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물의 지배자 (3)
물방울들이 다시 떠올랐다. 얼어붙어 깨진 동료들의 자리를 슬금슬금 채워 나간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느릿하게 둥둥 떠다닌다.
성현제가 한쪽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끝에서 스파크가 작게 일었다. 이어 가느다란 빛줄기가 퍼져 나간다.
파지직—
금빛 입자가 물방울을 감싸고 다시 그 옆의 물방울로 이어졌다. 빠르게, 끊임없이 크고 작은 물방울을 삼키고 또 삼키다가,
펑, 퍼벙! 砰,啪嗒!
일제히 터져 나갔다. 빛과 물방울이 섞여 비산하는 모습이 눈부시다. 온 사방이 반짝거리는 파편으로 가득 찼다. 수면 위로 빗방울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주위가 깨끗해졌다. 잠깐 동안은 말이다.
同時爆開。光與水滴混合飛散的景象耀眼奪目。四周充滿了閃閃發光的碎片。水面上傳來雨滴落下般的喧鬧聲,周圍變得清澈乾淨。只是短暫的一刻。
새로운 물방울들이 또다시 떠오르는 것을 보고 성현제가 입꼬리를 올렸다.
看到新的水滴再次浮現,聖賢帝微微揚起了嘴角。
“평범한 방법으로는 끝이 없겠군.”
「用普通的方法是沒完沒了了呢。」
그러게. 물을 다 증발시키기라도 해야 하나. 인어여왕이 조금 까다로울 거라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조금이 아니잖아. 그냥 몬스터가 나타나고 해치우는 단순한 패턴이 훨씬 낫지.
果然。難道要把水全部蒸發掉嗎?想起了美人魚女王說過會有點棘手。根本不是一點點棘手啊。比起來,怪物出現然後被解決的簡單模式要好太多了。
받은 스킬을 지금 써야 하나. 여기만 처리해서 끝나는 단층짜리면 괜찮겠지만 다음 층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좀 더 살펴보고 싶긴 한데.
現在該用收到的技能嗎?如果這只是單層結束的話還好,但說不定還有下一層。所以還是想多觀察一下。
그사이 내 품에서 벗어난 예림이가 얼음 창을 높이 치켜들었다.
這期間,從我懷裡掙脫的예림高高舉起了冰矛。
“물 다 얼려 버려요!”
「把水全都凍起來!」
“물을?” 「水?」
“네. 바닥에 고인 물에서 물방울이 튀어나오는 거잖아요. 확 다 얼려 버리면 못 나오지 않을까요?”
「對啊。地上積的水會濺起水珠吧。如果全部凍起來的話,不就出不來了嗎?」
언제 울상이었냐는 듯 호승심 넘치는 얼굴로 말한다. 우리 예림이 씩씩하기도 하지.
彷彿從未哭過似的,帶著滿滿的好勝心說道。咱們的예림真是勇敢呢。
“끝 모르게 넓은 거 같은데 괜찮겠어?”
「感覺寬廣得沒完沒了,這樣沒問題嗎?」
“마나 포션 넉넉해요. 아저씨처럼 오렌지랑 사과 맛이 질릴 때까지 해 보죠, 뭐!”
「魔力藥水很充足。就像大叔一樣,嘗試到膩了橘子和蘋果口味為止吧,反正!」
든든하다. 그래도 무리하진 말고.
真讓人安心。不過還是別太勉強了。
앞으로 폴짝 뛰어 공중으로 떠오른 예림이가 자신의 발밑부터 물을 얼리기 시작했다. 짜자작, 소리와 함께 안개에 닿은 물이 새하얗게 굳어진다. 이미 얼어 있던 내 발밑도 더욱 단단해지며 한기를 피워냈다.
往前一躍,飛向空中的예림開始從自己腳下的水面結冰。隨著「짜자작」的聲響,接觸到霧氣的水面變得雪白堅硬。原本已經結冰的我腳下也變得更加堅固,散發出一股寒意。
거울처럼 매끄럽게 얼어붙는 물 위로 다시 뇌기를 담은 빛무리가 튀었다. 파직거리며 펑펑 터져 나가는 물방울의 파편이 떨어져 내리기 무섭게 동글동글 구슬처럼 굳어 버린다.
