또 뭔데."
"什么庆祝不庆祝的,又有什么好担心的。"
"전자는 친구가 나밖에 없는 건 아니었구나. 후자는 건강검진 결과가 안 좋게 나왔나."
"原来我并不是她唯一的朋友。另外那个人是身体检查结果不太好吗。"
"고맙지도 않으니 정중히 사양할게요 둘 다."
"我一点也不感谢,所以我郑重拒绝你们两个。"
테이블 정리를 마친 여자가 刘知珉의 앞으로 찻잔을 밀어줬다. 이건 또 뭐야. 설마 독이라도 탔겠니 주는 대로 처먹어 그냥. 쓴 거 싫어. 고진감래 몰라? 그게 그 뜻 아냐. 네가 검사님이지 선생님이세요 어디서 교편질. 여자는 테이블 너머의 刘知珉을 위아래로 훑어보다 의자에 몸을 내렸다. 설마 이거야? 눈앞에 들이밀어진 새끼손가락을 확인하고 刘知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도 이제 서른 하고도 하나야. 여자가 본인의 손가락과 刘知珉을 번갈아 쳐다봤다.
整理完桌子的女人把茶杯推到了刘知珉面前。这又是什么啊。难道下毒了吗,不管给什么就这么吃。不喜欢苦的。不知道苦尽甘来吗?那不是这个意思。你是检察官又不是老师,在这装什么老师。女人隔着桌子上下打量着刘知珉,然后坐到了椅子上。难道是这个?看着眼前伸出的小拇指,刘知珉摇了摇头。我们现在也都三十一岁了。女人来回看着自己的手指和刘知珉。
"부정은 안 하네?" "你不否认吗?"
"그럴 가치도 없으니까."
"因为不值得。"
시큰둥하게 대답하며 차를 홀짝인다. 팔짱 끼고 저를 뚫어져라 노려보는 시선은 애써 무시했다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기다렸다. 실망은 안 했다. 그런 감정은 이미 닳고 헤져 버린 지 오래다. 한유진과 헤어진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그 말은 곧 한유진이 차석현과 약혼한 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만간 날을 잡는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건 너무도 당연했다. 밀려나고 밀려나다 보면 깨닫게 된다. 刘知珉은 한유진의 과거에만 머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부로 욕심을 내니 번번이 꼴사나운 상황이 벌어지는 거다. 오늘은 다르지 않을까, 이번에는 틀리지 않을까. 정말이지 구질구질했다. 미적지근하게 식은 차를 단번에 들이켰다.
漫不经心地回答着,小口啜饮着茶。故意无视那双抱着胳膊死死盯着自己的眼神。明知道她不会来还是等待着。倒也没有失望。那种感情早已磨损殆尽。和韩裕真分手也已经过去几年了。这也意味着韩裕真和车锡铉订婚已经过去很长时间了。不久就要定下日子的传言从四面八方传来也是理所当然的。一次次被推开后终会明白。刘知珉只能停留在韩裕真的过去里。尽管如此还是肆意地贪恋,每次都会发生难堪的状况。今天会不会不一样,这次会不会有所不同。真是太过不堪了。一口气喝完了已经变得温热的茶。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의자 위에 덩그러니 놓인 종이가방이 보였다. 이걸 어떻게 할까. 모른 척 두고 가자니 양심에 찔리고, 그렇다고 가져다주자니 번거롭고. 刘知珉은 짤막한 한숨을 내쉬고 핸드폰 잠금을 풀었다. 연락처에서 이름을 검색하다 문득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번호도 모르는구나. 핸드폰을 다시 테이블로 엎어두고 팔짱을 꼈다. 모든 게 어설펐다. 힐끔거리며 쳐다보다 눈이 마주치면 아닌 척 딴청을 피우는 것도, 본인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도 모르면서 대책 없이 일단 끌어안고 보는 것도, 무시하고 지나가면 그만인데 굳이나 멈춰서 말을 걸어오는 것도, 조금만 깊게 입술을 머금으면 금방 호흡을 잃고 가까스로 따라오는 것도. 刘知珉은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그 말도 안 되는 분위기에 휩쓸린 내가 문제지. 밥만 먹고 끝냈어야 했는데, 여기까지는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땅이 꺼져라 크게 한숨을 내쉰 刘知珉이 테이블로 쓰러지듯 머리를 기댔다.
她转过头去。看到椅子上孤零零地放着一个纸袋。该怎么处理呢?假装没看到离开的话良心会不安,要是送过去又觉得麻烦。刘知珉轻叹一声,解锁了手机。在通讯录里搜索名字时突然意识到,这才想起连号码都不知道。她重新把手机扣在桌上,抱起双臂。一切都显得那么笨拙。时不时偷看对方却在眼神相遇时装作若无其事,连自己的感情都还没搞清楚就不管不顾地抱上去,明明可以直接无视走过却非要停下来搭话,只要稍微深入地含住嘴唇就立刻喘不过气只能勉强跟随。刘知珉用手撩了撩头发。问题在于我居然被那种不可理喻的氛围卷入其中。明明应该只是吃完饭就结束的,本不该来到这一步的。刘知珉深深地叹了口气,像是要把地陷下去似的,几乎是倒在了桌子上。
"우리 가게는 취객 안 받아요. 꺼져요."
"我们店里不接待醉鬼。滚出去。"
"야 나 진짜 이참에 연애나 제대로 해 볼까."
"喂,这次我要不要好好谈一场恋爱了。"
"미친…맞지 아까 그 모자 쓴 사람. 어쩐지 눈빛이 막,"
"疯了……对,就是刚才那个戴帽子的人。那种眼神真是,"
"왜 또 갑자기 얘기가 거기로 튀어."
"为什么话题又突然跳到那里了。"
"애인이랑 편하게 데이트할 곳 필요하다면서 업장 내신 분이 누구신데요."
"明明是说要和恋人找个可以轻松约会的地方才开店的,那人是谁啊。"
그러면 또 할 말이 없어진다. 한유진이랑 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술에 잔뜩 취해서 인사불성인 상태로 가계약한 거니까. 刘知珉은 테이블에 머리를 몇 번 박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这下又无话可说了。毕竟是在和韩宥真分手不久后,喝得烂醉不省人事的状态下签的预约合同。刘知珉在桌子上磕了几下头,猛地站起身来。
"아무튼 올해는 크리스마스 때 가게 닫는다."
"总之今年圣诞节店里要关门。"
"너 작년에도 퇴근하고 여기 와서 술 마신 거 알지?"
"你知道去年你也是下班后来这里喝酒的吧?"
"몰라 나 집에 갈래 졸려."
"不知道,我想回家,好困。"
이거 가져가. 여자는 종이가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잠시 고민하던 刘知珉은 지갑에서 오만원권 서너 장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뒀다. 아침에 내가 문자로 주소 넣어줄 테니까 이거 퀵 좀 보내주라. 지폐를 집어 든 여자의 표정이 요묘하게 바뀌었다. 내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던 거니? 刘知珉은 저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어 비딱하게 서서 여자를 쳐다봤다.
"拿去吧。"女人用手指向纸袋。犹豫片刻的刘知珉从钱包里抽出几张五万元纸币,放在了桌上。"明早我会把地址发短信给你,你帮我用快递寄过去。"拿起钱的女人表情变得诡异。"我一直以来都理解错了吗?"刘知珉觉得这又是什么意思,斜着身子站着看着女人。
"너 취향은 약간 많이 거리가 있지 않아?"
"你的品味和我差得也太远了吧?"
"백화점?" 「百货商店?」
"같이 술 마시던 애." 「一起喝酒的那个人。」
"걔는 그냥 잠깐 어쩌다가 알게 돼서"
「我们只是偶然认识的」
"어려 보이던데…적어도 한 다섯 살 차이 정도."
她看起来很年轻...至少年轻五岁。
잭콕을 말아줄 게 아니라 작두를 타야 되는 거 아닌가. 애써 표정 관리를 하며 가게를 나선 刘知珉이 택시를 기다리다 머릿속으로 그 얼굴을 그려봤다. 한유진과 헤어진 이후로 아예 누군가를 만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바를 찾는 손님들은 일단 한번 찔러보자는 식으로 본인의 명함이나 연락처를 두고 가곤 했다. 刘知珉은 그들과 때때로 술을 마셨고 때때로 영화를 봤으며, 때때로 밤을 함께 보냈다. 일회성 만남이 많았고 길어봐야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 그것도 시간을 보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유진과 어딘가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전부 관뒀다. 아무래도 다르긴 다르지 걔들이랑은. 쓰게 웃은 刘知珉이 택시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
与其调制杰克丹尼,不如直接骑木马算了。刘知珉努力控制着表情走出店门,等待出租车时脑海中浮现那张脸。自从和韩宥真分手后,她也不是完全没有和别人约会过。酒吧的客人们总是抱着试一试的心态留下她们的名片或联系方式。刘知珉有时和她们喝酒,有时看电影,有时共度良宵。大多是一夜情,就算约会最长也没超过一个月。而且当她意识到这些人都和韩宥真有几分相似后,就全部结束了这些关系。无论如何,她们和那个人是不一样的。刘知珉苦笑着打开出租车后座的车门。
바뀐 번호는 도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문자를 확인한 刘知珉의 얼굴이 점차 굳어져 갔다. 검사장이며 차장이며 부장이며 며칠 전부터 시간 비워두라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하더니 또 얘들 때문에 자리 만들었다는 거 아냐. 저 역시 그 라인 중 한 명이기는 하다만 노골적인 접대는 다소 지긋지긋했다. 사회에서 번듯하게 살고 싶으면 죄를 짓지 말든가. 덕분에 꼬여 버린 스케줄표를 정리하다 의자 깊숙이 등을 기댔다. 포박하듯 책상 위로 둥그렇게 쌓인 서류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밤새워 만든 기안은 올린 지 5분 만에 반려되고, 한 건 처리했다 싶으면 다섯 건이 새로 들어 온다. 가득 채운 온갖 명함을 내려다보던 刘知珉은 차 키와 핸드폰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내 목줄은 누가 쥐고 있으려나. 불가항력처럼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을 애써 구석으로 밀어냈다.
刘知珉查看短信时脸色渐渐凝重,不知道她们到底是怎么知道换了的号码。检察长、副处长、部长从几天前就一直叮嘱要空出时间,想必又是为了那些人安排的饭局吧。虽然她自己也是那个圈子里的一员,但对这种赤裸裸的应酬已经有些厌烦了。想在社会上体面地活着就别犯罪啊。她靠在椅背上,整理着因此变得混乱的日程表。桌上堆积如山的文件看起来丝毫没有减少的迹象。熬夜写的提案上交五分钟就被打回,觉得处理完一件事,又会涌进来五件新的。刘知珉低头看着满满当当的各种名片,拿起车钥匙和手机从座位上站了起来。那么,我的命运又是被谁掌控着呢。她努力把不由自主浮现在脑海中的那张脸推到角落。
기어이 본가로 선물을 보냈는지 엊그제는 시간 되면 집에 올 때 같이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终于还是送了礼物回娘家,前几天收到信息说如果有时间回家的话就一起回去。
입사 초까지만 하더라도 한 달에 한 번은 봤던 것 같은데 이제는 다 컸다고 안 놀러 오는 거냐는 말은 그저 웃어넘겼다. 결혼하면 얼굴 보기 어려워질 텐데 벌써부터 아쉽다는 말은 한 귀로 흘려들었다. 정수기에서 물을 따르다 손을 다 적신 것도 같다. 바닥을 치우다 유리잔을 깨트린 것도 같고. 깨진 유리잔에 손가락이 베인 것도 같고, 평소보다 늦게 나선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사무실에 도착한 것도 같고.
刚入职时好像每个月都能见一面,现在却被说长大了就不来玩了,我只是笑着糊弄过去。说结婚后见面会更难,现在就开始觉得可惜了,这话我也是左耳进右耳出。似乎在接饮水机的水时把手都弄湿了。好像在打扫地板时打碎了玻璃杯,手指似乎也被碎玻璃划伤了,大概也是因为比平时出门晚,差点就迟到了。
주차장에 도착한 刘知珉은 뻐근한 뒷목을 연신 주무르며 운전석으로 들어갔다. 거추장스러운 뒷배경이 이럴 때는 편했다. 누굴 태우러 가거나 기다릴 필요는 없으니까. 문자로 받은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찍고 벨트를 채웠다. 이래저래 보는 눈이 많으니 지검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식당을 잡은 모양이었다. 못 해도 자정을 넘어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피로가 몰려왔다. 중간에 슬쩍 도망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번호를 알려줬을 사람이 눈에 밟혀 이내 체념하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부 때부터 어렵게 이룬 법률가 집안은 3대에서 끊길 예정이었기에 면직 전까지는 가급적 부모님 뜻에 맞춰 움직이는 게 마음 편했다. 이렇게라도 효도하는 거지 뭐. 刘知珉은 가슴팍에서 달그락거리는 직원증을 빼서 조수석으로 대충 던져뒀다.
到达停车场的刘知珉一边不停按揉着僵硬的后颈,一边坐进了驾驶座。这种时候,没有多余的后顾之忧反而更轻松。不需要去接人或等人。她将短信收到的地址输入导航,系好安全带。看来是因为要避开太多关注的目光,才选了离检察厅较远的餐厅。一想到最早也要过了午夜才能回家,疲惫感就已经袭来。她短暂地考虑要不要趁机溜走,但想到给她号码的那个人,又像认命般摇了摇头。从祖父那代起艰难建立的法律世家,到第三代就要断送了,所以在被免职之前,尽量顺从父母的意愿反而更轻松。这样也算是尽孝了吧。刘知珉取下在胸前叮当作响的工作证,随手扔在了副驾驶座上。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비서관은 단번에 제 얼굴을 알아보고 가까이 다가왔다. 이사님은 안에서 기다리고 계시고, 다른 일행분들은 곧 도착하신다고 합니다. 刘知珉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를 따라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멈춰선 문 앞에서 목을 가다듬고 방 안으로 들어가면 자리에 앉아 있던 여자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앞으로 다가왔다. 장관님께 말씀 많이 들었어요 刘知珉 검사님. 역시나 부친의 인맥이었다. 刘知珉은 적당한 미소를 띠며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가볍게 위아래로 흔든 다음에는 여자의 손짓에 따라 테이블 끝자리에 착석했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나으세요로 시작된 스몰 토크는 검사장을 비롯한 나머지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얼마 뒤 다시 문이 열리면 刘知珉에게도 익숙한 얼굴과 처음 보는 얼굴들이 우르르 섞여 들어왔다.
在入口等候的秘书一眼就认出了我的脸,走了过来。她说理事正在里面等候,其她人也快到了。刘知珉点点头,跟随着她快步前行。在停下的门前清了清嗓子走进房间,只见坐在座位上的女人小心翼翼地站起身向前走来。"我从部长那里听说过很多关于您的事,刘知珉检察官。"果然是父亲的人脉。刘知珉挂着得体的微笑与她握手。轻轻上下摇晃后,按照女人的手势坐在了桌子的末席。从"本人比照片好看多了"开始的寒暄一直持续到检察长等其她人到达。不久后门再次打开,刘知珉熟悉的面孔和初次见面的陌生人们鱼贯而入。
저들끼리 인사를 마쳤는지 자연스레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리겠다는 화정그룹의 건배 제의와 함께 여기저기에서 술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초장이기는 하지만 분위기는 나름 나쁘지 않았다. 대표이사가 넌지시 던진 형량 범위는 이쪽도 적당히 체면 차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1심 이후의 계획이 제법 구체적인 걸 보면 판사 쪽과도 어느 정도 물밑 작업을 마친 듯 보였다. 사건 얘기가 대충 마무리되면 주제는 돌고 돌아 刘知珉에게로 향한다. 다음에는 대검으로 가셔야죠. 잔을 채우며 건넨 대표이사의 한 마디에 여기저기에서 동조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대검 찍고 승진해서 부장으로 남부나 서부 내려오면 딱이지. 헛소리에는 굳이 대꾸하지 않고 입꼬리만 올렸다.
看来她们已经互相问候完毕,自然而然地坐下来交谈。伴随着华贞集团敬请多多关照的祝酒词,各处传来碰杯的声音。虽然只是开始,但气氛倒也不错。董事长含蓄提出的刑期范围对我方来说也是个能保住面子的水平。从一审后的计划如此具体来看,似乎与法官那边也已经完成了一定程度的暗中沟通。当事件相关的话题大致结束后,话题转来转去最后落到了刘知珉身上。"下一步该去检察总长办公室了吧。"董事长一边倒酒一边说道,引来四处附和的笑声。"去了检察总长办公室升职后,当个部长去南部或西部正合适。"对于这种无稽之谈,她只是扯了扯嘴角,并不作答。
이목이 집중 되는 건 좋아하지 않았다. 정정한다, 저나 가족의 이름이 남들 입에 오르내리는 건 꽤나 싫어하는 편이다. 특히나 이런 자리에서는 더더욱. 刘知珉은 술잔을 말끔히 비워내고 몸을 일으켰다. 열 댓개의 눈동자가 일제히 한 곳으로 모아졌다. 전화 좀 받으려고요. 이내 다시 떠들썩해졌다. 잠깐 바람이나 쐬고 들어가려 했다. 최근 들어 컨디션 관리를 못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취기가 일찍 올라왔다. 이름 모를 술의 도수도 상당한 것으로 보였고. 숨을 뱉을 때마다 맡아지는 알콜 향은 적잖이 지독했다. 반질반질한 대리석 복도를 걷다 코너를 꺾었을 때였다. 유 검사님? 낯선 목소리와 낯익은 호칭이었다. 刘知珉은 뒤를 돌아 카운터 근처에 서 있는 사람을 확인했다. 내가 쟤를 어디서 봤더라. 기억을 더듬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정보가 없었다. 대놓고 명품 시계를 차고 다니는 걸 보면 우리 쪽 계열은 아닌 것 같은데. 남자의 아웃핏을 살펴보던 刘知珉이 떨떠름함을 굳이 감추지 않으며 고개를 돌렸다. 다른 사람이랑 착각했겠거니 싶어 무시하려 했는데 남자는 한 번 더 물어보는 것이다. 刘知珉 검사님 아니신가요? 발걸음이 멈추었다. 남자의 얼굴에 서서히 묘한 확신이 들어찼다.
她不喜欢成为众人瞩目的焦点。更正一下,她相当厌恶自己或家人的名字被她人挂在嘴边。尤其是在这种场合下更是如此。刘知珉一饮而尽,站起身来。十几双眼睛齐刷刷地聚焦在一处。只是接个电话。随后又恢复了喧闹。她本想出去透透气就回来。最近没能好好调理身体,醉意比平时来得更早。看来这种不知名酒的度数也不低。每次呼气时都能闻到刺鼻的酒精味。当她走在光滑的大理石走廊上转过拐角时,听到有人叫道:"刘检察官?"是陌生的声音却是熟悉的称呼。刘知珉转身看向站在柜台附近的人。我在哪见过这家伙?她搜寻记忆,却想不起任何相关信息。看她明目张胆戴着名表,应该不是我们这边的人。刘知珉打量着男人的穿着,毫不掩饰地露出不悦的表情转过头去。以为是认错人想要无视,但那男人又问了一遍:"您不是刘知珉检察官吗?"脚步停了下来。男人脸上逐渐浮现出奇特的确信。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네요.“
"没想到会在这里这样相遇呢。"
그러더니 앞으로 걸어온다. 然后她向前走来。
자연스레 건네지는 왼손.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그 덕분에 깨닫게 됐다. 정말이지 쓸데없는 우연이었다.
自然而然伸出的左手。虽然不是有意的,但多亏如此才意识到了。确实是毫无必要的巧合。
"…차석현씨." "…车锡铉先生。"
"기억 하시네요. 예전에 송 대표님 취임식에서 잠깐 인사"
您还记得啊。之前在宋代表就职典礼上简单打过招呼。
"네. 지금 생각났어요.“ 是的,我现在想起来了。
刘知珉은 금방 표정을 바꾸며 눈앞의 손을 잡았다가 놓았다. 앞으로 여긴 안 와야 되겠네. 가벼운 악수를 끝내자마자 케이스에서 명함을 꺼내 건네는 일련의 행동에서는 어색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빳빳한 종이에 적힌 글씨를 읽어보던 刘知珉이 무심히 말했다. 죄송해요 저는 따로 챙기지를 않아서. 차석현은 괜찮다며 손을 가로젓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刘知珉很快改变表情,握了握面前的手又放开。以后还是不要来这里了。握完手后立即从名片夹里取出名片递过去的一系列动作看不出任何不自然。刘知珉读着硬卡片上的字,漫不经心地说道:"抱歉,我没有准备名片。"车锡贤摆手说没关系,露出温和的微笑。
"검사님 얘기는 유진이한테 많이 들었습니다.“
"检察官的事情我从有真那里听说了很多。"
일부러 이러는 건 정말, 아닐 텐데 말이다.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故意做这些事的话,应该,不会吧。感觉血都凉了。握着手机的手不由得攥紧了。
"언제 한 번 식사라도 같이 하고 싶었는데 좀처럼 기회 잡기가 어렵네요. 유진이 말로는 요즘 많이 바쁘시다고…"
"一直想找机会一起吃顿饭,却总是很难找到合适的时机呢。听 Eugene 说你最近很忙..."
"뭐…그런 편이죠.“ "嗯...差不多这样吧。"
차석현은 못내 아쉬운 내색을 하며 손가락으로 刘知珉의 손을 가리켰다. 시간 되실 때 연락 주세요. 제가 맛있는 밥 살게요. 결국 刘知珉은 야트막한 헛웃음을 터트렸다. 제대로 먹이네 진짜. 목구멍에서 넘실거리는 말을 겨우 삼켜내고 머릿속으로 문장을 골라냈다.
车锡贤一脸惋惜地用手指着刘知珉的手。有时间的话请联系我吧,我请您吃饭。最后刘知珉露出了一丝无奈的苦笑。真是被喂得明明白白啊。她勉强咽下喉咙里翻涌的话语,在脑海中筛选着合适的句子。
"저는 아직 회식이 안 끝나서요."
"我这边聚餐还没结束。"
"죄송해요, 제가 너무 오래 붙잡아뒀네요."
"抱歉,我耽误你太长时间了。"
"들어가세요. 연락은 유진이 통해서 드리겠습니다.“
"请进。我会通过 Eugene 跟您联系。"
그는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누구와 다르게 여유롭고, 차분하고. 刘知珉은 차석현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정의 내릴 수 없는 감정이 발끝에서부터 기어 올라왔다. 차석현. H전자 상무이사. 명함에 적힌 내용을 곱씹어 보다가 손바닥 안의 종이를 구겨 그대로 바닥에 내던졌다. 무시하고 지나갔어야 했는데, 그게 아니면 인사만 하고 자리를 피했어야 했는데. 크게 숨을 내뱉은 刘知珉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하고 간신히 걸음을 뗐다.
她直到最后都没有失去笑容。与别人不同,她显得从容而平静。刘知珉直到车石铉的背影完全从视野中消失才离开了原地。一种难以定义的情绪从脚尖开始蔓延上来。车石铉。H 电子常务理事。回味着名片上的内容,她将手中的纸张揉成一团扔在地上。本应该无视直接走过去的,要么就该打个招呼就避开的。刘知珉深深地呼出一口气,反复握紧又松开拳头,好不容易才迈开了脚步。
기껏 도망친 곳이 화장실이었다. 刘知珉은 세면대를 짚고 호흡을 골랐다.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고개를 들었다. 주머니 속에서는 핸드폰이 진동했다. 꺼내서 확인해보니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가 화면 위로 떠올랐다. 수신거부하고 잠금을 풀었다. 부재중 전화도 몇 통이나 찍혀 있었다. 문자는 안 봐도 뻔했다. 이 기분으로 들어가서 댁들 비위를 맞추라고? 刘知珉은 미련 없이 세면대 안으로 핸드폰을 밀어 넣었다. 좀처럼 감정이 가라앉지 않았다. 유진이. 차석현의 입을 통해 듣는 그 이름은 차라리 아주 어색해야 했다.