在如鏡面般光滑結冰的水面上,再次閃爍出帶有雷電氣息的光芒。隨著「파직」的爆裂聲,水珠碎片紛紛落下,瞬間凝結成圓滾滾的珠子。
‘예림이랑 성현제도 합이 제법 잘 맞… 긴 하겠지.’
「예림和성현的配合應該也相當不錯……吧。」
여러 가지로 응용할 방법이 떠올라 기분이 조금 나빠졌다. 그래도 역시 문현아가 낫지. 이미 제법 친하기도 하잖아. 문현아도 좀 더 성장시킬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想到可以多方面應用的方法,心情有些複雜。不過果然還是문현아比較好。畢竟已經相當熟悉了。也得想想怎麼讓문현아更進一步成長。
“유현이 너, 정령 이름 지어 줬냐?”
「有賢,你給精靈取名字了嗎?」
“아니, 아직.” 「沒有,還沒。」
제 이야기를 한다는 걸 눈치채기라도 했는지 불도마뱀이 불쑥 튀어나와 유현이의 어깨 주위를 맴돌았다.
似乎察覺到我在說他,火蜥蜴突然跳出來,在有賢的肩膀周圍繞來繞去。
“이 녀석이 까다롭게 굴어서. 전부 퇴짜 맞았어.”
「這傢伙很難搞,全部都被拒絕了。」
이름 짓는 데 소질이 없는 건가. 이상한 이름 붙여 준 거 아니냐.
是不是沒有取名字的天分啊。不是給了個奇怪的名字嗎。
“그보다 형 말이야, 세성 길드장과 친해 보이더라.”
「比起那個,哥你看起來跟世成公會長很熟呢。」
“안 친하다니까.” 「我說我們不熟啦。」
예림이에 이어 너까지 왜 그러냐.
繼예림之後,連你也這樣幹嘛。
“어디까지나 서로 뜯어먹을 게 있어서 겉으로만 하하호호하는 건조한 관계지.”
「頂多也只是因為彼此還有利用價值,表面上才會哈哈大笑的乾巴巴關係而已。」
내가 쓸모없어지면 언제든 손바닥 뒤집듯 관계 끊어 버릴 인간이다. 물론 나도 그 반대면 깔끔하고 속 시원하게 작별 인사 던질 거고.
他是那種我一旦沒用了,隨時能翻手為雲覆手為雨斷絕關係的人。當然,如果是我反過來,也會乾脆利落地說再見。
문제라면 그럴 일이 없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스킬만이 아니라 앞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도 성현제의 협조는 필요할 것이다.
問題大概就是根本不會有那種事吧。不只是技能,為了未來的準備,也需要聖賢帝的協助。
“손잡아서 나쁠 거 없는 상대긴 하잖아. 너도 꽤 가까운 사이 아니었냐?”
「牽手合作也沒什麼壞處吧。你們不是關係挺親近的嗎?」
내 말에 유현이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我這麼說,柳賢微微皺了皺眉。
“가깝기는……. 말려들지 않게 조심해. 던전 같은 곳도 함부로 따라가지 말고. 아니, 다시는 안 돼. 한 번으로 충분해.”
「親近是親近……小心別被捲進去。像地城那種地方也別輕易跟去。不,絕對不行。一次就夠了。」
“이젠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 없어.”
「現在已經不需要那麼擔心了。」
명우가 만들어 준 장비, 은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마석으로 충전도 되고 S~A급 수준 피해 무효면 지속 시간도 기니까 조절만 잘하면 상급 던전에서도 안전할 거라고.
明宇詳細說明了他製作的裝備和恩惠。裝備可以用魔石充能,且能抵消 S 級到 A 级的傷害,持續時間也很長,只要調整得當,即使在高級地城中也能保持安全。
가만히 듣고 있던 유현이가 내 팔목을 붙잡았다. 그리곤 팔찌를 빼 버렸다.