好不容易逃到的地方却是洗手间。刘知珉撑着洗手台调整呼吸。她无目的地凝视着流下的水流,然后抬起头。口袋里的手机在震动。拿出来一看,屏幕上显示着一个未保存的号码。拒接后解了锁。未接来电也有好几通。短信内容不用看也知道。让我带着这种心情进去配合她们?刘知珉毫不犹豫地把手机推进了洗手台。情绪迟迟无法平静下来。有真儿。从车锡铉口中听到的这个名字反而应该显得很生疏才对。
비로소 실감이 났다. 한유진의 옆에 서 있는 사람은 차석현이다. 그 이름을 다정히 부르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반지를 나눠 끼는 사람은 더이상 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刘知珉은 벽에 기댄 채 주저앉아 손바닥으로 거칠게 얼굴을 쓸어내렸다. 입 밖으로는 자조적인 웃음이 새어나갔다.
终于意识到了。站在韩宥真身边的人是车锡铉。那个温柔地呼唤她名字、倾听她倾诉、与她戴上对戒的人,已经不是自己了。刘知珉靠着墙坐下,粗鲁地用手掌擦过脸庞。嘴角不禁流露出自嘲的笑容。
"유 검사님?" "柳检察官?"
설마 여기까지 찾으러 온 건가. 짤막한 실소를 곱씹은 刘知珉이 다시금 마른세수하듯 손에 제 얼굴을 문질렀다. 이제는 머리도 지끈거렸다. 술자리가 끝나려면 적어도 한 시간, 2차까지 끌려가면 진짜 자정은 넘을 것 같은데. 하필 아버지 지인일 건 또 뭐야. 연거푸 한숨이 터져 나왔다.
难道追到这里来了吗。刘知珉抿着一丝苦笑,又像擦脸一样用手揉了揉脸。现在连头都开始疼了。酒局结束至少还要一个小时,要是被拖去第二场的话恐怕真要过了午夜。偏偏还是父亲的熟人。一连串的叹息不由自主地涌了出来。
"…울어요?" "……哭吗?"
저건 또 무슨 소리야. 손가락으로 눈가를 더듬었지만 물기 하나 묻어나오지 않았다. 刘知珉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那又是什么声音。用手指摸了摸眼角却没有沾到一点湿润。刘知珉抬起了头。
"여기에서 뭐하는…거냐고 하기에는 밥 먹으러 왔을 거고."
"问你在这里做什么似乎也不用问,应该是来吃饭的吧。"
"…검사님." "……检察官。"
"맛집인가 보네요 진짜." "看起来这家店真的很好吃啊。"
운수 좋은 날인지 오늘은 어째 마주치기 싫은 사람들만 제 눈앞에 나타난다. 刘知珉은 벽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아무 것도 안 했는데 왜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저쪽을 신경 써주기에는 이쪽 꼴이 더 형편없지 싶다. 쓰게 웃으며 바지를 툭툭 털다가 옆으로 슬쩍 자리를 비켜줬다. 가만히 서 있던 金旼炡이 그제야 걸음을 뗐다.
也不知道今天是不是什么好运日子,总是遇见些不想遇见的人。刘知珉扶着墙站起身来。这次明明什么都没做,却不知道为什么对方会摆出那种表情。不过与其在意对方,自己这副模样可能更加狼狈。她苦笑着拍了拍裤子上的灰尘,侧身给对方让出了路。一直站着不动的金旼炡这才迈开步子。
세면대 안에 빠져있던 핸드폰을 꺼내 물기를 툭툭 털어낸다. 티슈로 꼼꼼히 닦고,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건네주는 것이었다. 어차피 버릴 거여서 그럴 필요 없는데. 刘知珉은 받아든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넣어뒀다. 여기까지는 선심이다.
取出掉进洗手池的手机,甩了甩上面的水。用纸巾仔细擦干,东看西看地检查了一番后才递过来。反正都要扔掉了,根本没必要这么做。刘知珉把收到的手机放进了口袋里。这已经是仁慈了。
"아까 그 사람이 유진이에요?"
"刚才那个人是宥真吗?"
그리고 이건 참견이고. 그것도 아주 주제넘은. 가볍게 코웃음을 친 刘知珉이 화제를 돌렸다. 퀵은 잘 받았어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而这是多管闲事,而且还非常僭越。刘知珉轻轻冷笑着转移了话题。"快递收到了吗?"没有得到回答。
"아니면 그 사람이 일이에요?"
"或者,那个人是工作吗?"
스무고개라도 하자는 건가 싶다.
看来是想玩个猜谜游戏。
"그래서 그때 그렇게 검사님이 기다렸고?"
所以那时候检察官就这样等着吗?
보기보다 눈치가 빠른 건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멍청히 티를 낸건지. 얘는 나랑 어쩌자는 건지. 딱히 알려줄 이유가 없어서, 그럴 마음도 안 생겨서 굳게 다문 입을 열지 않았다. 고운 말이 튀어나갈리 없으니 나름 참은 것도 있었다. 刘知珉은 거울로 제 모습을 확인하며 셔츠를 정리한 뒤에 앞으로 걸어갔다. 이젠 정말 돌아갈 때였다.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웠다. 그런데 도무지 협조를 안 해준다. 刘知珉이 제 팔을 붙잡은 새하얀 손을 내려다봤다.
不知是她比表面上看起来更敏锐,还是我太明显地表现出来了。这家伙到底想干什么。既然没有特别要告诉她的理由,也没有这个心情,我就紧闭着嘴不说话。这也算是忍耐了,毕竟不可能说出什么好话来。刘知珉对着镜子检查了下自己的样子,整理好衬衫后向前走去。现在真的该回去了。离开岗位太久了。但她就是不配合。刘知珉低头看着抓住自己胳膊的雪白的手。
"검사님이 버리는 거 봤어요.“
"我看到检察官想要丢弃的东西了。"
구겨진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명함은 그 손 안에 들어 있었다. 천장을 올려다 보며 한숨을 내쉰 刘知珉은 성가시다는 듯 金旼炡의 팔을 떼어냈다. 신고라도 할 겁니까? 어깨를 두 어 번 두드려주고 다시 걸음을 뗐다. 하지만 좀처럼 그 자리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손가락이 붙잡혔기 때문이었다.
皱痕依然清晰可见的名片握在她手中。刘知珉 抬头看着天花板,叹了口气,不耐烦地甩开了 Kim Min-seong 的手臂。你要去报警吗?她拍了拍对方的肩膀,想要继续往前走。但她没能离开那个地方,因为这一次对方抓住了她的手指。
"밥 다 먹으면 한강으로 드라이브 가려고 했어요."
"我本想着等吃完饭就去汉江兜风。"
"……"
"그런데 안 가려고요." 但是我不想走。
명백한 도발이었다. 여전히 어설프고, 어김없이 유치한.
这是明显的挑衅。依然笨拙,果然幼稚。
"집 주소 아시죠." "你知道家里的地址吧。"
헛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나올 거면 긴장한 표정이라도 어떻게 숨겨보든가. 刘知珉은 金旼炡이 다른 손에 쥐고 있는 명함을 빼앗아 반으로 찢었다. 그리고 다시 또 반으로 찢은 후에 그대로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고개를 돌렸을 때는 거울 속의 제 모습만 홀로 남아 있었다.
连苦笑都笑不出来了。既然会是这样的结果,当初还不如试着掩饰一下紧张的表情。刘知珉抢过金旼炡另一只手里拿着的名片,将它撕成两半。然后又把它撕成四半,扔进了垃圾桶。当她转过头时,镜子里只剩下了她一个人的身影。
질끈 눈을 감고 뺨을 세게 두드린 뒤에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복도를 걸어가다 보면 문 앞에서 초조한 얼굴로 전화를 하고 있는 서 부장이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이내 刘知珉을 발견한 서 부장이 빠르게 잔소리를 쏟아냈다. 유 프로는 핸드폰을 만들러 갔던 거야? 아까부터 이사님이랑 검사장님이.
紧闭双眼,用力拍了拍脸颊后走出了洗手间。走在走廊上,一眼就看到徐部长正在门前焦急地打着电话。看到刘知珉后,徐部长立刻倾泻出抱怨:刘组长,你是去造手机了吗?理事和检察长从刚才就...
"일이 생겨서 먼저 들어가 봐야 될 것 같습니다."
"有事需要先回去了。"
"…뭐?" "…什么?"
"잘못 말했습니다. 들어가 보겠습니다 저는."
"对不起说错了。我这就进去。"
벙 져 있는 서 부장을 아랑곳 않고 刘知珉은 그대로 다시 뒤를 돌아 카운터를 향해 걸어갔다. 대리기사를 기다리며 먹통이 된 핸드폰을 하염없이 만지작거렸다. 출입문을 나가기 전에는 카운터 옆 휴지통에 핸드폰을 던졌다. 아침부터 부장실이며 차장실에 불려 다니며 잔소리를 듣겠지만 그런 것들은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창밖을 내다보던 刘知珉은 콘솔박스에서 꺼낸 사탕을 입에 넣고 혀로 굴렸다. 찬 바람 덕분인지 아니면 사탕 덕분인지 조금씩 취기가 가셨다.
刘知珉无视站在原地发愣的徐部长,转身向柜台走去。等待代驾时,她不停摆弄着已经完全没反应的手机。在离开之前,她把手机扔进了柜台旁边的垃圾桶。虽然从明天早上开始可能会被叫到部长室和科长室挨训,但这些事她都不太在意。刘知珉望着窗外,将从控制台储物格里拿出的糖果放入口中含着。不知是因为冷风还是糖果的缘故,醉意渐渐消退了。
하지만 도착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집 주소야 알지, 그런데 그게 끝이잖아. 마침 핸드폰도 버리고 온 터라 전화나 문자를 할 수도 없었고, 설령 핸드폰이 있다고 해도 번호를 모르기 때문에 연락할 방법이 마땅찮았다. 刘知珉은 높게 뻗은 건물을 한참 동안 올려다보다 조수석에서 빠져나왔다. 요즘 술을 자주 마셔서 머리가 어떻게 됐나. 문을 닫고 차체에 기댄 刘知珉이 이리저리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택시 잡으려면 큰길로 나가야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사탕을 씹어 삼켰을 때였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누군가를 발견한 것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새 갈아입었는지 옷차림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더불어 눈에 익은 모자가 추측을 확신으로 바꾸어놓았다.
但直到到达目的地才意识到。虽然知道家的地址,但也仅此而已。正好手机也已经扔掉了,既不能打电话也不能发短信,就算有手机,因为不知道号码,也没有合适的联系方式。刘知珉仰望着高耸的建筑物许久,然后从副驾驶座位上出来。最近喝酒喝得太多,脑子都不好使了。关上车门后靠在车身上的刘知珉左右环顾四周。想着要打车的话得去大路上,正当她嚼着糖果咽下去的时候。在黑暗中发现了一个慢慢走来的身影。不知不觉嘴角上扬。看来已经换过衣服了,穿着显得舒适多了。再加上那顶眼熟的帽子,让猜测变成了确信。
"안 오면 밤새 그러고 있었을 거예요?"
"如果我不来的话,你就会这样熬一整晚吗?"
"누구처럼 마냥 기다리지는 않았을걸요."
"我可不会像某人那样一直等着。"
"아야, 정곡을 막 찌르네."
"哎呀,说到痛处了。"
나름 분위기를 풀어보겠다고 장난을 쳤는데 그다지 효과는 없었다. 신발이 맞닿기 직전까지 다가왔다가 휙 하니 뒤를 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은데. 刘知珉은 金旼炡을 따라가며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하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동안에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金旼炡은 입을 열지 않았다. 살짝 떨어진 옆에서 刘知珉은 괜히 눈치만 살폈다. 누구 달래고 어쩌는 건 소질 없는데. 그래도 머릿속으로는 성심성의껏 대화거리를 찾았다. 더욱이 요 근래는 밀린 업무 때문에 사무실에만 있었다. 피의자들 신문하고, 참고인 조사하고, 형법이랑 판례를…刘知珉은 입을 꾹 다물었다.
我试图用玩笑来缓和气氛,但似乎没什么效果。她走近到鞋尖几乎相碰的距离,然后猛地转身。看起来应该不会花太长时间。刘知珉跟在金旼炡身后,不停地歪着头。不论是走向地下停车场的时候,还是等电梯的时候,金旼炡都没有开口说话。刘知珉站在稍远的一旁,小心翼翼地观察着情况。安慰人什么的本来就不是她的强项。尽管如此,她还是在脑中认真地搜寻着话题。而且最近因为积压的工作,一直都待在办公室里。审问嫌疑人,调查证人,刑法和判例...刘知珉紧紧地闭上了嘴。
"진짜로 올 거라고는…생각 안 했어요.“
"我真的没想到…你会来。"
이상하리만큼 갈증이 났다. 자칫하면 모자로 손을 뻗을 뻔했다. 다행스럽게도 움찔하는 찰나에 차임벨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刘知珉은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먼저 내린 金旼炡은 현관문 앞에 서서 刘知珉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걸 넘어서면 누구도 돌이킬 수 없을 거다. 적어도 오늘 밤은 함께 보낸다는 뜻이었다. 어리다고 해도 그 정도는 알고 있을 거다. 그러니 저렇게 망설이다 비밀번호를 누르는 거겠지. 바닥을 바라보고 있던 刘知珉은 도어락이 해제되는 소리가 울리면 고개를 들었다. 하필 그 순간 눈이 마주쳤다. 빈손으로 와서 어떡해요. 이건 어쩌면 농담이었다. 그러나 金旼炡은 웃지 않았다. 안에 다 있어요. 저건 진담이었을까. 刘知珉 역시 혀로 입술을 축일 뿐이었다. 金旼炡이 먼저 집으로 들어가면, 刘知珉은 뒤따라가며 문을 닫았다. 신발을 벗고 슬리퍼에 발을 끼워 넣었다. 넓은 복도를 걸어가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탁 트인 야경이 나타났다.
莫名的口渴难耐。差点就要伸手去摸帽子。幸运的是,就在身体微微颤抖的瞬间,随着叮咚声,电梯门打开了。刘知珉转过头,松了一口气。先下电梯的金旼炡站在玄关门前,注视着刘知珉。一旦跨过那道门,就再也无法回头了。至少这意味着今晚将一起度过。虽然年纪小,但这种事她应该也明白。所以才会那样犹豫着输入密码吧。一直盯着地板的刘知珉在听到门锁解除的声音时抬起了头。偏偏在那一刻四目相对。"空着手来怎么行。"这或许是个玩笑。但金旼炡没有笑。"屋里都有。"这是认真的吗。刘知珉只是用舌头润了润嘴唇。金旼炡先进了屋,刘知珉跟在后面关上门。脱掉鞋,穿上拖鞋。沿着宽敞的走廊走去,不一会儿就能看到开阔的夜景。
刘知珉은 위스키가 놓여 있는 식탁을 확인하고 자연스럽게 의자에 몸을 내렸다. 역시나 술은 즐기지 않는 모양인지 유리컵은 술잔보다는 물컵에 더 가까웠다. 金旼炡은 쭈뼛거리며 맞은편에 앉아 잔을 만지작거렸다. 어째 주객이 전도된 꼴이었다. 위스키는 刘知珉에 의해 다시 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金旼炡이 조심스럽게 입술을 열었다. 다른 거 꺼낼까요? 刘知珉은 고개를 내저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刘知珉看了看放在餐桌上的威士忌,很自然地坐在了椅子上。看来她并不喜欢喝酒,因为眼前的玻璃杯更像是水杯而不是酒杯。金旼炡局促不安地坐在对面摆弄着酒杯。这情形倒像是主客颠倒了。威士忌被刘知珉重新放回了盒子里。金旼炡小心翼翼地开口问道:"要拿别的出来吗?"刘知珉摇摇头,漫不经心地回答。
"안 마실건데요." "我不喝了。"
"…왜요?" "……为什么?"
"맨정신에 하고 싶어서요." "我想在清醒的时候做。"
金旼炡의 손이 미끄러졌다. 刘知珉이 빈 잔을 옆으로 치워두고 金旼炡에게 말했다. 물 좀 줄래요? 아까부터 이상하게 목이 타네. 그대로 굳어버린 것인지 손가락 하나를 까딱하지 않았다. 이런 애랑 내가 뭘 하겠다고. 가벼운 미소를 흘린 刘知珉은 주변을 살펴보다 의자를 뒤로 밀어냈다. 실례 좀 할게요. 유리컵을 든 채로 집주인을 지나쳐 안쪽으로 걸어가면 싱크대 위에 놓인 정수기가 보였다. 어느 누가 이쪽을 손님으로 볼까. 자리로 돌아온 刘知珉이 앞쪽으로 잔을 밀어줬다.
金旼炡的手滑了一下。刘知珉把空杯子放到一边后对金旼炡说道。能给我倒点水吗?不知怎么的,从刚才开始就觉得特别渴。她像是僵住了一般,手指都没动一下。和这样的人我能做什么呢。刘知珉露出淡淡的微笑,环顾四周后把椅子往后推。失礼了。端着玻璃杯越过屋主往里走,就能看到水槽上方的净水器。谁会把她当成客人呢。回到座位的刘知珉把杯子推向前方。
"앉아요, 내가 다 무안하네." "坐下吧,你让我觉得太不好意思了。"
"술…진짜 안 마셔도 돼요?“
"酒...真的不喝也可以吗?"
겨우 입술을 떼서 물어보는 것이라고는 고작 그런 게 전부였다. 刘知珉은 일정한 박자에 맞춰 손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렸다. 미세하게 일렁이는 희고 얄따란 목이 유독 눈에 밟혔다.
好不容易开口问出的也只不过如此而已。刘知珉有节律地用手指敲打着餐桌。那若隐若现的白皙修长的脖颈格外引人注目。
"설마 취한 사람 이렇게 저렇게 해서 어물쩍 넘어갈 생각이었어요? 그건 조금 곤란한데."
"该不会是想趁着醉酒状态,用这种那种借口蒙混过关吧?这可有点不太妙啊。"
"그런 거 아니에요." "不是那样的。"
"그런데 왜 자꾸 권해. 본인은 주량도 별로인 것 같더만."
"那为什么一直劝酒。看你自己酒量也不怎么样。"
다시 입을 꾹 다문다.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삼켜낸 刘知珉이 턱을 괴고 지그시 金旼炡을 올려다봤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차가운 물로 목을 축인 刘知珉은 빈 잔을 만지작거리다 먼저 운을 띄웠다. 아까 식당에서 봤던 남자는 차석현이고 대기업 임원이에요. 흔히 말하는 재벌 뭐 그런 거. 안 친해요,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없고. 金旼炡의 손가락이 움찔거렸다. 앉아요. 刘知珉이 제 옆의 빈 의자를 톡툭 건드렸다. 망설임 끝에 쭈뼛거리며 맞은편에 몸을 내린 金旼炡은 두 손으로 잔을 움켜쥐었다. 마찬가지로 목이 말랐는지 잔에 있던 물을 반쯤 마시는 틈을 타서 刘知珉은 金旼炡의 모자를 벗겨냈다.
她又紧紧地闭上了嘴。努力抑制住即将爆发的笑声的刘知珉托着下巴静静地望着金旼炡。沉默持续了一阵子。用凉水润了润喉的刘知珉摆弄着空杯子,先开了口。刚才在餐厅看到的那个男人是车锡贤,是大企业的高管。就是人们常说的财阀那类的。我和她不熟,也没有想要和她熟络的意思。金旼炡的手指微微颤动。坐下吧。刘知珉轻轻拍了拍身边的空椅子。犹豫再三后,金旼炡缓缓在对面坐下,双手紧握着杯子。看来她也口渴了,趁着她喝掉半杯水的空档,刘知珉摘下了金旼炡的帽子。
"내가 왜 차석현을 싫어하는지 알려줘요?“
"要我告诉你我为什么讨厌车锡贤吗?"
고개를 느릿하게 가로저었다. 이렇게 보면 연기에는 영 소질이 없어 보이는데. 刘知珉은 여상히 한 마디를 얹었다.
她缓缓地摇了摇头。这样看来,演技似乎很不在行啊。刘知珉若无其事地补充了一句。
"약혼남이거든요.“ "她有未婚夫了。"
얼굴에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황스럽고, 얼떨떨하고, 어이없고, 상처받은. 반면 刘知珉은 무슨 일이 있냐는 듯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살뜰히 정리해줬다. 꽤나 놀란 모양이었다. 金旼炡이 이마에 닿은 손을 붙잡아 아래로 내렸다. 약혼남이요? 잘못 들었다는 것처럼 되묻는 목소리는 잘게 떨렸다. 장난을 못 치겠네. 刘知珉은 제 손안에서 맥없이 늘어진 손가락을 잡았다 놓으며 말을 덧붙였다.
她的脸上清晰地流露出各种情绪。困惑、茫然、难以置信、受伤。相比之下,刘知珉却像什么事都没发生一样,细心地整理着凌乱的头发。看来是被吓到了。金旼炡抓住抵在额头上的手,将它拉了下来。未婚夫?她的声音颤抖着,仿佛是在确认自己是否听错了。看来玩不了什么把戏了。刘知珉一边握着对方无力垂下的手指,一边补充道。
"네, 그때 제가 기다리던 사람이랑 아마 결혼할 겁니다.“
"是的,我可能会和那时等待的人结婚。"
물이 반쯤 남은 잔을 金旼炡에게 쥐여주고, 옆에 있던 모자를 툭툭 건드렸다.
将半杯水递给金旼炡,轻轻碰了碰旁边的帽子。
"키스는 술김이었어요 인정할게요." "那个吻是酒后冲动,这个我承认。"
"……"
"그래서 지금은 겸사겸사 확인하려고 왔어요."
"所以现在就顺便来确认一下了。"
"……"
"취하지 않아도 가능할까." "不喝醉的话也可以吗?"
"……"
"나도, 金旼炡씨도.“ "我和金旼炡xi都。"
그 다음에는 앞으로 손을 뻗어 金旼炡의 손목을 그러쥐었다. 刘知珉은 엄지로 새하얀 살결을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적당히 부드러운 온기가 손끝에 맴돌았다. 자신 없으면 여기서 관두고. 넌지시 떠보면 놓치지 않고 물어온다.
接着她伸出手抓住了金旼炡的手腕。刘知珉用拇指缓缓抚过那片白皙的肌肤。适度的温暖在指尖萦绕。如果没有把握的话就到此为止吧。试探性地问了问,对方立刻就追问了。
"관두면 어떻게 되는 건데요." "要是放弃了会怎么样。"
"밥 먹다 포옹 한 번 하고, 술 마시다 키스 한 번 했던 남남이 되는 거죠."
就只是吃饭时拥抱一次,喝酒时接吻一次的陌生人罢了。
"관두지 않으면요." 如果不放弃的话。
"그건 해봐야 알 것 같은데.“
这个得试试才知道。
도화선이 타오르는 소리가 아득히 들려왔다. 刘知珉이 자켓을 벗어 의자에 걸치고 제 허벅지를 두어 번 두드렸다. 낮은 한숨 소리가 테이블 위를 맴돌았다 금방 자취를 감추었다. 두 개의 의자가 나란히 뒤로 끌렸다. 金旼炡을 올려다보던 刘知珉은 능숙하게 허리를 감싸 제 쪽으로 당겼다. 여리여리한 몸이 가뿐히 이끌려와 허벅지로 안착했다. 刘知珉이 金旼炡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숨을 들이마셨다. 바디워시 뭐 써요. 그때 향수 안 알려줬잖아요. 그래요 이따가 확인하면 되지 뭐. 金旼炡은 살갗에 닿는 숨결에 움찔거리면서도 셔츠 단추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그러나 아닌 척 해도 서툰 건 숨길 수 없었다.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아 결국 刘知珉은 직접 단추를 풀어 내리고 金旼炡에게 가볍게 입을 맞췄다. 이편이 더 어울리기는 하네요. 부드럽게 휘어진 입꼬리는 퍽 만족스러워 보였다. 金旼炡이 刘知珉의 뺨을 양손으로 감싸고 비스듬히 고개를 꺾어 입술을 머금었다. 급할 필요가 없었으나 호흡은 금방 여유를 잃어갔다. 반대로 입 안을 헤집는 움직임은 작정이라도 한 듯 느긋했다. 덕분에 이곳저곳에 닿는 뜨거운 형태가 유독 선연하게 느껴졌다. 달뜬 숨결마저 한없이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잠시 입술을 뗀 刘知珉은 고개를 돌려 손바닥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이었다. 술 안 마시길 잘했죠. 金旼炡이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고개를 주억이며 刘知珉의 셔츠 안쪽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그 손이 쇄골에서부터 어깨로 내려갈수록 조금씩 속살이 드러나게 됐다. 金旼炡은 마치 刘知珉에게 배운 것처럼 쇄골에 입술을 묻었다. 자국 남기면 안 돼요. 刘知珉이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말했지만, 기어코 이를 내어 여린 살결을 씹었다.