靜靜聽著的柳賢抓住了我的手腕。然後把手鍊摘了下來。
“어…….” 「呃……。」
음, 엄청 쉽게 빼앗겨 버렸네. 내 몸에 손대는 거야 얼마든지 가능하니 당연한 결과긴 하지만.
嗯,輕易就被奪走了呢。雖說隨便碰我的身體都是可能的,這也是理所當然的結果。
- 삑! - 嗶!
팔찌의 보석에서 파랑새가 튀어나와 삑삑거리며 유현이의 손을 쪼았다. 흠집도 나지 않자 더 화난다는 듯 소리 높여 운다. 그때였다.
手鐲上的寶石中飛出一隻藍鳥,吱吱叫著啄了柳賢的手。因為沒有留下任何傷痕,牠似乎更加生氣,高聲鳴叫著。就在那時。
- 쉬익. - 嘶——
불도마뱀이 불쑥 튀어나와 파랑새의 머리를 덥석 물어 버렸다.
火蜥蜴突然跳出,一口咬住了藍鳥的頭。
- 삐익! - 嘟嘟!
“은혜야! 먹지 마!” 「恩惠啊!別吃!」
다행히 유현이가 말린 건지 먹는 게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도마뱀이 퉤 하고 입을 벌렸다. 은혜가 날개를 파닥이며 정령의 머리를 쪼았다.
幸好是柳賢阻止了,或者牠判斷不是要吃的,蜥蜴吐了口水,張開了嘴。恩惠拍動翅膀,啄了啄精靈的頭。
“그러다 또 물릴라, 이리 와. 착하지.”
「小心別又被咬了,過來這邊。乖乖的。」
- 삑, 삐이! - 嗶,嗶嗶!
“그래, 그래. 도마뱀이 나빴어. 나쁜 도마뱀이네.”
「對,對。是蜥蜴壞。壞蜥蜴呢。」
은혜가 분해하며 내 손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부리를 크게 벌려 소리쳤다.
恩惠憤怒地回到了我的手中。接著大張嘴巴喊了出來。
- 나쁜 도마뱀! 나쁜 도마뱀!
- 壞蜥蜴!壞蜥蜴!
“…그거, 말도 해?” 「……那個,也會說話?」
“나도 말하는 건 처음 들어 봐.”
「我也是第一次聽到牠會說話。」
다른 말은 할 줄 모르는 건지 나쁜 도마뱀만 외쳐대던 파랑새는 유현이가 팔찌를 돌려주자 다시 보석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성장하면 스킬이 더 생길 거라더니 말도 배울 수 있는 건가.
不知是因為不會說其他話,還是只會喊著壞蜥蜴,藍鳥在劉賢把手環還給牠後,又飛回了寶石裡。聽說長大後會有更多技能,竟然還能學會說話。
“아이템을 너무 믿지 마. 특히 사람 상대로는.”
「別太相信道具,尤其是對付人的時候。」
“나도 그 정도는 알아. 하지만 세성 길드장은 내 가치를 냉정히 판단해 대응해 올 사람이니까. 나보다 쓸 만한 걸 발견하기 전까지는 안전할 거야.”
「我也知道那種程度。但世成公會會長是會冷靜判斷我的價值並做出對應的人。在他發現比我更有用的人之前,我應該是安全的。」
하지만 그런 게 있겠냐. 내가 아이템이었다면 L급은 가볍게 찍고도 남았다. 독 저항, 저주 저항, 공격 스킬 버프, 성장 버프, 새스킬 습득, 스탯 스킬 버프, 피해 무효 방패에 몬스터도 키우고 아직 확실히 성공한 건 아니지만 저주독룡 조합도 하고. 여기에 떡잎과 선생님 스킬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불면 날아갈까 애지중지 모셔야 할 아이템이다.