引线燃烧的声响隐约传来。刘知珉脱下外套挂在椅子上,轻拍了两下自己的大腿。低沉的叹息声在桌面上盘旋后很快消失。两把椅子一同向后拉开。刘知珉抬头看着金旼炡,熟练地搂住她的腰将人拉向自己。纤细的身体轻易地被带过来,稳稳地落在大腿上。刘知珉将脸埋在金旼炡的后颈,深吸了一口气。"用的什么沐浴露?那时候不是没告诉我香水吗?""是啊,待会确认一下就好了。"金旼炡虽然因为皮肤上的呼吸而微微颤抖,却没有放开衬衫的纽扣。然而,再怎么掩饰也掩盖不了生疏的动作。迟迟解不开扣子,最后刘知珉亲自解开纽扣,轻轻吻了金旼炡一下。"这样更适合你。"嘴角温柔的弧度显得十分满意。金旼炡双手捧住刘知珉的脸,侧头含住她的嘴唇。虽然不必着急,呼吸却很快变得急促。相反,在口腔中游走的动作却像是刻意为之般从容。因此,滚烫的触感在身体各处格外鲜明。就连热切的呼吸都变得无比撩人。短暂分开后,刘知珉转头亲吻手掌,然后低声细语:"今天没喝酒真是太好了。"金旼炡像着了魔似的点点头,将手伸进刘知珉的衬衫里。那只手从锁骨滑向肩膀,渐渐露出了肌肤。金旼炡仿佛是跟刘知珉学来的一般,将嘴唇贴在锁骨上。"不能留下痕迹。"刘知珉一边抚摸着她的后脑勺一边说道,但她还是忍不住用牙齿轻咬那片柔嫩的肌肤。
"내일 스케줄 있어요?" "明天有安排吗?"
"아직 작품 안 들어갔어요."
"还没开始呢。"
팔을 바꿔서 金旼炡을 받쳐 안으면 의자 사이로 셔츠가 흘러 내려갔다. 刘知珉이 슬쩍 고개를 돌려 바닥을 쳐다보면, 金旼炡은 볼에 손바닥을 붙여 살짝 힘을 줘 정면을 보게 만들었다. 눈동자에는 오롯이 저만 담을 수 있도록. 그것이 못내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刘知珉은 피식 웃으며 金旼炡의 뺨에 키스를 남기고 테이블을 툭툭 두드렸다. 올라갈래요. 목소리의 끝이 약간 올라갔던 걸 보면 질문이 맞을 텐데, 굳이 대답은 필요하지 않았던 것도 같다. 刘知珉은 일어날 것처럼 허벅지에 힘을 주는 동시에 金旼炡의 팔이 테이블을 짚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른 팔은 본인의 목 뒤로 두르게 하며 의자를 뒤로 밀었다. 순식간에 金旼炡은 테이블 위에 앉아 刘知珉을 바라보게 됐다. 침대 넓어요. 刘知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맨투맨을 끌어올렸다.
换个姿势搂住金旼炡时,衬衫从椅子缝隙间滑落。刘知珉微微偏头看向地板时,金旼炡将手掌贴在脸颊上轻轻用力,让她正视前方。让她的眼中只能映照自己。似乎很是中意这样,刘知珉嫣然一笑,在金旼炡脸颊上落下一吻,轻敲了敲桌子。要上去吗?从声音末尾微微上扬来看应该是个问句,但好像也不需要特意回答。刘知珉在大腿上使力作势要起身的同时,让金旼炡的手撑在桌上。然后让另一只手环住自己的后颈,将椅子往后推。转眼间,金旼炡就坐在桌上望着刘知珉。床很宽敞。刘知珉点点头,拉起卫衣。
"그것도 이따가 확인할게요." "待会儿我也会去确认的。"
"검사님 취향이 그렇다면야 뭐…"
"如果检察官大人的喜好是这样的话..."
"나도 원래는 잘 안 이래요.“
我平时也不是这样的。
벗겨낸 맨투맨은 식탁에 깔고 다리 사이에 자리잡는 刘知珉을 지켜보던 金旼炡이 실소를 흘렸다. 다시금 입술이 맞붙었다. 입 안을 헤집는 움직임은 한츰 농밀해졌다. 이번에는 刘知珉이 金旼炡의 뺨을 조심스럽게 감싸며 키스를 이어갔다. 나머지 한 손은 테이블을 덮은 새하얀 손등 위를 덮었다. 닿는 살결마다 열이 피어올랐다. 먼저 뒤로 물러선 刘知珉은 누구의 것인지 모를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을 조심스럽게 엄지로 훔쳤다. 그러자 입술의 주인은 틈을 놓치지 않고 손가락을 살짝 씹어내는 것이었다. 피식 웃은 刘知珉이 검지를 물려줬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뜨거움은 제법 야릇했다. 의도했는지 모르겠다만 똑바로 마주하지 않고 아래로 내리깐 시선 역시 적당히 자극적이었고 어디에 있어요. 金旼炡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刘知珉을 올려다봤다. 손등을 덮고 있던 손을 떼고 허리에 얹었다. 맨살을 잡았다 놓은 뒤에는 얼굴을 바짝 붙여 귓가에 속삭였다. 뭐겠어. 어깨가 움찔거리며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손 닿는 족족 반응하는 몸은 꽤나 흥미로웠다.
看着刘知珉把卫衣铺在餐桌上,然后在两腿之间坐下,金旼炡轻笑了一声。双唇再次相贴。探索口腔的动作变得愈发缠绵。这一次是刘知珉轻轻捧着金旼炡的脸颊继续亲吻。另一只手覆盖在铺在桌子上的雪白手背上。每一寸相触的肌肤都燃起热度。先后退的刘知珉用拇指小心擦拭着不知是谁的唾液而变得晶亮的嘴唇。嘴唇的主人趁机轻咬了一下她的手指。刘知珉笑着把食指送到她嘴里。指尖传来的热度令人心痒。不知是否有意,那低垂的目光没有直视,却恰到好处的撩人。金旼炡用不解的眼神抬头看着刘知珉。刘知珉松开覆在手背上的手,转而放在她的腰上。在抚摸过裸露的肌肤后,她凑近耳边低语。还能是什么。肩膀微微颤抖,发丝随之摇晃。每一处触碰都能引起反应的身体相当有趣。
혀로 입술을 축인 金旼炡은 다소 굼뜨게 움직여 어딘가를 가리켰다. 가느다란 손가락 끝을 따라 시선을 옮기던 刘知珉이 이내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물었다. 그 다음에는 의자에 걸쳐진 자켓을 뒤적여 주머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포장을 뜯는 손길은 퍽 익숙했다. 비닐은 바지 주머니에 대충 처박고 박스는 테이블 끄트머리로 밀어뒀다. 혹시 몰라서 챙겨 다니기는 해요. 그 말을 들은 金旼炡은 묻고 싶은 게 꽤나 많아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입술을 달싹이다 내뱉는 것이라고는.
金旼炡 舔了舔嘴唇,动作稍显笨拙地指向某处。顺着那纤细手指的方向看去的 刘知珉 似乎明白了什么,点点头后问道。接着她翻找挂在椅子上的外套,从口袋里掏出了什么东西。拆开包装的动作相当熟练。她随手将塑料袋塞进裤子口袋,把盒子推到桌子边缘。以防万一才随身携带的。听到这话的 金旼炡 露出了一副似乎有很多想问的表情。然而她嘴唇动了动,却只说出。
"…추워요." "…好冷啊。"
그리고 刘知珉은 대답 대신 새하얀 어깨에 손을 올렸다. 힘을 주어 그러쥐었다가 느릿하게 아래로 쓸어내린다. 끈이 사라지면 이내 등 뒤로 손을 뻗었다. 이마, 코, 입술에 차례로 입을 맞추고 가슴 언저리에 남은 천을 바닥으로 내던졌다. 착실하게 몸을 덥히는데 열중하며 얼굴을 점차 아래로 내렸다. 식탁을 짚은 金旼炡의 손이 점차 하얗게 질려갔다. 입술 사이로 앓는 소리가 새어 나갔다. 刘知珉이 잠시 뒤로 둘러나자 金旼炡은 매달리듯 刘知珉을 끌어안았다. 여기서 한번 하고 들어갈래요 아니면 지금 침대로 바로 갈까요. 맥없는 목소리가 刘知珉의 귓가를 간질였다. 침실에 더 비싼 거 있어요. 刘知珉이 자켓을 집어 들어 金旼炡에게 둘러줬다.
然后刘知珉没有回答,而是将手搭在洁白的肩头。先用力捏紧,随后缓缓向下抚摸。带子消失之后,手便伸向了背后。她依次亲吻额头、鼻子和嘴唇,然后把胸口剩余的布料丢到地上。专注于认真地温暖身体的同时,脸渐渐往下移。金旼炡撑在餐桌上的手逐渐变得苍白。呻吟声从嘴唇间溢出。当刘知珉稍稍后退时,金旼炡像是挂在她身上一般抱住了她。要在这里做一次再进去,还是现在直接去床上?虚弱的声音在刘知珉耳边挑逗。卧室里有更贵的东西。刘知珉拿起外套披在金旼炡身上。
식탁에서 金旼炡을 내려준 刘知珉은 천천히 실내를 살펴봤다. 보통 거실이 여기에 있으면 침실은 저 안쪽이겠지. 걸음을 옮기는 동안에도 손과 입은 좀처럼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부던히 움직여 공간이 바뀌면 바닥 한 켠으로 옷가지가 쌓이게 된다. 지금도 추워요? 刘知珉이 金旼炡에게 베개를 받쳐주며 넌지시 물었다. 金旼炡은 굳이 대꾸하지 않고 서랍 위에 있던 것을 刘知珉의 손에 쥐여줬다. 진짜 비싼 거 쓰시네. 刘知珉은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든 것을 이리저리 뜯어봤다. 사실 장난치려고 시간을 끈 것은 맞았다. 다만 그걸 다시 빼앗아 가서 포장을 뜯는 것도 모자라 대신 씌워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刘知珉把金旼炡放在餐桌上,慢慢打量着室内。客厅在这里的话,卧室应该就在里面了。移动脚步的同时,她的手和嘴也从未停歇。不断地移动,空间变换,衣物就会堆积在地板的一角。"现在还冷吗?"刘知珉一边给金旼炡垫上枕头一边随意问道。金旼炡没有特意回答,只是把抽屉上的东西塞进刘知珉手里。"真用的是贵东西啊。"刘知珉一边这样说着,一边翻看着手中的物品。其实她确实是想戏弄对方才拖延时间的。只是没想到对方会重新把东西抢回去,不仅拆开包装,还要替她戴上。
뒷목이 뜨끈하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刘知珉은 이불을 옆으로 걷어냈고, 金旼炡은 협탁으로 손을 뻗어 스탠드를 완전히 꺼버렸다. 시각이 어둠에 적응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촉각은 이미 손에 익을 대로 익었다. 몸을 겹치며 차츰 아래로 내려갔다. 손가락으로 달라붙는 감각이 지나칠 정도로 선연했다. 혀로 손끝을 간질이던 모습이 문득 떠올라 깊게 입술을 머금었다. 그다지 몰아붙이지 않았는데도 좀처럼 따라오지 못하고 호흡은 자꾸만 무너져 내렸다. 이럴 때는 차라리 일찍 끝내야 했다. 刘知珉은 손목에 조금 힘을 주고 위로 치받았다. 바르작거리는 허리를 아래로 눌렀다. 목소리를 듣고 싶어 입술을 떼고 잔뜩 찡그린 얼굴을 눈에 담았다.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해줄 것이 없었다. 저 역시 팔근육이 점차 당겨왔다. 잠시 힘을 빼서 손바닥 주변을 스치듯 문지르니, 아까와는 다른 목소리가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刘知珉은 부지런히 오른손을 움직였다. 어느 순간에야 작은 몸은 빳빳하게 굳어지다 힘없이 늘어졌다. 가슴팍이 쉴 새 없이 오르내렸다. 물기 가득한 눈에 입을 맞춘 刘知珉은 쓰러지듯 옆으로 누웠다. 그리고는 내팽겨친 이불을 끌어올리고 金旼炡을 품 안으로 이끌었다. 얼굴 이곳저곳에 입술을 내리며 등을 토닥였다.
后颈感觉火辣辣地发烫。刘知珉把被子推到一边,金旼炡伸手关掉了床头柜上的台灯。虽然眼睛需要时间适应黑暗,但触觉早已熟悉。身体重叠着 gradually 往下移。指尖的粘腻触感异常鲜明。突然想起用舌头挑逗指尖的画面,便深深含住了她的嘴唇。虽然没有太过急切,但呼吸却总是跟不上节奏,不断紊乱。这种时候倒不如快点结束。刘知珉手腕稍稍用力向上顶弄,按住不安扭动的腰。想听声音便松开嘴唇,将那皱紧的脸庞映入眼中。此刻也无能为力。她的手臂肌肉也逐渐绷紧。稍微放松力道,轻轻摩挲手掌周围,便有与先前不同的声音从唇间泄露。刘知珉勤快地移动右手。不知何时,小小的身体突然绷紧,随后无力地瘫软下来。胸口不停起伏。刘知珉吻上那双含着水气的眼睛,像倒下一般侧身躺下。然后拉过被丢在一旁的被子,将金旼炡拉入怀中。一边亲吻着脸颊各处,一边轻拍着她的背。
가까이에서 바라보니 기분이 묘했다. 자세 때문인가, 아니면…시선을 아래로 내리던 刘知珉은 멈칫하고 마른침을 삼켰다. 살갗을 휘감았던 공기는 서서히 그 열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상하지만 그게 조금, 아쉬운 것도 같았다. 刘知珉이 비스듬히 고개를 꺾어 金旼炡과 입술을 맞댔다. 버거워하면서 어설프게 움직임을 따라온다.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刘知珉은 金旼炡을 내려다보고, 金旼炡은 刘知珉을 올려다보고 있게 된다. 刘知珉이 金旼炡의 볼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주며 물었다. 싫어요? 주어는 존재하지 않았으나 끝이 갈라진 목소리가 대답했다. 천천히 해요. 밤이 깊어갔다.
近距离端详时感觉很奇妙。是因为姿势的缘故,还是...刘知珉的视线往下移时顿了顿,咽下一口唾沫。环绕着肌肤的空气正在逐渐失去热度。虽然奇怪,但似乎也有些遗憾。刘知珉斜着歪过头,与金旼炡的嘴唇相贴。她笨拙地跟随着动作,显得有些吃力。不知不觉间,刘知珉低头看着金旼炡,金旼炡抬头看着刘知珉。刘知珉拨开金旼炡脸颊上的发丝,问道:讨厌吗?虽然没有主语,但破碎的声音回答道:慢一点。夜渐深。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에 이리저리 몸을 뒤척였다. 살갗에 닿는 이불의 감촉은 지나치게 선명하고, 허리 아래로는 뻐근한 통증까지 느껴졌다. 앓는 소리가 절로 터져 나왔다. 한참 동안 끙끙거리다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들어 올렸다. 초점이 잡히지 않아 시야는 흐릿했다. 은은한 조명이 침실을 밝히고 있었다. 잠을 잘 때는 두꺼운 커텐을 쳐두는 터라 지금이 몇 시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옆자리를 더듬었다. 이쯤 되면 손끝에 닿아야 하는데, 잠결에 던지기라도 한 모양인지 핸드폰을 찾을 수 없었다. 그 대신 적당히 부드럽고 따스한 온기가 손등을 덮었다.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스케줄은 없었다. 그러니 매니저가 집에 오지는 않았을 거다.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기껏해야…
被拍肩膀的触感让我辗转反侧。被子触碰皮肤的感觉异常清晰,腰部以下还隐隐作痛。不由自主地发出了呻吟声。在痛苦地呻吟了好一会儿后,才勉强抬起沉重的眼皮。视线模糊,无法对焦。柔和的灯光照亮着卧室。因为睡觉时都会拉上厚厚的窗帘,所以很难猜到现在是几点。摸索着旁边的位置。本该能摸到手机的,但可能是睡迷糊时扔到哪里去了,怎么也找不到。取而代之的是一只温暖柔软的手覆在了我的手背上。心一下子沉到了谷底。我没有工作安排。所以经纪人应该不会来家里。知道密码的人顶多也就是……
"옷 좀 빌릴게요.“ "能借一下衣服吗?"
숨을 헛삼키다 사레가 들려 마른기침을 콜록였다. 그제야 서서히 간밤의 잔상이 떠올랐다. 한 팔로 매트리스를 짚고 몸을 일으킨 金旼炡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맨몸에 셔츠 하나만 걸친 刘知珉이 침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새 거실까지 다녀온 모양이었다. 이불을 끌어 올려 어깨에 둘러주고, 협탁 위로 잔을 내려두는 모습은 마치 평범한 일상처럼 보이기도 했다. 으레 그래왔다는 듯, 오늘이 처음이 아니라는 듯. 차라리 맨정신인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직까지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매트리스가 작게 출렁였으며 손안으로는 잔이 쥐여졌다. 단정한 손가락이 유리를 툭툭 건드린다. 金旼炡은 조심스럽게 잔을 들어 물을 마셨다.
不小心呛到后干咳了几声。这时昨晚的记忆才慢慢浮现。金旼炡用一只手撑着床垫坐起身,环顾四周。只穿着一件衬衫的刘知珉走进了卧室。看样子刚才去过客厅。她帮忙把被子拉上来盖住肩膀,将杯子放在床头柜上的动作看起来就像是再平常不过的日常一样。仿佛一直都是这样,仿佛这不是第一次。或许该庆幸现在是清醒的。到现在还是无法完全理解状况。床垫轻轻晃动,手中被塞进了一个杯子。修长的手指轻轻敲击着玻璃杯。金旼炡小心翼翼地端起杯子喝了口水。
"저 먼저 씻을게요." "我先去洗澡。"
刘知珉이 그 말을 남겨두고 자리를 벗어났다. 피로가 온몸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다. 무리를 하기는 했지. 마지막에는 거의…생각하자니 괜히 목이 타서 남아 있던 물을 단번에 들이켰다. 하염없이 빈 잔만 만지작거리다 보면 머리에 수건을 두른 刘知珉이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드레스룸은 어디에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태연하게 물어온다. 金旼炡도 잠시 고민하다 협탁에 잔을 내려놓으며 입술을 뗐다. 어디 가는데요. 대답은 질문으로 대신했다. 수건으로 물기를 털던 움직임이 멈췄다.
刘知珉留下这句话后离开了。疲惫感黏附在全身。确实是做过头了。最后几乎...一想到这里就觉得口干,一口气喝完了剩下的水。正漫无目的地摆弄着空杯子时,头上裹着毛巾的刘知珉又出现在眼前。衣帽间在哪里?她若无其事地问道,仿佛什么都没发生过一样。金旼炡思考片刻,放下床头柜上的杯子开口道:你要去哪?用问题回答了问题。擦拭头发的动作停了下来。
"출근해야죠." "我得去上班了。"
"……"
"왜 그렇게 봐요." "你为什么那样看着我。"
알 수 없었다. 제가 어떻게 刘知珉을 바라보고 있는지는. 다만 추측할 뿐이다. 딱히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고개를 가로저으며 손가락으로 안쪽을 가리켰다. 멀어지는 뒷모습만 하염없이 바라보다 침대에 누웠다. 얼굴에 뭐가 쓰여 있지는 않을 텐데. 이마며 볼이며 한 번씩 쓸어내리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 올렸다. 혀끝에 맴도는 문장은 한숨과 함께 애써 삼켜냈다. 서운하거나 섭섭한 건 아니었다. 그럴 주제도 못 됐다. 자고 일어났는데 협탁 위에 쪽지만 덩그러니 남아 있지 않은 게 어디야. 주먹을 쥐고 허리를 툭툭 두드리다 옆으로 돌아누웠다.
我不知道。我是如何看待刘知珉的。只是在猜测罢了。因为想不出什么回应的话,就摇摇头,用手指向里面。无尽地注视着渐渐远去的背影后,躺在了床上。脸上应该没写着什么吧。我轻轻抚过额头和脸颊,把被子拉到头顶。舌尖萦绕的句子和叹息一起努力吞下。也不是感到失望或遗憾。我没资格那样想。醒来时床头柜上至少还留着字条呢,这已经不错了。握着拳头,轻轻拍打腰部,侧身躺下。
처음에는 못 본 척 지나가려고 했었다. 웃으며 인사하기는 껄끄러운 사이였으니까. 제가 그렇게 만들어버렸으니까. 그런데 하필 바닥에서 명함을 주워서, 그리고 또 하필 손을 씻으려고 들어간 화장실에 刘知珉이 있어서, 그리하여 하필 패잔병처럼 고개 숙인 모습을 마주하고 말아서. 金旼炡은 마른세수하듯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아니겠지 하고 불러본 거였다. 아니길 바라며 말해본 거였다.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 자리로 돌아온 다음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 태준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대충 둘러댔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피곤한 티를 냈다. 디저트로 나온 아이스크림도 먹는 둥 마는 둥, 입에 맞을 거라면서 시켜준 샴페인에는 손도 대지 않고.
一开始我打算装作没看见直接走过去。毕竟我们之间已经尴尬到连微笑打招呼都很困难了。这都是我造成的。但偏偏我在地上捡到了名片,又偏偏在我去洗手间洗手时遇到了刘知珉,还偏偏撞见了她像个败军之将般低着头的样子。金旼炡像擦脸似的用手掌抹过脸。我只是抱着"应该不是她"的想法喊了一声。说出口时也希望不是她。但感情已不受控制地蔓延开来。直到回到座位才恢复了神志。对于泰准问发生了什么事,我随便找了个借口说没什么。但还是不经意地表现出了疲惫。餐后的冰淇淋也是有一口没一口地吃着,连她说我会喜欢而点的香槟也没有碰一下。
가게를 나서며 태준이 말했다. 한강이 도망가는 것도 아니니까 다음에 가자. 왜 그러냐고 묻지도 않았다.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조수석에 올랐다. 처음으로 침묵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유리창에 머리를 기댄 채 내내 눈만 감고 있었다. 대본 리딩은 언제냐, 사전 제작이어서 다행이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데이트 많이 하자며 말을 걸어오던 목소리도 나중에는 아예 들려오지 않았다. 제 손을 감싼 태준의 오른손을 내려다보다 애써 한 마디를 얹었다. 어제 대본 읽다가 늦게 잤어. 역시나 차 안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름 모를 음악만 맴돌았다. 체한 것처럼 속이 더부룩했다. 지난밤을 곱씹을수록 머리만 지끈거렸다. 당장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泰俊走出商店时说道。汉江又不会跑掉,下次再去吧。我没有问她为什么。只是点点头坐上了副驾驶座。这是第一次感到沉默如此尴尬。我靠在车窗上,一路闭着眼睛。她问剧本朗读什么时候开始,说幸好是前期制作,在开拍前多约会吧,这样的声音后来也完全听不见了。看着泰俊握住我的手的右手,我强打精神说了一句。昨天读剧本读到很晚。果然车里只回荡着收音机播放的不知名音乐。胃里难受得像是消化不良。越是回想昨晚,头就越疼。但现在最重要的不是这个。
“많이 아파요?” "很疼吗?"
매트리스가 다시 아래로 꺼졌다.
床垫又凹陷下去。
“파스라도 사다 주려고 했는데 시간이 조금 아슬아슬해서요.”
本想给你买些膏药,但时间有点紧。
제대로 말려버렸다. 彻底搞砸了。
“어제 부장님 두고 혼자만 나온 거여서 지각이라도 하면 상황이 이래저래 곤란해져요.”
"昨天把部长独自丢在那里就走了,要是迟到的话情况就会变得很棘手。"
차라리 아주 매정했다면 미련이 남지는 않았을 거였다. 하룻밤을 같이 보낸 사이. 그렇게 정리 됐을법 했다. 金旼炡은 이불을 걷어내고 고개를 돌렸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刘知珉이 머리맡을 툭툭 두드렸다. 뭐라도 좀 걸치고. 역시나 지나칠 정도로 익숙해 보였다. 베개 위에 올려진 옷을 확인한 金旼炡이 상체를 일으켜 刘知珉을 마주 봤다. 피곤할 텐데 더 자요. 새벽까지 깨어 있던 건 마찬가지면서 그런 말을 한다. 앞으로 손을 뻗은 金旼炡은 셔츠의 단추를 목 끝까지 채웠다. 刘知珉은 답답한지 옷깃을 몇 번 만지작거리다 침대에서 일어났다. 갈게요. 군더더기 없는 인사였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如果是彻底冷漠一点的话,大概就不会留下遗憾了。只是共度一夜的关系,本该就这样简单定义。金旼炡掀开被子转过头去。穿戴整齐的刘知珉轻轻敲了敲床头。穿件衣服吧。这一切看起来都显得太过熟悉。金旼炡看了看放在枕头上的衣服,撑起上身面对刘知珉。你一定很累了,再睡会儿吧。明明自己也熬到了天亮,却说着这样的话。金旼炡伸手将衬衫的扣子系到最上面。刘知珉似乎觉得不舒服,摆弄了几下衣领后从床上起身。我走了。简单直白的告别。那么对此,合适的回应又该是什么呢。
"검사님" "检察官大人"
뻔히 들었으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는 刘知珉에게, 아쉬움은 머리카락 한 올만큼도 가지고 있지 않은 듯한 刘知珉에게, 이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구는 刘知珉에게. 金旼炡이 내놓을 수 있는 대답은.
对着明明听到却头也不回继续走的刘知珉,对着似乎连一丝一毫遗憾都没有的刘知珉,对着仿佛这一刻就是最后一面的刘知珉。金旼炡能说出的回答是。
"우리 종종 이렇게 만날래요?"
"我们以后常常这样见面好吗?"
멈춰 세우는 것은 성공했다. 대단한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심장이 두근거렸다. 거절을 각오하기는 했다. 刘知珉이 뒤를 돌아 金旼炡을 빤히 바라봤다. 이내 잔잔한 목소리가 문턱을 넘어왔다.
我成功把她拦住了。明明没有做剧烈运动,心脏却扑通扑通地跳个不停。我已经做好被拒绝的准备了。刘知珉转过身来直直地盯着金旼炡。片刻之后,平静的声音跨过了门槛。
"그랬으면 좋겠어요?" "那样的话就好了吗?"
"…네?" ……什么?
"괜찮겠냐고요." "你说你不要紧吗?"
金旼炡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손가락으로 저를 가리켰다. 짤막한 한숨 소리가 유독 선명하게 들려왔다. 金旼炡의 손이 힘을 잃고 이불 아래로 떨어졌다. 침실과 거실 사이에 서 있던 刘知珉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발걸음을 뗐다. 金旼炡은 시야에서 사라진 刘知珉을 찾기 위해 옷을 대충 걸치고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슬리퍼도 신지 않고 맨발로 걸어 나오다 발이 꼬여 넘어질 뻔도 했다. 현관으로 향했을 거라 생각했던 刘知珉은 소파 근처에서 대본을 든 채로 저를 쳐다보고 있었다. 메모지가 없길래…답지 않게 말끝을 흐리고는 대본을 내려뒀다.
金旼炡歪着头用手指指着自己。一声短暂的叹息显得格外清晰。金旼炡的手失去力气,垂落在被子下面。站在卧室和客厅之间的刘知珉环顾四周后迈开脚步。金旼炡随意披上衣服从床上爬起来,想要寻找已经从视线中消失的刘知珉。她光着脚走路,连拖鞋都没穿,差点被绊倒。原以为会去玄关的刘知珉正拿着剧本站在沙发附近看着她。"因为没有便签纸..."话说到一半就不自然地停住了,然后放下了剧本。
"대답 아직 안 했어요." "我还没有回答呢。"
"알아요." 「我知道。」
"싫다는 거예요?" 「你是说不愿意吗?」
"아뇨." 「不是。」
"그럼 계속 만나요 우리?“
"那我们就一直在一起吧?"
刘知珉이 소파와 테이블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金旼炡에게 되물었다. 펜은 어디에 있어요?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그것까지 헤아릴 정신이 부족해서 소파 위에 놓인 가방을 뒤적였다. 책과 태블릿, 줄이어폰, 충전기, 비타민 등 잡다한 물건을 헤치고 겨우 원하던 것을 발견한 金旼炡은 손에 든 네임펜을 刘知珉의 앞으로 건넸다. 刘知珉은 펜을 가져가 뚜껑을 벗긴 뒤에 다시 金旼炡에게 쥐여주고 대뜸 왼손을 내밀었다.
刘知珉环顾了一下沙发和茶几,问金旼炡道:"笔在哪里?"这个突如其来的问题令她猝不及防,她随手翻找起放在沙发上的包。在翻过书本、平板、耳机线、充电器和维生素等杂物后,金旼炡终于找到了想要的东西,把手中的记号笔递给了刘知珉。刘知珉接过笔,摘下笔帽后又把笔塞回金旼炡手中,突然伸出了左手。
"번호 좀 적어줘요." "给我留个电话号码吧。"
"네?" 什么?
"계좌 말고 핸드폰 번호요." "不要银行账号,要手机号码。"
"저요?" 是我吗?
"네, 金旼炡씨요. 저는 지금 핸드폰 없어요. 이따가 사러 가는 김에 번호도 바꿀 거고요.“
是的,金旼炡xi。我现在没有手机。等下去买的时候也会换号码。
헐렁하게 손에 끼워진 펜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허리를 굽혀 펜을 주워 드는 모습에는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다. 성가시다는 눈빛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이러다 지각해서 잘리면 金旼炡씨가 나 먹여살려 줄 거요? 따져 묻는 투는 아니었다. 아무리 직장생활을 해 본 적이 없다지만 지각 한두 번에 잘리지는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힘을 줘서 펜을 고쳐 잡은 金旼炡이 손바닥 위로 숫자를 적었다. 네임펜은 왜 가방에 챙겨 다녀요. 가끔 길 가다가 팬들 만날 때가 있어서요. 그게 왜. 종이야 없어도 지갑이나 옷, 케이스에 사인해줄 수 있는데 펜은 없으면 안 되니까요. 그렇구나. 대화를 마친 刘知珉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여기에는 처음해 봐요. 金旼炡은 펜이 없는 손으로 刘知珉의 손바닥을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松松垮垮握在手中的笔掉在了地上。弯腰捡笔的动作明显透露出烦躁。她也没有刻意掩饰不耐烦的眼神。如果这样迟到被开除的话,金旼炡xi会养我吗?语气倒不像是在追究。虽说没有工作经验,但也知道不会因为一两次迟到就被开除。这次金旼炡用力握紧笔,在手掌上写下数字。为什么要随身带记号笔啊。因为有时候在路上会遇到粉丝。那又怎样。就算没有纸,也可以在钱包或衣服、手机壳上签名,所以笔是必需品。原来如此。刘知珉结束对话后,反复握拳又松开,然后点了点头。不过在这里还是第一次。金旼炡用没拿笔的手轻轻抚摸着刘知珉的手掌。
"하나만 물어볼게요." "我只问一个问题。"
"열 개도 괜찮아요." "十个也可以。"
"혹시 사인에 입술 자국 남긴 것도 이런 의미였어요?"
"难道签名上留下的唇印也有这种意思吗?"
"…이런 게 뭔데요.“ "…这是什么啊。"
刘知珉은 대답 대신 단추를 풀어 본인의 쇄골 근처를 보여줬다. 머쓱한 헛기침이 너른 거실에 울려 퍼졌다. 金旼炡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놓으며 刘知珉이 풀어헤친 셔츠를 꼼꼼히 여맸다. 그땐 검사님 얼굴도 몰랐어요. 金旼炡을 내려다보던 刘知珉은 말없이 자리를 벗어나 부엌으로 걸어갔다. 식탁 위에 있던 박스를 챙겨 주머니에 넣어두고 태연하게 현관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金旼炡은 그 뒤를 따라가다 신발장 근처에서 멈추어 섰다.
刘知珉没有回答,而是解开扣子露出锁骨附近的皮肤。一声尴尬的咳嗽在宽敞的客厅里回荡。金旼炡咬了咬下唇,仔细地系好了刘知珉解开的衬衫。那时候我还不认识检察官大人呢。注视着金旼炡的刘知珉默默地离开座位走向厨房。她把桌上的盒子放进口袋里,若无其事地朝玄关走去。金旼炡跟在她后面,在鞋柜附近停了下来。
"검사님." "检察官大人。"
"네." "是。"
"또 볼 수 있는 거죠?"
"还能再见面吗?"
"글쎄요." "这个嘛。"
"번호…드렸잖아요.“ "我不是…给了你号码吗。"
소맷자락을 붙잡아야 제가 앞에 있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었다. 주춤거리는 사이에 도어락이 잠겼다. 刘知珉은 소매를 잡은 손과 金旼炡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다 피식 웃었다. 비웃음은 아니었다, 어쩌면. 이 또한 추측일 뿐이었다. 신발장 위에 있던 향수를 집어 든 刘知珉이 새햐안 손등에 대고 펌프를 눌렀다. 그리고는 본인의 손목을 문지르며 향을 입혔다.
她抓住了衣袖似乎才意识到我在她面前。在犹豫的片刻间门锁已经落下。刘知珉看看抓住自己衣袖的手,又看看金旼炡的脸,轻轻一笑。那大概不是嘲笑。这也只是推测而已。刘知珉拿起放在鞋柜上的香水,在白皙的手背上按下喷头。然后又揉搓着自己的手腕让香气渗入。
"따지고 보면 나한테 그거 하라는 거잖아요. 세컨드.“
"说到底不就是要让我当二传手吗。"
틀린 말은 아니었다. 这倒不是说错了。
"그런데 왜 안달은 쪽이 내는 것 같지.“
"但是怎么看起来是被甩的那个人更着急。"
아마 이 또한. 大概也是如此。
"보통은 반대 아닌가.“ 通常不是相反的吗。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这一点无法否认。
"재미있네요 이거.“ "这个挺有意思的。"
刘知珉은 기실로 그렇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느직이 손가락을 얽으면서. 예고도 없이 힘을 주어 당기는 탓에 쓰러지듯 그 품으로 기대게 됐다. 뒤통수를 감싸는 손길은 수상하리만큼 조심스러웠다. 金旼炡은 저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刘知珉的表情实际上已经说明了一切。她慢慢地将手指交缠在一起。在毫无预兆的情况下用力一拉,让对方不得不几乎要倒在她的怀里。抚摸后脑勺的手势小心翼翼得令人起疑。金旼炡不由自主地屏住了呼吸。
"조금만 더 고민해볼게요." "让我再想一想。"
"……"
"세컨은 처음이라 감이 안 잡히네."
"第一次当替补,完全没有感觉。"
"……"
"모쪼록 金旼炡씨도 잘 생각해봐요.“
"希望金旼炡xi也好好考虑一下。"
한숨 자고 일어나면 마음이 바뀔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런 말을 남기고 갈 거라면 최소한 입은 맞추지 말았어야 했다. 어렸을 때 동화도 안 봤냐고. 키스는 잠을 재우는 게 아니라…텅 빈 현관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金旼炡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세컨드. 뒤늦게 찾아온 죄책감이 웃으며 저를 반겼다.
睡一觉醒来心意可能就会改变。如果要留下这样的话,至少不该吻我。小时候没看过童话故事吗?亲吻不是让人入睡的……金旼炡望着空荡荡的玄关,低声喃喃自语。第二个。迟来的负罪感带着笑容向她打招呼。
-아무래도 까였다고 봐야지 -看来是被拆穿了
바빠서 그럴 수도 있잖아
忙起来的话也可能会这样的吧
-문자 하나 보내는데 1분도 안 걸려
发一条短信连一分钟都用不了
자정까지 야근하는 게 일상인 사람이라면
如果是习惯加班到半夜的人
-야근하는 사람은 밥 안 먹어?
加班的人就不用吃饭吗?
그거랑 문자랑 무슨 상관이 있어
这和发信息有什么关系
-관심이 있으면 밥 먹을 시간 아껴서라도 연락함요
如果真的有兴趣,就算省下吃饭的时间也会联系的
나도 촬영할 때 하루종일 핸드폰 안 만져
我拍摄的时候也是整天不碰手机
-번호 따간 사람은 직장인이라고 하지 않았니
-不是说抽到号的是上班族吗
그건 그렇지만 진짜 엄청 바빠
虽说如此但真的特别忙
-돌림노래냐고요 몇 번을 더 말해야 이해할 거야
都说了多少遍了,这是轮唱啊
언니가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니까 그렇지
姐姐你总是想得太消极了才会这样
-긍정 회로 돌릴 근거가 너무 빈약하니까요
因为转向积极思维的理由实在太少了
짜증나 강효림 재수없어 真是烦人死了姜孝琳 真不顺眼
-이게 진짜 예쁘다 예쁘다 하니까 진짜 예쁘네
-大家都说这个真好看真好看,果然真的好看啊
-그런데 이건 또 무슨 대본인데
-这又是什么剧本啊
-이번에는 본방사수 꼭 할게
-这次我一定会准时守着看直播的
-약간 내 취향인 것 같아
有点合我胃口
-읽었으면서 왜 답장은 안 하니
看都看了为什么不回复
-지금은 촬영도 안 하면서 어째서 씹는 거니
现在也不是在拍摄却为什么要晾着我
-내가 그렇게렇게 만만하니 我就这么好欺负吗
-야 旼炡아 喂,旼炡啊
-김배우님 -金演员nim
-생각해보니까 너무 바쁘면 연락을 잊어버릴 수도 있겠니
- 仔细想想,如果太忙的话可能会忘记联系吧
-남부순환로323길 33 - 南部环线路 323 街 33 号
메시지를 하나씩 확인하던 손가락이 허공에서 멈췄다. 뜬금없이 주소는 왜 보냈나 했더니 상단에는 이름이 아닌 숫자가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였다. 스팸이라고 하기에는 내용이 다소 보잘 것 없었다. 혹시 모르니 차단을 하려는 순간에 문자가 새로 떠올랐다.
一条条地检查信息时,手指悬停在了半空中。正当她好奇为什么突然发来一个地址时,才发现上面显示的不是名字而是一串数字。这是一个未保存的号码。内容又太过简单,不像是垃圾短信。就在准备拉黑时,一条新信息又弹了出来。
- 1502호 - 1502 室
여전히 멋대로였다. 퇴근을 지금 하는 건 아닐 테고, 번호를 받아간 지 사흘이 지나서 알려온 소식이 고작해야.
她还是那么我行我素。现在应该还不是下班时间,而在拿到号码三天后才传来的消息就只有这么点。
-뺨 맞았는데 구경 올래요
-要不要来看看我被打耳光的场景
허탈한 웃음을 절로 터져나 왔다. 역시 다 알고 그러는 거다. 金旼炡이 어느 부분에서 흔들렸는지, 어째서 모른 척하지 않았는지, 어떤 걸 신경 쓰고 있는지. 한숨을 크게 내쉬며 천장을 올려다봤다. 사흘 내내 핸드폰을 손에서 떼어 놓지 않았다. 혹시 몰라 씻을 때도 화장실에 가지고 들어갔다. 잠이 덜 깨 번호를 잘못 적어줬나 싶어 혼자서 별의별 생각을 다 했었다. 결국 강효림에게 캐릭터 분석을 핑계로 고민 상담까지 늘어놓았다. 까인 거라고, 아무리 바빠도 문자 하나 보낼 시간이 없겠냐고, 그냥 걔한테는 그 사람이 딱 그 정도일 뿐이라고, 조상님이 도운 거니까 일찍 헤어지고 마음 정리해야 된다고. 돌직구를 맞아가며 버티고 버텼더니 돌아오는 결과가 이렇다. 金旼炡은 눈을 질끈 감고 차분히 숨을 골랐다.
不禁发出一声自嘲的笑声。果然她都知道。金旼炡在哪个环节动摇了,为什么不装作不知道,在意着什么。深深叹了口气,抬头望向天花板。连续三天都没能把手机放下。就算洗澡时也不得不带进浴室,生怕错过什么。一个人胡思乱想,怀疑是不是因为没睡醒把号码写错了。最后甚至以分析角色为借口,向姜孝琳倾诉了烦恼。被甩了,再怎么忙也不至于连发条信息的时间都没有吧,对她来说那个人就只是那种程度而已,这是祖先在帮你,应该早点分手整理心情。挨了这么多直球还在坚持,结果却是这样。金旼炡紧闭双眼,静静地调整呼吸。
그래 旼炡아 이제라도 정신 차려야지 바람은 무슨 바람이니. 양다리도 걸쳐 본 사람이 하는 거지. 숨을 느릿하게 들이마시고 내쉬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 되뇌었다. 손바닥으로 뺨을 세게 두드리고 대본집을 들어 올렸다. 리딩이 코앞이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엄한 곳에 한눈 팔지 말고 일에 집중해야 됐다. 대사를 소리 내어 읽으며 빈 공간에 필기했다. 화내면서? 담담하게? 무시하듯? 쿠션 위에 엎어뒀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어느덧 金旼炡의 손은 화면을 두드리고 있었다.
好吧旼炡啊现在也该清醒了,什么暧昧啊。那是交过多个对象的人才会做的事。她深深地吸了一口气,又缓缓呼出,像是在给自己下咒语一样默念着。她用手掌用力拍打自己的脸颊,拿起剧本。试读就在眼前。所以从现在开始不能分心看别的地方,要专注于工作。她一边大声朗读台词一边在空白处做笔记。要生气地说?平静地说?带着轻视地说?放在靠垫上的手机震动起来。一次、两次、然后是第三次。不知不觉间,金旼炡的手已经在点击屏幕了。
-공동현관 274196# -共用大门 274196#
-도어락 0817* -门锁密码 0817*
-안아줘도 좋고 -可以抱抱你
세 번이면 오래 참은 거지. 핸드폰과 지갑을 챙겨 집을 나섰다. 목적지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는 열심히 할 말을 골랐다. 숫자를 잘못 적어주지 않았다는 것은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로 온 문자로써 증명이 됐다. 그렇다면 그날 바로 핸드폰을 사지 않았거나, 손바닥에 적힌 것을 깜빡했거나, 밥 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빴…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답은 너무 뻔했다. 동종업계 종사자라서 그런지 강효림은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까인 거다. 침묵은 긍정이 아니라 거절이었다. 하긴 刘知珉 검사 같은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세컨이니 뭐니를 해. 마음만 먹으면 누구 하나 꼬시는 건 일도 아닐 텐데. 팔짱을 낀 채로 생각하던 金旼炡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따지면 나도 지금 꼬셔진 건가. 그쪽에서는 딱히 뭔가를 하지는 않았는데. 멋대로 안은 것도 내가 먼저, 입술을 맞댄 것도 내가 먼저, 집으로 불러놓고 그거 사러 간 것도 내가 먼저 했네. 그러면 刘知珉은 뭐야. 그걸 왜 다 받아줘서 이렇게 헷갈리게 만들어. 작게 발을 구른 金旼炡은 팔짱을 풀고 모자를 반듯하게 고쳐 썼다. 깊게 고민하면 머리만 아팠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제가 품었던 관심이 다소 불순했다는 건 변하지 않을 테다. 차분히 숨을 고르며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等了三次已经算是很有耐心了。她拿上手机和钱包出了门。在前往目的地的出租车上,她仔细斟酌着要说的话。从未保存的号码收到的信息证明了没有写错数字。那么要么是那天没有立即买手机,要么是忘记了手掌上写的内容,要么是忙得连吃饭的时间都没有...虽然努力往好处想,但答案太明显了。也许是因为从事同行业的缘故,姜孝琳一听就明白了情况。被甩了。沉默不是同意而是拒绝。也是,像刘知珉检察官这样的人怎么会缺人陪,需要什么二奶不二奶的。只要她想,勾搭上谁都不是什么难事吧。交叉着手臂思考的金旼炡歪了歪头。那样说的话,现在的我是不是也被勾搭了。明明对方什么都没做。擅自抱她是我先开始的,亲吻也是我先开始的,叫到家里又去买那个也是我先开始的。那刘知珉是什么意思。为什么要全盘接受让人这么困惑。金旼炡轻轻跺了跺脚,放下手臂,把帽子戴正。想得太深只会让人头疼。不管怎样,自己怀有的那份关心多少带着些不纯的动机这一点是不会改变的。她平静地调整呼吸,一遍又一遍地告诫自己。
이것만 주고 나오는 거다. 이쯤에서 깔끔하게 끝내는 거야. 싫다는 사람한테 매달리는 건 진짜 매력 없잖아. 심지어 너는 3년이나 만난 남자친구도 있어요. 金旼炡이 주먹을 불끈 쥐고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아른거리는 잔상을 가까스로 밀어내며 창밖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높게 뻗은 빌딩과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자동차, 어둠을 밝히는 가로등. 서서히 속력을 줄이던 차체가 멈춰 서면 金旼炡은 옆에 뒀던 종이가방을 챙겨 밖으로 빠져나갔다. 시간도 늦었고 모자까지 눌러 쓴 터라 알아 볼 사람도 없을 텐데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입구로 걸어갔다. 그리고 솔직히 누가 보면 어때. 인식기 앞에 선 金旼炡은 이상한 심술이 나서 모자를 벗어 종이가방 안에 넣어뒀다. 그리고는 바지 뒷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다시 확인한다. 공동현관 비밀번호는 이칠사일구육샵. 굳게 닫혀 있던 유리문이 시원하게 옆으로 밀려났다. 안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就到此为止了。就这样干脆地结束吧。对着拒绝的人死缠烂打真的很没魅力。况且你还有交往了三年的男朋友。金旼炡紧握拳头,轻叹一声。勉强推开眼前挥之不去的残影,将窗外的景色收入眼底。高耸的大厦,擦身而过的汽车,照亮黑暗的路灯。随着车子缓缓减速停下,金旼炡拿起放在身边的纸袋走了出去。虽然时间已晚,而且戴着帽子应该不会有人认出来,但还是莫名其妙地东张西望着走向入口。说实话,被人看到又怎样。站在识别器前的金旼炡突然感到一阵莫名的郁闷,摘下帽子放进纸袋里。然后从裤子后兜里掏出手机,再次确认短信。共用大门密码是 274196#。紧闭的玻璃门顺畅地滑向一边。走进去的脚步既不沉重也不轻快。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나는 그날 刘知珉 검사님이 두고 간 옷을 주러 여기까지 온 거다. 종이가방을 쥐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실었다. 걱정이 되기는 했다. 과연 저 안에 들어가서 금방 나올 수 있을까. 그 얼굴을 마주하고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처음에는 포옹, 그 다음은 키스, 그리고 그 다음은. 현관문 앞에 선 金旼炡은 고민에 빠졌다. 여기에 두고 가면…알아서 확인하겠지. 종이가방을 내려놓으려다가도 멈칫하고 망설인다. 좀처럼 잊혀지지 않았다. 조수석에 앉아, 화단에 앉아, 바닥에 앉아 저를 올려다보던 눈빛이. 金旼炡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벽에 머리를 기댔다. 괜히 초인종을 눌렀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머리를 떼고 도어락을 노려봤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었다. 키패드를 살짝 쓸어내리니 숫자가 나타났다. 공팔일칠별. 그새 외운 조합을 힘주어 꾹꾹 눌렀다.