但是怎麼可能有那種東西。如果我是道具,L 級輕輕鬆鬆就能達成。毒抗性、詛咒抗性、攻擊技能增幅、成長增幅、新技能習得、屬性技能增幅、傷害無效護盾,還能培育怪物,雖然還沒完全成功,但也組合了詛咒毒龍。再加上幼苗和老師的技能,簡直就是一個得小心翼翼珍惜,生怕一不小心就飛走的寶物。
…사람이란 게 조금 아까운데. 진짜 템이라면 쓰기도 더 편할 테고 스킬 공유 없이 항상 저항에 버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역시 아깝다. 왜 아이템이 아니지.
…人真是有點可惜。如果是真正的道具,使用起來會更方便,也不用技能共享就能一直獲得抗性加成。這麼一想,果然還是覺得可惜。為什麼不是道具呢。
“내가 던전 아이템이었으면 너한테 줬을 텐데.”
「要是我是一件地城道具的話,就會給你了。」
“…갑자기 무슨 소리야?” 「……突然是什麼聲音?」
“아쉬워서.” 「因為覺得可惜。」
그러는 사이 저 먼 곳까지 물이 온통 차갑게 얼어붙었다. 물방울들 역시 구석의 몇 개를 빼곤 죄다 터져 나갔다. 물이 언 탓인지 새로운 물방울은 생겨나지 않았다.
這時,遠方的水面全都冰冷地結凍了。水滴們除了角落的幾顆外,全都爆裂開來。因為水結冰了,新的水滴也沒有再生成。
“아저씨! 여기서부터 막혀 있어요!”
「大叔!這裡被堵住了!」
예림이가 양팔을 크게 흔들며 소리쳤다. 막혔다곤 하지만 그 너머로 공간이 계속 펼쳐져 있는 게 투명한 막 같은 것인 듯했다. 예림이에게 가려다 미끄러지는 걸 유현이가 붙잡아 주었다.
예림大幅揮動雙臂大聲喊道。雖說被堵住了,但那堵住的地方後方似乎還有空間延伸,像是一層透明的薄膜。유현在要去找예림時差點滑倒,幸好被他抓住了。
“피스를 데리고 올 걸 그랬나 봐.”
「應該帶피스一起來才對啊。」
그러게. 미처 떠올리질 못했다. 집에서는 항상 유체 모습으로 지내는 탓인가 던전 데리고 들어갈 엄두가 안 나는 애같이 느껴진다니까.
就是啊。我根本沒想到。或許是因為她在家裡總是以液態的樣子生活,讓人覺得根本不敢帶她進地城。
“이거 엄청 단단해요. 여기가 이 던전 끝인 걸까요?”
「這個非常堅硬。這裡是這個地城的盡頭嗎?」
일반적인 던전이 막혀 있는 것과 비슷하기는 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자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和一般地城被封閉的情況相似。但仔細一看,卻有種異樣的感覺。
투명한 막 너머에도 얼어붙은 물이 펼쳐져 있었다. 끝없이. 예림이의 스킬 범위가 넓긴 하지만 저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뚫지 못하는 막 너머이기까지 했다.
透明的薄膜那一邊,也鋪滿了結冰的水。無盡地延伸著。雖然예림的技能範圍很廣,但也沒有到那種程度。而且還是在無法穿透的薄膜那一邊。
“던전의 막이 아니군.” 「這不是地城的幕布。」
성현제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이건.
聖賢帝似乎也和我有同樣的想法。這是。
“거울이야.” 「是鏡子。」
우리는 비치지 않는 거울. 아니, 이 던전 자체가 거울이라 하면 비추고는 있었다. 과거의 기억들을. 좀비 놈에게 각자가 보고 싶은 것을 비추어 주었지.
我們是不會反射的鏡子。不,若說這個地城本身就是鏡子,那它確實在映照著。映照著過去的記憶。對那隻殭屍傢伙,各自映出了想看的東西。
새로운 효도중독자가 어떤 놈인지 좀 더 확실히 알 거 같다.
我想我更確定那個新的孝順成癮者到底是什麼樣的人了。
“거울이요? 그냥 투명한데요?” 「鏡子?明明是透明的啊?」
“자세히 봐. 우리만 빼면 똑같잖아. 저기 약간 부서진 얼음 표면도 그대로 비치고 있고.”