直到走出电梯的那一刻都是这样。我今天来这里是为了送刘知珉检察官落下的衣服。我更加用力地握紧了手中的纸袋。确实有些担心。真的能进去后很快就出来吗?面对那张脸的时候能若无其事吗?先是拥抱,然后是亲吻,接下来是……站在玄关前的金旼炡陷入了苦恼。如果把衣服放在这里的话……她应该会看到的吧。正要放下纸袋时又犹豫着停下了。那些画面始终难以忘怀。坐在副驾驶座上、坐在花坛边上、坐在地上抬头看着自己的那个眼神。金旼炡深深叹了口气,把头靠在墙上。鬼使神差地按下了门铃。门却没有打开。她抬起头瞪着门锁。这样做也不会有什么改变。轻轻滑动键盘,数字显示出来了。0817 星。用力按下了不知不觉已经记住的密码组合。
짧은 알림음이 텅 빈 복도에 울려 퍼졌다. 문고리를 당겼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손에 든 종이가방이 아래로 떨어졌다. 문이 닫히며 도어락이 잠겼다. 너무 놀라면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는 걸 그때 알았다. 金旼炡은 힘에 밀려 뒷걸음질을 쳤다. 내뱉는 호흡에는 술냄새가 가득 배어 있었다.
短促的提示音在空旷的走廊里回响。拉住了门把手。小心翼翼地往里走去。手里提着的纸袋掉在了地上。门关上的同时门锁也锁上了。那一刻才知道,太过惊讶时连声音都发不出来。金旼炡被那股力量推得连连后退。呼出的气息里满是酒气。
"뭘 그렇게 한가득 챙겨 와요 우리 집에도 다 있는데."
"怎么带了这么多东西过来啊,我们家里明明什么都有。"
밀어내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뜨거운 입술이 금방 목에 닿았다. 어깨를 움츠린 金旼炡이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났다. 빠져나갈 곳은 없었다. 뒤는 현관문에 가로막히고 앞에는 집주인이 있고. 티셔츠를 비집고 들어오는 손은 꽤나 자연스러웠다. 그와 함께 고개를 들고 가까이 다가온다. 金旼炡은 입을 꾹 다물고 손을 들어 올렸다. 얼굴이 얼마나 작으면 내 손으로도 반이 가려지네. 새삼 감탄을 하다 이내 정신을 차린 金旼炡이 刘知珉의 발을 즈려 밟았다.
想要推开也是没用。灼热的嘴唇很快触碰到脖子。金旼炡缩了缩肩膀又往后退了一步。已无处可逃。后面是被玄关挡住,前面是屋主。手顺着 T 恤下摆探入的动作相当自然。同时她抬起头凑近过来。金旼炡紧闭着嘴,抬起了手。脸怎么这么小,我一只手就能遮住一半。刚刚感叹完就回过神来的金旼炡用力踩住了刘知珉的脚。
"안아주러 온 거 아니거든요." "我可不是来拥抱你的。"
"……"
"검사님 옷이요." "检察官大人的衣服。"
"……"
"왜 그렇게 봐요." "你为什么那样看着我。"
대답은 하지 않고 빤히 저를 내려다본다. 그러다 金旼炡은 본인이 입을 막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손을 아래로 내렸다.
她没有回答,只是直勾勾地低头看着我。随后金旼炡意识到自己一直在捂着嘴,便把手放了下来。
"술은 왜 그렇게 마셨…뭐죠?" "怎么喝那么多酒...怎么了?"
"왜 안 안아줘요." 你为什么不抱抱我?
"다쳤어요? 그새 넘어진 거야? 아니면 어디에 부딪혔어?"
你受伤了吗?刚刚摔倒了吗?还是撞到哪里了?
"진짜 안 안아줄 거예요?" 你真的不打算抱我吗?
"입술만 그런 게 아닐 것 같은데…팔다리는 괜찮아요?"
"不只是嘴唇看起来不太好...手脚还好吗?"
"너무하네 꽤 아팠는데 이거"
"太过分了,这个真的很疼啊"
휘청거리는 刘知珉을 겨우 붙잡아 벽으로 내몰았다. 그 다음에는 몸을 훑으며 이곳저곳을 살폈다. 다른 곳은 멀쩡한 것 같기도 하고. 멀뚱히 서 있던 刘知珉이 느릿하게 어깨에 머리를 기대왔다. 안아주지도 않을 거면서 막 만져. 金旼炡은 아랑곳 않고 刘知珉을 밀어내며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勉强抓住摇摇晃晃的刘知珉,把她推到墙边。接着上下打量着她,检查着各处。其她地方似乎还算完好。呆呆站着的刘知珉慢慢地把头靠在她肩上。明明都不打算抱我却到处乱摸。金旼炡毫不在意地推开刘知珉,直视着她的脸。
"취해서 얼굴이 붉은 거 아니면"
"如果不是醉酒脸红的话"
"맞아서 그럴 걸요." "是挨揍了吧。"
"네?" "什么?"
"문자 안 봤어요? 말했잖아요, 뺨 맞았다고."
"你没看信息吗?都说了我被打了耳光。"
그거야 당연히 은유적인 표현으로 해석했다. 그 남자를 다시 만났다거나, 그날처럼 맥없이 기다렸다거나 하는. 金旼炡이 입을 꾹 다물고 유독 발그레한 왼뺨에 손을 가져다 댔다. 정말 아프기는 한 모양인지 刘知珉은 미간을 찌푸리며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那当然是用比喻的方式去理解了。比如再次遇见那个男人,或是那天一样无力地等待之类的。金旼炡抿紧嘴唇,将手贴在格外泛红的左脸上。刘知珉似乎真的很疼,皱着眉头发出呻吟声。
"설마 술 먹고 싸웠어요 누구랑?"
"不会是喝醉了和谁打架了吧?"
"별로에요 그런 건?" "这没什么大不了的吧?"
"네, 엄청요." "是的,非常在意。"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싸웠다는 거야 뭐야. 피딱지가 앉은 입술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뺨에 올린 손에 살짝 힘을 줬다.
她点了点头。所以是打了架吗。盯着结了血痂的嘴唇看了好一会儿,轻轻加重了放在脸上的手的力度。
"아파요." 好疼。
"그래 보여요." "看起来是的。"
"호 해줄 거 아니면 떼요."
"要亲就亲,不然就给我放开。"
"왜 맞은 건데요." 你为什么被打?
"그냥 뭐…" 就是嘛...
"뭐요." 什么?
"개새끼짓을 좀 해서." "做了点混蛋事。"
저런 말도 할 줄 아는구나. 金旼炡은 손에 힘을 풀고 刘知珉을 올려다봤다. 시선을 받아내던 刘知珉이 고개를 돌려 바닥에 떨어진 종이가방과 그 안에서 나온 옷가지를 쳐다봤다. 본인 셔츠와 바지는 종이가방에 대충 처박고, 모자는 주워서 몇 번 털어낸 뒤에 金旼炡의 머리 위에 올려줬다. 구경 다 했으면 가요. 웃으면서 말하지만, 농담보다는 진담에 더 가깝다는 것 정도는 金旼炡도 대강은 눈치챘다. 刘知珉이 도어락을 해제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金旼炡은 모자를 반듯하게 고쳐 쓰고 발을 뗐다. 내딛는 걸음에는 묘한 무게가 실려 있었다.
原来也会说这种话啊。金旼炡松开了手上的力道,抬头看向刘知珉。接住目光的刘知珉转头看向掉在地上的纸袋和从里面散落的衣物。她随意地把自己的衬衫和裤子塞进纸袋里,捡起帽子拍了几下灰,然后戴在金旼炡的头上。看够了就走吧。虽然是笑着说的,但金旼炡也大致察觉到这话比起玩笑更接近认真。刘知珉解开门锁打开玄关的门。金旼炡把帽子戴正,迈开脚步。每一步都带着微妙的重量。
왔던 길을 고스란히 되돌아가는 기분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로비에 도착한 金旼炡은 핸드폰을 꺼내 검색창에 오피스텔 주변을 검색했다. 그럴 리 없는데 아직도 술 냄새가 제 몸에 달라붙어 있는 것만 같았다. 덩달아 취한 것만 같았다. 그게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됐다. 金旼炡은 망설이지 않고 비밀번호를 눌렀다. 공팔일칠. 와중에 생일이 여름인가 하고 생각하는 저도 정말 어지간히 답이 없기는 했다. 개새끼는 개새끼지. 보자마자 엉겨 붙기나 하고. 그것도 술에 취해서. 만약 다른 사람에게도 그래서 뺨을 맞은 거라면 더이상 재고 따질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최악은 아닐 것 같아서, 여기까지 부른 이유는 좀 알아야 될 것 같아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原路返回的感觉并不怎么愉快。到达大厅的金旼炡掏出手机,在搜索栏里搜索公寓周边。明明不可能,却总觉得酒味还附着在自己身上。连带着感觉自己也醉了。不然无法解释。金旼炡毫不犹豫地按下密码。0817。这时候还在想生日是不是在夏天的自己也真是够可以的了。人渣就是人渣。一见面就黏上来。还是喝醉的状态。如果她对别人也这样才被打了耳光的话,那就不用再考虑什么了。但感觉应该不会那么糟糕,觉得还是该弄清楚叫自己来这里的原因,于是走进了屋子。
金旼炡은 운동화를 벗고 슬리퍼에 발을 넣었다. 현관을 벗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으니 내팽겨쳐진 종이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복도를 마저 걸어 거실로 향하면 펼쳐진 장면도 장관이었다. 테이블 위에 다양한 술병, 그 아래 구겨진 각양각색의 캔, 소파에 널브러진 刘知珉까지. 金旼炡은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까지는 딱히 치워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제 손에 든 봉투만 뒤적였다. 이건 알아서 먹으라고 하고. 이거는…그래, 신세 진 적도 있는데 이 정도는 괜찮겠지. 金旼炡은 봉투 안에서 작은 박스를 꺼내 소파 가까이로 다가갔다. 하다 하다 진짜 맞고 다니냐 검사씩이나 돼서. 연고를 짜내 피딱지 앉은 입술에 조심스럽게 발랐다. 이번에는 최대한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따끔했는지 인상을 찌푸린다. 결국 金旼炡이 연고를 바른 자리에 입김을 불었다. 이걸 진짜 해주고 있는 내가
金旼炡脱下运动鞋,换上拖鞋。刚走出玄关没多久,就看见一个被随意丢弃的纸袋。继续穿过走廊来到客厅,眼前的场景更是壮观。桌上摆满各式酒瓶,下面散落着皱巴巴的各色易拉罐,刘知珉则瘫在沙发上。金旼炡扶着额头叹了口气。暂时还没有想要收拾的心情,只是翻看着手中的袋子。这个让她自己吃就行了。这个嘛...也是,毕竟之前也受过她照顾,这点小事无所谓。金旼炡从袋子里拿出一个小盒子,走近沙发。堂堂一个检察官,居然还会挨打。她小心地将药膏涂抹在结了痂的嘴唇上。这次即使没怎么用力,对方似乎还是觉得刺痛,皱起了眉头。最后金旼炡对着涂了药膏的地方轻轻吹了口气。我居然真的在做这种事。
"…올라 올래요?" "…要上来吗?"
刘知珉은 눈도 뜨지 않고 몸을 슬금슬금 움직여서 자리를 만들어냈다. 얄미웠다. 기가 찼고, 속상했다. 金旼炡은 소파에 앉아 刘知珉의 볼을 꾹 눌렀다. 刘知珉이 그 손을 잡아 머리 위에 올려뒀다. 아프다니까 그러네.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머리카락을 쓸어내려주니 느릿하게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 위스키바에서는 정말 취한 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어쩐지 탁해 보이는 눈동자가 생소했다. 살짝 손을 내려 시야를 가렸다. 도깨비도 아니고 사람을 자꾸 홀려. 金旼炡은 몰래 한숨을 삼키고 찬찬히 얼굴을 살펴봤다. 단정한 이마, 반듯한 코, 그리고 말끔했던 입술.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내뱉어지는 숨결에는 여전히 알콜향이 가득했다. 누구한테 맞은 건데. 슬며시 물었더니 대답은 의외로 금방 돌아왔다. 친구요. 역시나 예상하지 못했던 답변이었다.
刘知珉闭着眼睛,慢慢挪动身体,腾出了一个位置。真让人生气,又令人恼火,又让人心疼。金旼炡坐在沙发上,用手指戳了戳刘知珉的脸颊。刘知珉抓住她的手,把它放在了自己头顶。嘟囔着说很疼呢,声音低沉沙哑。抚摸着她的头发时,她缓缓地睁开了眼睛。看来在威士忌酒吧的时候并不是真的醉了。难怪那双浑浊的眼睛看起来如此陌生。轻轻地用手遮住了她的视线。也不是什么妖怪,却总是这样迷惑人。金旼炡暗自叹了口气,仔细打量着她的脸。整洁的额头,挺直的鼻子,还有原本干净的嘴唇。从微微张开的嘴唇间呼出的气息中仍然充满了酒精的味道。问她是被谁打的,答案出乎意料地快速传来。是朋友。这确实是个意想不到的回答。
"나쁜 친구네…" 真是个坏朋友啊...
이 또한 얼떨결에 새어 나간 마음이었고. 판판하던 刘知珉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그와 동시에 야트막한 신음을 흘린다. 아프다는 게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金旼炡이 손을 떼고 테이블에 올려뒀던 연고를 집어 들어 刘知珉에게 보여줬다. 틈틈이 바르래요. 기껏 약국까지 나가서 사왔더니 반응은 시큰둥하기 그지없다. 金旼炡은 刘知珉의 손안에 연고를 쥐여주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 찬물을 마시면 정신을 좀 차리려나 싶었는데, 당사자는 딱히 그럴 마음이 없어 보였다. 엉덩이를 떼려는 찰나에 팔로 허리를 감아왔다. 자고 갈래요 시간도 늦었는데. 金旼炡은 능청스러운 얼굴과 태연한 팔을 번갈아 바라보다 작게 코웃음을 쳤다. 손등을 살짝 꼬집고 다시 刘知珉의 눈을 가렸다. 맨정신에 하고 싶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또 말을 바꾸면, 나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데요. 그마저도 괜히 투정으로 들릴까봐 속으로 삼켰다. 제법 힘을 실은 만큼 손등이 붉어졌지만 刘知珉 또한 개의치 않고 金旼炡의 허리를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这句话也是不经意间脱口而出。刘知珉原本平淡的嘴角轻轻上扬。同时发出一声低沉的呻吟。看来说疼并非谎言。金旼炡放开手,拿起放在桌上的药膏给刘知珉看。记得要时不时地涂抹。好不容易跑去药店买来,却得到这么冷淡的反应。金旼炡把药膏塞进刘知珉手里,准备起身。想着喝点凉水也许能让她清醒些,但当事人似乎并没有这个意思。就在她要离开座位的瞬间,对方用手臂环住了她的腰。这么晚了,要不要留下来睡。金旼炡看着那张装傻的脸和若无其事的手臂,轻轻发出一声嗤笑。她轻掐了下对方的手背,又一次遮住刘知珉的眼睛。清醒的时候说想做是一回事,现在又改口,我该配合哪一个呢。连这句抱怨她也咽回肚子里,生怕听起来像在撒娇。虽然用力过度让手背泛红,但刘知珉毫不在意,继续把金旼炡的腰往自己这边拉。
"그러면 왜 왔어요." "那你为什么要来。"
"검사님 옷," "检察官大人的衣服,"
"퀵으로 보내면 됐잖아. 직장도 알면서."
"用快递寄就行了嘛,反正知道你工作的地方。"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악플 사건이 끝나고 감사의 표시로 사인과 간식을 보낸 걸 刘知珉이 기억 못 할리도 없고. 머리를 부비작거리며 허리를 움켜쥐는 刘知珉에게 거짓말이 통할 리도 없고. 金旼炡은 허리에 있는 刘知珉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얹고 입술을 열었다. 몰라요.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런데 이건 이러려고 온 건 아니었어요. 나름 생각해서 내놓은 대답은 그랬다. 刘知珉이 천천히 숨을 골랐다. 金旼炡은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어깨를 내려다보다 눈가를 가린 손을 뗐다.
这话没错。在恶评事件结束后,刘知珉不可能不记得她为表示感谢而寄来的签名和零食。对于正揉着头抓着腰的刘知珉,谎言也不可能奏效。金旼炡将自己的手覆在刘知珉放在腰上的手上,开口道:不知道。然后小心翼翼地把手往下移。但是,我来这里不是为了这个。这是她深思熟虑后给出的答案。刘知珉慢慢地调整呼吸。金旼炡注视着上下起伏的肩膀,移开了遮住眼睛的手。
"종종 이렇게 만나자고 하지 않았었나…"
"不是说要经常这样见面吗……"
입술을 달싹여도 밖으로 꺼내 놓을 대꾸는 찾지 못했다. 金旼炡을 올려다보던 刘知珉은 연고를 만지작거리다 테이블로 휙 하니 던져뒀다. 사흘이나 연락하지 않은 사람치고는 지나치게 천연덕스러웠다. 저렇게 나오면 내내 핸드폰만 붙잡고 살았던 저만 바보 되는 꼴이 된다. 金旼炡은 씁쓸한 한숨을 속으로 삼켰다. 만약 刘知珉의 마음을 손가락으로 쓸어본다면 아쉬움이라고는 먼지 한 톨도 묻어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虽然嘴唇微动,却找不到该说出口的回答。注视着金旼炡的刘知珉摆弄着药膏,然后随手扔在了桌上。对于一个三天都没联系的人来说,她显得过于若无其事了。如果她表现得这么自然,那一直抱着手机度日的自己就显得很傻了。金旼炡在心里咽下一声苦涩的叹息。如果用手指抚摸刘知珉的心,大概连一丝遗憾的痕迹都不会留下吧。
"잘못 이해했다면 미안하고요." "如果我理解错了的话,我很抱歉。"
어느덧 몸을 일으켜 소파에 기대앉은 刘知珉이 그렇게 말하며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툭툭 두드렸다. 불현듯 날의 기억이 떠올라 金旼炡은 마른침을 삼키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진짜 구경하러 온 건지 나는 몰랐지. 刘知珉은 그 손등을 슬몃 쓸어내렸다. 검사님. 刘知珉이 쿠션을 끌어안고 고개를 끄덕였다.
刘知珉 坐起身子靠在沙发上,一边说着,一边用手掌轻轻拍了拍身边的位置。突然想起那天的记忆,Kim Minjoo 咽了口唾沫,攥紧了拳头。我真不知道你是来看热闹的。刘知珉 轻轻地抚摸着她的手背。检察官大人。刘知珉 抱着靠垫点了点头。
"사흘 동안 뭐 했어요." "你这三天做什么了。"
"일했죠. 회의도 들어갔다 나오고, 잠깐 출장도 다녀왔고."
"工作了。参加了会议,还出了趟短差。"
"그게 끝이에요?" "就这些吗?"
"직장인 일과가 대체로 거기서 거기니까."
"上班族的日常生活都差不多。"
그러면 또 할 말이 없다. 뒤따라 고개를 주억인 金旼炡은 쿠션 끄트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아마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던 것도 같다. 눈썹을 쓸어주는 손길은 덧없이 보드라웠다. 달래고 이러는 거에 소질 없으니까 알아서 들어요. 취해서 그런지 살짝 잠긴 목소리마저 한결 나른했다. 손끝이 괜히 간지러웠다.
那就没什么好说的了。跟着点了点头的金旼炡摆弄着抱枕的边缘。大概她自己都没注意到皱着眉头。抚摸眉毛的动作轻柔得转瞬即逝。因为我不擅长安慰人所以你自己明白就好。或许是因为醉了,略微沙哑的声音听起来有些慵懒。指尖莫名地发痒。
"이틀 밤 새서 내린 결론은 여기서 끝내자였어요."
"熬了两个晚上得出的结论就是到此为止吧。"
반면 전하는 소식은 썩 달갑지 않았다.
相反,传来的消息并不令人愉快。
"밀려나기 싫어서 헤어졌는데 그걸 굳이 金旼炡씨랑…이상하잖아요."
"因为不想被冷落而分手了,但非得和金旼炡xi……这很奇怪吧。"
또한 이해하기도 어려웠고. 이틀 전에 이미 끝내기로 결정했으면서 사흘에서 나흘로 넘어가는 늦은 저녁에 연락한 이유는, 정말 그거 때문이었다는 건가.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而且也很难理解。明明两天前就决定要结束了,却在第三天转入第四天的深夜联系,真的就是因为那个原因吗。表情管理变得困难起来。
"그런데 이상해야 되겠더라고 나는. 그 지긋지긋한 과거에서 벗어나려면 남들이 다 하는 정상적인 관계 말고 이편이 더 나을 것 같아. 그래서 미친 척하고 다시 문자 보냈어요."
但是我觉得这样反而很奇怪。要想摆脱那令人厌烦的过去,与其像其她人那样维持正常关系,不如选择这边比较好。所以我装疯卖傻又发了短信。
刘知珉은 쿠션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金旼炡의 손을 붙잡았다. 어쩌면 간절하게, 그럼에도 무심하게. 그 모순적인 걸 가능하게 만들었다. 金旼炡은 나란히 포개어진 두 개의 손을 내려다보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검사님은. 刘知珉이 말허리를 잘라내며 金旼炡에게 말했다.
刘知珉抓住了金旼炡搭在靠垫边缘摇摇欲坠的手。或许是迫切地,却又显得漫不经心。她让这种矛盾成为可能。金旼炡低头看着两只叠在一起的手,小心翼翼地开口。就是说检察官您。刘知珉打断她的话对金旼炡说道。
"어차피 金旼炡씨도 만나는 사람은 따로 있고, 나랑은 그냥 잠깐 재미 좀 보려는 거 아니에요?"
"反正金旼炡xi也有在交往的人,和我在一起只是想玩玩而已吧?"
잘못 들었다고 넘기려고 해도 마주 보는 거리는 꽤나 가까웠다. 그렇다고 누구처럼 술을 마신 것도 아니었고, 그 누구는 취해서 실언을 한다기에는…짤막한 실소를 내뱉은 金旼炡이 되물었다. 그래서요.
就算想当做听错了,对面的距离也相当近。毕竟又不是像某人那样喝了酒,而那个人也不像是会因为醉酒失言...金旼炡轻笑一声,反问道。所以呢。
"하겠다고요 세컨드. 金旼炡씨만 괜찮으면."
"好的 Second。如果金旼炡xi觉得可以的话。"
이렇게 정리가 되는 건가. 나는 刘知珉과 재미를 보고, 刘知珉은 나를 이용해서 과거에서 벗어나고. 태연한 얼굴 위로 지난 날의 잔상이 하나씩 겹쳐졌다. 헛웃음을 터트린 金旼炡이 붙잡히지 않은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뒷목이 뜨끈하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잠시 고개를 돌리고 차분히 숨을 골랐다. 유리창에 비친 모습은 언뜻 보면 다정한 관계처럼 느껴질 법 했다. 金旼炡은 다시 刘知珉과 시선을 맞추고 물었다.
就这样安排好了吗。我和刘知珉寻欢作乐,刘知珉则利用我来摆脱过去。平静的脸庞上一一浮现过去的残影。金旼炡发出一声苦笑,用没被抓住的手撩起头发。后颈似乎在发烫。她暂时转过头去,平静地调整呼吸。从玻璃窗的倒影看去,乍一看倒像是亲密关系。金旼炡再次与刘知珉对视,问道。
"제가 싫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 건데요."
"如果我说不行的话会怎么样呢。"
"글쎄요. 거기까지는 아직 생각을 안 해서."
"这个嘛。我还没想到那一步呢。"
"검사님 지금 되게 쓰레기 같은 거 알죠."
"检察官大人,你知道你现在很混蛋吧。"
"네, 말했잖아요. 그거 때문에 뺨도 맞은 거라고."
"是啊,不是说了吗?就因为那个挨了巴掌。"
자기 객관화마저 확실했다. 刘知珉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검지로 피딱지 앉은 입술 근처를 건드렸다. 머릿속으로 대화를 곱씹던 金旼炡이 툭하고 질문을 던졌다. 친구라고 하지 않았나. 물론 刘知珉은 그 또한 예상했다는 것처럼 가뿐히 받아친다.