「仔細看。除了我們之外,一模一樣啊。那邊稍微破碎的冰面也一樣映照著。」
“어? 그러네요? 근데 이제 어쩌죠?”
「欸?真的耶?那現在該怎麼辦呢?」
글쎄다. 여전히 반응이 없네. 주위를 휙 둘러보자 저만치 멀리 물방울 몇 개가 드문드문 남아 있는 것이 보였다.
說不定吧。依然沒有反應。我環顧四周,遠處稀稀落落還留著幾滴水珠。
“예림아, 저거 마저 터뜨려 봐.”
「藝琳,把那個也炸掉看看。」
“네!” 「是!」
상쾌한 대답과 함께 화살 같은 얼음 조각이 날아가 남은 물방울들을 깨끗이 처리했다. 직후 막이, 거울 표면이 둥글게 물결치기 시작했다. 유현이가 나를 잡아 뒤로 물러서고 예림이가 앞을 막아섰다. 성현제 또한 몇 발짝 물러났다.
伴隨著清爽的回答,箭矢般的冰片飛出,將剩餘的水珠徹底清理乾淨。隨後,薄膜般的鏡面開始圓形波動。柳賢拉著我往後退,藝琳則擋在前方。成賢濟也後退了幾步。
“역시 다 얼려서 쓸어버리는 게 정답이었나 봐요!”
「果然還是把全部凍住一掃而空才是正解啊!」
기억을 비추던 물방울을 마저 없애고 다시 생겨나지 못하게 만들자 거울이 반응했다. 이건 역시.
將映照記憶的水滴徹底消除,並防止它再次出現後,鏡子開始有了反應。果然不出所料。
“아무래도 우리 기억 속의 무언가가 나타날 거 같으니까 조심해.”
「看起來好像會出現我們記憶中的某些東西,大家要小心。」
성현제야 별로 걱정 안 되고, 유현이와 예림이에게 당부했다. 제일 위험한 건 나일 거 같지만. 미리 눈이라도 감고 있을까.
成賢帝倒是不太擔心,反而叮嚀柳賢和藝琳。雖然最危險的應該是我,但還是先閉上眼睛比較好吧。
거울 위의 파문이 점점 더 커지고 거칠어진다. 만일을 대비해 더욱 거리를 벌렸다. 흔들리는 막 위로 우리의 모습이 잠깐 비치고,
鏡面上的漣漪越來越大、越來越洶湧。為了以防萬一,我們拉開了更遠的距離。搖晃的薄膜上短暫映出了我們的身影,
푸른빛이 퍼지기 시작했다. 藍光開始擴散。
“어, 저 귀걸이?” 「欸,那個耳環?」
예림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낯익은 귀걸이가 찰랑, 흔들렸다. 거울 너머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푸른 비늘의 거대한 인어.
긴 창을 쥐고 비늘 날개를 펼친 창랑의 인어여왕이었다.
‘…망할.’ 「……該死。」
설마 저 거울, 우리 기억 속에서 가장 강한 상대를 비춰 내는 건가. 예림이도 같은 걸 본 모양이니 확실했다. 진짜 망했네. 조금 까다로운 게 아니잖아. 이 사기꾼 같은 물방울!
難道那面鏡子,映照的是我們記憶中最強的對手嗎?看來예림也看到了同樣的東西,這下確定了。真是完蛋了。這可不是普通的麻煩。這個像騙子一樣的水珠怪!
인어여왕의 감겨 있던 두 눈이 천천히 떠졌다. 무감정한 구슬 같은 짙푸른 눈동자가 우리를 바라본다. 진짜를 완전히 카피해 낼 순 없었는지 위압감은 적었다. 하나 지금의 전력으로는 절대 상대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기껏해야 팔찌의 힘을 빌려 공격을 막는 사이 탈출하는 것이 고작일 터다.