她对自己的反思也很清晰。刘知珉微微一笑,用食指碰了碰嘴角的血痂。金旼炡在脑海中反复思考着对话,突然抛出了一个问题。不是说是朋友吗?当然,刘知珉似乎早已预料到这一点,轻松地回应道。
"지금은 그래요." "现在是这样。"
"지금은?" "现在呢?"
"몇 년 전에는 여자친구였고."
几年前还是女朋友呢。
날아오는 타구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그와 동시에 불현듯 그 이름이 떠오르기도 했다.
感觉就像被一个飞来的球打中了后脑勺。与此同时,那个名字也突然浮现在脑海中。
"유진이?" "宥真?"
"선은 넘지 맙시다 우리."
"我们不要越界。"
여전히 미소를 띤 채로 손목을 쥐어온다. 웃음 속에는 대놓고 드러내지 않지만, 그렇다고 굳이 숨기지도 않는 가시가 박혀 있었다. 金旼炡은 刘知珉의 손을 뿌리치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물은 냉장고에도 있고, 정수기에서 마셔도 되고. 올려다보며 한다는 말은 고작 그랬다. 金旼炡은 구태여 대꾸하지 않고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병을 집어 병나발을 불었다. 기다려봐요 감자칩이라도 가져다줄게. 쿠션을 옆으로 내던진 刘知珉이 느작거리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결과론적으로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앉게 됐지만. 金旼炡이 刘知珉의 어깨를 누르고 소파로 밀치면, 刘知珉은 金旼炡의 뒷목을 손바닥으로 감쌌다. 마치 대본에 적혀 있기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입술이 맞붙었다. 이러려고 찾아온 게, 정말 아니었을까.
她仍然微笑着握住手腕。笑容中隐藏着刺,虽然不是那么明显,但也并不刻意掩饰。金旼炡甩开刘知珉的手,从沙发上站了起来。水在冰箱里也有,直接喝净水器的水也行。抬头看着说出的话也不过如此。金旼炡不再多说,拿起桌上的瓶子喝了一口。等一下,我去拿点薯片来。刘知珉把靠垫扔到一边,慢悠悠地想要起身。结果却是一步都没能挪动,就那么坐在那里。金旼炡按住刘知珉的肩膀将她推向沙发,刘知珉则用手掌托住金旼炡的后颈。仿佛是写在剧本里一般,双唇自然而然地贴在了一起。来找她,真的不是为了这个吗。
술 때문인지 제대로 분간이 되지 않았다. 위에 올라탄 金旼炡이 중심을 잃고 잠시 휘청거리자 刘知珉은 얄팍한 허리를 붙잡아 단단하게 받쳐줬다. 뜨거운 입 안에서는 은은한 위스키 향이 맴돌았다. 먼저 고개를 뒤로 뺀 刘知珉이 金旼炡의 손에 위태롭게 들려 있는 병을 빼앗아 갔다.
也许是因为喝了酒,看不太真切。当骑在上面的金旼炡一时失去平衡摇晃起来时,刘知珉紧紧扶住她纤细的腰,稳稳地支撑住她。灼热的口腔里萦绕着淡淡的威士忌香气。刘知珉先把头向后仰,从金旼炡手中夺过那瓶摇摇欲坠的酒。
"대답 아직 못 들었는데."
我还没听到答案。
진짜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람이구나. 金旼炡은 새삼 감탄하며 刘知珉의 다리 위에 살며시 주저앉았다.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요? 刘知珉은 고개를 끄덕이며 퍽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입으로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요. 그리고는 보란 듯이 병을 들어 위스키를 마셨다. 金旼炡은 양손으로 刘知珉의 볼을 감싸고 입술을 겹쳤다. 이내 미지근한 액체가 입 안으로 넘어왔다. 이건 좀 달콤한 것 같기도 하고. 미처 삼키지 못한 위스키는 입꼬리를 타고 턱 밑으로 떨어졌다. 刘知珉이 그 흔적을 따라 천천히 입술을 옮겼다. 술기운 때문인지 몸이 점차 달아올랐다.
真是个不好对付的人啊。金旼炡感叹着轻轻坐在刘知珉的腿上。非要用话说出来你才明白吗?刘知珉点着头,相当认真地喃喃道。用嘴说出来多重要啊。说着便举起酒瓶喝了一口威士忌。金旼炡双手捧着刘知珉的脸,将唇重叠在一起。温热的液体随即流入口中。这感觉似乎有点甜。还未来得及咽下的威士忌顺着嘴角流到下巴。刘知珉沿着那痕迹缓缓移动嘴唇。可能是因为酒劲的缘故,身体逐渐变得火热。
참아보려고 했지만, 한숨 섞인 앓는 소리는 눈치도 없이 새어나갔다. 결국 金旼炡은 쓰러지듯 刘知珉에게 기댔다. 난 여기에서 종종 이렇게 만났으면 좋겠는데. 들을 사람도 없는데 작게 속삭인 뒤에는 이를 내어 귓볼을 물었다가 놓았다. 이어서 물었던 곳을 혀로 살살 어루만졌다.
虽然想要忍耐,却还是不由自主地发出了夹杂着叹息的呻吟声。最终,金旼炡像是瘫倒般靠在了刘知珉身上。我真希望以后也能经常在这里这样见面。虽然没有人会听见,但她还是轻声细语地说完,随后用牙齿轻咬了一下对方的耳垂又松开。接着,她用舌头轻轻舔舐着刚才咬过的地方。
정말이지 너무할 정도로 능숙한 움직임이었다. 어깨에 기대 끙끙거리던 金旼炡이 고개를 들고 刘知珉을 흘겨봤다. 刘知珉은 문제라도 있냐는 듯 위스키를 마시고 술병을 쿠션 사이에 비스듬히 놓아뒀다. 이번에도 먼저 얼굴 가까이 다가간 건 金旼炡이었다. 닿기 직전 손으로 막은 건 刘知珉이었고. 현관에서의 일을 복수라도 하려는 걸까. 金旼炡은 刘知珉의 손을 치워 내려다 노선을 바꿔 더욱 깊게 입술을 묻었다. 입 속에 넣은 사탕을 구르는 것처럼 혀를 움직이니, 刘知珉은 옅게 헛웃음을 흘리다 읊조렸다. 이런 방법이 있었구나. 그리고는 마치 기특하다는 듯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것이었다. 어디까지 하는지 구경하겠다는 눈빛으로 지켜보던 刘知珉은 金旼炡의 입술이 손가락 사이에 닿았을 때 낮게 깔린 목소리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这动作真的熟练得过分了。靠在肩上呻吟的金旼炡抬起头,斜眼看着刘知珉。刘知珉像是在问有什么问题似的喝了口威士忌,然后把酒瓶斜放在垫子之间。这次又是金旼炡先凑近了脸,而在即将接触的瞬间,阻挡的是刘知珉。是想报复在玄关发生的事吗?金旼炡拨开刘知珉的手,改变路线,更深地吻上了她的嘴唇。当她像含着糖果一样转动舌头时,刘知珉轻轻发出一声冷笑,喃喃道:原来还有这种方法啊。然后像是觉得很可爱似的抚摸着她的头发。一直用仿佛要看看能做到什么程度的眼神注视着的刘知珉,在金旼炡的嘴唇触碰到手指之间时,用低沉的声音咒骂出声。
순식간에 자세는 뒤바뀌고 말았다. 소파에 눕혀진 金旼炡은 다소 거칠게 입 안을 헤집는 刘知珉을 가까스로 받아냈다. 숨을 헛삼키지 않기 위해 나름 노력을 했지만 무너트리기 위해 작정하고 달려드는 사람 앞에서는 별수 없었다. 진정하라고 어깨를 살짝 밀어내면 도리어 그 손을 붙잡아 소파에 눌렀다. 다른 의미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래서 맨정신에 하고 싶다고 말했던 건가 싶었다. 허리를 타고 오르는 손은 다급하기 짝이 없었다.
顷刻之间姿势就颠倒了过来。被按在沙发上的金旼炡勉强接受着刘知珉略显粗暴地在口腔中肆虐。为了不呛到而努力调整呼吸,但在面对一个执意要攻破防线的人面前也无计可施。当她轻轻推开对方的肩膀示意冷静时,反而被抓住手腕压在了沙发上。一声带着别样意味的呻吟溢出。难怪她说想在清醒的时候做这种事。抚上腰际的手显得异常急切。
刘知珉의 손이 등 뒤에 닿으면 金旼炡은 휙하고 고개를 돌렸다. 가쁜 호흡을 겨우 고르며 물었다. 진짜로 여기에서 할 거야? 마찬가지로 얼굴 가득 열이 오른 刘知珉이 신경질적으로 셔츠를 벗어 바닥으로 내던졌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눈치를 살피며 金旼炡이 속삭이듯 말했다. 씻고 싶은데. 무릎을 꿇고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던 刘知珉은 말없이 金旼炡에게 손을 내밀었다. 金旼炡이 조심스레 그것을 잡으면, 힘을 주어 본인의 쪽으로 당겨 일으켜 세웠다. 복도 끝으로 가면 침실 있어요. 거기 욕실에서 씻어. 옷은 금방 가져다줄게. 金旼炡은 고개를 끄덕이고 소파 밑으로 다리를 뻗었다. 알려준 쪽으로 걸어가다가 슬쩍 뒤를 돌아봤다. 刘知珉은 그새 정신을 차렸는지 바닥에 떨어진 셔츠를 대충 걸치고 술병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것이 섣부른 짐작이었다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깨닫게 됐다. 침실에 도착해 주변을 살펴보다 안 쪽에 있는 욕실을 찾은 데까지는 좋았다.
当刘知珉的手碰到她的后背时,金旼炡猛地转过头。她好不容易平复喘息,问道:"真的要在这里做吗?"同样脸色通红的刘知珉烦躁地脱下衬衫扔在地上。金旼炡小心翼翼地轻声说道,虽然没做错什么,但还是小心翼翼地观察着:"我想洗澡。"跪坐着低头看着地面的刘知珉默默地向金旼炡伸出手。当金旼炡小心地握住她的手时,刘知珉用力将她拉向自己,让她站了起来。"走到走廊尽头就是卧室。在那里的浴室洗吧。衣服我马上给你拿来。"金旼炡点点头,将腿从沙发底下伸出来。朝着指示的方向走去时,她悄悄回头看了一眼。刘知珉似乎已经清醒过来,随意披上掉在地上的衬衫,正在收拾酒瓶。没过多久,她就意识到这个猜测太过草率了。到达卧室后环顾四周,她找到了里面的浴室,到这一步都还算顺利。
혹시나 하고 서랍장을 열어서 여분의 칫솔을 발견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 세안을 마치고 샤워부스에 들어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 것도, 머리를 감고 나와 수건으로 틀어 올린 것도 별문제가 없었다. 노크를 하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바디워시를 달라고 해서 살짝 문을 열어 건네줬는데. 어쩌다가 안으로 刘知珉이 들어오게 된 거지. 수건은 바닥으로 내팽겨쳐지고, 바스락거리던 천은 금방 물기에 젖어 축축해졌다. 밀폐된 공간에 습기까지 가득 차 있어서 그런지 입술이 맞물리는 소리가 유독 크게 귓가를 파고들었다. 다 좋은데 옷은 좀…金旼炡은 어색하게 손을 내려 刘知珉의 슬랙스 허리춤을 만지작거렸다. 어쩌면 그게 도화선이 됐을 수도 있었다.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다급하게 입 안을 헤집던 刘知珉은 별안간 멈칫하고 시선을 내리깔았다. 슬랙스에 엉거주춤 걸쳐진 새하얀 손가락을 확인하고는 입술까지 뗐다. 뒤로 돌아볼래요. 이 역시도 다소 뜬금없었다. 옷을 벗으려나 싶어 샤워부스 쪽을 바라봤는데 자세까지 직접 고쳐줬다. 씻을 거면 이제 저는 그만 나가봐도 될 것 같아 고개를 돌릴 찰나에는 몸이 엉겨왔다. 그러니까 이게…刘知珉은 어깨 죽지에 입을 맞추고 낮게 중얼거렸다. 미안해요 내가 좀 달았어. 이윽고 손이 유리에서 미끄러졌다.
随便打开抽屉找到备用牙刷也不错。洗完脸进淋浴间冲热水澡,洗完头发用毛巾裹住头发也都没什么问题。听到敲门声问怎么了,对方说要沐浴露,我就稍微开门递给她,但不知怎么的刘知珉就进来了。毛巾掉在地上,窸窣作响的布料很快被水浸湿。或许是因为密闭空间里充满水汽的缘故,嘴唇相触的声音格外清晰地传入耳中。一切都很好,就是衣服有点...金旼炡尴尬地伸手摸索着刘知珉的西裤腰带。也许这就是导火索。像是有人在追赶似的急切地在口腔里翻搅的刘知珉突然停住,垂下了视线。确认到搭在西裤上的白皙手指后,连嘴唇也分开了。她说要不要转过身去。这话同样显得突兀。以为她要脱衣服就望向淋浴间,但她直接帮忙调整了姿势。正当想说如果要洗澡的话我就先出去时,身体却贴合在了一起。所以这是...刘知珉亲吻着肩胛骨低声呢喃。对不起,我有点兴奋了。随后手从玻璃上滑落。
아무렴 취했을 때는 그냥 얌전히 잠이나 자야지. 金旼炡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반대쪽으로 돌아누웠다. 그러자 刘知珉은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바짝 붙어서 저를 끌어안았다. 짜 맞춘듯 들어맞는 품이 조금은 신기하기도 했다. 검사님. 네. 연고 발라야 하는데. 어차피 반은 네가 먹잖아. 뭐래요 이제 못해 진짜. 나도 피곤해요 거실까지 가기 귀찮아. 볼에 두어 번 입을 맞춘 刘知珉이 이불을 정리하고 金旼炡의 어깨에 얼굴을 올렸다.
反正喝多了就该老老实实去睡觉。金旼炡咬着下唇翻身朝向另一边。刘知珉像是不允许有丝毫缝隙般紧贴上来搂住她。两人身体严丝合缝地契合着,让她觉得有些神奇。"检察官。""嗯。""要擦药膏了。""反正你也要吃掉一半。""说什么呢,现在真的做不了了。""我也累了,懒得去客厅。"刘知珉在她脸颊上亲了两下,整理好被子,把脸靠在金旼炡的肩膀上。
"검사님." "检察官大人。"
"네." "是。"
"목 말라요." "我好渴。"
약간의 복수심을 담은 장난이었다. 金旼炡이 고개를 돌려 刘知珉을 쳐다봤다. 지그시 눈을 감고 있던 刘知珉은 느릿하게 눈꺼풀을 들어 올려 시선을 마주했다. 되게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이네요. 그건 없잖아 억울한 감이 있다. 부탁하지 않았음에도 마무리를 해주고 가운까지 입혀준 건 刘知珉이었다. 金旼炡은 입술을 비죽거리며 刘知珉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됐어요 그냥 해 본 말이야, 라고 덧붙이며. 刘知珉은 그런 金旼炡을 빤히 바라보다가 피식 웃고서는 몸을 일으켰다. 미처 말리기도 전에 침대 아래로 손을 뻗어서 문을 열고 생수병을 꺼내…냉장고가 왜 거기에 있어. 金旼炡은 멍하니 눈만 깜빡여야 했다.
这是带着一点报复心的玩笑。金旼炡 转过头看向 Xu Minghao。Xu Minghao 慢慢睁开原本紧闭的双眼,与她对视。"真是个需要费很多心思的类型啊。""这话说得有点冤枉吧。"明明没有拜托,却帮忙做完收尾还帮忙穿上浴袍的人是 Xu Minghao。金旼炡 撅着嘴玩弄着 Xu Minghao 的头发,补充道:"算了,我就是随便说说。"Xu Minghao 注视着这样的 金旼炡,轻笑一声后坐起身来。还没来得及阻止,她就伸手到床下打开门拿出矿泉水瓶...为什么冰箱会在那里。金旼炡 只能茫然地眨眨眼。
"뭐 이것도 먹여줘야 돼요?"
"什么,这个也要喂给我吗?"
마개를 따서 건네려다 고민하는 刘知珉 덕분이었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려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저쪽도 하면서 술 다 깼는데 그건 좀…이상하지. 병을 받아 든 金旼炡은 몇 모금 마신 뒤에 다시 刘知珉에게 건넸다. 刘知珉도 갈증이 났는지 생수를 반쯤 비워내고 서랍 위에 병을 올려뒀다. 검사님. 이번에는 대답 대신 턱을 까딱였다.
因为刘知珉在打开瓶盖准备递给她时犹豫了一下。我下意识地想点头,但及时清醒过来。对方说是清醒了,但这有点...奇怪吧。接过瓶子的金旼炡喝了几口后又递给刘知珉。刘知珉似乎也渴了,喝掉半瓶矿泉水后把瓶子放在抽屉上。检察官大人。这次她没有回答,只是微微点了点下巴。
"광공이에요 정말?" "真的是狂攻吗?"
"광고 한다고요?" "你说是要做广告?"
"아니 그게 아니라…됐어요. 에비앙 마시길래 해 본 소리인데 검사님은 설명해줘도 이해 못 할 것 같아."
"不是那个意思...算了。看你在喝依云水才那么说的,检察官大人估计我解释了你也不会明白。"
헤드에 기대앉은 刘知珉이 생수병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나지막이 말했다. 난 물맛 이런 거 모르는데 유진이가 외국에서 살 때 이것만 마셨다고 하길래. 金旼炡은 刘知珉의 허벅지를 베고 누우려다 주춤했다. 선 넘지 말자고 한 건 본인 아니었나. 다소 황당하기는 했지만 아차 싶은 표정이어서 고개만 끄덕이고 말았다. 노선을 바꿔 푹신한 베개에 머리를 가져다 댄 金旼炡이 천장을 올려다봤다. 검사님. 어느덧 익숙해진 호칭을 입에 담으니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줬다. 金旼炡은 노곤해진 분위기를 틈 타 물었다. 헤어진 여자친구랑 친구 하면 어때요. 대답은 의외로 곧장 돌아왔다.
靠在床头的刘知珉一边查看矿泉水瓶一边低声说道:"我不懂什么水的味道,只是因为有珍说她在国外的时候只喝这个。"金旼炡本想枕着刘知珉的大腿躺下却犹豫了。不是说好不要越界的吗。虽然有点吃惊,但看到对方露出恍然大悟的表情,便只是点了点头。改变路线将头靠在柔软枕头上的金旼炡望着天花板。"检察官。"当这个已然熟悉的称呼出口时,对方温柔地抚摸着她的头发。金旼炡趁着慵懒的氛围问道:"和分手的女朋友做朋友怎么样?"答案出乎意料地很快就来了。
"별로죠." "不怎么样。"
"그런데도 친구를 해요? 왜?" "还要做朋友吗?为什么?"
"괘씸하니까요." "因为太可恶了。"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속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刘知珉이 말을 덧붙였다. 차석현 기억해요? 그때 그 식당에서 명함. 金旼炡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简直满是无法理解的事情。刘知珉像是在读懂她的心思一般补充道。还记得车锡贤吗?那时在餐厅的名片。金旼炡缓缓点了点头。
"유진이 약혼남이에요.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다나 뭐라나. 조만간 식도 올릴 것 같더라고요."
"那是有真的未婚夫。好像从初中就认识了。看样子不久就要办婚礼了。"
"그러면 이제 검사님이랑 헤어지고 그 분을 만나는"
"那就是要和检察官分手,然后和那个人在一起吗"
"아뇨, 한참 사귀던 중에 약혼했어요. 나한테는 비밀로 하고."
"不是的,她们在相处时订了婚。这事瞒着我。"
결국 누워 있던 金旼炡도 몸을 일으켰다. 피곤하고 졸린 터라 이번에는 잘못 들었을 것도 같다고 생각했다. 왜요, 물 더 줘? 刘知珉은 서랍 위의 병을 들어 올렸다.
最后躺着的金旼炡也坐了起来。因为太累太困,她想这次可能是听错了。"怎么了,还要水吗?"刘知珉拿起抽屉上的瓶子。
"그게 돼요?" "那样可以吗?"
"먹여달라고요?" "让你喂我吗?"
"아니 그…약혼 말이에요."
"不是,那个...我是说婚约。"
그리고는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것처럼 반 쯤 남은 물을 모조리 비워냈다. 가까이 오라는 듯 옆자리를 옆자리를 두드리길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몸을 움직였다. 나란히 앉자마자 刘知珉은 金旼炡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을 이어갔다.
然后像是有什么心事一样,把剩下的半杯水一饮而尽。她像是在示意让我靠近一样轻拍着身旁的座位,我仿佛被什么蛊惑了一般挪动身体。刘知珉一坐下就靠在金旼炡的肩膀上继续说道。
"기다려 달라고 했어요.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다 끝나면 너한테 돌아갈 거라고 그러니까 우리 그냥 잠깐…"
"让我等她说。她说什么都不会改变,等一切结束后就会回到我身边,所以我们就暂时..."
말끝이 흐려지다 어느 순간부터는 목소리가 아예 들려오지 않았다. 金旼炡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올려 刘知珉의 뺨에 올려뒀다. 묻어나오는 물기는 없었다.
话音渐渐变小,不知从什么时候开始,声音完全听不见了。金旼炡小心翼翼地抬起手,放在了刘知珉的脸颊上。没有沾上任何水渍。
"이제 조금 알 것 같네요."
"现在我好像有点明白了。"
"뭐가요." "明白什么。"
"택시 타고 간다고 했을 때 왜 기분 나빠했는지."
"我生气你说要打车回去的原因。"
"그딴 것까지 金旼炡씨가 이해해줄 필요는 없어요."
"金旼炡xi不需要理解这种事。"
말 또 예쁘게 안 하지. 金旼炡이 아프지 않게 뺨을 두드리고 이불 속으로 팔을 넣었다.
又说话不好听了。金旼炡轻轻拍了拍她的脸颊,把手伸进了被子里。
"있잖아요 검사님." "那个啊,检察官大人。"
"없는데요." "没有啊。"
"그런 일이 또 생기지 않을 거라고 저는 장담 못해요."
"我不能保证那样的事不会再次发生。"
刘知珉은 목덜미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바디워시 바꿔야겠다, 그런 말이나 중얼거리며.
刘知珉将嘴唇贴在后颈上深深吸了一口气,嘟囔着说要换沐浴露之类的话。
"검사님." "检察官大人。"
"설마 그걸 모르고 金旼炡씨 세컨을 한다고 했을까요. 신경 끄고 본인 연애에 집중해요, 나도 그게 마음 편해."
"难道你是不知道这个才说要当金旼炡xi的替补的吗?别在意这些,专注于你自己的恋爱就好,我也觉得这样比较轻松。"
아마 이 부분에서는 대답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刘知珉은 金旼炡에게 가벼운 키스를 남기고 침대에 바로 누웠다. 말없이 刘知珉을 바라보던 金旼炡도 이내 자세를 바로하고 누워 눈을 감았다. 야속할 정도로 속 편한 소리였다. 애초에 신경 끄는 게 그렇게 간단했다면 여기까지 오는 일도 없었을 거다. 무턱대고 안아주지도, 입을 맞추지도, 셔츠를 벗기지도 않았을 거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검사님이네. 어차피 金旼炡씨도 재미 보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던 그 목소리가 여전히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그렇게 정리하면 되는 걸까. 답이 뻔히 보이는 관계를 내가 괜히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연거푸 씁쓸한 한숨을 내쉰 金旼炡은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해가 뜨기 직전에야 잠에 들었다.