美人魚女王緩緩睜開了緊閉的雙眼。那雙無情如珠的深藍色眼眸注視著我們。或許無法完全複製真身,所以威壓感較弱。但以目前的戰力,絕對無法對抗這怪物。頂多就是借助手鐲的力量抵擋攻擊,然後趁機逃走罷了。
“예림아, 스킬을 써!” 「藝琳,快用技能!」
바싹 굳어 있던 예림이가 화들짝 창을 고쳐 쥐었다. 창에 박혀 있던 보석이 빛을 발하고,
緊繃著的藝琳驚訝地重新握緊了長矛。長矛上鑲嵌的寶石發出光芒,
투둑, 투두둑 嘟咚,嘟嘟咚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雨開始下了。
굵어지는 빗줄기 사이로 예림이의 등이 보였다. 분명 작고 여린데도 무서울 정도로 강한 존재감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뒤돌아 나를 바라본다면 무릎이 떨려 서 있기 힘들 정도의 위압감이었다. 유현이는 물론 성현제까지도 그녀로부터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在越來越粗的雨線中,看見了禮琳的背影。明明身形嬌小柔弱,卻散發出令人畏懼的強大存在感。如果她轉身看向我,那種威壓感足以讓我膝蓋發抖,難以站立。連柳賢和成賢濟也無法將目光從她身上移開。
어느새 모든 얼음이 녹아내려, 물이 발목을 적셨다.
不知不覺中,所有的冰都融化了,水浸濕了腳踝。
“이거, 장난 아니네요.” 「這可不是開玩笑的。」
가벼운 듯 무겁게 예림이가 말했다. 가짜 인어여왕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기다란 창의 끝이 움직이고, 그 느린 동작 하나에 던전 전체가 흔들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輕盈卻帶著沉重,예림輕聲說道。假美人魚女王凝視著她。長矛的尖端微微晃動,那緩慢的動作讓整個地城都為之一震。但也僅止於此。
땅을 가를 듯한 힘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떻게 된 일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예림이 또한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공중에 가볍게 떠 있는 그녀 주위로 물방울들이 일렁거린다.
彷彿要劈開大地的力量瞬間消失了。發生了什麼事,我無法理解。예림也微微歪著頭。她輕輕漂浮在空中,周圍的水珠輕輕蕩漾著。
“…아저씨, 저 아무래도 잘 모르겠어요. 스킬이 멋대로 움직여요.”
「……大叔,我真的不太懂。技能自己亂動。」
난감한 목소리에 억눌려 있던 머릿속이 조금 맑아졌다. 가짜 인어여왕과 예림이를 번갈아 살펴보았다. 인어여왕 주위에도 비가 내리고 있지만, 굵기나 속도가 조금 달랐다.
被那尷尬的聲音壓抑著的腦袋稍微清醒了一些。我交替地觀察著假美人魚女王和예림。美人魚女王周圍也在下雨,但雨的粗細和速度稍有不同。
둘은 기본적으로 같은 힘을 쓰고 있다. 그렇다면.
兩人基本上使用的是相同的力量。那麼。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不知道能不能撐得住。」
아까운 기회를 날려 버리느니 시도라도 해 보자. 예림이를 향해 선생님 스킬을 썼다. 동시에 느껴진 것은 물이었다.
與其錯失良機,不如嘗試看看。我對著예림使出了老師的技能。與此同時感受到的是水。
그저 물뿐이다. 단순히 물에 잠긴 것이 아니라, 전신이, 솜털 하나, 피 한 방울까지 모두 물에 휩싸인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 덮쳐들었다.
只是水而已。不僅僅是浸泡在水中,而是全身,連一根細毛、一滴血都被水包圍,湧上一種無法言喻的感覺。
“형!” 「哥!」
유현이의 목소리가 한발 늦게 귀에 닿았다. 동생의 팔이 내 몸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와, 이거 진짜 장난 아니네. 예림이는 괜찮은 건가.
柳賢的聲音晚了一拍傳入耳中。感覺到妹妹的手臂正支撐著我的身體。哇,這真不是開玩笑的。藝琳沒事吧?
“괜찮, 아.” 「沒關係,阿。」
“괜찮긴 뭐가 괜찮아? 대체 뭘 한 거야!”
「哪裡好得了?你到底做了什麼!」
뭘 했긴, 그냥 스킬 좀 썼지.
做了什麼啊,就只是用了點技能而已。
“아저씨! 그 스킬 쓰지 마요!”
「大叔!不要用那個技能!」
예림이도 소리쳤다. 아니 버틸 만한데. 그냥 날리기엔 너무 아까운 기회잖아.
예림也喊了起來。不,其實還能撐得住。這麼好的機會,放棄太可惜了。
“…괜찮다니까. 이봐요, 좋은 어른 씨.”
「……我說沒關係啦。喂,這位好心的大人。」
겨우 고개를 돌려 성현제를 올려다보았다. 저 인간은 또 왜 못마땅한 표정이야.
勉強轉過頭抬頭望向聖賢帝。那個人又為什麼露出不滿的表情呢。
“스킬, 좀.” 「技能,給我用一下。」
그거, 전투예지. 자신과 같은, 그러면서 훨씬 더 약한 스킬을 사용하는 감각을 같이 느끼게 되면 예림이가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테다. 더 좋은 건 가짜 인어여왕에게까지 선생님 스킬을 쓰는 건데 그건 진짜 못 버틸 거 같고.
那是戰鬥預知。如果能感受到和自己相同,但卻弱得多的技能,예림就能獲得更多。更棒的是對假美人魚女王也使用老師的技能,那真的是撐不住了。
성현제에게 선생님 스킬을 적용하자 그가 눈썹 끝을 살짝 올렸다.
當將老師技能套用到成賢濟身上時,他微微揚起了眉梢。
“내가 거절하면 바로 기절이라도 해 버릴 꼴이군.”
「如果我拒絕的話,妳就會立刻昏倒吧。」
“…우리 사이에 그러지 마시죠. 일주일짜리 친구 아닙니까.”
「……我們不要這樣吧。我們不是只有一週的朋友嗎。」
“내 평생 친구 같은 건 만든 적 없는데.”
「我這輩子從來沒有交過像朋友那樣的朋友。」
삭막한 인생이셨구만. 내키지 않아 하면서도 성현제가 전투예지 스킬을 썼다. 그리고 물이 움직였다.
真是枯燥的人生啊。雖然不情願,聖賢帝還是使用了戰鬥預知技能。然後水開始流動了。
인어여왕과 박예림. 두 물의 지배자가 동시에 자신의 권능을 휘두른다. 조금 전 이해하지 못했던 현상이 이제는 느껴졌다.
美人魚女王與朴藝琳。兩位水之支配者同時揮舞著各自的權能。剛才無法理解的現象,現在終於感受到了。
비가 내리는 모든 곳이, 아니, 공기 중 수분 하나하나가 모두 예림이의 의지에 따르고 있었다. 물이라는 게 얼마나 많은 것을 담고 있는지. 지금 이 공간 전체가 작은 손끝의 움직임만을 바라본다.
雨水落下的每一處,不,空氣中每一滴水分都在聽從著예림的意志。水,究竟蘊藏著多少秘密。此刻整個空間,都在注視著那微小指尖的動作。
가짜 인어여왕 또한 자신의 지배력을 넓히려 애썼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백만 군대를 지휘하는 제왕 앞에 선 조그만 지방 영주와 같이, 둘의 간격은 엄청났다.
假美人魚女王也努力擴大自己的統治力,但遠遠不夠。就像站在統帥百萬大軍的帝王面前的小地方領主一樣,兩者之間的差距極大。
예림이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어렴풋이나마 깨닫는 순간, 끝이었다.
當예림朦朧地意識到自己該如何行動的那一刻,已經結束了。
콰장창!! 轟隆隆!!
거울이 깨졌다. 사방의 모든 거울이 부서져 내린다. 던전치고는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물이 찰랑이고 비는 여전히 쏟아지고 있었다.
鏡子破碎了。四周所有的鏡子都碎裂崩落。在這個對地城來說不算寬敞的空間裡,水面蕩漾著,雨依然傾瀉而下。
모든 물의 경배를 받으며 예림이가 뒤를 돌아보았다. 음, 화난 얼굴이네.
在所有水之崇拜中,예림回頭看了一眼。嗯,臉色很生氣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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