或许在这个时候,根本不需要任何回答。刘知珉看了看手机确认时间,在金旼炡唇上轻轻一吻后就直接躺在了床上。一言不发地望着刘知珉的金旼炡也很快调整姿势躺下闭上了眼睛。这话说得让人心里难受,听起来却那么轻松。如果一开始就能这么简单地不去在意,也就不会发展到现在这样了。就不会贸然地拥抱,亲吻,解开衬衫。只知其一不知其二的检察官啊。反正金旼炡xi也只是为了寻开心。那个说得轻描淡写的声音依然在脑海里挥之不去。真的可以这样轻易地下定论吗?是我在过分复杂化这段明明一目了然的关系吗?金旼炡接连叹了几口气,辗转反侧,直到天快亮时才终于入睡。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기는 했다. 텅 빈 초콜릿, 수상한 박스. 그렇다고 화를 그렇게까지 낼 필요는 굳이 있었던가 싶었다. 헤어지고 나서 刘知珉이 누군가를 아예 만나지 않은 것도 아니었으며, 한유진 또한 그걸 아주 모르고 지냈던 것은 더더욱 아니면서. 옷을 갈아입고 나와 소파에 앉은 刘知珉을 지난 밤의 일을 떠올리다 테이블에 놓인 연고를 집었다. 하필 또 반지에 맞을 건 뭐야. 손가락 끝에 짠 백색의 연고를 입술에 대충 찍어 바른 뒤에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역시나 부재중으로 찍힌 전화는 없다. 이렇게 싸웠던 건 몇 달만이지. 손가락을 접어가며 세어보다 포기하고 대자로 누워 쿠션을 끌어안았다. 언질도 없이 지검까지 불쑥 찾아오는 건 이젠 놀랍지도 않았다.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며 차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는 것도 마찬가지로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차석현 얘기를 꺼내봤자 서로 감정만 상하니까 그런 주제는 구석으로 밀어두고 근황만 주고 받았다. 지검 근처의 자주 가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나와서는 테이크 아웃한 커피를 들고 주변을 산책했다. 여름이 부쩍 다가온 만큼 해가 졌는데도 사방이 훤했다.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오랜만에 가판대에서 복권도 사서 긁었다. 적당히 선선한 바람이 뺨을 스치면 옆으로 바짝 붙어 팔짱을 꼈던 것도 같다. 나 영화도 보여주라. 예매하셨잖아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이번에는 나초 말고 팝콘 먹을 거야. 그런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차에 올랐다.
确实是容易引起误会的情况。空掉的巧克力,可疑的盒子。但似乎也没有必要发那么大的火。分手后刘知珉也不是完全没有见过别人,而韩宥真对此也并非一无所知。换好衣服后坐在沙发上的刘知珉回想着昨晚的事,拿起了桌上的药膏。偏偏还要撞到戒指。在指尖挤出白色药膏,随意涂抹在嘴唇上后查看了手机。果然没有未接来电。这样吵架已经是几个月以来的事了。数着手指回想了一会就放弃了,仰躺着抱住了靠垫。毫无预兆地跑到地检也不再让人感到惊讶。在停车场等着并发来在车前拍的照片也同样没有什么特别的感觉。提起车锡贤的话只会让双方都不愉快,所以把这样的话题推到一边,只是互相交换近况。在地检附近常去的餐厅吃完晚饭后,拿着外带的咖啡在周围散步。夏天渐近,即使太阳落山四周依然明亮。回停车场的路上难得在摊位上买了彩票刮了刮。在适宜的凉风拂过脸颊时,似乎还紧挨着挽起了手臂。"我要看电影。""不是已经订票了吗?""这只是这么说说。这次我要吃爆米花,不要玉米片。"就这样聊着这些琐碎的对话上了车。
영화관으로 가는 동안에도 큰 소리는 나지 않았다. 신호에 걸렸을 때 입이 심심하다면서 핸들을 잡은 제 손을 간지럽히길래 콘솔박스를 열어줬다. 간식은 대체로 한유진이 가져다 놓는 편이었다. 사실 사탕이나 껌, 초콜릿 같은 주전부리뿐만 아니라 디퓨저에서부터 핸드폰 번호판, 무릎담요까지 차 안 곳곳에 한유진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가 더 힘들었다. 치우기 귀찮다고, 익숙해져서 바꾸기 어색하다면서 미루고 미뤄왔던 게 어쩌면 패착이었던 것도 같다. 刘知珉은 단 걸 좋아하지 않으며 한유진은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콘솔박스 안에 있어야 할 초콜릿이 저도 모르는 사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미 한유진의 기분은 상할 대로 상했을 거고.
去电影院的路上也没什么声音。在等红灯时,她说嘴里无聊,就开始挠我握着方向盘的手,于是我打开了中控盒。零食通常都是韩宥真放进去的。事实上,不仅是糖果、口香糖、巧克力这些零食,从香薰到手机支架、膝盖毯,在车里到处都能看到韩宥真的痕迹,反而很难找到没被她碰过的地方。说着收拾起来麻烦,已经习惯了不好改变,就这样一直拖着,也许这就是致命的错误。刘知珉不喜欢甜食,这一点韩宥真比谁都清楚。所以仅仅是中控盒里的巧克力在不知不觉间消失得无影无踪这一件事,就足以让韩宥真的心情坏到极点。
평소에도 워낙 변덕이 죽 끓듯 하는 편이었으니, 갑자기 차를 돌리라고 해도 刘知珉은 그러려니 했다. 차석현에게 연락이 왔겠거니 싶어 핸들만 만지작거렸는데, 한유진은 대뜸 너희 집으로 갈 거라며 고집을 부렸다. 실랑이는 그때부터 조금씩 시작됐다. 갑자기 이러는 이유는 뭐냐고 묻는 刘知珉과 집에 가는데 이유까지 있어야 하냐며 따지는 한유진. 너희 집 가서 편하게 쉬라는 刘知珉과 그러면 너희 집은 불편하냐며 말꼬리를 잡는 한유진. 결국 백기를 든 쪽은 刘知珉이었다. 얘랑 단 둘이 있는다고 무슨 일이 벌어질 것도 아니고, 여차하면 소파에서 자도 되는 거니까. 손바닥에 손톱이 박히도록 세게 주먹을 쥐고 있는 한유진을 확인하고 핸들을 돌렸다.
因为平时就是个说变就变的性子,所以就算突然让她掉头,刘知珉也没觉得有什么。她一边摆弄方向盘,心想一定是车锡铉联系过了,但韩宥真却固执地说要去你家。争执就是从那时候开始慢慢升级的。刘知珉问她突然这样是为什么,韩宥真却反问回去家还需要什么理由吗。刘知珉说去你家好好休息吧,韩宥真则抓着话尾问那你家是不舒服吗。最后举白旗投降的是刘知珉。反正就算只有她们两个人也不会发生什么事,大不了就睡沙发。看到韩宥真握紧拳头到指甲都要嵌进掌心,她转动了方向盘。
어째 요즘은 만났다 하면 끝이 이 모양이구나. 씁쓸한 한숨을 삼킨 刘知珉은 가는 내내 앞만 바라봤었다. 한유진이라고 별 다를 것은 없었다. 도착할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고, 주차장에서는 刘知珉이 짐을 챙기기도 전에 먼저 조수석을 벗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비밀번호도 알지 못해서 밖에서 누가 나오는 것만 기다리다 문이 열린 틈에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쟤한테 알아서 쉬다 가라고 하고 나는 그냥 호텔 갈까. 어째서인지 모르겠다만 잔뜩 오른 짜증으로 딱딱하게 굳은 어깨를 쳐다보며 실없는 생각도 잠깐 했었다. 그러면 다음에는 진짜 뺨을 맞든, 조인트를 까이든 할 거다. 刘知珉은 나란히 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한유진을 슬쩍 내려다보고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약간 힘을 실어 마사지하듯 주물렀더니 한유진은 코웃음을 치며 거칠게 제 손을 뿌리쳤다. 이딴 걸로 안 넘어가. 이쪽도 굳이 넘길 마음은 없었지만, 목소리가 싸늘하기 그지없어 刘知珉은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한유진은 먼저 안으로 들어갔고 刘知珉은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15층에 도착했을 때는 모습이 바뀌었다.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刘知珉은 앞서 걸어가 현관문을 열었고 한유진은 刘知珉을 뒤따라갔다.
最近每次见面都是这样的结局啊。刘知珉咽下苦涩的叹息,一路上只顾着望着前方。韩柔眞也差不多。一路上都没开口说话,到了停车场,在刘知珉收拾行李之前就先离开副驾驶座,朝着大门走去。因为不知道密码,只能在外面等着有人出来,趁门开着的空隙快步走了进去。要不要让她自己在这里休息,我去住酒店算了。看着因烦躁而紧绷的肩膀,她一时冒出这样无谓的想法。要是这样的话,下次不是被打耳光,就是被打断关节了。刘知珉站在韩柔眞旁边等电梯时,偷瞄了她一眼,然后把手放在她的肩上。稍微用力按摩似的揉了揉,韩柔眞却嗤笑一声,粗暴地甩开她的手。这种小把戏可骗不了我。虽然她也没打算哄她,但看她声音如此冰冷,刘知珉识相地闭上了嘴。电梯门一开,韩柔眞就先走了进去,刘知珉则静静地跟在后面。到了 15 楼时,情况却变了。刘知珉先走出电梯,在前面走着开了门,韩柔眞则跟在她身后。
그다음은 어땠더라. 솔직히 박스를 소파에 던져뒀다는 것도 덕분에 알았다. 주말에나 가끔 여기에 누워서 티비를 봤고 평일에는 밤늦게 퇴근해서 곧장 침실로 향하니까. 편한 옷을 챙겨 드레스룸에서 나온 刘知珉에게 한유진은 뜬금없이 물었다. 너 연애해? 刘知珉은 듣는 척도 안 하고 테이블에 옷을 내려뒀다.
然后是什么来着。老实说,她还是因为这事才知道自己把包扔在了沙发上。毕竟周末才偶尔躺在这里看看电视,工作日都是深夜才下班直接去卧室。当刘知珉从衣帽间拿着便装出来时,韩宥真突然问道:你在谈恋爱吗?刘知珉装作没听见,把衣服放在了桌子上。
'야 刘知珉' '喂,刘知珉'
'나 먼저 씻을 테니까 저 쪽에서'
'我先去洗澡,在那边等着'
"진짜 누구 만나?" "真的要去见谁?"
'없어 귀찮아서 다 정리했어' '我嫌麻烦,都整理好了'
'거짓말 하지 말고' '别撒谎了'
'내가 굳이 너한테 왜’
'我干嘛非要跟你解释'
삽시간에 피로가 몰려오는 기분이었다. 술은 분명 안 마셨는데 도대체 어느 포인트에서 핀트가 나갔는지 영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랫입술을 물어뜯는 한유진을 바라보던 刘知珉이 자리를 피했다. 괜히 달래주다가 분위기가 이상해지면 선을 넘게 되는 거였다. 하지만 몇 걸음 떼지 못하고 우두커니 멈춰서야 했다. 무언가 등을 맞고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刘知珉은 허리를 굽혀 자그마한 박스를 주워들었다.
疲惫感突然袭来。明明没有喝酒,却完全无法捉摸到究竟是在哪个时点开始偏离了轨道。刘知珉看着咬着下唇的韩柔真,离开了座位。要是安慰她反而让气氛变得奇怪的话,就会跨越那条界限。但她没能走出几步就呆呆地停了下来。因为有什么东西撞到了她的背部掉在了地上。刘知珉弯下腰捡起了那个小盒子。
'집까지 들락거리나봐' "看来总是在出入她的家啊"
'한유진' 韩柚真
'그래서 아까 그렇게 고까워했구나' 所以刚才你才那么生气啊
'그런 거 아니야' 不是那样的
'아니면 그 박스는 뭔데 혹시 나랑 하려고 준비했니?'
"难道那个盒子是你准备和我玩的吗?"
刘知珉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 상황에 대한 해명을 바라는 자체가 코디미였다. 누굴 만나면 어떻고, 걔를 집으로 데리고 오면 또 어때. 모난 말이 튀어 나갈 것 같아서 일단 한 번은 참았다. 어차피 지금은 무슨 얘기를 해도 통하지 않을 거다. 거기다 대고 똑같이 감정적으로 받아쳐서.
刘知珉最终忍不住笑了出来。期待她对这种情况做出解释本身就很可笑。见谁不见谁,带谁回家又怎么了。她本想说些尖锐的话,但还是忍住了。反正现在说什么都没用。用同样激动的情绪来回应对方。
'조수석에 누구 태우지마 나 그거 싫어'
'别让别人坐副驾驶座,我不喜欢那样'
'살면서 어떻게 매번 좋은 것만 보겠어요'
生活中怎么可能每次都只看到好事呢
'일부러 이러는 거야 설마? 뭐 질투 그딴 거 하라고?'
该不会是故意这样的吧?是想让我吃醋之类的吗?
가관이었다 정말. 真是件有趣的事。
'그럼 너는 질투 그딴 거 때문에 나 몰래 약혼했어?'
"那么你是因为嫉妒这种事情背着我偷偷订婚了吗?"
'그 얘기가 갑자기 왜 나와.'
「怎么突然提起这个。」
'이기적인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유진아. 고작 이런 일로 짜증을 내? 네가 내 앞에서?'
「自私也要有个限度吧,宥真。就为这种事生气?还敢在我面前?」
'못 그럴 건 뭔데. 나 이런 사람인 거 몰랐던 거 아니잖아.'
"有什么不可以的。你之前也不是不知道我是这样的人。"
'어쩌자고 그래서. 계속 이딴 식으로 나오겠다고?'
你打算怎么办?还要一直这样下去吗?
한유진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刘知珉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韩宥真发出一声苦笑。看着这一幕的刘知珉一时语塞。
'당연히 그래야 되는 거 아닌가.'
"这不是理所当然的吗。"
'도대체 너는 뭘 믿고 그렇게 멋대로'
"你到底凭什么擅自"
'나는 널 믿지 知珉아'
「我相信你,知珉啊」
'뭐?' 「什么?」
'너 아직 나 좋아하잖아. 내 말 틀려?'
"你不是还喜欢我吗?我说得对吗?"
그러니까 이건, 잘못 되어도 뭐가 단단히 잘못 됐다는 거다. 끝까지 부정은 못하는 刘知珉이나, 그런 刘知珉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한유진이나 거기서 거기였다. 刘知珉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벽에 몸을 기댔다. 다 알면서도 저러는 거구나. 허탈하기도 하고, 한심스럽기도 했다. 한유진은 어느덧 소파를 벗어나 刘知珉의 앞에 서 있었다. 知珉아. 刘知珉은 대답하지 않고 한유진을 내려다봤다. 안아주면 안 돼? 그어 놓은 선을 또다시 멋대로 넘는다. 이쯤 되면 정말 갈 때까지 가 보자는 것 같았다.
所以说,这事要是出了差错那就是大错特错了。直到最后都无法否认的刘知珉,还有看着这样的刘知珉露出满意笑容的韩宥真,都是半斤八两。刘知珉深深叹了口气,靠在墙上。明明都知道却还是这样。既觉得虚无,又觉得可悲。韩宥真不知何时已经离开沙发,站在刘知珉面前。知珉啊。刘知珉没有回答,只是低头看着韩宥真。可以抱抱我吗?又一次任性地跨越了划下的界限。到这个地步,看来是真要走到底了。
'어차피 그거 써야 하고' "反正都要用那个"
'그러고 싶은 마음이 전혀 안 들어'
"我完全不想那样做"
'들게 만들면 돼?' "只要让她们听就行了吧?"
'한유진' 韩柚真
'정 없이 부르지마'
'재미없으니까 그만해' "太无趣了,别说了"
刘知珉이 제 앞을 가로막은 한유진의 어깨를 밀어냈다. 침실 써. 나는 소파에서 잘 거야. 빤한 시선을 애써 무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한유진은 그 뒤를 따라가며 중얼거렸다. 마음은 내 꺼인데 몸은 아니야? 그게 더 이상해. 거실 화장실로 걸어가며 셔츠 단추를 풀던 刘知珉은 결국 뒤를 돌았다.
刘知珉推开了挡在面前的韩宥真的肩膀。"你睡卧室吧。我睡沙发。"她努力无视那明显的眼神,迈步向前走。韩宥真跟在她身后嘟囔着:"心已经是我的了,身体却不是吗?这才更奇怪。"刘知珉边走向客厅卫生间边解着衬衫扣子,最终还是回过了头。
'그게 뭐가 이상해.' "这有什么好奇怪的。"
'아니 그러니까' 「不是,所以说」
'네가 먼저 시작했으면서.' 「明明是你先开始的。」
刘知珉에게로 손을 뻗던 한유진의 손은 허공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刘知珉은 피식 웃고 말을 이어갔다.
刘知珉向前伸出的手在半空中僵住了。刘知珉轻笑一声,继续说道。
'그런데 왜 나는 어느 쪽도 가질 수 없는 건데.'
'可是为什么我什么都得不到呢。'
'知珉아 그건' "珉知啊,那个"
'너는 그 새끼도 못 놓아서 이러고 있으면서 내 몸까지 바래?'
"你都放不下那混蛋,还想要得到我的身体?"
刘知珉은 한 손으로 한유진의 턱을 붙잡아 좌우로 돌렸다. 그 다음에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벽으로 한유진을 몰아넣었다. 저를 올려다보는 눈동자는 잘게 흔들리고 있다. 입술이 닿기 직전에 刘知珉이 고개를 뒤로 빼고 손을 내렸다. 한유진은 마른 침을 삼키고 혀로 입술을 축였다.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올린 刘知珉은 내내 쥐고 있던 박스 대충 뜯었다. 안에 든 내용물은 챙겨두고 찢어진 박스는 바닥으로 내던졌다. 바스락거리는 포장지를 만지작거리다 한유진에게 그대로 물려줬다.
刘知珉用一只手抓住韩柚珍的下巴左右转动着。接着慢慢向前走,把韩柚珍逼到墙角。抬头看着她的眼睛微微颤动。就在嘴唇即将相触的瞬间,刘知珉将头往后仰,放下了手。韩柚珍吞了吞口水,用舌头润湿嘴唇。刘知珉用手抚了抚头发,随意撕开了一直拿在手中的盒子。将里面的东西收好后,把破损的盒子扔在地上。她把沙沙作响的包装纸捏在手里把玩了一会儿,然后直接递给了韩柚珍。
'나랑 할 때는 없이 하는 거 더 좋아했는데 이제는 못 그러려나. 잘 챙겨둬.'
"你和我做的时候更喜欢不戴的,现在可能不行了吧。好好保管着。"
그리고는 볼을 툭툭 두드려주는 것이었다. 나는 앞으로 누구랑 하든 그거 안 챙겨도 크게 문제 될 건 없거든.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눈동자가 흔들렸다.
然后轻轻地拍了拍脸颊。我以后和谁在一起都没关系,不需要特别去管这个也不会有什么大问题。这次眼神动摇的是另一个含义。
'차석현도 알아? 얼굴 보면서 하는 것보다'
"比起面对面谈话,崔锡铉也知道吗?"
거기까지였다. 살과 살이 닿는 마찰음과 함께 刘知珉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잘못 맞았는지 비릿한 맛이 금방 느껴졌다. 刘知珉이 손가락으로 입술을 훔쳤다.
到那里就结束了。伴随着肌肤相触的摩擦声,刘知珉的头偏向一边。大概是被打偏了,立刻尝到了一丝腥甜的味道。刘知珉用手指擦了擦嘴唇。
'응, 알아. 내가 하면서 다 얘기해줬어.'
"嗯,我知道。我已经边做边都说了。"
'가지가지 해라 진짜.' 这家伙真是什么都干得出来。
'그리고 우리 이런 거 말고 다른 거 써.'
"而且我们用其她的东西吧,别用这个。"
'그래? 이걸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是吗?我觉得这样就够了。」
'진짜 개새끼 다 됐네?' 「真成了个混蛋啊?」
'누구 덕분이지 뭐.'
"还不都是托你的福。"
한유진은 기가 찬다는 듯 웃으며 손에 든 것을 바닥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없이 하는 건 나보다 네가 더 좋아했지 나쁜 새끼야. 혀로 찢어진 입술을 누르며 刘知珉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한유진은 거칠게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따라오면 이번에는 진짜 죽일 거야. 그러거나 말거나 刘知珉은 그대로 화장실에 들어가서 거울로 얼굴을 확인했다. 손버릇 못 고치면 큰일 날텐데 쟤도. 휴지를 뜯어 입술을 꾹 누르며 세면대에 몸을 기댔다. 피는 여기에서 나는데 왜 엄한 곳이 욱신거리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고 나오면 복도는 물론이고 온 집안이 적막으로 가득했다. 刘知珉은 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워 휴지통에 버리고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옷을 챙겨 대충 침실에 던져뒀다. 술을 마신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메모지에 옮겨 적었던 번호로 문자를 보냈던 건…진짜 안아줄 사람이 필요해서 그랬던 건가.
Han Yujin 扑哧一笑,将手中的东西扔在地上。"没有我的时候你不是玩得更开心吗,混蛋。"刘知珉 舔着撕裂的嘴唇点了点头。Han Yujin 似乎还未消气,粗暴地捋了捋头发。"要是再跟着我,我真的会杀了你。"不管她说什么,刘知珉 径直走进洗手间照镜子查看自己的脸。"要是她改不了这个坏习惯可就麻烦了。"她撕下纸巾按住嘴唇,靠在洗手台上。明明是嘴唇在流血,为什么其她地方也会隐隐作痛呢,这真是说不通。用凉水洗完脸出来后,走廊乃至整个房子都笼罩在一片寂静中。刘知珉 捡起地上的东西扔进垃圾桶,把散落在沙发上的衣服随手扔进卧室。虽说喝酒是无可奈何,但给记在便签上的号码发短信…是真的需要一个可以拥抱的人吗?
좋게 포장해도 술주정이었고, 사실대로 표현하면 추태에 불과했다. 취했다는 핑계를 댈 거면 아예 필름이라도 끊겼어야 하는데 하필 어느 것 하나 흐릿한 장면이 없다. 이럴 때마저 타고난 유전자 덕을 보는 것이다. 쿠션을 옆으로 밀어내고 손가락 끝으로 눈두덩이를 꾹꾹 눌렀다. 그럴 생각으로 온 거 아니어서 나갔으면 간 거지 와중에 다시 돌아와서 연고까지 챙겨주는 건 또 뭐야. 게다가 술도 못하면서 그런 짓까지.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였다. 어쩌면 그래서 관심이 생겼을 수도 있지만. 멋대로 안고, 홧김에 키스하고, 충동적으로 집에 부르기까지. 따지고 보면 저라고 다르지 않았다. 떨어지려고 하니 허리를 붙잡고,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벽으로 몰아붙이고, 굳이 편의점에 들러 그것까지 사고. 소파를 더듬어 리모컨을 찾아낸 刘知珉은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팔을 아래로 내렸다. 타이밍 한 번 끝내주네. 헛웃음이 절로 새어 나갔다.
就算美化一下也只是酒疯,说白了不过是出丑罢了。要是想用酒醉来当借口,倒不如干脆断片才好,偏偏每个场景都清清楚楚。这种时候还要感谢天生的基因。她把靠垫推到一边,用指尖用力按着眼皮。本来就不是那种打算才去的,出门就该离开的,结果她反而又回来还送药膏,这又是怎么回事。而且明明不胜酒力还做出那种事。真是个难以捉摸的人。说不定正是因为这样才会对她产生兴趣。擅自拥抱,一时冲动就亲吻,甚至冲动地邀请回家。仔细想想,自己也好不到哪去。想要分开时抓住腰,嘴唇分开的瞬间就把人抵在墙上,还特意去便利店买那个。刘知珉在沙发上摸索着找到遥控器,随意换着频道后放下了手臂。时机可真是绝了。不禁发出一声苦笑。
그럼에도 꽤나 집중해서 인터뷰를 지켜보던 刘知珉이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저 영화는 보러 갈 일이 없겠구나. 스릴러를 감미한 첩보물은 취향과 거리가 멀었다. 때리고 부수고 죽이고 하는 건 전적으로 유진…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빠르게 가로저었다. 아무리 세월이 무섭다고 하지만 이건 진짜 과했다. 刘知珉은 제 양손으로 뺨을 세게 두드리고 나서야 눈을 떴다. 어깨 너머에서는 슬리퍼 끄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소 급하게 리모컨을 집어 들고 버튼을 눌렀다. 화면이 금방 바뀌었다. 오늘은 정말 무슨 날인 건지 철 지난 사랑과 전쟁이 방송 중이었다. 刘知珉은 쿠션을 끌어안으며 반대쪽으로 다리를 꼬았다.
尽管如此,专注地看着采访的刘知珉得出了一个结论:那部电影没必要去看。带有惊悚元素的谍战片与她的喜好相去甚远。打打杀杀的事情完全是有真...她紧闭双眼,快速地摇了摇头。虽说岁月无情,但这也太过分了。刘知珉用双手重重地拍了拍脸颊才睁开眼睛。身后传来拖鞋的声音。她急忙抓起遥控器按下按钮。屏幕立即切换了。也不知今天是什么日子,已经过时的《爱情与战争》正在播出。刘知珉抱着靠垫,换了个姿势交叉双腿。
옆자리가 살짝 내려 앉았을 때에야 깨달았다. 그런데 내가 왜 굳이 채널을 돌리지. 못 볼 걸 보고 있던 것도 아닌데.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혀로 아랫입술을 쓸었다. 분명 같은 바디워시와 샴푸를 썼을 텐데 코끝을 스치는 향은 유독 뽀송했다. 순간 또 목덜미에 얼굴을 박을 뻔한 것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어제오늘 이래저래 새로운 취향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속 아파요. 밤새 뒤척여서 헐렁해진 가운을 아는지 모르는지 金旼炡이 눈도 뜨지 못하고 웅얼거리며 제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刘知珉은 구석에 있던 무릎담요를 끌어와 金旼炡에게 덮어줬다.
当旁边的座位微微下沉时我才意识到。但我为什么非要换台呢?又不是在看什么不该看的东西。我一边摆弄着遥控器,一边用舌头舔了舔下唇。明明用的是同样的沐浴露和洗发水,但萦绕在鼻尖的香气却格外蓬松柔软。那一刻我差点又忍不住把脸埋进她的后颈,好不容易才忍住了。这两天总觉得发现了新的癖好。"好难受。"金旼炡一边嘟囔着一边闭着眼睛枕在我的大腿上,浑然不知她那件因为整晚翻来覆去而变得松垮的浴袍。刘知珉从角落里拿来膝盖毯,给金旼炡盖上。
"검사님은 괜찮아요?" "检察官,您还好吗?"
올려다보는 눈빛은 쓸데없이 무해했다. 얘가 나보다 몇 살이 어렸지. 가만 고민하다 손가락으로 새하얀 볼을 쿡 눌러봤다. 金旼炡은 금방 인상을 찌푸리며 刘知珉의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抬头看着她时的眼神过于无害。这孩子比我小了多少岁来着。思索片刻,便用手指戳了戳她白嫩的脸颊。金旼炡立刻皱起眉,紧紧抓住了刘知珉的手指。
"못하는 술을 왜 마셔요 그러게."
"明明不会喝酒为什么还要喝呢。"
"먼저 짜증나게 한 사람이 누구인데."
"到底是谁先惹人生气的。"
"핑계 좋다." "这借口真不错。"
이번에는 아프지 않게 볼을 꼬집고 흔들었다. 손에 감기는 촉감이 꽤나 괜찮았다.
这次轻轻地捏住面颊摇了摇,摸在手中的触感相当不错。
"꿀물 같은 거라도 사다 줘요?"
"要不要给你买点蜂蜜水之类的?"
"검사님은 해장 안 해요?" "检察官不用解酒吗?"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합시다." "至少先回答我的问题。"
"취조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말을…됐어요 뭘 바래 내가."
"又不是在审讯,真是的...算了,我还指望什么呢。"
"평생 이렇게 살았는데 뭐 어째."
"反正我这辈子一直都是这样过来的。"
"네, 계속 그렇게 사시라고요."
"是的,您就继续这样生活吧。"
金旼炡이 몸을 일으키며 담요를 刘知珉에게 던졌다. 가뿐하게 담요를 받아내 옆으로 치워둔 刘知珉은 태연하게 金旼炡의 가운 끈을 붙잡았다. 그래서 꿀물 사다 줘 말아. 金旼炡은 刘知珉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손을 치워냈다. 같이 가요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刘知珉 리모컨으로 티비를 껐다. 욕실에 나란히 서서 양치질하고, 드레스룸에서 옷을 고르고, 침대맡에 있던 핸드폰을 챙겨 거실로 나왔다. 제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金旼炡을 바라보는 기분은 조금 묘했다. 평소라면 지금쯤 출근해서 사건 조서를 살펴보고 있을 터였다. 그게 아니면 어르신들과 라운딩을 돌고 있었으려나. 다른 건 모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지금처럼 아이스크림 고르는 애 옆에서 카드를 만지작거리지는 않았을 거다. 가만히 내버려 뒀다가는 한나절이 다 지나갈 것도 같아 刘知珉은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종류별로 꺼내 바구니 안에 넣었다. 계산을 마친 뒤에는 녹기 전에 가야 된다며 팔짱을 끼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는 얼굴을 구경하듯 지켜봤다. 모자에 거의 가려지기는 했다만 어설프게 수작을 부리는 것보다는 한결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金旼炡起身时把毯子扔给了刘知珉。刘知珉轻松地接住毯子放到一边,若无其事地抓住了金旼炡的睡袍带子。所以别给我买蜂蜜水了。金旼炡死死地盯着刘知珉,把她的手打开。一起去吧,我想吃冰淇淋。刘知珉用遥控器关掉了电视。她们并排站在浴室刷牙,在衣帽间挑选衣服,拿起床头的手机走到了客厅。看着像小尾巴一样跟在自己身后的金旼炡,感觉有点奇妙。要是平常的话,这会儿她应该已经去上班,正在查看案件笔录了。要不然就是在和长辈们一起打高尔夫吧。其她的不太清楚,但有一点是肯定的。她绝不会像现在这样,站在挑选冰淇淋的人旁边摆弄信用卡。眼看着时间就要过去半天,刘知珉从冰箱里拿出各种冰淇淋放进购物篮。结完账后,她一边说着冰淇淋要化了得快点回去,一边挽着胳膊快步走着,刘知珉就这样看着她的样子。虽然帽子几乎遮住了脸,但比起刻意做作的样子,现在这样反而更自然。
평소에는 이렇게 지내는 건가.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던 刘知珉이 그 전날 갔던 金旼炡의 집을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의외로 인테리어는 차분했다.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긴 자취를 하니까 그렇게 무턱대고 집으로 부를 수 있었겠지. 현관에서 거실, 그리고 부엌에 이어 침실까지.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차츰 스케치는 선명해졌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옷과 매트리스 구석으로 내팽겨치는 이불. 벌건 대낮이 무색할 정도로 이미 머릿속에서는 정신없이 뒹굴고 있었다.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거야 아니면 진짜 외롭기라도 했던 거야. 刘知珉은 비닐 봉투에서 꺼낸 병 커피를 제 볼에 가져다 대고 앞뒤로 굴렸다. 노래를 작게 허밍하던 金旼炡은 刘知珉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아직도 아파요? 눈동자에는 꾸며지지 않은 걱정이 넘실거렸다. 딱히 통증은 없었지만 刘知珉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병마개를 열었다.
平时就这样过日子吗。在按下公寓大门密码的时候,刘知珉回想起前一天去过的金旼炡的家。意外的是,室内装修很沉稳。看起来不像是和父母住在一起。也是,因为是独居,所以才能那样随意地邀请到家里吧。从玄关到客厅,再到厨房和卧室。顺着动线回想,sketches 逐渐变得清晰。掉落在地板上的衣服和被随意扔在床垫角落的被子。即便是大白天也毫不违和,脑海中已经天翻地覆。是最近压力太大了,还是真的感到寂寞了。刘知珉把从塑料袋里拿出的瓶装咖啡贴在脸颊上来回滚动。轻声哼着歌的金旼炡抬头看着刘知珉问道:还疼吗?眼神中流露出真诚的担忧。虽然并没有特别疼,但刘知珉还是缓缓地点了点头,打开了瓶盖。
"밥 아직 안 먹었잖아요." "你还没吃饭呢。"
"그래서 컵라면 샀잖아요." "所以我买了杯面啊。"
"빈 속에 커피? 속 다 망가져요. 어제 술도 마셨으면서."
"空腹喝咖啡?会伤胃的。而且你昨天还喝了酒。"
"난 이게 해장인데." "这对我来说是醒酒餐。"
들은 척을 안 한다. 그대로 커피를 가져가서 후드 주머니 속에 넣는 것이다. 그거랑 이거 전부 내 카드로 긁은 거 알죠. 꼬우면 계좌번호 또 불러보든가. 차임벨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刘知珉에게서 비닐 봉투도 낚아챈 金旼炡은 유유자적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가서 현관문으로 향했다. 마치 몇 번 와 본 것처럼 비밀번호까지 누르고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가는 金旼炡을 刘知珉은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감상했다. 장르는 치정 아니었나. 커피 대신 쥐여준 아이스크림을 만지작거리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에 밖으로 나갔다. 한적함을 잃은, 허나 그렇다고 아주 소란스럽지도 않은 주말은 낯설기만 했다.
她装作没听见。就这样把咖啡拿走放进帽衫的口袋里。你知道这些都是用我的卡付的吧。不爽的话就再报一次账号。随着门铃声,门开了。金旼炡从刘知珉手中抢过塑料袋,悠然自得地走出电梯朝大门走去。她像是来过很多次一样,轻车熟路地输入密码,率先走进屋里。刘知珉像看戏一样欣赏着金旼炡的举动。这该不会是出轨剧吧。她摆弄着代替咖啡递给她的冰淇淋,在电梯门即将关闭前走了出去。这个失去了宁静,却也不至于太过喧闹的周末,让人感到陌生。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냉장고를 정리하는데 어깨 너머로 자그마한 목소리가 넘어왔다. 그런데요 검사님. 刘知珉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꾸했다. 알겠어요 이거 다 金旼炡씨 꺼야. 한 칸을 가득 채운 아이스크림을 손으로 세어보다 관두고 고개를 돌렸다. 이내 허공에서 시선이 맞닿았다.
等着水烧开的时候整理着冰箱,有个小小的声音从肩膀那边传来。那个检察官大人。刘知珉头也不回地应声道。知道了这些都是金旼炡xi的。数着占满一层的冰淇淋,数到一半就放弃了,转过头去。目光随即在空中相遇。
"밥 다 먹으면…뭐 할 건데요."
"吃完饭之后...你打算干什么?"
刘知珉이 식탁 의자에 앉은 金旼炡을 찬찬히 뜯어봤다. 무릎을 끌어안고서는 옷소매를 만지작거리는데…아닌 척 해도 분명 제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탁-하는 소리와 함께 포트의 전원이 꺼졌다. 비슷한 타이밍에 刘知珉은 식탁 구석에 놓인 핸드폰을 발견했다. 뻔하디 뻔한 상황이었다. 金旼炡은 어쩌면 처음이겠지만, 刘知珉은 어김없이 겪어온. 그리고 따지고 보면 미안함 따위의 감정은 이쪽이 아니라 그 쪽에게 들어야 하는 게 맞다. 끓는 물을 담긴 컵라면을 가지고 걸어오며 刘知珉은 무심히 말했다. 가봐도 돼요. 질문과는 어울리지 않는 대답이었다. 면발을 휘젓다가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맞은편으로 용기를 밀어줬다. 먹여 달라는 건 아닐 텐데 손이 텅 비어 있다. 결국 刘知珉은 金旼炡의 옷소매를 접은 뒤에 젓가락을 쥐여줬다.
刘知珉仔细打量着坐在餐桌椅上的金旼炡。她抱着膝盖摆弄着衣袖...虽然装作不经意,但显然在观察自己的反应。电水壶发出咔嗒一声,随即关上了电源。几乎同时,刘知珉发现了放在餐桌角落的手机。这是再明显不过的情况了。对金旼炡来说或许是第一次,但对刘知珉来说却是屡见不鲜。而且仔细想想,本该感到抱歉的不是自己这边,而是对方才对。刘知珉一边端着倒入热水的泡面走来,一边淡然地说道:"你可以走了。"这回答与问题并不相称。她搅动着面条,觉得差不多熟了便把容器推到对面。虽然不是要求喂她吃,但她的手却空空如也。最后刘知珉帮金旼炡卷起袖子,将筷子放在她手中。
"불기 전에 먹어요. 집까지는 데려다 줄게요."
"要趁热吃。我送你回家吧。"
"혼자…갈 수 있어요." "我…可以一个人去。"
"그게 편하면 그렇게 하고."
"如果你觉得那样更舒服就那样做吧。"
국물까지 전부 비워낸 저와 달리 맞은 편의 컵라면은 물을 부었던 퉁퉁 부어 그대로 남겨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뭐라도 시켜줄 걸 그랬네. 刘知珉이 하얀 손에 어설프게 걸쳐진 젓가락을 도로 가져가며 혼자 중얼거렸다.
与我一样把汤都喝完的不同,对面的泡面只泡开了却原封不动地留在那里。早知道会这样就该给她点些别的。刘知珉一边说着,一边拿回了那双搁在白皙手上却没怎么动过的筷子。
"…검사님은 왜 익숙해요." ……检察官为什么这么熟练啊。
먹으라는 라면은 안 먹고 한다는 말이 고작 이거다.
说这么半天就讲这点事,不务正业。
"그러면 金旼炡씨는 왜 다 봤으면서 모르는 척이야."
"那么金旼炡xi为什么明明都看到了却装作不知道呢。"
"……"
"똑같은 사람이 되기는 싫어요?"
"因为不想变成一样的人吗?"
刘知珉은 능청스럽게 핸드폰을 툭툭 건드렸다. 그런데 어쩌지. 지금 내가 필요한 건 그런 사람인데. 욱여 물은 아랫입술이 점점 붉어지고 있다. 연고를 사다 주고 싶은 마음은 딱히 없어 앞으로 손을 뻗었다. 구겨진 입술을 뭉근히 눌렀다.
刘知珉漫不经心地戳了戳手机。但是怎么办呢。现在我需要的就是这样的人。被咬住的下唇逐渐变红。没有特别想买药膏的心思,伸出手去。轻轻按压着皱起的嘴唇。
"어제처럼 멋대로 연락하는 일 없을 겁니다."
"不会像昨天那样随便联系了。"
"……"
"그건 앞으로 金旼炡씨가 하면 돼요."
"这个以后就由金旻朗先生来做就行。"
"……"
"심심할 때 부르고, 재미 다 봤다 싶으면 가도 좋고."
"无聊的时候就叫我,玩够了就可以离开。"
"……"
"이런 일에 쓸데없이 죄책감 같은 건 가지지 말자고요 우리. 난 마음에 들어요 세컨드."
"别为这种事情徒生内疚之感。我喜欢你的提议,Second。"
거짓말은 아니었다. 늘상 궁금했다. 한유진이 바라던 관계는 무엇이었을까. 만약 이런 모습을 원했던 거라면, 한 번쯤은 제대로 경험해 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刘知珉은 입술에 올려뒀던 손가락을 옆으로 옮겨 불퉁한 볼을 톡톡 두드렸다. 싫으면 언제든 관둬요. 이 사이의 주도권은 전적으로 金旼炡씨가 쥐고 있거든요. 못미더움을 지워내지 못한 눈빛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这并不是谎言。我一直都很好奇。韩瑜真想要的关系是什么呢。如果她想要的是这样的关系,那么好好体验一次似乎也不坏。刘知珉将放在嘴唇上的手指移到一旁,轻轻戳了戳鼓起的脸颊。如果不喜欢随时都可以停下来。这段关系的主导权完全在金旼炡xi手中。她能理解对方眼神中未消散的不信任。
"각서라도 써줄까요?" "要我给你写个字据吗?"
"검사님은 매번 이런 식으로 누구 만났어요?"
"检察官每次都是以这样的方式见人吗?"
"매번은 아니고, 이런 식은 모르겠고,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세컨은 정말 처음이에요. 그래 보이지 않나?"
"不是每次都这样,我也不知道这是怎么回事,就像之前说的,这是我第一次当替补。看起来不像吗?"
입술 사이로 얕은 실소가 흘러나왔다. 명백한 비웃음이었지만 딱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刘知珉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다른 손으로는 피아노 건반을 치듯 식탁을 두드렸다. 만약 그런 행위만으로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적막 대신 완벽한 불협화음이 공간을 가득 채울 것이었다.
唇间溢出一声轻笑。虽然明显是在嘲笑,但并不让人感到特别不快。刘知珉用一只手撑着下巴,另一只手像弹钢琴一样敲打着餐桌。如果光是这样的动作就能发出声音的话,寂静的空间恐怕会被完全不和谐的音符填满。
"제가 부르면 검사님이 온다고요." "只要我召唤,检察官就会来。"
"손 달라고 하면 손도 줘요."
"让你伸出手来就伸出手来。"
刘知珉이 오른손을 펼쳐 앞으로 내밀고, 은근슬쩍 金旼炡의 손 위로 본인의 것을 올려뒀다.
刘知珉把右手摊开向前伸出,悄悄地把自己的手放在了金旼炡的手上。
"어디까지 할 수 있는 건데요."
"到底能做到什么程度啊。"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본인 마음은 본인이 정해야지."
"为什么要问我这个啊,自己的心意要自己决定啊。"
"검사님은 정했어요?" "您已经决定好了吗?检察官大人?"
"주는 여기라니까 그러네."
"我说了你就在这儿嘛。"
그리고는 느릿하게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金旼炡은 다소 얼빠진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然后慢慢勾住了小指。金旼炡带着有些呆滞的表情低头看向下方。
"종은 그냥 따라가는 거죠." "按照她说的做就行。"
"……"
"업무 시간만 좀 봐줘요. 나도 밥은 먹고 살아야 해서."
"麻烦关照一下工作时间。我也要吃饭过日子。"
"……"
"참고로 현관문 비밀번호는 가족 말고 아무도 몰라요. 그분들이 딱히 여기 올 일은 없을 거고."
"顺便说一下,大门的密码除了家人以外没人知道。她们也基本不会来这里。"
刘知珉이 장난스럽게 손을 흔들며 웃어 보였다. 세컨 하우스로 안성맞춤이라는 거죠. 진담이 적절히 섞인 농담을 건네는 건 덤이었다. 헐겁게 엉긴 손가락에는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 결정적인 한 방이 필요한 때였다. 제 쪽으로 이끌 듯 손을 잡아 당긴 刘知珉은 고개를 숙여 손가락에 입술을 내렸다. 움찔하지만 손을 빼지는 않았다. 구석의 핸드폰은 더이상 존재감을 어필하지 못했다.
刘知珉顽皮地挥手微笑。这正好适合作为第二个住处。开玩笑中还适当地掺杂着认真话语是额外的收获。松散交缠的手指渐渐使上了力道。这是需要最后一击的时刻。刘知珉牵起对方的手,低下头将嘴唇贴在手指上。虽然对方微微颤抖,却没有抽回手。角落里的手机再也无法引起任何注意。
"덧나면 안 되니까 연고 틈틈이 계속 발라요."
"为了不留疤痕要记得时常涂抹药膏。"
"아무렴요. 누가 사 다준 건데."
"那是当然。毕竟是有人特意买来送我的。"
"맞고 다니지도 말고요." "也别被打了。"
"그건 노력할게요." 我会努力的。
"부탁 아니에요." 这不是请求。
金旼炡은 답지 않게 제법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刘知珉이 대답 대신 약지에 입을 맞췄다. 농담이 아니었는지 金旼炡은 그 틈에 생채기를 살짝 건드렸다. 덕분에 희미한 앓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金旼炡反常地露出了颇为认真的表情。刘知珉没有回答,而是吻了吻她的无名指。不知是否在开玩笑,金旼炡趁机轻轻碰了碰那道伤痕。这让她不禁发出了一声微弱的呜咽。
"마음대로 하라는 거 무르고 싶게 만드네."
"你的行为真让我想收回那句'随你便'。"
"거짓말." "骗人。"
"티 나요?" 看得出来吗?
"씻고 와서 키스해도 돼요?"
我能去洗漱完再亲你吗?
연하는 다 이런 건가. 이제는 아예 보채는 것처럼 식탁 아래로 다리를 툭툭 건드린다.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도 이러는 걸까. 불필요한 호기심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의자에서 먼저 일어난 刘知珉은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와 金旼炡의 손에 들려줬다. 그리고는 익숙하게 식탁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마쳤다. 타월에 대충 손을 닦고 뒤를 돌면 얌전하게 앉아 아이스크림을 베어 먹는 金旼炡이 보였다. 맛있어요? 刘知珉이 물어보자 고개를 끄덕이다 건네는 것처럼 콘을 쥔 손을 앞으로 뻗었다. 저는 단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완곡히 거절한 刘知珉은 식탁으로 돌아와 金旼炡을 내려다봤다.
年下都是这样的吗?现在甚至开始像在撒娇一样在桌子底下碰触着她的腿。还是说她对其她人也是这样?一丝不必要的好奇在脑海中闪过。先从椅子上站起来的刘知珉从冰箱里拿出冰淇淋递到金旼炡手中。然后熟练地收拾餐桌,完成了洗碗。随意用毛巾擦了擦手转身时,看到金旼炡乖巧地坐着咬着冰淇淋。好吃吗?刘知珉问道,对方点点头,像是要分享般把握着甜筒的手伸向前。我不太喜欢甜食。婉言拒绝的刘知珉回到餐桌前俯视着金旼炡。
"단 거 진짜 안 좋아해요?"
"你真的很不喜欢甜食吗?"
"일 하다가 당 떨어지면 사탕 같은 거 먹기는 해요."
"工作的时候血糖低了会吃糖之类的。"
"그런 것 치고 차에는 간식이 많았는데."
"说起这个,车里倒是有很多零食啊。"
무의식중에 그 이름이 튀어나오려는 걸 정신을 바짝 붙잡고 참아냈다. 刘知珉이 짧게 들이마신 숨을 바깥으로 내뱉고 金旼炡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金旼炡은 반쯤 남은 아이스크림을 刘知珉에게 내밀었다. 한 입만 먹어요. 초콜릿은 텁텁해서 싫어해요. 말을 귓등으로 들었는지 기어코 차가운 것이 닿게 한다. 刘知珉이 혀로 입술을 핥고 金旼炡의 손을 붙잡았다.
刘知珉用尽全力克制住差点脱口而出的那个名字。她轻轻呼出一口气,摆弄着金旼炡的头发。金旼炡把吃了一半的冰淇淋递给刘知珉。"就吃一口。巧克力太腻了,我不喜欢。"不知道对方是不是听进去了,冰凉的触感还是传了过来。刘知珉用舌头舔了舔嘴唇,握住了金旼炡的手。
"너 다 먹으라니까요." "都让你吃了啊。"
"정말 안 좋아해요?" 你真的不喜欢吗?
"차에 있는 건 운전석이 아니라 조수석"
车里的不是驾驶座而是副驾驶
멱살이 잡아당겨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입술에 닿는 감촉은 여느 때처럼 부드럽고 촉촉했으나 온기만큼은 느껴지지 않았다. 刘知珉은 별달리 반응 없이 눈만 깜빡였다. 지금도? 물어봐 놓고 입을 막으면 어쩌자는 건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아이스크림을 먹는 金旼炡이 그저 황당할 따름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刘知珉이 金旼炡의 손에 들린 콘을 가져갔다. 싫다더니. 저를 보는 얼굴에는 알듯 말 듯 한 웃음이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공연히 목덜미가 뜨거워졌다. 刘知珉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싫어한다니까. 뜨거운 숨결이 얽히고 녹아내린 아이스크림으로 손바닥은 점차 끈적해졌다.
被拽住衣领发生在一瞬间。触碰到嘴唇的感觉一如既往地柔软湿润,却感受不到温度。刘知珉只是眨了眨眼,没有其她反应。现在还问?问完就堵住嘴是要干什么。正在吃冰淇淋的金旼炡只觉得莫名其妙。看着这一幕的刘知珉拿走了金旼炡手中的蛋筒。明明说不喜欢的。看向自己的脸上依稀留着若有似无的笑意。莫名觉得后颈发烫。刘知珉低声喃喃道。都说了不喜欢。灼热的呼吸交织在一起,融化的冰淇淋让手心逐渐变得黏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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哇... 这篇文章的长度是怎么回事,这些复杂的关系又是怎么回事!!!!!您的文章太有趣了,我快疯了....... 另外希望您 2025 年只有好事发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